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겸직 장관 '지역구 퍼주기' 전수조사

'여왕님 눈도장' 찍으려고 줄 선 이유 있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정부 들어 친박 의원들이 잇달아 국무위원으로 발탁되면서 전체 18명의 각료(장관급 포함) 가운데 무려 3분의 1인 6명이 국회의원을 겸직하게 됐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치권에서는 차라리 의원내각제를 하자는 비아냥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지역구 의원들이 국무위원을 대거 겸직하면서 예산편성 때마다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관인 듯 국회의원인 듯 정체성이 모호한 그들의 지역구 퍼주기 실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우리나라가 의원내각제(국회 내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하는 정부 형태) 국가냐? 대통령제 국가에서 총리와 부총리까지 국회의원이 겸직하는 경우는 없을 거다. 지금 내각 구성만 보면 외국인들은 우리나라가 의원내각제 국가인 줄 알 거다.” 

이완구 국무총리, 최경환 부총리, 황우여 부총리, 김희정 장관, 유일호 장관, 유기준 장관까지…. 현재 우리나라 국무위원 18명 가운데 무려 3분의 1인 6명이 국회의원을 겸직하게 되자 정치권에서는 차라리 의원내각제를 하자는 비아냥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관? 의원?
정체성 모호

박근혜 대통령이 지역구 의원들을 대거 국무위원으로 발탁하면서 발생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예산편성의 형평성 문제다. 장관을 겸직하고 있는 의원들은 아무래도 평범한 다른 국회의원들보다 예산편성 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특히 기획재정부장관이나 국토교통부장관의 경우는 국회의원들이 줄을 서서 찾아와 지역구 관련 예산을 편성해 달라며 읍소하는 자리”라며 “그런 자리를 지역구 국회의원이 직접 겸직하게 됐으니 직무공정성을 두고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청도는 최 부총리 취임 이후 그야말로 ‘예산폭탄’을 맞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대구지하철 1호선 하양 연장 사업이다. 대구지하철 1호선을 지금의 종착역인 대구 동구 안심역에서 최 부총리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시 하양읍까지 연장하는 이 사업은 총 2789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선출직보다 임명직 장관이 낫다?
그들만의 스펙쌓기, 전문성은 제로

그런데 이 사업은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 때만 해도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경제성이 없다며 퇴짜를 맞았었다. 하양읍의 인구는 고작 2만7000명 가량이고, 경북 경산시의 인구를 전부 합쳐봐야 24만이다. 수천억을 투입하는 사업인데 처음부터 수지타산이 맞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최 부총리가 그 당시 지식경제부장관으로 임명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하양역 예정지 북쪽에 경산지식산업지구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지식경제부장관은 산업단지개발을 총괄하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결국 대구지하철 1호선 하양 연장 사업은 재실시한 예비타당성 평가를 무난히 통과했다.
 

지난해 예산심사과정에서는 국토부가 대구지하철 1호선 하양 연장 사업의 노선 설계비로 요구한 예산 10억원이 기재부와의 조정과정에서 30억원으로 늘어나는 보기 드문 일도 벌어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보통 각 부처들이 올린 예산은 기재부와의 조정과정에서 깎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원안대로 통과만 돼도 성공인데 부처 요구안을 기재부가 오히려 증액시킨 것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장관 일도 바쁜데
챙길 건 챙겼다

이외에도 작년 예산심의 때 청도세계코미디예술제 예산이 4억원 증액됐고, 당초 보건복지부가 낸 예산안에는 없었던 ‘경산 글로벌 코즈메틱 비즈니스센터’ 건립비용 10억원은 난데없이 기재부가 편성해 통과시키기도 했다. 오죽하면 작년 예산심의 당시 국회에서는 최 부총리를 겨냥해 ‘초이예산’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청도에서만 내리 3선을 한 최 부총리의 지역구 사랑은 유별나다. 최 부총리는 부총리 취임 후 바쁜 국정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지역구를 방문해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지역구 의원이기 이전에 한정된 국가예산을 공평하게 배분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제부총리이자 기획재정부장관이다. 그런 최 부총리가 특정지역을 유독 자주 방문하고 그 지역의 건의사항만 자주 청취하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국무위원이 된 후 지역구 퍼주기에 몰두했다. 황 부총리의 2014년도 의정보고서에 따르면 황 부총리는 지난해 지역구예산으로만 약 6700억원을 확보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황 부총리가 교육부장관이 된 후 황 부총리의 지역구인 인천 연수구는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교육도시가 됐다.

