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명 사망에 징역 5년’ 음주운전 벤츠 가해자 형량 논란

3명이나 죽였는데 5년만 살면 된다?

[일요시사 사회2팀] 박창민 기자 = 커뮤니티 <다음 아고라>에 고급 외제차를 몰고 음주운전을 한 가해자가 3명의 사망자를 냈음에도 징역 5년 형이 길다고 항소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해자는 이미 음주 전력도 있었다. 네티즌들은 애초에 징역 5년도 짧다는 지적과 음주운전에 관한 처벌 형량이 너무 관대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가해자 정모(31)씨는 면허 취소 기준을 넘긴 알콜 농도 0.196%로 벤츠 승용차를 몰고 원당역 고가도로를 달렸다. 정씨는 앞서가던 SM5 차량을 들이받고, 피해 차량은 사고 충격으로 중앙선을 넘어 반대 차로에서 마주 오던 올란도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총 8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죽은 사람만 억울
적반하장 항소까지

SM5에 타고 있던 1명 사망, 올란도에 타고 있던 2명 사망 등 5명이 부상을 당했다. 부상자 3명은 사고 피해 차량인 올란도 탑승자로 목, 척추, 다리 등 중상을 입었다. 나머지 부상자 2명은 가해 차량인 벤츠 탑승자와 그의 동승자로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12월 고양지방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가해자 정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정씨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사고 현장에서 중상을 입은 김모(34)씨는 먼저 가해자 측의 무성의에 울분을 토했다. “사고가 난 지 한달이 지나도 피해자 측에 전화 한통도 없었다. 너무 황당해 수사관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따지자 다음날 가해자 아버지가 왔다”며 “가해자 아버지는 자신이 의붓아버지라고 밝히고 말도 안 되는 자기 입장만 일관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해자 아버지가 “자신은 의붓아버지다. 하루 놀고 하루 일하고 있다. 고의로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 술 한잔 하고 그렇게 된 거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는 “왜 친어머니는 얼굴 한번 비치지 않고 의붓아버지만 왔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서 합의를 본 피해자는 SM5 차량을 운전했던 이모(36)씨를 제외하곤 없다. 올란도 차량에 탔던 피해자 5명의 유족들은 김씨를 제외하곤 가해자 측에서 단 한번도 찾아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고인 이모(31)씨의 동생은 “가해자 측에서 지금까지 딱 두 번 연락이 왔다”며. “한 번은 1차 공판이 끝나고 왔다. 유가족 중 먼저 합의하는 사람에게 3000만원을 주겠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원당역 고가도로서 앞서가던 SM5 충돌
알콜농도 0.196% 거의 만취상태로 운전

이어 “김씨에게 찾아가 ‘다른 집 모두 합의하도록 설득해 달라’고 말했다. 피해자 집집마다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조차 덜고자 하는 것 같아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또 “두 번째는 사고 100일 뒤에 문자가 한 통 왔다. 사망자의 명복과 부상자의 쾌유를 비는 마음으로 백일기도한 사진을 보냈는데, 정말 황당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피해자 측이 직접 찾아와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하는 게 자식 있는 사람의 도리가 아닌가’라는 입장이다. 특히 가해자의 항소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김씨는 “검사가 7년 형을 구형했는데, 법원은 5년 형 선고했다”며 “사람 3명을 죽였는데, 술 먹었다는 이유로 5년 형이 말이 됩니까”라고 격분했다. 이어 “재판 때는 감형을 받으려고, 우리한테는 한 장의 진심 어린 편지도 써주지 않았던 가해자가 재판관한테만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한민국 법은 정말 복수극을 불러일으키게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솜방망이 처벌
적정한 수위는?

사망자 3명은 모두 30대 초반이었으며, 김씨는 사망한 이씨와 결혼을 약속한 상태였다. 그는 “3월15일 오늘은 원래 내 결혼식이었다. 사람 인생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이게 법이라고 따라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때 병실에 있던 배선줄로 목을 매어 자살까지 시도하기도 했다.

