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는 야권 잠룡 '문재인 견제' 막전막후

독주하는 문재인 "지금 발목 잡아야 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신임 대표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문 대표는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또 다시 최고치를 갱신하며 1위를 차지했다. 새정치연합의 지지율도 크게 올랐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야권 잠룡들의 심경은 복잡 미묘하다. 당이 잘돼야 자신들의 대권행보에도 탄력이 붙겠지만, 너무 잘나가는 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상 자신들은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무서운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JTBC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2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조사한 결과, 문 대표(28.5%)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문 대표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해 왔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14.9%)을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따돌렸다.

대권 지형도 흔들
문재인 독주체제

문 대표의 약진과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8.2%)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0.5%)에게도 밀리며 4위로 추락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6.5%)과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4.2%)은 각각 5, 6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8 전당대회 이후 문 대표의 무서운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전체적인 대권 지형도가 크게 뒤틀리고 있는 것이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록 경선 룰 변경 논란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받기는 했지만 첫 일정부터 중도층 끌어안기 광폭 행보로 무섭게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문 대표가 취임 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정치적 승부수였다. 지난 대선에서도 외연확장을 위해 두 전직 대통령 묘소에 참배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당시 문 대표는 지지층 이탈을 우려해 거부했다.

쾌속질주 문재인, 심기 불편한 야권 잠룡들
“어게인 2012 될라” 친노는 절대 못 믿어


이번 참배에 대해서도 정청래 최고위원 등이 ‘유대인이 히틀러를 참배한 격’이라고 비판 하는 등 반발이 있었지만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 65%의 국민들은 문 대표의 묘역 참배를 잘한 일로 평가했다. 잘못한 일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고작 12%에 그쳤다. 문 대표의 정치적 승부수가 먹혀들어간 셈이다.

문 대표는 또 취임 후 주요당직에 비노인사를 대거 기용하는 등 탕평인사를 실시하고, 야당지지성향이 다소 약했던 50대 이상을 겨냥해 연말정산 사태 등 연일 경제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정부여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문 대표는 취임 후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이라고 할 수도 있는 박원순 시장,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와 만났고, 앞으로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전 의원 등도 만나 조언을 구할 예정이다. 이 같은 광폭행보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어느새 새누리당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야권 잠룡들의 심경은 복잡 미묘하다. 당이 잘돼야 자신들의 대권행보에도 탄력이 붙겠지만, 너무 잘나가는 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상 자신들은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흔들기
과연 성공할까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2·8전당대회 당시 문 대표의 경쟁자였던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당권도 갖고 대권도 갖고 꿩도 먹고 알도 먹고 국물까지 다 마시면 우리 당의 정세균·손학규·안철수·조경태 이런 분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냐”라며 문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 당이 분당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당내에서 문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과 극이다. 친노진영에서는 취임 후 광폭행보로 지지율이 크게 오르자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비노진영에서는 여전히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비노진영에선 아직까지 문 대표의 행보를 잠잠히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지만 문 대표가 향후 조그만 실수라도 저지른다면 적극적으로 문 대표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친노계로 분류되는 김경협 의원의 사무부총장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진 당내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한길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주승용 최고위원은 그동안 수석사무부총장은 전당대회 득표율 1위를 차지한 최고위원이 추천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문 대표가 관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친노인사를 임명했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부총장은 사무처의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주 최고위원은 전날 비공개 최고위에도 불참했는데 김 사무부총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성격이었다는 후문이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김경협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중립을 지켜야 할 선관위원임에도 알게 모르게 문 대표의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왔던 인물”이라며 “그동안 문 대표의 탕평인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그런 인물을 당 실무를 총괄하고 차기 총선 공천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무부총장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결국 친노가 다 해먹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친노계는 이 같은 비노진영의 문제제기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또 다른 인사는 “사무부총장은 공천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니다. 사무처의 결정권자는 결국 사무총장이 아닌가? 이미 사무총장에 손학규 전 고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양승조 의원을 앉혀놨는데 사무부총장 한 명을 친노계로 임명했다고 이렇게 반발하는 것은 문재인 흔들기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비노계에서는 친노인사가 한 명이라도 당직에 임명되면 큰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데 진정한 탕평이라면 양쪽이 균형 있게 임명돼야 하는 것 아닌가? 비노계의 갑질로 오히려 친노계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브레이크 없는 독주에 이미 야권 잠룡들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채 2년도 남지 않은 차기 대선 경선에서 힘 한 번 못써보고 문 대표에게 대권후보 자리를 넘겨줘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를 지냈던 박영선 의원과 함께 좌담회를 열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좌담회였지만 비노계로 분류되는 전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행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문 대표에게 대항하기 위해 정치적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한길 전 대표와 문병호, 김관영, 김영환 의원 등 비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했던 손학규 전 고문도 문 대표의 통합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당초 문 대표는 호남을 방문해 손 전 고문과 만남을 갖고 오찬을 함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막판에 마음을 바꿔 “정계를 은퇴한 마당에 자칫 정치에 다시 관여하는 모습으로 비칠 것 같다”며 문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손 전 고문이 문 대표와의 만남에 응했다가 자칫 문 대표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야권잠룡 꿈틀
문재인 흔들

박원순 서울시장도 문 대표를 의식한 듯 적극적인 외연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나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했고, 같은 날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와 만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지역과 여야, 진영을 넘어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 전당대회 기간에는 문 대표의 경쟁자였던 박지원, 이인영 의원과 만남을 가지면서 우회적으로 문 대표를 견제하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정치권에서 캐스팅보트로 통하는 충청지역의 세 규합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안 지사는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충청지역 시도지사와 의원들 간 연석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처럼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다른 야권 잠룡들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문재인 흔들기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월 재보선은 문 대표의 운명을 결정 지을 중요한 분수령이다. 4월29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올해 치러지는 유일한 선거인데다 박근혜정부 3년 차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있어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선거다.

“이대로 둘 순 없다” 견제구 준비 중?
4월 재보선, 차기주자 운명 가를 분수령


게다가 문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대표가 돼야 이기는 정당이 될 수 있다며 여론몰이를 했었다. 재보선이 치러지는 세 곳 모두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당선됐던 야당 우세지역인 만큼 단 한 곳이라도 패한다면 문 대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이번 재보선에서 패하면 문 대표로는 향후 총선과 대선이 힘들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서울 관악을의 정태호 지역위원장, 성남 중원의 김창호 후보는 대표적인 친노인사이기 때문에 문 대표가 이들을 공천할 경우 당내 잡음이 커질 우려가 있다.

만약 이들이 공천되면 비노진영에서는 문 대표가 겉으로는 탕평인사를 부르짖고 있지만 결국 내년 총선에서도 친노인사만 챙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돼 자칫하면 당 일각에서 꿈틀대고 있는 분당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 잠룡들이 무소속 후보 등을 물밑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재보선에 훼방을 놓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재보선 훼방까지?
분당 가능성도


실제로 지난해 7·30재보선 당시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가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 선거에서 이례적으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패했는데, 이정현 후보가 예산폭탄론 등으로 민심을 잘 파고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이정현 후보 측을 도운 결과라는 분석도 있었다. 7·30재보선 참패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공천에 반발한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호남에선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기도 했다. 당시와 같은 상황이 이번 재보선에서도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야권 잠룡들은 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신들이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이나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당을 박차고 나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으로 원내에서 30~40석 정도만 차지하면 충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과연 야권 잠룡들은 문 대표의 독주를 막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