<인터뷰> 국회 최장수 보좌관 김현목

"별정직 파리목숨? 전문성 있다면 걱정 없어"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실 김현목 보좌관은 현직 국회 보좌관 중 최장수 보좌관이다. 되기도 어렵고 버티기는 더 어렵다는 국회 보좌관으로 무려 26년간이나 재직했다.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서 김 보좌관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김 보좌관은 어떻게 최장수 보좌관이 될 수 있었을까? <일요시사>가 김 보좌관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국회 보좌관은 채용도 해임도 국회의원 마음이다. 언제 면직될지 몰라 흔히 ‘별정직 파리목숨’이라고 한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실 김현목 보좌관은 국회 보좌관으로 무려 26년간이나 재직 중이다.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비결은 전문성. 김 보좌관은 지난 15대 국회시절 IMF 외환위기를 촉발한 한보그룹 비리를 파헤친 주인공이다.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모시던 의원이 낙선해도 곧바로 다른 의원실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다음은 김 보좌관과의 일문일답.

- 최장수 국회 보좌관이다. 보좌관은 되는 것도 어렵지만 버티기가 더 어렵다고 하던데 최장수 보좌관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
▲ 특별한 비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주어진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좌진은 의정활동을 뒷받침하는 실무자다. 보좌하는 의원이 원활한 의정활동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게 근무한 점을 의원님들이 인정해 준 것 같다.

- 국회 보좌관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
▲ 1986년 대학 재학 시절에 민주화시위로 구속된 경험이 있다. 감방에서 만났던 정치권 인사가 출소 후 혹시 국회 보좌진이 되어 볼 생각이 없느냐고 연락이 왔다. 저는 제안을 받고 한참을 고심하다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보좌진이 되었다. 당시에는 저뿐만 아니라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보좌관으로 진출했다. 13대 국회 시절이던 지난 1989년, 김대중 총재가 이끌던 평화민주당 소속 재선 의원님을 보좌한 것이 보좌관 생활의 시작이었다. 89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그 해 9월에 정식 4급 보좌관이 되어 만 24세로 최연소 보좌관 기록도 세웠다.

- 국회에 입성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 지난 15대 국회시절 IMF 외환위기를 촉발한 한보그룹의 금융특혜를 당시 금융권 인사로부터 제보를 받고 파헤친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보그룹의 여신 및 담보현황을 자료로 요청하자 금융기관, 감독당국, 정부의 권력형 비리가 줄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해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를 통해 퇴직자 단체의 제도개선을 이끌어 냈던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일명 도피아(도로공사 마피아)로 불리우는 도로공사 퇴직자들이 사단법인 도성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도성회의 출자회사가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 사업 등 이권에 개입하는 것을 파악해 시정을 촉구했다.

- 의원실 인턴 채용만 해도 경쟁률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국회 보좌관을 꿈꾸고 있는데 보좌관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요즘 국회의원들은 보통 공개채용 방식으로 보좌진을 선발하고 있는 추세다. 4급 보좌관, 5급 비서관을 공개모집하면 경쟁률이 100:1에 달한다. 소위 스펙이 좋은 응시자들도 상당히 많다. 회계사,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응시자들도 있다. 하지만 스펙만 좋다고 보좌진에 선발되는 것이 아니다. 경력직의 경우 평판도 중요하다.

새내기 보좌진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도 깔끔하게 작성해야 한다. 문장력도 본다. 보좌진을 하고 싶은 동기, 포부와 계획, 일에 대한 열정, 성실함이 있는지 고루 본다. 단지 이 분야를 몇 년 경험해 보겠다는 자세로는 지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순히 지나가는 직업 정도로 생각하고 지원한다면 실망이 클 것이다.