황 부총리가 직접 2014년도 의정보고서에 적어 넣은 내용이다. 황 부총리는 19대 국회 전반기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몸담긴 했었지만 후반기엔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했고 법관 출신으로 교육부장관 임명 당시에도 교육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황 부총리의 2014년도 의정보고서를 살펴보면 황 부총리는 유네스코가 주도해 온 기초교육 보급운동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15년간 교육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열리는 2015년 세계교육포럼을 송도에 유치했다. 이와 관련한 38억원의 예산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2016년에 문을 여는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와 관련해서는 최초 신설비 214억원에 65억원을 추가해 총 279억원의 국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립대 전환에 성공한 인천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눈에 띈다. 인천대는 전년도 대비 무려 155%나 증액된 102억원의 국비를 지원 받았다.

또 2017년까지 인천 연수구에는 8개의 학교가 신설되는데 황 부총리는 이와 관련한 예산 724억원도 따냈다. 이외에도 황 부총리의 지역구인 연수구에는 해돋이공원 안에 40억원을 들여 해돋이도서관을 건립 중이고, 지난해 특별교부세와 교부금으로만 55억원이 지원됐다. 의정보고서에는 일부 부풀린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황 부총리가 현역 장관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지역구에 예산 퍼주기를 해줬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황 부총리의 의정보고서를 살펴 본 정치권 관계자들은 현역 의원들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입을 모았다.

부러운 장관직
청와대에 충성

지난해 3월 취임한 후 그해 12월 퇴임한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장관의 경우도 눈길을 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가 지역구인 이 전 장관은 취임 후 곧바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팽목항에서 거주하다시피 했지만 2014년도 의정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 와중에도 지역구 관련예산을 살뜰히도 챙겼다.

묻지마 예산에 멍드는 재정건전성
정작 꼭 필요한 예산은 후순위로

우선 이 전 장관은 마산로봇랜드 및 로봇비즈니스벨트 조성 예산 218억원을 확보했고, 마산~거제 도로 건설공사 예산 400억원을 확보했다. 마산 의료원 확장 신축 총사업비 600억여원 중 지난해에만 57억원을 확보했고, 마산자유무역지역 확장 관련 예산 1460억 중 168억원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이 전 장관은 지난해 가포신항만 진입도로 건설비 총 1900억 중 50억, 도심하천 생태화 관련 예산 108억, 마산항 워터프론트 조성사업 119억, 마산 도시재생사업 관련 예산 47억도 확보했다.
 

사실 이 같은 의원 겸직 장관들의 지역구 퍼주기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2년 전임 장관이었던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가평·양평에 문화부가 주관하는 개발사업 관련예산으로 무려 1600여억원을 지원하려다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시 문화부는 해당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공모절차조차 무시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됐었다. 그야말로 묻지마 장관 지역구 퍼주기 예산이었던 셈이다.


묻지마 예산
지역구선 영웅

이 같은 의원 겸직 장관들의 지역구예산 퍼주기 행태는 비록 중앙 언론에서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지역언론에서는 대서특필되고 지역주민들에게는 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원 겸직 장관들의 지역구예산 퍼주기 행태는 철저히 비판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나열한 사례처럼 국가예산의 분배가 왜곡된다면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요가 없다는 타당성 조사마저 무시해가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나면 이후 발생하는 적자는 국가재정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또 정작 꼭 필요한 예산들은 후순위로 밀리며 국가발전을 저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정부의 유별난 현역의원 사랑이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