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대선개입 '이면합의 의혹' 막전막후

'MB 심복'이 왜 박근혜 도왔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난 18대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예상을 깨고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평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리던 원 전 원장은 왜 이 전 대통령과 앙숙이던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를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던 것일까? 원 전 원장의 구속으로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명박근혜 이면합의 의혹 풀스토리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온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9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법정 구속됐다. 원 전 원장은 이날 자신이 법정 구속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눈치였다.

재판정에 들어서는 원 전 원장의 태도는 무척이나 여유 있었고,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발생할지도 모를 충돌에 대비해 법원에 신변보호까지 요청해 놓은 상태였다. 앞서 1심은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결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었다.

깜짝 구속
박근혜의 경고?

원 전 원장은 대표적인 ‘MB맨’이다. 2008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초대 행정안전부장관으로 선임돼 일약 정권실세로 떠올랐다. 다음해인 2009년에는 이른바 4대 권력기관이라고 하는 국가정보원의 수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원 전 원장은 이후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국정원장 자리를 지켰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시기 노무현정부 때 사라졌던 국정원장 독대도 부활시켜 원 전 원장에게 수시로 보고를 받았다. 공무원 출신으로 정치에는 문외한이었던 원 전 원장이 이토록 이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배경에는 그의 충성심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원 전 원장이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연상시킨다고 입을 모은다. 안기부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심복이던 장 전 안기부장은 5공 비리에 연루된 혐의 등으로 5공 정권이 끝난 후 수차례 구속되면서도 끝까지 전 전 대통령을 지켜냈다.

대선개입, 이명박근혜는 정말 몰랐을까
이명박이 지시했나, 박근혜가 요청했나

이렇듯 장 전 안기부장에 비유될 만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깊었던 원 전 원장이 당시 이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해왔던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를 도운 것이 사실이라면 무척 의외다. 원 전 원장의 행위가 이 전 대통령이나 박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2심법원 판결에 의하면 원 전 원장은 결과적으로 분명히 박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사이버 심리전단을 통해 대선정국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글로 여론을 조작했다. 1심에서는 이런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특정 후보를 당선 또는 낙선시킬 목적으로 한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봤다. 하지만 2심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2012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사이버심리전단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이명박 지시?
박근혜 요청?


2심재판부의 판결대로라면, 이 전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리는 원 전 원장은 왜 이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하던 박 대통령의 선거를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던 것일까?

가장 먼저 제기되는 가능성은 박 대통령과 사전교감 없이 이 전 대통령의 자체 판단으로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이뤄졌을 경우다. 아무리 미워도 야권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 전 원장이 대선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몰라도 최소한 이 전 대통령은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 야권에서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이른바 ‘이명박 몸통론’을 제기해왔다.

야권에서는 이명박정부에서 노무현정부 때 폐지됐던 국정원의 대통령 독대보고가 부활된 사실을 상기시키며 “원 전 원장에게 수시로 독대보고를 받았던 이 전 대통령이 이 같은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직접 지시를 내렸든지 최소한 이 같은 사실을 보고 받고도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세훈 게이트 진상조사위 간사였던 새정치연합 김 현 의원은 이 전 대통령도 수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 않는 한 설사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의 실제 배후라고 하더라도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사건과 이 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치권에서 더 유력하게 제기되는 것은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이면합의설’이다. 이 전 대통령이 박 대통령을 미래권력으로 인정하고 적극 지원해주는 대신 박 대통령으로부터 ‘퇴임 후 안전’을 보장 받았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퇴임 후 재임 기간 저질렀던 비리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퇴임 후 자신을 지킬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멀고도 가까운 사이였다. 2008년 총선 공천에서 친박계가 학살당한 후 국정운영과정에서 사사건건 부딪히는 모습을 보였지만,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두 차례나 비공개 단독회동을 가지는 등 관계를 복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임기 말 대대적인 특별사면을 실시해 여론의 비판을 받을 때에도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박 대통령은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의 특사를 묵인했었다. 당시 시행된 특별사면에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서청원 의원이 대상자에 포함되기도 했다. 서 의원은 그해 1월 특별사면을 받은 후 그해 10월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국회로 복귀할 수 있었다.

게다가 대선개입 사건에 박 대통령이 정말 연루되어 있지 않다면 박근혜정부가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방해하려 했던 정황은 설명이 되질 않는다.

일각에선 원 전 원장이 이번 재판에서 구속된 것도 최근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이 신경전을 벌인 결과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명박정부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가 여야의 합의로 실시되고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시간>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내고 역공에 나섰다. 또 친이계(친이명박계)는 시도 때도 없이 개헌론을 주장하며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이번에 원 전 원장을 구속시킨 판사가 과거에도 소신 판결을 내려왔던 판사로 알려졌지만 청와대와 교감 없이 이런 판결을 내렸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워낙 파격적이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관계자들조차 재판결과를 전해들은 뒤 “뭐 저런 판사가 다 있나?”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개입?
종북 척결?

실제로 지금까지 대선개입 사건을 밝히려 했던 이들은 철저히 불이익을 받았다.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를 적용했던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갑자기 혼외자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돼 자진 사퇴해야만 했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관계자가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채 전 총장을 보좌했던 핵심 참모들은 줄줄이 좌천됐다. 송찬엽 당시 대검 공안부장은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한 뒤 최근 옷을 벗었고, 윤석열 수사팀장은 대구고검으로, 박형철 부장검사는 대전고검으로, 김성훈 검사는 광주지검으로 발령 나 당시 수사팀은 공중분해 되다시피 했다. 결국 원 전 원장을 구속시킴으로써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살아 있는 권력의 무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원세훈 구속, 이명박-박근혜 싸움 희생양?
공고할 것 같던 이면합의 누가 먼저 깼을까


물론 이번 사건은 원 전 원장의 단독범행일 가능성도 있다. 과잉충성의 일환으로 이 전 대통령이나 박 대통령과의 교감 없이 원 전 원장이 자체적으로 일을 벌였을 가능성이다. 원 전 원장 측의 주장처럼 본인들은 심리전단의 활동을 ‘종북좌파 척결’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직후부터 심리전단 활동 목적을 종북좌파 척결로 정하고 심리전단을 독립부서로 편제했고, 사이버심리전수행팀을 기존 1개에서 2개로 증편했다. 또 2010년과 2012년에도 각각 사이버팀을 1개씩 늘려 최종적으로는 무려 4개팀이 원 전 원장의 지시로 활동하게 됐다.

원 전 원장은 부서장회의에서 “종북좌파가 점령한 인터넷을 청소해야 한다”거나 “북한이 대선을 대비해 종북좌파의 입지를 넓히려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종북좌파의 정의는 불명확했다. 국정원은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해 당시 민주당과 문재인 대선후보를 종북세력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결국 불명확한 종북좌파에 대한 규정과 무분별한 종북 딱지 붙이기를 한 결과 상황이 지금에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복잡해진 의혹
진실은 어디에?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대선개입의 목적이 정말 없었다면 당시 안철수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총 4만2857건이나 올리고,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1만6387건이나 올린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반면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글은 2만2734건이나 됐다.

새정치연합 국정원대책특위 위원인 박범계 의원은 2심판결이 나온 후 “다시는 우리나라에 국가기관조직에 의한 조직적 선거개입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교훈을 주는 판결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연 지난 대선을 앞두고 세 사람 사이엔 어떤 이야기가 오갔던 것일까? 이번 사건의 진짜 몸통을 누구일까? 대선이 끝난 지 벌써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세 사람을 둘러싼 의혹은 엉키고 꼬인 실타래처럼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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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