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이야기> 동거남에 딸 바친 사연

친딸 덮친 남자를…엄마 맞아?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성폭행한 가해자와의 결혼은) 내가 직접 원해서 한 결혼이에요.”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황은영)는 자신의 동거남으로부터 성폭행 당한 친딸에게 동거남과의 혼인신고를 강요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친모 신모(44·여)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2012년 말부터 자신과 동거하던 김모(42)씨가 친딸 A(당시 15세)양을 성폭행한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2월 김씨에게 성폭행 당한 A양이 임신했는데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 특히 딸에게 성폭행한 김씨와 혼인신고를 종용하는 등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어머니는 동거남을 구하기 위해 딸의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린 것이었다. 어쩌다 어머니는 동거남에게 딸까지 바쳤을까.

인면수심 친모
 
신씨는 직장을 다니며 중학생 딸을 키웠다. 딸과 단둘이 살던 신씨는 김씨를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둘은 2012년 말부터 동거를 시작했는데, 일용직 건설 노동자였던 김씨는 일을 나가는 날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김씨는 일이 없어 집에서 쉬는 날이 많았다. 신씨는 벌이가 일정치 않은 김씨를 대신해 일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신씨의 중학생 딸 A양은 김씨와 단둘이 있는 날이 잦아졌다.  
 
김씨가 본색을 드러낸 것은 동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2012년 12월 김씨는 동거녀인 신씨가 일하러 나간 사이 A양에게 접근했다. 안방에 누워 TV를 보다가 잠든 A양은 부지불식간에 김씨에게 첫 번째 성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지속적으로 수차례 A양을 성폭행했다. 이후 A양의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속이 더부룩하고 구역질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여성이 임신했을 때 보이는 증상과 비슷했다. 하지만 A양은 그러한 증상이 임신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A양은 평소처럼 학교생활을 했다. 학교 친구들이나 선생님들도 A양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A양 스스로도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A양이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출산을 얼마 남겨두둔 시점이었다. 몇 달 동안 속이 거북해 식사마저 어려웠던 A양은 어머니인 신씨에게 몸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렸고, 어머니 신씨는 속이 불편하다는 A양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신씨는 진찰 결과 딸인 A양이 임신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그제야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A양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임신이라 몸의 변화가 눈에 띌 만큼 크지 않아 임신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출산 예정일이 임박했기 때문에 임신중절 수술도 불가능했다. 결국 A양은 지난해 김씨의 아이를 출산했다. 
 
신씨는 자신의 딸이 동거남에게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출산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격리 등의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고, 미혼모 지원 정책을 알아보는 것도 모두 A양 혼자의 몫이었다.  
 
고민 끝에 A양은 지난해 8월 미혼모 지원 상담을 하러 구청을 방문했다. A양은 구청 직원에게 “어머니가 혼인신고를 하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구청 직원은 A양의 출산에 의문을 품었다. 중학교 1학년밖에 되지 않는 어린아이가 임신을 하고, 호적신고를 한다는 말이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구청 직원은 성폭행에 의한 출산이 의심된다며 앞서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A양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성폭력특례법상 친족 준강간 등)로 김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김씨는 의붓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해 장기간 성폭행해 죄질이 나쁘다”며 1심 재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김씨가 정식 재판을 받게 되면서부터 어머니 신씨의 엽기적인 행태가 이어졌다. 신씨는 A양을 데리고 3개월 동안 13여 차례나 구치소에 수감된 김씨를 찾아갔다. 성폭행 피해자인 A양은 가해자인 김씨를 수차례 마주해야 했다. 이에 더해 어머니 신씨는 “아이에게도 아버지가 있어야 한다”며 A양과 김씨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미성년 딸 수차례 성폭행한 내연남 구속
아이까지 낳았는데…석방 위해 혼인신고

어머니 신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씨는 본인과 딸 A양의 이름으로 김씨를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신씨는 딸 A양이 재판에서 증언하는 것도 하지 못하도록 설득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신씨가 “김씨와 딸이 가정을 꾸리는 것이 딸에게도 좋다”면서 동거남 김씨와 딸 A양의 혼인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동거남이었던 김씨가 갑자기 신씨의 사위가 된 것이다. 
 
어머니의 설득에 못 이겨 A양도 법정에서 김씨의 범행과 관련한 증언을 하는 것을 거부했다. A양은 법정에서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다”며 “나도 원해서 한 결혼”이라고 김씨를 옹호했다. 
 
신씨의 행위는 일종의 혼인 강요죄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검찰은 “판단이 미숙한 미성년자 딸을 가해자와 결혼까지 시킨 신씨의 행동은 명백한 아동학대”라며 아동학대처벌특례법에 따라 친딸과 동거남의 혼인신고를 한 신씨의 친권을 일정기간 정지하는 등 불구속 기소했다. 
 
강요죄는 상대가 타인인 경우 5년 이하 징역이 성립된다. 하지만 신씨와 A양은 직계존비속 관계기 때문에 강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은 검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신씨를 불구속했다. 현재 아동복지법 위반은 5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그럼에도 신씨는 “아이의 장래를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끝내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김씨를 상대로 혼인무효 소송 절차도 밟고 있다. 신씨의 강요에 의해서 혼인신고한 A양은 자발적인 의사가 아니기에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가 됐다. 
 
검찰과 피해자 지원 단체 연계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딸을 데리고 있던 신씨를 상대로 유아 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해 아이를 되찾아왔다. 현재 A양은 성폭력피해자지원 쉼터에서 생활하며 아동보호기관 등의 도움으로 출산한 아이를 돌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가정 내 아동 성폭행 사건에서 보호자로서 보호를 소홀히 하고 가해자 석방을 위해 미성년 피해아동에게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친모를 입건하고, 피해자 지원단체와 협력해 피해아동에 대해 적극적 보호조치를 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동거남이 사위로 
 
사실상 성폭행을 당한 친딸을 방치한 친어머니는 공범이나 다름없다. 미성년자인 딸은 아무런 법적 조치도 취할 수 없다. 결국 검찰은 어머니의 친권박탈을 청구했다. 
현행법상 법원은 최대 4년까지 학대자의 친권을 정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친권을 정지한다는 것 자체가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검찰은 전문가 조언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도입된 ‘아동보호자문단’은 이 사건을 첫 사안으로 다루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가사소송법 개정안 보니…
 
앞으로 부모의 학대나 폭력에 시달리는 미성년 자녀가 직접 법원에 부모의 친권을 박탈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지난 8일 대법원 가사소송법 개정위원회는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가사소송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1991년 1월 제정된 가사소송법의 전면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정안은 총 161개 조문으로 구성됐다. 현행 법률의 조문은 87개다. 기존 조항을 대폭 손질한 개정안은 가족 간 분쟁에서 통상 ‘약자’ 입장인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강화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정대리인을 통해 소송 제기가 가능했던 미성년 자녀에게 가족관계 가사소송 등을 낼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이에 따라 부모의 학대로 고통을 받지만 성년이 되지 않아 소송을 낼 수 없던 자녀는 법원에 직접 친권상실이나 친권정지 청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입양된 미성년 자녀의 경우에는 파양 청구가 가능하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