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만 2번' 성완종 인맥창고 충청포럼 해부

친노? 친이? 친박? 권력 좇아 오락가락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검찰의 대대적인 사정 칼날이 경남기업을 겨누면서 성완종 전 회장의 ‘충청포럼’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성 전 회장이 노무현정부에서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또 이명박정부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충청포럼을 통한 인맥관리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충청포럼은 어떤 단체일까? <일요시사>가 성 전 회장의 충청포럼을 해부해봤다.

검찰의 대대적인 사정 칼날이 경남기업을 향하고 있다.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은 이명박정부에서 해외 자원개발 명목으로 무려 460억원을 대출받아 이중 일부를 빼돌리고, 10여개의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비자금 수백억원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좀비 기업
각종 특혜

성 전 회장의 경남기업은 지난 1999년부터 3번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과정을 거쳤지만 번번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 명단에서 제외돼 ‘좀비 기업’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그동안 각종 특혜를 누려왔다. 
특히 이명박정부 때 진행된 2차례 워크아웃 심사과정에선 다른 부실 건설사들은 대부분 법정관리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경남기업만큼은 채권단이 회생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지원을 결정해 당시 정·재계 인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채권단은 추가지원을 결정하면서도 이례적으로 경남기업의 내부 구조조정을 요구하지 않았다.

성 전 회장은 노무현정부 인사들과도 친분이 깊었다. 성 전 회장은 노무현정부에서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은 이력이 있다. 성 전 회장은 2004년 자유민주연합에 불법 정치자금 16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해인 2005년 5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집행유예 잔형이 면제된다.

충청포럼 못 들면 왕따?
충청권서 상당한 영향력


성 전 회장은 특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행담도 개발 비리에 연루돼 다시 기소된다. 당시 이 사건에는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 노무현정부 인사들이 대거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성 전 회장은 2007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또 다시 특별사면을 받았다.

경남기업이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건설업 침체 등 온갖 악재 속에서도 그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성 전 회장이 정권을 넘나들며 탄탄한 인맥을 구축해놓은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960년대 시공순위 30위권 안에 들었던 건설회사 중에 아직까지 30위권에 남아있는 업체는 경남기업을 포함해 단 3곳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남기업은 위기를 겪을 때마다 경제적 논리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특혜를 받으며 고비를 넘겨왔다. 최근에는 한 언론보도를 통해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이자 당시 정권의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이 직접 신한금융지주 고위관계자에게 연락해 경남기업을 워크아웃 대상에서 빼달라는 청탁을 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정권 실세와 연결
직접 청탁까지

이처럼 성 전 회장의 화려한 인맥이 화제가 되면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충청포럼’이다. 정치권에선 성 전 회장이 여야와 정권을 넘나들며 탄탄한 인맥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충청포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은 지난 2000년 충청도 출신 정·관계 인사와 언론인들로 구성된 충청포럼을 창립했다. 이후 충청포럼은 전국에 10개 지부와 100여개의 지회를 갖추고 있는 거대조직으로 발전했다. 현재 회원 수만 3500명에 달한다.

성 전 회장은 충청포럼을 통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상당한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은 실로 화려하다. 특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충청포럼 창립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가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충청포럼 관련 행사에는 빠지지 않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성 전 회장은 지난해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이 주장한 ‘반기문 야당 대선후보 출마 타진설’의 주인공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반 총장의 친동생인 반기상씨는 경남기업 상임고문으로 벌써 횟수로 7년째 재직 중이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항마로 거론되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역시 충청포럼의 골수멤버다.

