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통합진보당 이상규 전 의원

"북한 세습 반대하는 종북도 있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판결로 하루아침에 의원직을 잃게 된 통합진보당 이상규 전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다시 한 번 출사표를 던졌다.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이상규 전 의원은 그간 통진당과 자신을 괴롭혀 온 종북 논란들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지난해 12월19일 정확히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2주년이 되는 날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의 강제 해산이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통진당 이상규 전 의원은 이날 헌재의 결정으로 의원직을 잃고 국회를 떠나야 했다. 이후 한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이 전 의원은 지난달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지역구에 다시 한 번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보궐선거는 정당해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인해 치러지는 만큼 그 정치적 의미가 매우 크다. 이 전 의원은 “만약 내가 당선되면 박근혜정권은 레임덕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이 전 의원을 만나 그간 통진당과 이 전 의원을 괴롭혀온 종북 논란들에 대해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봤다. 다음은 이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 헌재의 정당해산 판결로 의원직을 잃고 다시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하게 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 처음에는 뭐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거니까 어안이 벙벙하고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그 이후에 많은 주민들이 저를 격려하고 응원해주셨다. 자발적으로 사무실까지 찾아와 응원글을 남겨주시고 간 분들도 있었다. 그런 분들의 응원이 많은 힘이 됐다. 이번에 꼭 당선돼 박근혜정권의 부당함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다. 만약 제가 당선되면 박근혜정권은 레임덕을 겪게 될 것이다.

- 통진당을 계승하는 신당을 창당할 계획은 없나? 재보선에는 끝까지 무소속으로 나서게 되나?
▲ 현재는 전혀 계획이 없다. 박근혜정권 하에서는 어떤 형태로 우리가 재기를 모색하던 간에 쉽지 않을 것이다. 통진당 해산 심판 결정은 철저히 정치적인 재판이었다. 앞으로도 (우리가 합법적인 활동을 한다고 해도) 정치적 논리로 대응할 건데 (박근혜정권은) 어떻게든 우리가 정치를 못하게 할 거다.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는 새누리당 중진의원들조차도 말을 함부로 못한다고 하는데 우리당 이정희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발언까지 하지 않았나? 그런 이야기를 했으니 우리를 가만히 두겠나?

- 그렇다면 이번 선거는 옛 통진당 조직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혼자서 치르게 되나?
▲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저랑 개인적으로 인연을 맺었던 분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주시는 것은 있겠지만 조직적인 지원은 받지 못할 것 같다.


- 지역구 의원으로서 의원직을 잃기 전까지 지역에서 어떤 성과를 얻어냈나?
▲ 지역구에 있는 도림천이 원래는 해마다 범람을 해서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제가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이후에는 한 번도 범람을 안했다. 도림천 범람을 막기 위해 빗물저류조를 짓기로 했었는데 여러 가지 문제로 추진이 안 되고 있었다.

그래서 저는 지난 총선이 끝난 후 정식으로 취임도 하기 전에 당선인 신분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찾아가 이 문제를 담판 지었다. 이후로는 도림천이 범람을 안 한다. 또 해마다 특별교부세 예산을 10억씩 가져와서 경로당 신축이나 리모델링, 어린이집, 청소년 회관, 복지사각지대 등에 사용했다.
 

- 헌재의 판결로 의원직을 잃고 곧바로 다시 출마했다. 헌재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인가?
▲ 당연하다. 헌재의 판결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곧바로 이어진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내용으로 잘 알 수 있다. (※ 대법원은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해 내란 선동과 관련해서는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내란 음모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RO의 실체와 내란음모 혐의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RO의 실체도 없고 내란음모도 없었다고 했다. 헌재는 증거조사조차 제대로 안 한 것이다. 실제로 헌재가 판결문을 발표한 이후 오류가 지적되자 이곳저곳을 수정하지 않았나? 헌정사상 초유의 일인 정당해산심판을 하면서 판결문을 ‘날림’으로 작성한 것이다. 재판관들은 한 단어 한 단어를 고심하면서 썼다고 했는데 다 거짓말이었다.

