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완구 한밤중 자진사퇴 진짜 이유

"핵심 측근들 잡도리 조짐에 백기 들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이완구 국무총리가 자진사퇴를 결심한 것은 지난 20일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 총리는 전날까지도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기 때문에 자신이 국정을 챙겨야 한다며 자진사퇴설을 일축했었다. 이 총리는 왜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일까? 또 하필 한밤중 자진사퇴를 발표하게 된 것일까? 이 총리가 자진사퇴한 진짜 이유를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추적해봤다.

야당의 거센 사퇴 압박에도 꿈쩍하지 않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밤 깜짝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취임 63일 만의 일이다. 이전에도 총리후보자나 현직 총리들이 각종 사건에 휩싸여 자진사퇴를 한 적은 있었지만 이 총리의 사례처럼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전격적으로 사퇴 발표를 한 적은 없었다.

결백하다더니
물러난 이유?

이 총리는 불과 하루 전만 하더라도 자신이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결백을 주장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기 때문에 자신이 국정을 챙겨야 한다며 자진사퇴 요구를 일축했었다. 그랬던 그가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데에는 뭔가 숨겨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요시사>는 이와 관련한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익명을 요구한 ‘완사모(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한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 주장을 들을 수 있었다. 최측근의 구속이 이 총리가 자진사퇴를 결심하는 결정타가 됐다는 주장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 총리는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자신 때문에 주변사람이 고통 받는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며 “완사모 자문임원단 A회장이 최근 구속된 것에 대해 이 총리가 굉장히 마음 아파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목숨 걸겠다더니 물러난 60일 총리
범야권 해임건의안 압박 통했나?

검찰은 지난 16일 충남 아산 소재 시내버스업체 대표인 A회장을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해 이미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나 지난 시점인 지난 9일 해당 업체를 압수 수색하고 며칠 후 A회장을 전격 구속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9일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한 날이다. 검찰은 A회장을 뒤늦게 구속한 이유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었다면 1년이나 사건을 방치하다 뒤늦게 A회장을 구속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A회장은 이 총리가 다른 일정이 있을 때 이 총리를 대신해 행사장에서 축사를 할 정도로 이 총리와 친분이 두터웠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해당 정치인을 대신해 축사를 하는 경우는 보통 부인이나 보좌관 등인데, 팬카페 자문위 회장이 축사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총리와 A회장이 각별한 사이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변 수사
총리 압박

실제로 A회장은 구속되기 전 굉장히 억울해 했고 자신에 대한 수사가 갑작스럽게 시작된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고 한다. A회장은 횡령 혐의에 대해 자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일부 직원이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코앞으로 다가온 재보선 판세가 점점 불리해지고 있음에도 이 총리가 자진사퇴를 거부하자 이 총리를 압박하기 위해 A회장을 비롯한 이 총리 주변인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자신의 측근들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조짐을 보이자 이들이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이 총리가 결국 백기 투항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요시사>는 이에 대한 이 총리 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으나 이 총리 측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 총리의 사퇴 이유로 이외에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있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지금까지 내놓은 해명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이 총리가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이 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특별한 개인적 관계는 없다고 주장했으나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는 이 총리와 2013년 8월부터 23차례 만난 흔적이 남아 있었고, 최근 1년간 200차례가 넘는 통화기록도 나왔다.
 

그러나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 아니냐”며 “역대 정치자금 수사를 보면 돈을 줬다는 사람이 직접 법정에 나가 진술을 해도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가 수두룩했다. 고작 지금까지 나온 보도들 때문에 이 총리가 사퇴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모두 정황 증거들뿐인데 아직까지 총리가 사퇴를 결심할 만한 결정적 한방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해임건의안 제출 압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총리가 자진사퇴하기 전 새정치연합은 22일 총리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24일 본회의를 열어 해임건의안을 표결에 부치겠다며 이 총리와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해임건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인 148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새정치연합(129명)과 정의당(5명) 의석을 모두 합해도 134명이기 때문에 야당 단독 통과는 불가능한 상황.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이 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의원들이 급속히 늘고 있었기 때문에 여권 내에서도 “해임건의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물론 해임건의안은 말 그대로 건의안일 뿐이다. 강제성은 없다. 대통령이 거부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여야 합의로 표결에 의해서 올라온 건의안을 대통령이 반대하는 것은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총리 해임건의안은 지금까지 몇차례 발의된 적은 있었지만 통과된 적은 없었다. 만약 건의안이 통과된다면 이 총리는 사상최초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총리라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을 야당과 함께 통과시키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고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는 것도 여론의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이 총리의 사퇴에는 해임건의안 표결까지 가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지적이다.

자진사퇴 선언 당시 불과 8일 앞으로 다가왔던 4월 재보선도 이 총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희생양?
판세 흔들흔들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야권의 분열로 새누리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던 판세는 성완종 파문이 불거진 이후 급격하게 요동쳤다. 최악의 경우에는 새누리당의 전패 가능성도 점쳐졌다. 특히 이 총리와 관련한 보도가 줄을 이으면서 새누리당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새누리당이 재보선에서 참패할 경우 자칫 이 총리를 임명한 박 대통령에게까지 책임론이 번질 수 있는 상황.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27일 귀국하는데 이틀 뒤 재보선이 치러진다. 재보선까지 이완구 얘기만 언론에서 나오면 선거를 망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에서도 이 부분을 대통령에게 어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 총리의 사퇴로 보수층의 표결집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재보선 때의 ‘문창극 효과’의 재현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문창극 총리후보자는 역사관 문제로 여론이 악화돼 7월 재보선을 한달여 앞두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런데 당시 문 후보자의 사퇴는 오히려 보수 및 여권 지지층의 역결집을 불러왔다. 지난해 7월 재보선은 세월호참사의 여파와 문창극 사태로 새누리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막상 선거를 치러보니 새누리당은 당시 선거에서 오히려 11대4로 대승을 거뒀다.

총리 사퇴 압박하려 주변 털었다?
거짓말 입증할 결정적 증거 포착설

이 총리를 사퇴시키면서 박 대통령이 이번 일과 선긋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리가 자진사퇴한 만큼 새누리당이 재보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그 책임은 박 대통령보다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 귀국 전 사퇴 불가피론’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김무성 대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22일 “조간신문을 보니 이완구 총리 결단을 당에서 (청와대에) 전화했다고 하는 엉터리 기사들이 나오는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대표는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은 참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어려운 결정일 텐데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게 숙명임을 아는 만큼 민의를 수용한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뜻?
복귀 가능성은?


이 총리가 자진사퇴를 선택한 배경에 개혁 좌초를 우려한 박 대통령의 뜻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3년 차 과제로 제시한 4대 부문 개혁을 올해 안에 반드시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정혼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총리의 사퇴를 미루다 여론의 악화로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하기라도 한다면 국정 주도권을 야당에 뺏길 수 있어 자칫 남은 임기 동안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이 총리의 사의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이 이 총리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아직 확인된 사실은 없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완사모는 어떤 모임?   
이완구의 든든한 친위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완사모(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이완구 총리의 개인 팬클럽이다. 완사모에는 현재 약 1만5000명에 달하는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충남에 가장 회원이 많고 서울, 경기, 인천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등 해외에도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완사모가 유명세를 탄 것은 이완구 총리의 충남도지사 시절이다. 이 총리가 당시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도지사를 사퇴하겠다고 선언하자 완사모 회원들은 연일 충남도청에서 사퇴 반대 시위를 열었다. 이번에 구속 된 완사모 자문임원단 A회장은 수년 전부터 완사모 자문임원단이 주최하는 ‘송년의 밤’ 행사를 주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