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문재인-박지원 '이면합의설' 막전막후

불안한 '오월동주' 승리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지난 7일 문재인 대표의 4·29재보선 지원요청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박 의원은 지원요청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선당후사를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차기 총선 공천권 등을 두고 일종의 이면합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과연 ‘오월동주(吳越同舟)’를 선택한 두 사람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이 지난 7일 4·29재보선에서 문재인 대표를 돕기로 했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재보선과 관련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는 당초 당 지도부의 재보선 지원요청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동교동계의 한 전직 의원은 “동교동계가 용병도 아니고 선거 때만 되면 불려나갔다가 선거가 끝나면 찬밥 신세”라며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친노(친노무현)계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당후사?
지분 챙기기?

그런 동교동계가 갑자기 문 대표를 돕겠다고 나선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박 의원은 선당후사 정신이라고 설명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정치권에선 이미 문 대표와 박 의원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동교동계의 핵심인사인 권노갑 상임고문은 난데없이 주류와 비주류간 6대4 지분론을 주장해 더욱 논란을 키웠다.

권 고문은 동교동계가 재보선 지원을 결정한 날 불쑥 “당 운영은 반드시 주류와 비주류가 있기 마련”이라며 “그동안 정당정치 관행은 주류 60%, 비주류 40%를 배합했다. 그 정신을 문 대표도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지원 결정, 선당후사라더니
사실상 6대4 지분 요구?


논란이 커지자 박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권 고문에게 (발언 진위를) 물었더니 권 고문이 전대 과정에서 문 대표에게 한 이야기라고 하더라. 누가 대표가 되든 주류·비주류를 구분하지 말고 협력하자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합의라고 할 게 있느냐. 서로 오해를 푼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박 의원은 재보선 지원을 결정하기 전인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문 대표와 비공개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의 회동은 오후 6시40분부터 8시20분까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배석자도 없었다. 그야말로 두 사람만의 비밀회동이었다. 이날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그간의 오해가 다 풀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회동 이틀 후 박 의원은 재보선 지원을 선언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당후사라고 말하지만 어제까지 강경하게 반대하던 동교동계 인물들이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꾼 것은 아무래도 수상하다”면서 “박 의원이 문 대표와의 회동에서 동교동계를 설득할 만한 무언가를 분명히 얻어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새정치연합과 경쟁하고 있는 국민모임은 “동교동계가 호남을 볼모로 지분 확대에 나선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몸값 높아진 박
또 당한 문?

문 대표와 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경선룰 논란 등을 겪으며 사이가 멀어졌다. 오죽 억울했으면 박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미 10년이 지난 대북송금특검까지 들먹이며 문 대표를 신랄하게 공격했다. 그런 두 사람이 이번 재보선에서 다시 손을 잡은 것을 단순히 선당후사 정신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분명히 숨겨진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문 대표의 경우에는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취임 후 첫 재보선부터 전패 위기에 내몰렸다. 문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가장 강조했던 것이 ‘이길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재보선에서 전패한다면 문 대표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전임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해 7월 재보선 참패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당선된다 해도 남은 임기가 채 1년이 안되고, 고작 4석이 걸려 있는 미니 선거지만 문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 대표로서는 박 의원과 동교동계에 다소 지분을 양보하더라도 그들의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광주 서구을은 물론이고 서울 관악을과 성남 중원이 모두 호남 출신 주민들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호남의 지지를 얻지 않고서는 도저히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동영 전 의원과 천정배 전 의원이 각각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구을에 출마하면서 문 대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두 사람이 이번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았더라면 문 대표는 동교동계가 선거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분합의설이 나돌 정도로 문 대표가 동교동계에 바짝 엎드려 선거 지원을 요청한 것은 결국 그 두 사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표에게 호남은 아킬레스건이다. 호남만 가지고도 선거에 승리할 수 없지만 호남을 빼고도 승리할 수 없는 것이 새정치연합이다. 하지만 호남에선 친노계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열린우리당 창당에 따른 민주당의 분당과 노무현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등은 호남인들에겐 아직까지도 아물지 않은 상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친노 지도부가 이끄는 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매번 패배하면서 민심이반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호남 출신의 정동영 후보와 천정배 후보 모두 이런 호남 민심의 변화를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표로서는 동교동계에 지원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지분합의설 논란 등으로 큰 상처를 입더라도 당장 재보선의 승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과거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사례를 볼 때 이번 재보선에서 패하고 나면 다음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또 문 대표로서는 이번 재보선에서 패하더라도 동교동계를 비롯한 비노계와 공동책임을 지게 돼 책임론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내년 총선 공천은 대부분 전략공천 없이 당내 경선을 통해 뽑기로 했는데 문 대표가 지분을 챙겨주고 말 것이 어디에 있겠느냐”며 “회의 때마다 문 대표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계산하지 말자’라는 말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박 의원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패했지만 요즘 몸값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에게 패한 이후 정치뉴스에서 사라지다시피한 서청원 의원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일단 박 의원은 전면에 나서 문 의원을 돕기로 하면서 명실상부 동교동계의 좌장자리를 꿰차게 됐다.


지분 합의설
이면합의 있었나?

지난 1990년 미국에서 귀국해 뒤늦게 동교동계에 합류한 박 의원은 그동안 동교동계 사이에서 정통 동교동계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최근 동교동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동교동계는 동교동계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인 박 의원을 통해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박 의원이 문 대표와 동교동계 사이에서 이른바 ‘밀당’을 하면서 가장 큰 정치적 이득을 챙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전문가는 “동교동계의 지지를 얻었다고 해서 호남의 민심이 얼마나 변할지는 미지수인데 문 대표가 동교동계의 지지를 얻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내준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문 대표가 사실상 박 의원의 몸값 높이기 전략에 휘말린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재보선 지면 대권도 끝
박지원 몸값만 높아졌다


박 의원으로서는 당초 선거 지원을 끝까지 거부할 명분도 부족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취임 후 탕평인사를 위해 나름 신경을 쓴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호남을 소외시켰다는 억지 주장으로 끝까지 선거지원을 거부했다면 선거가 끝난 후 박 의원과 동교동계는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재보선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문 대표를 돕는 편이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유리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런데 일각에선 박 의원이 문 대표를 성심성의껏 돕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실제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던 김희철 전 의원은 박지원계로 분류되는데 당내 경선에서 친노계로 분류되는 정태호 후보에게 패한 후 경선과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정 후보를 돕지 않고 있다.

호남조직을 가지고 있는 김 전 의원이 정 후보를 지원한다면 선거판세는 단숨에 변할 수 있지만 김 전 의원이 움직여주지 않으면서 새정치연합 전체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김 전 의원 쪽에 있던 자원봉사자 중 상당수가 관악을에 출마한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 캠프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교동계의 이중플레이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필하며 관악지역에서 조직책으로 활동한 정통 동교동계 인사로 꼽힌다.

동교동계 부활?
친노의 갈팡질팡

게다가 박 의원이 문 대표를 도왔는데도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이 재보선에서 전패한다면 차기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친노 불가론’이 힘을 얻게 된다. 박 의원과 동교동계에게는 오히려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다. 또 권 고문이 이희호 여사의 ‘단결하라’라는 발언을 언급한 것을 두고 박 의원이 불편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의원의 진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은 이 여사의 말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경우 향후 동교동계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것 같다”며 “사실상 선거과정에서도 친노가 제대로 대접을 해주지 않으면 언제든지 발을 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