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대선개입 '이면합의 의혹' 막전막후

'MB 심복'이 왜 박근혜 도왔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난 18대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예상을 깨고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평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리던 원 전 원장은 왜 이 전 대통령과 앙숙이던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를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던 것일까? 원 전 원장의 구속으로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명박근혜 이면합의 의혹 풀스토리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온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9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법정 구속됐다. 원 전 원장은 이날 자신이 법정 구속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눈치였다.

재판정에 들어서는 원 전 원장의 태도는 무척이나 여유 있었고,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발생할지도 모를 충돌에 대비해 법원에 신변보호까지 요청해 놓은 상태였다. 앞서 1심은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결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었다.

깜짝 구속
박근혜의 경고?

원 전 원장은 대표적인 ‘MB맨’이다. 2008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초대 행정안전부장관으로 선임돼 일약 정권실세로 떠올랐다. 다음해인 2009년에는 이른바 4대 권력기관이라고 하는 국가정보원의 수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원 전 원장은 이후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국정원장 자리를 지켰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시기 노무현정부 때 사라졌던 국정원장 독대도 부활시켜 원 전 원장에게 수시로 보고를 받았다. 공무원 출신으로 정치에는 문외한이었던 원 전 원장이 이토록 이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배경에는 그의 충성심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원 전 원장이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연상시킨다고 입을 모은다. 안기부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심복이던 장 전 안기부장은 5공 비리에 연루된 혐의 등으로 5공 정권이 끝난 후 수차례 구속되면서도 끝까지 전 전 대통령을 지켜냈다.

대선개입, 이명박근혜는 정말 몰랐을까
이명박이 지시했나, 박근혜가 요청했나

이렇듯 장 전 안기부장에 비유될 만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깊었던 원 전 원장이 당시 이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해왔던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를 도운 것이 사실이라면 무척 의외다. 원 전 원장의 행위가 이 전 대통령이나 박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2심법원 판결에 의하면 원 전 원장은 결과적으로 분명히 박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사이버 심리전단을 통해 대선정국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글로 여론을 조작했다. 1심에서는 이런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특정 후보를 당선 또는 낙선시킬 목적으로 한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봤다. 하지만 2심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2012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사이버심리전단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이명박 지시?
박근혜 요청?


2심재판부의 판결대로라면, 이 전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리는 원 전 원장은 왜 이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하던 박 대통령의 선거를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던 것일까?

가장 먼저 제기되는 가능성은 박 대통령과 사전교감 없이 이 전 대통령의 자체 판단으로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이뤄졌을 경우다. 아무리 미워도 야권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 전 원장이 대선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몰라도 최소한 이 전 대통령은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 야권에서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이른바 ‘이명박 몸통론’을 제기해왔다.

야권에서는 이명박정부에서 노무현정부 때 폐지됐던 국정원의 대통령 독대보고가 부활된 사실을 상기시키며 “원 전 원장에게 수시로 독대보고를 받았던 이 전 대통령이 이 같은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직접 지시를 내렸든지 최소한 이 같은 사실을 보고 받고도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세훈 게이트 진상조사위 간사였던 새정치연합 김 현 의원은 이 전 대통령도 수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 않는 한 설사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의 실제 배후라고 하더라도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사건과 이 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치권에서 더 유력하게 제기되는 것은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이면합의설’이다. 이 전 대통령이 박 대통령을 미래권력으로 인정하고 적극 지원해주는 대신 박 대통령으로부터 ‘퇴임 후 안전’을 보장 받았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퇴임 후 재임 기간 저질렀던 비리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퇴임 후 자신을 지킬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멀고도 가까운 사이였다. 2008년 총선 공천에서 친박계가 학살당한 후 국정운영과정에서 사사건건 부딪히는 모습을 보였지만,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두 차례나 비공개 단독회동을 가지는 등 관계를 복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임기 말 대대적인 특별사면을 실시해 여론의 비판을 받을 때에도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박 대통령은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의 특사를 묵인했었다. 당시 시행된 특별사면에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서청원 의원이 대상자에 포함되기도 했다. 서 의원은 그해 1월 특별사면을 받은 후 그해 10월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국회로 복귀할 수 있었다.

게다가 대선개입 사건에 박 대통령이 정말 연루되어 있지 않다면 박근혜정부가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방해하려 했던 정황은 설명이 되질 않는다.

일각에선 원 전 원장이 이번 재판에서 구속된 것도 최근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이 신경전을 벌인 결과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명박정부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가 여야의 합의로 실시되고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시간>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내고 역공에 나섰다. 또 친이계(친이명박계)는 시도 때도 없이 개헌론을 주장하며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이번에 원 전 원장을 구속시킨 판사가 과거에도 소신 판결을 내려왔던 판사로 알려졌지만 청와대와 교감 없이 이런 판결을 내렸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워낙 파격적이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관계자들조차 재판결과를 전해들은 뒤 “뭐 저런 판사가 다 있나?”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개입?
종북 척결?

실제로 지금까지 대선개입 사건을 밝히려 했던 이들은 철저히 불이익을 받았다.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를 적용했던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갑자기 혼외자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돼 자진 사퇴해야만 했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관계자가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채 전 총장을 보좌했던 핵심 참모들은 줄줄이 좌천됐다. 송찬엽 당시 대검 공안부장은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한 뒤 최근 옷을 벗었고, 윤석열 수사팀장은 대구고검으로, 박형철 부장검사는 대전고검으로, 김성훈 검사는 광주지검으로 발령 나 당시 수사팀은 공중분해 되다시피 했다. 결국 원 전 원장을 구속시킴으로써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살아 있는 권력의 무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원세훈 구속, 이명박-박근혜 싸움 희생양?
공고할 것 같던 이면합의 누가 먼저 깼을까


물론 이번 사건은 원 전 원장의 단독범행일 가능성도 있다. 과잉충성의 일환으로 이 전 대통령이나 박 대통령과의 교감 없이 원 전 원장이 자체적으로 일을 벌였을 가능성이다. 원 전 원장 측의 주장처럼 본인들은 심리전단의 활동을 ‘종북좌파 척결’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직후부터 심리전단 활동 목적을 종북좌파 척결로 정하고 심리전단을 독립부서로 편제했고, 사이버심리전수행팀을 기존 1개에서 2개로 증편했다. 또 2010년과 2012년에도 각각 사이버팀을 1개씩 늘려 최종적으로는 무려 4개팀이 원 전 원장의 지시로 활동하게 됐다.

원 전 원장은 부서장회의에서 “종북좌파가 점령한 인터넷을 청소해야 한다”거나 “북한이 대선을 대비해 종북좌파의 입지를 넓히려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종북좌파의 정의는 불명확했다. 국정원은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해 당시 민주당과 문재인 대선후보를 종북세력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결국 불명확한 종북좌파에 대한 규정과 무분별한 종북 딱지 붙이기를 한 결과 상황이 지금에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복잡해진 의혹
진실은 어디에?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대선개입의 목적이 정말 없었다면 당시 안철수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총 4만2857건이나 올리고,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1만6387건이나 올린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반면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글은 2만2734건이나 됐다.

새정치연합 국정원대책특위 위원인 박범계 의원은 2심판결이 나온 후 “다시는 우리나라에 국가기관조직에 의한 조직적 선거개입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교훈을 주는 판결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연 지난 대선을 앞두고 세 사람 사이엔 어떤 이야기가 오갔던 것일까? 이번 사건의 진짜 몸통을 누구일까? 대선이 끝난 지 벌써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세 사람을 둘러싼 의혹은 엉키고 꼬인 실타래처럼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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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