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는 야권 잠룡 '문재인 견제' 막전막후

독주하는 문재인 "지금 발목 잡아야 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신임 대표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문 대표는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또 다시 최고치를 갱신하며 1위를 차지했다. 새정치연합의 지지율도 크게 올랐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야권 잠룡들의 심경은 복잡 미묘하다. 당이 잘돼야 자신들의 대권행보에도 탄력이 붙겠지만, 너무 잘나가는 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상 자신들은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무서운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JTBC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2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조사한 결과, 문 대표(28.5%)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문 대표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해 왔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14.9%)을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따돌렸다.

대권 지형도 흔들
문재인 독주체제

문 대표의 약진과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8.2%)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0.5%)에게도 밀리며 4위로 추락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6.5%)과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4.2%)은 각각 5, 6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8 전당대회 이후 문 대표의 무서운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전체적인 대권 지형도가 크게 뒤틀리고 있는 것이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록 경선 룰 변경 논란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받기는 했지만 첫 일정부터 중도층 끌어안기 광폭 행보로 무섭게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문 대표가 취임 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정치적 승부수였다. 지난 대선에서도 외연확장을 위해 두 전직 대통령 묘소에 참배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당시 문 대표는 지지층 이탈을 우려해 거부했다.

쾌속질주 문재인, 심기 불편한 야권 잠룡들
“어게인 2012 될라” 친노는 절대 못 믿어


이번 참배에 대해서도 정청래 최고위원 등이 ‘유대인이 히틀러를 참배한 격’이라고 비판 하는 등 반발이 있었지만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 65%의 국민들은 문 대표의 묘역 참배를 잘한 일로 평가했다. 잘못한 일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고작 12%에 그쳤다. 문 대표의 정치적 승부수가 먹혀들어간 셈이다.

문 대표는 또 취임 후 주요당직에 비노인사를 대거 기용하는 등 탕평인사를 실시하고, 야당지지성향이 다소 약했던 50대 이상을 겨냥해 연말정산 사태 등 연일 경제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정부여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문 대표는 취임 후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이라고 할 수도 있는 박원순 시장,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와 만났고, 앞으로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전 의원 등도 만나 조언을 구할 예정이다. 이 같은 광폭행보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어느새 새누리당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야권 잠룡들의 심경은 복잡 미묘하다. 당이 잘돼야 자신들의 대권행보에도 탄력이 붙겠지만, 너무 잘나가는 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상 자신들은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흔들기
과연 성공할까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2·8전당대회 당시 문 대표의 경쟁자였던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당권도 갖고 대권도 갖고 꿩도 먹고 알도 먹고 국물까지 다 마시면 우리 당의 정세균·손학규·안철수·조경태 이런 분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냐”라며 문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 당이 분당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당내에서 문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과 극이다. 친노진영에서는 취임 후 광폭행보로 지지율이 크게 오르자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비노진영에서는 여전히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비노진영에선 아직까지 문 대표의 행보를 잠잠히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지만 문 대표가 향후 조그만 실수라도 저지른다면 적극적으로 문 대표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친노계로 분류되는 김경협 의원의 사무부총장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진 당내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한길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주승용 최고위원은 그동안 수석사무부총장은 전당대회 득표율 1위를 차지한 최고위원이 추천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문 대표가 관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친노인사를 임명했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부총장은 사무처의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주 최고위원은 전날 비공개 최고위에도 불참했는데 김 사무부총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성격이었다는 후문이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김경협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중립을 지켜야 할 선관위원임에도 알게 모르게 문 대표의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왔던 인물”이라며 “그동안 문 대표의 탕평인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그런 인물을 당 실무를 총괄하고 차기 총선 공천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무부총장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결국 친노가 다 해먹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친노계는 이 같은 비노진영의 문제제기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또 다른 인사는 “사무부총장은 공천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니다. 사무처의 결정권자는 결국 사무총장이 아닌가? 이미 사무총장에 손학규 전 고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양승조 의원을 앉혀놨는데 사무부총장 한 명을 친노계로 임명했다고 이렇게 반발하는 것은 문재인 흔들기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비노계에서는 친노인사가 한 명이라도 당직에 임명되면 큰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데 진정한 탕평이라면 양쪽이 균형 있게 임명돼야 하는 것 아닌가? 비노계의 갑질로 오히려 친노계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브레이크 없는 독주에 이미 야권 잠룡들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채 2년도 남지 않은 차기 대선 경선에서 힘 한 번 못써보고 문 대표에게 대권후보 자리를 넘겨줘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를 지냈던 박영선 의원과 함께 좌담회를 열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좌담회였지만 비노계로 분류되는 전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행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문 대표에게 대항하기 위해 정치적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한길 전 대표와 문병호, 김관영, 김영환 의원 등 비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했던 손학규 전 고문도 문 대표의 통합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당초 문 대표는 호남을 방문해 손 전 고문과 만남을 갖고 오찬을 함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막판에 마음을 바꿔 “정계를 은퇴한 마당에 자칫 정치에 다시 관여하는 모습으로 비칠 것 같다”며 문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손 전 고문이 문 대표와의 만남에 응했다가 자칫 문 대표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야권잠룡 꿈틀
문재인 흔들

박원순 서울시장도 문 대표를 의식한 듯 적극적인 외연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나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했고, 같은 날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와 만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지역과 여야, 진영을 넘어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 전당대회 기간에는 문 대표의 경쟁자였던 박지원, 이인영 의원과 만남을 가지면서 우회적으로 문 대표를 견제하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정치권에서 캐스팅보트로 통하는 충청지역의 세 규합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안 지사는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충청지역 시도지사와 의원들 간 연석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처럼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다른 야권 잠룡들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문재인 흔들기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월 재보선은 문 대표의 운명을 결정 지을 중요한 분수령이다. 4월29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올해 치러지는 유일한 선거인데다 박근혜정부 3년 차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있어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선거다.

“이대로 둘 순 없다” 견제구 준비 중?
4월 재보선, 차기주자 운명 가를 분수령


게다가 문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대표가 돼야 이기는 정당이 될 수 있다며 여론몰이를 했었다. 재보선이 치러지는 세 곳 모두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당선됐던 야당 우세지역인 만큼 단 한 곳이라도 패한다면 문 대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이번 재보선에서 패하면 문 대표로는 향후 총선과 대선이 힘들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서울 관악을의 정태호 지역위원장, 성남 중원의 김창호 후보는 대표적인 친노인사이기 때문에 문 대표가 이들을 공천할 경우 당내 잡음이 커질 우려가 있다.

만약 이들이 공천되면 비노진영에서는 문 대표가 겉으로는 탕평인사를 부르짖고 있지만 결국 내년 총선에서도 친노인사만 챙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돼 자칫하면 당 일각에서 꿈틀대고 있는 분당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 잠룡들이 무소속 후보 등을 물밑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재보선에 훼방을 놓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재보선 훼방까지?
분당 가능성도


실제로 지난해 7·30재보선 당시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가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 선거에서 이례적으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패했는데, 이정현 후보가 예산폭탄론 등으로 민심을 잘 파고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이정현 후보 측을 도운 결과라는 분석도 있었다. 7·30재보선 참패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공천에 반발한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호남에선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기도 했다. 당시와 같은 상황이 이번 재보선에서도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야권 잠룡들은 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신들이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이나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당을 박차고 나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으로 원내에서 30~40석 정도만 차지하면 충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과연 야권 잠룡들은 문 대표의 독주를 막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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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