- 지난 선거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당선됐다. 이번에도 연대할 가능성이 있나?
▲ 제가 볼 때는 (제가 연대하자고 해도 야권에서 거부해서) 논의조차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내가 당선되면 박근혜정권 레임덕 올 것"
"양심 있다면 다른 야권후보는 사퇴해야"

- 연대 없이 끝까지 완주하면 야권 전체의 발목을 잡게 될 가능성이 있다.
▲ 오히려 저를 위해 다른 야권후보들이 모두 사퇴해야 한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등 모든 야권인사들이 헌재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하지 않았나? 특히 의원직 박탈은 법률적 근거도 없다고 지적하지 않았나? 제가 의원직 박탈 당한 것이 부당하다고 지적했으면 제가 당선될 수 있도록 후보를 안 내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그런 식으로 정치를 하면 안 된다.


- 이 후보가 재보선에 출마하게 되면 새누리당은 야권 전체를 싸잡아 종북 문제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것이 뻔하다. 이에 대한 대책은 있나?
▲ 지난 총선 때도 새누리당은 저를 ‘종북의 몸통’이라며 집중공세를 펼쳤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공세는 오히려 저의 인지도만 높여주는 꼴이 됐다. 관악을 지역은 고시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헌재 판결 때도 저를 만나시면 (통진당 해산 반대했던) 소수 의견이 맞다고 응원해 주셨다. 이번 재보선에서도 새누리당이 종북 공세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저를 도와주는 꼴이 될 것이다.

- 그래도 국민들은 최소한 국회의원이라면 철저한 안보관을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
▲ 저는 오래 전부터 북한 3대 세습을 반대하고, 북핵을 반대하고, 북한 인권도 보편적 인권의 시각으로 볼 때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입장을 여러 매체와 인터뷰 하면서 수십 번을 밝혔고 지금도 그런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런 나를 종북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 그렇다면 왜 지난 2012년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서는 북한 인권이나 북핵, 3대 세습 등에 대한 질문에 “사상 검증에 응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나?
▲ 당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던 것은 토론 주제와 맞지 않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저에게 그걸 주제로 토론을 하자고 정중하게 제의한다면 얼마든지 응할 생각이 있지만 주제와 맞지도 않는 질문을 갑자기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 1980년대 주사파의 대부였던 김영환씨가 이 전 의원이 북한 돈으로 선거에 출마했었다고 폭로했다.
▲ 한 마디로 황당무계한 주장이다. 저를 시샘했던 모양이다. 김영환씨는 국정원 협력자다. 그의 주장대로 자신이 북한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면 김영환씨가 먼저 처벌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이석기 전 의원이 내란선동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국회의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통진당의 반성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 이런 사건이 생기면 당연히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하는 게 도의상 맞다. 그런 부분에서 미흡했던 것은 저도 인정을 한다. 하지만 내란선동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녹취록과 실제 녹취파일의 내용이 다른 점이 너무 많았다.

예를 들어 ‘반전투쟁을 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녹취록에는 ‘전쟁을 호소하고’라며 180도 내용을 바꿨다. 그리고 또 국정원은 이석기 전 의원이 “구체적으로 준비하자”고 발언한 내용을 “전쟁을 준비하자”로, “결정을 내보내자”는 발언을 “결전을 이루자”로 바꿨다가 뒤늦게 이를 대거 삭제하고 녹음파일 내용으로 수정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사실 관계부터 명확하게 하기위해 투쟁을 벌였던 것인데 국민들의 눈에는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데 제 식구 감싸기만 한 것으로 비춰진 것 같다. 당시 당 내부에서도 경위가 어떻게 되었건 이 사건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못했다. (※ 이에 대해 국정원은 수정된 녹취록은 전체 44건 중 4건에 불과하고, 수정된 부분은 전체 70시간 분량 중 극히 일부이며 전쟁 준비, 국가기간시설 파괴 모의 등과 같은 내용이 여러 차례 나오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관악을 주민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어찌됐든 의원직을 박탈 당하고 재보선을 치르게 된 것에 대해서는 관악을 주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릴 수밖에 없다. 저를 믿어주시고 지지해주신 분들을 위해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은 너무나 죄송스럽다. 관악을 주민들께서 다시 한 번만 저에게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진상규명, 세월호 진상규명 등의 활동을 끝까지 잘 마무리해서 보다 깨끗하고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mi737@ilyosisa.co.kr>

  

<이상규 전 의원 프로필>

▲ 푸른공동체 교사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 국장
▲ 한명숙 서울시장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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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