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완구 한밤중 자진사퇴 진짜 이유

"핵심 측근들 잡도리 조짐에 백기 들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이완구 국무총리가 자진사퇴를 결심한 것은 지난 20일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 총리는 전날까지도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기 때문에 자신이 국정을 챙겨야 한다며 자진사퇴설을 일축했었다. 이 총리는 왜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일까? 또 하필 한밤중 자진사퇴를 발표하게 된 것일까? 이 총리가 자진사퇴한 진짜 이유를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추적해봤다.

야당의 거센 사퇴 압박에도 꿈쩍하지 않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밤 깜짝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취임 63일 만의 일이다. 이전에도 총리후보자나 현직 총리들이 각종 사건에 휩싸여 자진사퇴를 한 적은 있었지만 이 총리의 사례처럼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전격적으로 사퇴 발표를 한 적은 없었다.

결백하다더니
물러난 이유?

이 총리는 불과 하루 전만 하더라도 자신이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결백을 주장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기 때문에 자신이 국정을 챙겨야 한다며 자진사퇴 요구를 일축했었다. 그랬던 그가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데에는 뭔가 숨겨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요시사>는 이와 관련한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익명을 요구한 ‘완사모(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한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 주장을 들을 수 있었다. 최측근의 구속이 이 총리가 자진사퇴를 결심하는 결정타가 됐다는 주장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 총리는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자신 때문에 주변사람이 고통 받는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며 “완사모 자문임원단 A회장이 최근 구속된 것에 대해 이 총리가 굉장히 마음 아파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목숨 걸겠다더니 물러난 60일 총리
범야권 해임건의안 압박 통했나?

검찰은 지난 16일 충남 아산 소재 시내버스업체 대표인 A회장을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해 이미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나 지난 시점인 지난 9일 해당 업체를 압수 수색하고 며칠 후 A회장을 전격 구속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9일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한 날이다. 검찰은 A회장을 뒤늦게 구속한 이유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었다면 1년이나 사건을 방치하다 뒤늦게 A회장을 구속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A회장은 이 총리가 다른 일정이 있을 때 이 총리를 대신해 행사장에서 축사를 할 정도로 이 총리와 친분이 두터웠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해당 정치인을 대신해 축사를 하는 경우는 보통 부인이나 보좌관 등인데, 팬카페 자문위 회장이 축사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총리와 A회장이 각별한 사이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변 수사
총리 압박

실제로 A회장은 구속되기 전 굉장히 억울해 했고 자신에 대한 수사가 갑작스럽게 시작된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고 한다. A회장은 횡령 혐의에 대해 자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일부 직원이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코앞으로 다가온 재보선 판세가 점점 불리해지고 있음에도 이 총리가 자진사퇴를 거부하자 이 총리를 압박하기 위해 A회장을 비롯한 이 총리 주변인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자신의 측근들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조짐을 보이자 이들이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이 총리가 결국 백기 투항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요시사>는 이에 대한 이 총리 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으나 이 총리 측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 총리의 사퇴 이유로 이외에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있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지금까지 내놓은 해명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이 총리가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이 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특별한 개인적 관계는 없다고 주장했으나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는 이 총리와 2013년 8월부터 23차례 만난 흔적이 남아 있었고, 최근 1년간 200차례가 넘는 통화기록도 나왔다.
 

그러나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 아니냐”며 “역대 정치자금 수사를 보면 돈을 줬다는 사람이 직접 법정에 나가 진술을 해도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가 수두룩했다. 고작 지금까지 나온 보도들 때문에 이 총리가 사퇴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모두 정황 증거들뿐인데 아직까지 총리가 사퇴를 결심할 만한 결정적 한방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해임건의안 제출 압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총리가 자진사퇴하기 전 새정치연합은 22일 총리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24일 본회의를 열어 해임건의안을 표결에 부치겠다며 이 총리와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해임건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인 148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새정치연합(129명)과 정의당(5명) 의석을 모두 합해도 134명이기 때문에 야당 단독 통과는 불가능한 상황.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이 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의원들이 급속히 늘고 있었기 때문에 여권 내에서도 “해임건의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물론 해임건의안은 말 그대로 건의안일 뿐이다. 강제성은 없다. 대통령이 거부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여야 합의로 표결에 의해서 올라온 건의안을 대통령이 반대하는 것은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총리 해임건의안은 지금까지 몇차례 발의된 적은 있었지만 통과된 적은 없었다. 만약 건의안이 통과된다면 이 총리는 사상최초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총리라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을 야당과 함께 통과시키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고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는 것도 여론의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이 총리의 사퇴에는 해임건의안 표결까지 가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지적이다.

자진사퇴 선언 당시 불과 8일 앞으로 다가왔던 4월 재보선도 이 총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희생양?
판세 흔들흔들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야권의 분열로 새누리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던 판세는 성완종 파문이 불거진 이후 급격하게 요동쳤다. 최악의 경우에는 새누리당의 전패 가능성도 점쳐졌다. 특히 이 총리와 관련한 보도가 줄을 이으면서 새누리당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새누리당이 재보선에서 참패할 경우 자칫 이 총리를 임명한 박 대통령에게까지 책임론이 번질 수 있는 상황.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27일 귀국하는데 이틀 뒤 재보선이 치러진다. 재보선까지 이완구 얘기만 언론에서 나오면 선거를 망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에서도 이 부분을 대통령에게 어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 총리의 사퇴로 보수층의 표결집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재보선 때의 ‘문창극 효과’의 재현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문창극 총리후보자는 역사관 문제로 여론이 악화돼 7월 재보선을 한달여 앞두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런데 당시 문 후보자의 사퇴는 오히려 보수 및 여권 지지층의 역결집을 불러왔다. 지난해 7월 재보선은 세월호참사의 여파와 문창극 사태로 새누리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막상 선거를 치러보니 새누리당은 당시 선거에서 오히려 11대4로 대승을 거뒀다.

총리 사퇴 압박하려 주변 털었다?
거짓말 입증할 결정적 증거 포착설

이 총리를 사퇴시키면서 박 대통령이 이번 일과 선긋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리가 자진사퇴한 만큼 새누리당이 재보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그 책임은 박 대통령보다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 귀국 전 사퇴 불가피론’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김무성 대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22일 “조간신문을 보니 이완구 총리 결단을 당에서 (청와대에) 전화했다고 하는 엉터리 기사들이 나오는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대표는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은 참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어려운 결정일 텐데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게 숙명임을 아는 만큼 민의를 수용한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뜻?
복귀 가능성은?


이 총리가 자진사퇴를 선택한 배경에 개혁 좌초를 우려한 박 대통령의 뜻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3년 차 과제로 제시한 4대 부문 개혁을 올해 안에 반드시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정혼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총리의 사퇴를 미루다 여론의 악화로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하기라도 한다면 국정 주도권을 야당에 뺏길 수 있어 자칫 남은 임기 동안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이 총리의 사의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이 이 총리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아직 확인된 사실은 없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완사모는 어떤 모임?   
이완구의 든든한 친위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완사모(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이완구 총리의 개인 팬클럽이다. 완사모에는 현재 약 1만5000명에 달하는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충남에 가장 회원이 많고 서울, 경기, 인천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등 해외에도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완사모가 유명세를 탄 것은 이완구 총리의 충남도지사 시절이다. 이 총리가 당시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도지사를 사퇴하겠다고 선언하자 완사모 회원들은 연일 충남도청에서 사퇴 반대 시위를 열었다. 이번에 구속 된 완사모 자문임원단 A회장은 수년 전부터 완사모 자문임원단이 주최하는 ‘송년의 밤’ 행사를 주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