가해자 의붓아버지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자식과 다르게 작은 설렁탕집을 운영하고 있다. 기자는 의붓아버지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피해자 유족을 지금까지 한 사람밖에 찾아가지 않은 것에 대해 의붓아버지는 “합의를 안 한다고 해서 안 갔다”며 “유족 측에서 나를 죽인다고 해서 살해 당할 것 같아서 못 갔다”고 답했다. 이어 “병원이 어디인지도 잘 모르겠고, 주위 사람들은 49일이 지나고 가는 게 맞다고 해서 늦게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해자의 친어머니는 어디 가셨으며, 그동안 왜 유족들을 찾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의붓아버지는 “아내까지 유족들 만나러 다녔다간 쌍초상이 난다. 심장이 좋지 않아 충격 받을까 봐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가해자 어머니는 절에서 100일 동안 불공을 드렸으며, 여전히 절에서 사망자의 명복과 피해자의 쾌유를 빌고 있다고 한다. 의붓아버지는 가해자 어머니가 불공드리는 모습을 항소심에서 재판 증거로 제출할 것이며, 공탁금 1억을 법원에 걸어 놨다고 전했다.

“100% 우리의 잘못이니깐 보험 회사에서도 최선의 금액을 주라고 했으며, 보상금 때문에 집도 팔아서 이제 아무것도 없다”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붓아버지는 “피해자 측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며, 뭘 해도 하나하나 다 서운할 것이다”고 수긍했다. 가해자 측은 형량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 판사들이 정한 것이지 우리가 논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형량? 많이 배운
판사 몫 아닌가”

현행법과 판례를 보면 이번 사건의 판결은 ‘극히 통상적’이라는 게 현실이다. 현행법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상)에 따르면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원동기포함)을 운전해 사람을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하였을 때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률가들은 쉽게 말해 살인죄도 참작할 동기가 있으면 기본적으로 4∼6년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물며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실수로 죽였는데 “어떻게 형량이 더 나올 수 있겠는가”라는 반응이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형량(처벌수위)을 여러 기준을 고려해 판단한다. 피해 정도뿐만 아니라 공탁 여부와 합의 여부 피해자가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실 등을 보고 판단한다. 피해자 수가 같은 사건에서도 형량이 달리 적용될 수 있다.

“무릎 꿇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한달 지나도 전화 한통이 없어”

판례를 본다면 2012년 대구고등법원은 음주운전으로 2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원심 징역 2년 판결을 파기하고, 가해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판결문 일부를 보면 “가해자가 벌금형 전과 외 다른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과 가로등 조명이 없어 어두웠던 만큼 피해자들을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거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피해자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참작하며 가해자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볌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해 원심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지난 3월12일 김씨는 이 사건을 <다음 아고라>에 ‘이슈 청원’을 했다. 19일까지 약 2200명 의 누리꾼이 서명했으며, 서명 목표 100%를 달성했다. 대부분 누리꾼은 “현행법이 음주운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사건의 가해자가 재범이며, 3명의 사망자를 냈음에도 ‘징역 5년 밖에 안 된다’는 게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최근 잇따른 음주운전 사건·사고로 피해예방을 위해 혈중알콜농도 0.05%에서 0.03%로 줄이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2년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해 음주로 인한 사망사고 건수가 2000년 1276건에서 2010년 287건으로 10년 만에 4분의 1로 감소했다.