- 국회 보좌관으로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 보좌관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 보좌관도 이제는 전문직업군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변호사, 회계사, 기자, 금융인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오히려 거꾸로 보좌진이 되려는 시대가 됐다. 다만 힘든 점이 있다면 일반 직장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26년간 버티기는 했지만 그동안 나도 속앓이를 많이 했다. 선거 때마다, 국회 임기가 바뀔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그동안 보좌진이 된 것을 크게 후회해 본 적은 없으나 다소 회의감이 든 적은 있다. 솔직히 국정조사나 국정감사 때는 실무자라는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

"의원정수 확대, 국민 시선 곱지 않을 것"
"낡은 정치문화와 업무스타일부터 바꿔야"

- 국회의원 보좌진들의 처우와 관련해 임명이나 해임이 너무 주먹구구식이라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종종 국회의원들이 보좌진들에게 너무 비인간적인 대우를 해 논란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해결할 대책은 없나? 
▲ 보좌진은 별정직 공무원이라 다소 고용이 불안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15년 이상 근속하는 보좌진들도 늘고 있어 무조건 고용이 불안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일반직 공무원이 아니고서야 완벽하게 신분이 보장되는 직업은 어차피 별로 없다. 주변에서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고 들었지만 제가 모신 의원님들은 보좌진들에게 무척 잘 대해줬다.
 


- 국회가 매년 국민 신뢰도 조사를 할 때마다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장수 국회 보좌관으로서 내부에서 지켜봤을 때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국민의 신뢰도가 낮은 것은 낡은 정치문화와 업무스타일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회는 법보다 관행이 우선하고, 관행보다 여야 협상이 우선한다. 그러다보니 언제 회의가 열리는지, 언제 안건이 상정되는지 보좌진은 물론 의원들조차 알 길이 없다. 그리고 과도하게 당론이 강요되는 정치풍토도 문제다. 자칫 소신 투표라도 하면 왕따를 당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여야 간 대결구도가 이어지면서 시급한 법안은 물론 민생현안조차 처리하기 쉽지 않다. 정당정치에서 당론은 불가피하지만 현안과 사안에 따라 다르게 처리했으면 좋겠다. 의원이 소속 정당안에 반대하거나 반대당에 찬성하는 투표를 마음대로 하는 것을 인정하는 제도인 크로스 보팅(cross voting)을 확대하는 것도 선진의회발전에 기여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 최근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뭐가 있느냐는 정서가 팽배하다. 그동안 수많은 국회의원들을 지켜본 보좌관으로서 국회의원 정수 논란에 대한 생각은?
▲ 실무자인 보좌관의 입장에서 국회의원 정수 조정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민감한 문제다. 하지만 솔직히 현재의 정치수준을 감안하면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에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 같다. 자칫 기득권 유지로 비쳐질 수도 있다.

-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의 여파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검은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 과거보다는 돈이 안 드는 정치를 하고 있으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정치 관행은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한 풍토다. 과거와 같이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행태는 거의 사라졌지만 일부 잘못된 의식과 사고를 갖고 있는 악덕기업인들은 이런 점을 악용하고 있다.

특히 지나칠 정도로 정치자금을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정치자금을 음성화시킬 수 있다. 합법적인 후원회는 지금보다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지역사무실을 운영해 지역주민들로부터 고충과 애로, 지역현안 민원도 받아야 한다.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가 막대하다. 이런 경비는 국가에서 지원도 안 한다. 오직 후원금으로만 충당해야 하는데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 끝으로 현재 보좌관 출신 정치인이 꽤 많다. 향후 선거에 직접 도전할 의향은 없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 솔직히 국회에서 오랫동안 의정활동을 보좌하다보니 직접 선출직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간 국회에서 체득한 지식 등을 바탕으로 고향 포천에서 지역일꾼이 돼 봉사의 기회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현직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은퇴 후에는 의정활동 실무보좌를 하는 교육을 하거나 그간의 경험을 살려 예산낭비 감시활동 등 시민사회운동을 해 보고 싶은 소망도 있다. 


<mi737@ilyosisa.co.kr>


[김현목 보좌관 프로필]

▲ 13∼19대 국회 보좌관 (1989∼2015, 현재 26년 재직 )
▲ 국회 정책연구위원, 원내대표실 부실장 (2005, 별정직 2급)
▲ 산업자원부장관 정책보좌관 (2006∼2008, 별정직 2급)
▲ 서초여성인력개발센터 국회보좌진 양성과정 강사 (2006)
▲ 사)한국비서협회 보좌진 교육과정 강사 (2012∼2015)
▲ 국회 의정연수원 보좌진 직무교육 강사 (2012~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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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