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대선개입 '이면합의 의혹' 막전막후

'MB 심복'이 왜 박근혜 도왔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난 18대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예상을 깨고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평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리던 원 전 원장은 왜 이 전 대통령과 앙숙이던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를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던 것일까? 원 전 원장의 구속으로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명박근혜 이면합의 의혹 풀스토리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온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9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법정 구속됐다. 원 전 원장은 이날 자신이 법정 구속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눈치였다.

재판정에 들어서는 원 전 원장의 태도는 무척이나 여유 있었고,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발생할지도 모를 충돌에 대비해 법원에 신변보호까지 요청해 놓은 상태였다. 앞서 1심은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결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었다.

깜짝 구속
박근혜의 경고?

원 전 원장은 대표적인 ‘MB맨’이다. 2008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초대 행정안전부장관으로 선임돼 일약 정권실세로 떠올랐다. 다음해인 2009년에는 이른바 4대 권력기관이라고 하는 국가정보원의 수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원 전 원장은 이후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국정원장 자리를 지켰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시기 노무현정부 때 사라졌던 국정원장 독대도 부활시켜 원 전 원장에게 수시로 보고를 받았다. 공무원 출신으로 정치에는 문외한이었던 원 전 원장이 이토록 이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배경에는 그의 충성심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원 전 원장이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연상시킨다고 입을 모은다. 안기부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심복이던 장 전 안기부장은 5공 비리에 연루된 혐의 등으로 5공 정권이 끝난 후 수차례 구속되면서도 끝까지 전 전 대통령을 지켜냈다.

대선개입, 이명박근혜는 정말 몰랐을까
이명박이 지시했나, 박근혜가 요청했나

이렇듯 장 전 안기부장에 비유될 만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깊었던 원 전 원장이 당시 이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해왔던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를 도운 것이 사실이라면 무척 의외다. 원 전 원장의 행위가 이 전 대통령이나 박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2심법원 판결에 의하면 원 전 원장은 결과적으로 분명히 박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사이버 심리전단을 통해 대선정국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글로 여론을 조작했다. 1심에서는 이런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특정 후보를 당선 또는 낙선시킬 목적으로 한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봤다. 하지만 2심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2012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사이버심리전단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이명박 지시?
박근혜 요청?


2심재판부의 판결대로라면, 이 전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리는 원 전 원장은 왜 이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하던 박 대통령의 선거를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던 것일까?

가장 먼저 제기되는 가능성은 박 대통령과 사전교감 없이 이 전 대통령의 자체 판단으로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이뤄졌을 경우다. 아무리 미워도 야권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 전 원장이 대선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몰라도 최소한 이 전 대통령은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 야권에서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이른바 ‘이명박 몸통론’을 제기해왔다.

야권에서는 이명박정부에서 노무현정부 때 폐지됐던 국정원의 대통령 독대보고가 부활된 사실을 상기시키며 “원 전 원장에게 수시로 독대보고를 받았던 이 전 대통령이 이 같은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직접 지시를 내렸든지 최소한 이 같은 사실을 보고 받고도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세훈 게이트 진상조사위 간사였던 새정치연합 김 현 의원은 이 전 대통령도 수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 않는 한 설사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의 실제 배후라고 하더라도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사건과 이 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치권에서 더 유력하게 제기되는 것은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이면합의설’이다. 이 전 대통령이 박 대통령을 미래권력으로 인정하고 적극 지원해주는 대신 박 대통령으로부터 ‘퇴임 후 안전’을 보장 받았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퇴임 후 재임 기간 저질렀던 비리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퇴임 후 자신을 지킬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멀고도 가까운 사이였다. 2008년 총선 공천에서 친박계가 학살당한 후 국정운영과정에서 사사건건 부딪히는 모습을 보였지만,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두 차례나 비공개 단독회동을 가지는 등 관계를 복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임기 말 대대적인 특별사면을 실시해 여론의 비판을 받을 때에도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박 대통령은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의 특사를 묵인했었다. 당시 시행된 특별사면에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서청원 의원이 대상자에 포함되기도 했다. 서 의원은 그해 1월 특별사면을 받은 후 그해 10월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국회로 복귀할 수 있었다.

게다가 대선개입 사건에 박 대통령이 정말 연루되어 있지 않다면 박근혜정부가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방해하려 했던 정황은 설명이 되질 않는다.

일각에선 원 전 원장이 이번 재판에서 구속된 것도 최근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이 신경전을 벌인 결과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명박정부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가 여야의 합의로 실시되고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시간>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내고 역공에 나섰다. 또 친이계(친이명박계)는 시도 때도 없이 개헌론을 주장하며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이번에 원 전 원장을 구속시킨 판사가 과거에도 소신 판결을 내려왔던 판사로 알려졌지만 청와대와 교감 없이 이런 판결을 내렸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워낙 파격적이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관계자들조차 재판결과를 전해들은 뒤 “뭐 저런 판사가 다 있나?”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개입?
종북 척결?

실제로 지금까지 대선개입 사건을 밝히려 했던 이들은 철저히 불이익을 받았다.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를 적용했던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갑자기 혼외자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돼 자진 사퇴해야만 했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관계자가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채 전 총장을 보좌했던 핵심 참모들은 줄줄이 좌천됐다. 송찬엽 당시 대검 공안부장은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한 뒤 최근 옷을 벗었고, 윤석열 수사팀장은 대구고검으로, 박형철 부장검사는 대전고검으로, 김성훈 검사는 광주지검으로 발령 나 당시 수사팀은 공중분해 되다시피 했다. 결국 원 전 원장을 구속시킴으로써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살아 있는 권력의 무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원세훈 구속, 이명박-박근혜 싸움 희생양?
공고할 것 같던 이면합의 누가 먼저 깼을까


물론 이번 사건은 원 전 원장의 단독범행일 가능성도 있다. 과잉충성의 일환으로 이 전 대통령이나 박 대통령과의 교감 없이 원 전 원장이 자체적으로 일을 벌였을 가능성이다. 원 전 원장 측의 주장처럼 본인들은 심리전단의 활동을 ‘종북좌파 척결’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직후부터 심리전단 활동 목적을 종북좌파 척결로 정하고 심리전단을 독립부서로 편제했고, 사이버심리전수행팀을 기존 1개에서 2개로 증편했다. 또 2010년과 2012년에도 각각 사이버팀을 1개씩 늘려 최종적으로는 무려 4개팀이 원 전 원장의 지시로 활동하게 됐다.

원 전 원장은 부서장회의에서 “종북좌파가 점령한 인터넷을 청소해야 한다”거나 “북한이 대선을 대비해 종북좌파의 입지를 넓히려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종북좌파의 정의는 불명확했다. 국정원은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해 당시 민주당과 문재인 대선후보를 종북세력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결국 불명확한 종북좌파에 대한 규정과 무분별한 종북 딱지 붙이기를 한 결과 상황이 지금에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복잡해진 의혹
진실은 어디에?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대선개입의 목적이 정말 없었다면 당시 안철수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총 4만2857건이나 올리고,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1만6387건이나 올린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반면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글은 2만2734건이나 됐다.

새정치연합 국정원대책특위 위원인 박범계 의원은 2심판결이 나온 후 “다시는 우리나라에 국가기관조직에 의한 조직적 선거개입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교훈을 주는 판결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연 지난 대선을 앞두고 세 사람 사이엔 어떤 이야기가 오갔던 것일까? 이번 사건의 진짜 몸통을 누구일까? 대선이 끝난 지 벌써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세 사람을 둘러싼 의혹은 엉키고 꼬인 실타래처럼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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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