“판결이 너무해”
네티즌 부글부글

경찰청 교통사고통계에 따르면 한국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00년 1만236명에서 2013년 5092명으로 절반 정도 감소했다. 그러나 음주사고 사망자 수는 2000년 1217명에서 2013년 727명으로 감소율이 미흡하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음주사고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11.9%였지만 2013년 14.3%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식사 시 반주 습관과 음주 빈도의 증가로 향후 사망자 비율이 더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속 인터뷰> ‘3명 사망에 징역 5년’ 김기윤 변호사에 물었더니…
“음주운전 사망, 피해자만 억울”

음주운전 사건의 피해자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청원서는 현재까지 2200명이 서명했다. 발의 5일 만에 2000명을 달성한 만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잇따른 음주운전 사건사고로 국민들은 음주운전 처벌기준을 강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기윤 중앙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만나 이번 사건을 진단해봤다.


▲음주운전 형량이 낮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지금까지 법원에서 유사한 사건을 선고한 판례에 비추어 볼 때, 특별히 형량에서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이 사건 판결에서 국민들 사이에 논란이 되는 이유는 형량이 국민의 법감정을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괴리인 것 같다. 아무리 음주운전으로 3명의 사망자를 냈다고 해도 무기징역을 선고한 예는 드물다. 가장 최근에 나온 판례들만 보더라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징역 1년에서 5년 사이 정도다.


▲개선해야 하지 않나?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 사법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국민의식 면에서 지금까지 음주에 무척 관대했다. 억울한 사람이 참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재판부가 이를 참작해 개선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또 막연히 판사한테 형량을 높이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판사는 기존의 판례와 양형위원회의 권고 사항에 따라 판결을 선고하기 때문이다. 양형위원회도 양형기준을 만들 때 최대한 국민의 의식을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국민 법감정이 사회에서 이슈가 되지 못하면 양형위원회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국민의 법감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 결국 국민이 음주운전 처벌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게 중요하다. 그건 언론이 보도하거나 <다음 아고라> 같은 곳에서 관심을 끌게 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적 관심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다음 아고라>같은 청원 서명이 효과는 있다. 하지만 당장 가해자의 형량을 높게 선고할 수는 없다. 재판부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중립적인 판결을 한다. 누구의 입장도 더 들어주거나 덜 들어주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관심이 중요하다. 결국 재판부는 국민들의 범죄에 대한 처벌의지와 형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공소시효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과 동일할지라도 오늘날에 적용되는 형량은 더 무거울 수 있다. 꾸준히 청원서나 기사를 양형위원회에 보내 양형위원회에서 참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활동들이 사회적 역할의 씨가 될 것이다.

▲그래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억울한데?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피해자만 억울하다. 또 가해자는 형량이 길다는 이유로 항소까지 해 분통이 터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 쌍방이 상소했기 때문에 형량은 더 올라갈 수 있다. 유족들은 가해자가 한번도 찾아오지 않는 것에 대해 황당하고 서운할 수 있다. 가해자 측은 나름 유족들을 뵐 면목이 없었을 것이다. 판사도 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재판부에서 피해자의 입장도 고려하면서, 가해자가 피해회복을 위하여 공탁금을 납부한 사실이 있는지, 진지한 반성이 있었는지, 합의를 위해 노력을 하였는지, 피해자의 유족들이 보험금을 수령하였는지 등을 재판부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여전히 법은 음주에 너그러운 편인가?

음주에 대한 처벌이 많이 강화된 편이다. 과거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불구속 수사가 대부분이었고, 판결 선고 역시 집행유예가 많았다. 그에 비하면 요즘은 음주운전으로 연예인들이 프로그램을 하차하고, 음주로 인한 사건 사고에 대해 질타를 받는다. 경찰 수사도 구속수사로 전환됐고, 실형도 많이 선고한다. 점점 강화되고 있다.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그렇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앞으로 음주운전의 최대 쟁점은?

음주운전을 다시 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큰 쟁점일 것이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재발률은 40%에 달한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아직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가벼운 편이며, 사회의식이 ‘술 먹고 실수할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주에 대한 사회적 문화가 전반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양형이 계속 높아지거나 형사처벌로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불이익을 점차 증가하면서도 음주운전을 습관처럼 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음주운전 개선을 국민 개개인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도 음주운전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 및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