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피자에서 무슨 일이…

본사 흠집내기? 가맹점 쥐어짜기?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미스터피자가맹점협의회가 매달 본사에 지급하는 광고비의 사용 내역서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대표 가맹점 한 곳이 본사로부터 일방적 계약해지를 당했다. 공정거래원에 제출한 분쟁 조정의 결정이 나기도 전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아 본사의 갑질 횡포라는 지적이다.

미스터피자가맹점협의회(이하 미피가협) 이모 회장이 미스터피자본사(이하 미피본사)로부터 지난 1일 계약 해지를 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미피본사에 광고비 사용 세부 내역 공개를 계속 요청했으나, 미피본사가 이를 거절하자 공정거래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일방적 계약해지
갑질 횡포 논란

공정거래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피본사가 광고비 사용 내역서를 공개하지 않자 이 회장은 미피가협을 대표해 인터넷 언론사에 미피본사와의 분쟁 사실을 알렸으며,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에 미피본사는 공정거래원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달 14일 이 회장에게 ‘가맹본부의 명예를 훼손했기에 3월부터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미피본사가 이 회장의 가맹점 영업 정지의 근거로 제시한 건 미스터피자 가족점계약서다. 실제로 미스터피자 가족점계약서 제2장(조건) 24조(계약의 해지) 4항에는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공연히 유포함으로써 가맹본부의 명성이나 신용을 뚜렷이 훼손’이라고 언급돼 있었다.

미피가협 소속 가맹점주 100여명은 지난 4일 미스터피자 본사 앞에서 ‘미스터피자 갑질 규탄 집회’를 열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의 4%를 떼어가는 본사 광고비 내역 공개 ▲현행 피자 할인행사 가맹점 부담에서 본사와 분담 ▲미피가협 이 회장 계약해지 취소 등을 규탄했다.  


이 회장은 “미스터피자는 전국 프랜차이즈 체인점으로 광고가 매출과 직결된다”며 “최근 3년간 미스터피자 광고가 현저하게 줄었으며 매출도 3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미피가협 회장이 운영하는 매장을 영업 정지한다고 해서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 미피본사의 위협적인 자세로 국민의 논란만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피가협은 지난해 5월 개최된 미스터피자발전협의회 모임 이후 단 한 번도 광고비 사용 내역서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피본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는 등 침묵을 일관해 왔다.  

한 가맹점주는 “미스터피자의 모기업인 MPK그룹은 코스닥 상장사이기에 광고 사용 세부 내역 공개를 요구하면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이 회장은 미피가협의 회장으로서 전국 가맹점주를 대표해 한 행동일 뿐 독단적인 행태로 보고 이 회장의 가맹점만을 영업 정지 시킨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가맹점주는 “미피가협이 지난해부터 광고비 사용 내역서 공개 요구와 함께 TV광고를 늘려 달라고 여러 차례 문의했다”며 “미피가협의 요구에 미피본사가 신제품 출시에 맞춰 TV광고를 내보냈으나 비교적 광고단가가 낮은 밤 10시 이후에 광고를 편성하고 광고횟수도 줄였다”며 미피본사의 해명을 요구했다.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미피본사의 홍보팀에 전화인터뷰를 요청하자 미피본사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관계자는 “공중파방송의 광고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광고계의 흐름에 발맞춰 TV광고 노출을 줄이고 다른 매체를 통한 광고 비중을 높였을 뿐”이라며 “미피가협의 요구에 단 한 번도 광고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피가협 회원 100여명의 주장과는 다른 입장이다. 미피본사는 광고와 관련된 사안은 광고대행사에 일임해 자세한 정보를 모른다고 했으며, 외부 공개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스터피자의 전국 체인점은 435개점으로 직영점 14개, 가맹점 421개이다. 미피본사는 전국 가맹점주로부터 순매출의 4%에 해당하는 광고비를 받고 있으며 그 금액이 연간 140억원으로 추산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거래사의 상품광고비 분담을 50대 50, 광고 분류가 애매할 경우는 75대 25로 권장하고 있다. <일요시사>에서는 미피본사에 광고비 분담률 자료를 의뢰했으나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스터피자의 광고비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금액의 규모로 미뤄 짐작해보면 광고비 전액을 가맹점에 전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맹거래사의 광고비를 분석한 결과 탐앤탐스, 롯데리아, 엔젤리너스 등은 상품광고비 전액을 본사가 부담하고 있었으며, CJ푸드빌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 등은 본사와 가맹점의 비율이 50대 50으로 조사됐다.  


미스터피자 광고모델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최근 미스터피자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아역배우 출신 김유정을 TV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지난해까지 미스터피자 광고 모델은 손연재, 2PM, 한효주, 문근영, 유승호, 박해일, 송강호 등 이른바 검증된 스타를 내세워 왔다.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3월1일자로 영업정지를 당한 이 회장은 “돈줄이 끊긴 상황이라 미피가협 회원들의 후원으로 가족의 생계와 직원의 월급, 밀린 가게 월세 등을 내고 있다”며 “본사에서는 문서나 전화로 해지 통보하면 그만이지만 가맹점주 같은 경우에는 한 가정의 생계가 달린 문제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미피가협의 대표로서 해야 할 말을 하는 것이며 이번 문제가 한 가맹점의 희생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며 “원만한 합의로 다시 가맹점을 재개하길 바랄 뿐이다”고 강조했다.  

