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문재인-박지원 '이면합의설' 막전막후

불안한 '오월동주' 승리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지난 7일 문재인 대표의 4·29재보선 지원요청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박 의원은 지원요청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선당후사를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차기 총선 공천권 등을 두고 일종의 이면합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과연 ‘오월동주(吳越同舟)’를 선택한 두 사람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이 지난 7일 4·29재보선에서 문재인 대표를 돕기로 했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재보선과 관련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는 당초 당 지도부의 재보선 지원요청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동교동계의 한 전직 의원은 “동교동계가 용병도 아니고 선거 때만 되면 불려나갔다가 선거가 끝나면 찬밥 신세”라며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친노(친노무현)계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당후사?
지분 챙기기?

그런 동교동계가 갑자기 문 대표를 돕겠다고 나선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박 의원은 선당후사 정신이라고 설명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정치권에선 이미 문 대표와 박 의원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동교동계의 핵심인사인 권노갑 상임고문은 난데없이 주류와 비주류간 6대4 지분론을 주장해 더욱 논란을 키웠다.

권 고문은 동교동계가 재보선 지원을 결정한 날 불쑥 “당 운영은 반드시 주류와 비주류가 있기 마련”이라며 “그동안 정당정치 관행은 주류 60%, 비주류 40%를 배합했다. 그 정신을 문 대표도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지원 결정, 선당후사라더니
사실상 6대4 지분 요구?


논란이 커지자 박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권 고문에게 (발언 진위를) 물었더니 권 고문이 전대 과정에서 문 대표에게 한 이야기라고 하더라. 누가 대표가 되든 주류·비주류를 구분하지 말고 협력하자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합의라고 할 게 있느냐. 서로 오해를 푼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박 의원은 재보선 지원을 결정하기 전인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문 대표와 비공개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의 회동은 오후 6시40분부터 8시20분까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배석자도 없었다. 그야말로 두 사람만의 비밀회동이었다. 이날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그간의 오해가 다 풀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회동 이틀 후 박 의원은 재보선 지원을 선언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당후사라고 말하지만 어제까지 강경하게 반대하던 동교동계 인물들이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꾼 것은 아무래도 수상하다”면서 “박 의원이 문 대표와의 회동에서 동교동계를 설득할 만한 무언가를 분명히 얻어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새정치연합과 경쟁하고 있는 국민모임은 “동교동계가 호남을 볼모로 지분 확대에 나선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몸값 높아진 박
또 당한 문?

문 대표와 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경선룰 논란 등을 겪으며 사이가 멀어졌다. 오죽 억울했으면 박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미 10년이 지난 대북송금특검까지 들먹이며 문 대표를 신랄하게 공격했다. 그런 두 사람이 이번 재보선에서 다시 손을 잡은 것을 단순히 선당후사 정신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분명히 숨겨진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문 대표의 경우에는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취임 후 첫 재보선부터 전패 위기에 내몰렸다. 문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가장 강조했던 것이 ‘이길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재보선에서 전패한다면 문 대표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전임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해 7월 재보선 참패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당선된다 해도 남은 임기가 채 1년이 안되고, 고작 4석이 걸려 있는 미니 선거지만 문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 대표로서는 박 의원과 동교동계에 다소 지분을 양보하더라도 그들의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광주 서구을은 물론이고 서울 관악을과 성남 중원이 모두 호남 출신 주민들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호남의 지지를 얻지 않고서는 도저히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동영 전 의원과 천정배 전 의원이 각각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구을에 출마하면서 문 대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두 사람이 이번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았더라면 문 대표는 동교동계가 선거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분합의설이 나돌 정도로 문 대표가 동교동계에 바짝 엎드려 선거 지원을 요청한 것은 결국 그 두 사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표에게 호남은 아킬레스건이다. 호남만 가지고도 선거에 승리할 수 없지만 호남을 빼고도 승리할 수 없는 것이 새정치연합이다. 하지만 호남에선 친노계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열린우리당 창당에 따른 민주당의 분당과 노무현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등은 호남인들에겐 아직까지도 아물지 않은 상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친노 지도부가 이끄는 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매번 패배하면서 민심이반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호남 출신의 정동영 후보와 천정배 후보 모두 이런 호남 민심의 변화를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표로서는 동교동계에 지원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지분합의설 논란 등으로 큰 상처를 입더라도 당장 재보선의 승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과거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사례를 볼 때 이번 재보선에서 패하고 나면 다음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또 문 대표로서는 이번 재보선에서 패하더라도 동교동계를 비롯한 비노계와 공동책임을 지게 돼 책임론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내년 총선 공천은 대부분 전략공천 없이 당내 경선을 통해 뽑기로 했는데 문 대표가 지분을 챙겨주고 말 것이 어디에 있겠느냐”며 “회의 때마다 문 대표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계산하지 말자’라는 말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박 의원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패했지만 요즘 몸값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에게 패한 이후 정치뉴스에서 사라지다시피한 서청원 의원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일단 박 의원은 전면에 나서 문 의원을 돕기로 하면서 명실상부 동교동계의 좌장자리를 꿰차게 됐다.


지분 합의설
이면합의 있었나?

지난 1990년 미국에서 귀국해 뒤늦게 동교동계에 합류한 박 의원은 그동안 동교동계 사이에서 정통 동교동계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최근 동교동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동교동계는 동교동계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인 박 의원을 통해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박 의원이 문 대표와 동교동계 사이에서 이른바 ‘밀당’을 하면서 가장 큰 정치적 이득을 챙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전문가는 “동교동계의 지지를 얻었다고 해서 호남의 민심이 얼마나 변할지는 미지수인데 문 대표가 동교동계의 지지를 얻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내준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문 대표가 사실상 박 의원의 몸값 높이기 전략에 휘말린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재보선 지면 대권도 끝
박지원 몸값만 높아졌다


박 의원으로서는 당초 선거 지원을 끝까지 거부할 명분도 부족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취임 후 탕평인사를 위해 나름 신경을 쓴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호남을 소외시켰다는 억지 주장으로 끝까지 선거지원을 거부했다면 선거가 끝난 후 박 의원과 동교동계는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재보선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문 대표를 돕는 편이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유리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런데 일각에선 박 의원이 문 대표를 성심성의껏 돕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실제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던 김희철 전 의원은 박지원계로 분류되는데 당내 경선에서 친노계로 분류되는 정태호 후보에게 패한 후 경선과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정 후보를 돕지 않고 있다.

호남조직을 가지고 있는 김 전 의원이 정 후보를 지원한다면 선거판세는 단숨에 변할 수 있지만 김 전 의원이 움직여주지 않으면서 새정치연합 전체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김 전 의원 쪽에 있던 자원봉사자 중 상당수가 관악을에 출마한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 캠프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교동계의 이중플레이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필하며 관악지역에서 조직책으로 활동한 정통 동교동계 인사로 꼽힌다.

동교동계 부활?
친노의 갈팡질팡

게다가 박 의원이 문 대표를 도왔는데도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이 재보선에서 전패한다면 차기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친노 불가론’이 힘을 얻게 된다. 박 의원과 동교동계에게는 오히려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다. 또 권 고문이 이희호 여사의 ‘단결하라’라는 발언을 언급한 것을 두고 박 의원이 불편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의원의 진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은 이 여사의 말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경우 향후 동교동계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것 같다”며 “사실상 선거과정에서도 친노가 제대로 대접을 해주지 않으면 언제든지 발을 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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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