한때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충청포럼 회원이다. 충청포럼에서 활동하고 있는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은 성 전 회장이 대법원으로부터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자 “충청포럼이 ‘대한민국포럼’이었으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충청권이 그동안 영·호남 패권주의 하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바람에 충청권 인사인 성 전 회장이 정치적 피해를 입은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현재 충청포럼에는 새누리당 홍문표, 이명수 의원, 고흥길 전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 등이 참여하고 있고, 야당 인사로는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과 권선택 대전 광역시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충청포럼에는 각 부처 차관급 이상 인사만 1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오죽하면 충청권에서는 “충청권 출신 유력인사 중 왕따가 아닌 이상 충청포럼과 직간접으로 인연이 없는 인사는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때문에 성 전 회장은 그동안 충청포럼이 자신의 사조직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상당히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성 전 회장은 충청포럼이 정치적 사조직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몇 년 전에는 중앙사무실을 아예 없애버리고 각 지부별로 모임이 운영될 수 있도록 운영방식을 변경하기도 했다. 또 성 전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충청포럼이 장학사업을 비롯해 문화사업에 힘을 쏟는 비정치적 모임이라는 사실을 알리려 힘을 쏟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청포럼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거둬지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충청권 출신인 서청원 의원의 경우 경남기업 윤승모 전 부사장을 참모로 두고 있고, 역시 충청권 출신 인사인 이완구 국무총리는 총리 취임 과정이나 과거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등에서 성 전 회장과 충청포럼으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이 총리의 사정선언 이후 첫 번째 대상이 경남기업이 되자 정치권에서는 ‘권력의 바람막이에 기대 사업을 하던 성 전 회장이 결국 역풍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무엇보다 충청 출신 언론인들이 충청 포럼을 통해 충청 출신 정치인들과 친분을 쌓아가면서 그들만의 카르텔(※동일 업종의 기업들이 이윤의 증대를 노리고 자유경쟁을 피하기 위한 협정을 맺는 것)을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충청 카르텔
충청 대망론

성 전 회장은 충청포럼을 만든 이유에 대해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 중 재향인, 출향인을 포함해 충청도인은 1000만명 정도나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충청도 사람들은 개인기량은 뛰어난데 결속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포럼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충청포럼은 1년에 3~4회 정도 정기포럼을 개최하는데 주제는 다양하다. 충청포럼은 종종 외국 원수나 해외 유명한 석학을 초청해 특별강연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JP부터 박근혜정부까지
정권 바뀌어도 승승장구


또 성 전 회장은 충청포럼 이전에 300억을 출자해 ‘서산장학재단’을 만들어 매년 초중고 학생들에게 20억원이 넘는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쌓은 인맥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서산장학재단이 지금까지 장학금을 지급한 학생 수는 2만명이 넘고 매년 개최하는 가을 음악회에는 5000여명이 넘게 참석한다.

일각에선 충청포럼이 물밑에서 충청권 출신 대통령 만들기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충청권 인사들은 충청권의 인구가 이미 호남을 추월한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충청권 출신 대통령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심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 충남 아산 출신의 윤보선 대통령이 있지만 4·19혁명으로 이승만의 자유당정권이 붕괴된 이후 내각책임제하에서 선출됐고 재임기간도 2년이 채 안됐다.) 실제로 충청권 출신으로 유력 대권주자로 분류됐던 인물들은 과거 모두 직간접적으로 충청포럼과 관계를 맺었었다.

승승장구는 잠시
역풍 맞았다

성 전 회장이 노무현정부를 거쳐 이명박정부에서도 정권 핵심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충청포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지금까지는 성 전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당선자 인수위에 참여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상득 전 의원,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 등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충청권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어느 날 갑자기 인수위에 들어간 것 같지만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이 알게 모르게 이명박 후보를 적극 도왔다”며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면서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한 전력이 있었고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회창 후보가 출마해 충청권 민심 잡기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은 성 전 회장을 통해 충청권 민심을 되돌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성 전 회장은 충청포럼이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사조직이 아니라고 하지만 (충청포럼이) 충청권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며 “충청권에서 출마를 준비하거나 대권을 준비하는 거물급 정치인들은 내심 성 전 회장과 친분을 맺기를 바랐다. 충청권 인구가 크게 늘고 각종 선거 때마다 충청권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면서 성 전 회장과 다리를 놓으려는 사람은 더 많아졌다”고 언급했다. 어찌됐든 충청포럼이 성 회장의 인맥을 넓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완종 전 회장은?
100만원으로 매출 2조 건설사 일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충남 서산시 해미면 홍천리에서 태어났으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무작정 상경해 신문배달, 약배달 등으로 모은 종자돈 100만원으로 매출 2조원의 대형 건설사를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30대 중반이었던 1985년에 대전·충남 시공능력순위 3위업체인 대아건설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건설업계에 뛰어든 그는 19년만인 지난 2004년 전국 규모의 건설사인 경남기업을 인수·합병했다. <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