잊을 만하면…갑을 논란 잇달아 터져
광고비 분담·할인행사 등 두고 갈등

이 회장은 지난 11일 법원에 미스터피자 가맹점 계약 무효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미피본사 측은 이 회장의 명예훼손죄 고발 여부를 고려 중이다. 

미스터피자 분쟁 논의를 접한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미스터피자의 가족점계약서가 갑의 위치를 남용한 불공정 거래 계약서의 대표 사례라고 꼬집었다.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된 사안은 이번 영업정지의 사유인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공연히 유포함으로써 가맹본부의 명성이나 신용을 뚜렷이 훼손’ 조항이다.

이 조항대로라면 허위사실뿐만 아니라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미피본사의 이익에 반하면 계약해지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제15조(가맹계약의 해지사유) 4항에는 ‘가맹점사업자가 공연히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가맹본부의 명성이나 신용을 뚜렷이 훼손하거나 가맹본부의 영업비밀 또는 중요정보를 유출하여 가맹사업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경우’라 명시돼 있다. 미스터피자는 계약서에 ‘사실 또는’이라는 문구를 추가해 계약 해지 사유를 확대시켰다.  

이에 대해 미피본사 관계자는 엇갈린 답변을 했다. 한 관계자는 “미스터피자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힌 사실적인 내용의 한정된 표현일 뿐”이라고 밝혔으며 다른 한 관계자는 “왜 이런 조항이 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법무팀을 통해 계약서를 다시 조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사실 유포를 한 게 아니라 허위사실을 유포했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할인행사
본사분담 없어

미피본사가 이 회장이 운영하는 가맹점에 대한 계약 해지를 두고 가맹거래사와 변호사도 엇갈린 입장이다. 한 가맹거래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이 나기 전에 영업 정지 명령을 내린 것은 문제다”며 “가맹점의 계약 해지는 본사의 계약서 조항이 아닌 가맹사업법에 명시한 대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 회장의 사유는 계약 해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 변호사는 “이 회장이 가맹점주의 대표 입장에서 나섰더라도 법률에서는 개인의 행위로 간주한다”며 “언론에 제보함으로써 미스터피자가 이슈로 떠올라 명예훼손을 입힌 건 사실이라 영업 정지 해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스터피자의 통신사·카드사·포인트·내부행사 할인율을 통해서도 미스터피자의 갑질 횡포가 여실히 드러났다. 가맹점과 미피본사 그리고 해당 업체의 분담률이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스터피자의 할인율을 살펴보면 모든 할인에 대해 가맹점주와 해당 업체만 분담하고 있다.

미피본사의 분담은 어느 항목에도 없었다. 특히 해당 업체보다 가맹점주의 할인 분담률이 높게 편중돼 있다. 미스터피자가 진행하는 내부행사(방문포장, 온라인할인, E쿠폰, 모바일쿠폰 등) 할인율은 15∼40%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가맹점주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겼다.

통신3사의 멤버십 제휴 할인을 살펴보면 15% 할인의 경우 가맹점주가 할인액의 전부를 분담한다. SKT의 20% 할인은 가맹점주가 17.5%, 통신사가 2.5%, LGU+는 15%, 20% 할인율 모두 가맹점주에게 분담한다. 삼성카드 페이백·현대M카드·하나SK 등의 카드사 할인은 대부분 가맹점주와 해당 카드사가 절반씩 분담한다. 국내 피자업계 1위인 미스터피자와는 달리 세계 최대 피자배달 전문 기업 도**피자에 문의해본 결과 본사의 분담이 전무한 할인율 적용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스터피자를 즐겨 먹는다는 김하은(28)씨는 “통신사 할인으로 저렴한 가격에 피자를 먹을 수 있어 매달 두 번 이상 미스터피자를 찾는다”며 “계산을 할 때 직원의 친절한 태도에 가맹점이 할인의 상당 부분을 분담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미스터피자는 지난해 창립 24주년 기념 런치뷔페 행사를 마련해 지난해 10월6일부터 11월28일까지 진행했다. 9900원에 피자 3종과 샐러드바, 음료를 제공하는 이 행사에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자 손해가 크다는 가맹점주의 반발이 거세졌다. 미피본사는 뒤늦게 치즈, 콜라시럽 등 40여만원 상당의 식자재를 지원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손해가 크다고 판단된 일부 매장에서는 이 행사를 진행조차 하지 않았다.

한 가맹점주는 “런치뷔페 행사 자체가 워낙 저렴해 수많은 손님이 몰려들어 매출은 급증했으나 실매출은 오히려 떨어졌다”며 “매출이 안 좋을 때는 행사를 중단하겠다고 미피본사가 애초에 약속했으나 행사 기간에 맞춰 종료됐다”고 불만을 토했다. 덧붙여 “당시 미피본사는 미피가협과 구두로 차액만큼의 보상을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그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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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