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족이 밝힌 ‘당구왕’ 김경률 사망 수수께끼

“절대 자살할 사람 아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쓰리쿠션 세계를 주름잡았던 당구왕 김경률. 그는 한때 세계랭킹 2위로 한국 당구를 국제무대로 끌어올렸다. 재미난 쇼맨십과 환한 미소로 팬들에게 ‘동네 형’ 같은 당구 선수. 그런 그가 생일을 앞둔 지난 2월22일 갑작스럽게 숨졌다. 그의 사망 소식에 자살, 실족사, 타살 등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그의 빈소에 찾아가 유족과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월23일 밤 11시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고양시 화정동에 있는 명지병원. 늦은 시간이지만, 빈소는 앉을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화환은 너무 많아 놔둘 곳이 없어 리본만 떼어 벽에 걸려 있다. 빈소를 차린 지 하루도 되지 않았지만, 방문객은 벌써 347명. 조의금 상자는 다른 조문객들이 조의금을 집어넣기 힘들 만큼 꽉 차 있다. 고인의 세 살 난 딸은 뽀로로를 보며 아무것도 모른 채 물개박수를 치며 춤을 추고 있다.
 
수수께끼1
사건의 전말
 
고인은 지난 2월22일 오후 3시 자신의 어머니 집인 일산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층이며 경찰은 그가 베란다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고 타살 흔적은 없다고 밝혔다. 고인이 숨질 당시 어머니, 누나와 함께 있었다. 
 
24일 어머니는 고인이 베란다를 청소하며, 고장 난 방충망을 고치다가 떨어진 것이라고 진술했다. 어머니는 이날 “추우니깐 고인에게 신발을 신고 청소를 하라고 말했지만, 양말을 신고 나갔다”며 “원래 집 방충망이 굉장히 틀어져있다. 사건 당시 딸(고인의 누나)과 잠을 잤다”고 진술했다.
 

고인은 베란다를 청소하며 어머니가 직접 고치기 힘든 틀어진 방충망을 고치기 위해 난간에 올라갔다. 당시 고인은 방충망을 고치려고 힘을 주었다가 미끄러져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어머니가 사건이 일어난 뒤 3일 만에 진술한 이유에 대해 유족 측은 “22일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는 어머니한테 알리지 않았다. 고인의 누님은 ‘어머니가 심장이 좋지 않다. 이 사실을 아셨다간 큰일 나신다’고 말해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래서 어머니가 고인이 숨졌다는 사실을 안 것은 24일이다. 이날 어머니는 오열하시며 진술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나마 그 다음날 안정을 되찾으시고 최종진술하셨다”고 말했다.
 
수수께끼2
자살 아닌 이유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경률이 어떻게 된 거예요?’ ‘정말 자살한 게 맞나요?’ ‘뉴스에서 자살이라고 하던데’ 등의 말을 주고받았다. 
 
경찰은 사건이 일어날 당시 자살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는 ‘김경률 자살’이라는 내용의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졌다. 고인의 20년 친구 김씨는 “대부분 언론이 잘못 보도하고 있다”고 말하며, “특히 자살이라고 성급하게 몰고 간 기사 때문에 유가족과 고인을 사랑한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많은 기사에서 고인의 사망 장소를 자택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자택이 아니라 일산에 있는 어머니 집이며, 사고가 발생한 층은 11층이 아니라 20층이다. 사고 발생 장소도 선수의 방이 아니라 세탁기가 있는 다용도실이다. 
 

베란다서 떨어진 사인 두고 의문 제기
경찰 자살에 무게…가족은 사고사 주장
 
경찰과 언론은 김씨가 자살했다고 추정하면서 이유로 경제적인 어려움과 성적 부진을 꼽았다. 하지만 유족들과 지인들은 이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씨가 자살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상주로 있는 작은아버지는 “23일이 경률이 생일이다. 22일 이날 모인 가족들이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5번이나 불렀다”며 “생때같은 세 살 난 자식을 두고 유서 한 장 안 남기고 자살한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과 함께 경률이 시신을 확인했다. 시신이 하반신을 제외하고는 다 깨끗했다”고 말하며 “상식적으로 자살하려는 사람이 방충망을 열고 뛰어내리지, 열지도 않고 방충망에 뛰어드는 게 말이 됩니까”라고 반문했다. 
 
 
 
작은아버지는 경찰과 언론이 조사하고 의심한 것은 당연하지만, 경제적 문제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에 이르게 했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에 울분을 토했다. 
 
작은아버지는 “경률이에 대해 인터넷에는 자살 이야기밖에 없다”며 “나는 그놈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지켜본 경률이는 그런 일로 인생 포기할 놈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수께끼3
뇌 수술 후유증?
 
고인의 친구 김씨는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 “경률이는 우리나라 최고의 당구선수다. 돈도 잘 벌며, 어려운 놈 절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오히려 경률이가 자신이 지금까지 투자한 당구장이나 사업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에 대해 누님과 상의했다”고 말했다. 
 
또한 고인은 지난 2월 9일 미국 당구 관련 업체인 이완 시모니스 후원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자살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 2013년 고인은 당구 경기에 방해됐던 눈 떨림 현상을 고치기 위해 뇌신경 수술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로 인한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한 점을 비관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누구도 경률이의 성적에 신경 쓰지 않았다. 본인도 신경을 잘 안 썼다”며 “마음먹고 다시 당구를 치려는 생각에서 사업을 정리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께끼4

경제적인 문제?
 
밤 10시면 돌아가야 할 상조 도우미 아주머니들은 새벽 2시가 돼도 조문객 접대에 정신이 없다. 도우미 아주머니는 “지금까지 상조 일 하면서 이렇게 늦게까지 조문객들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도우미 아주머니는 새벽 3시가 돼서야 돌아갔다. 
 
보통 장례는 3일 장이지만 고인의 장례는 5일 장으로 치러졌다. 유족들은 3일 장으로 하려고 했으나 당구연맹과 관계자들은 “5일 장을 해야 한다”며 나섰다고 한다. 고인은 지난 2월23일부터 26일까지 장례를 치렀다. 유족들은 장례기간 방명록에 이름을 작성한 조문객 수는 1200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여기저기서 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함께 선수 생활한 관계자는 “향만 다섯 번째 피웠다”며 “나를 보고 처음으로 웃어준 친구였다. 비록 형이지만 이 친구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서 녹아드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생일 하루 전에…극단적인 선택?
“베란다 청소…방충망 고치다 추락”
 

조문객 중에는 혼자 조용히 앉아 있다가 가는 사람도 꽤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고인의 팬이거나 함께 당구를 쳤던 아마추어급 당구선수들이다. 
 
김씨는 “고인은 당구에서 말하는 최고의 샷이었다”며 “그는 프로였지만 언제나 동네 형처럼 일반인이든 아마추어든 스스럼없이 함께했다”고 말했다. 언제나 우승비는 밥값으로 다 쓴다고도 했다.
 
당구인들 사이에서는 ‘당구는 싸가지가 없어야 잘 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를 찾아온 지인 대부분 그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귀감이 되는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그 일화로 현재 그가 쓰고 있는 당구 용품을 예로 들었다. 그는 국산 브랜드만 고집했다. 세계적인 당구 선수인 그는 이미 해외 여러 당구용품 회사에서 전속 계약 제의를 받았다. 이에 김씨는 “고인은 국산 브랜드에 애착이 있었다. 이런 제의가 들어오면 항상 자신보다 어려운 선수를 소개해줬다”고 밝혔다. 덧붙여 “돈 때문에 이상한 생각할 그런 친구가 아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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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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