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2·8전대 후폭풍> 야권의 재구성 막전막후

또 그들만의 리그? "새누리보다 친노가 더 밉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당권경쟁에서 예상대로 문재인 의원이 박지원 의원을 꺾고 승리했다. 친노(친노무현)계의 좌장격인 문 대표가 당권을 거머쥐면서 당 안팎에선 비노계를 중심으로 분당 움직임이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미 당 외곽에선 전당대회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진보진영의 이합집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8전당대회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 되고 있는 야권의 재구성 막전막후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이변은 없었다. 사실상 문재인-박지원 후보의 양강구도였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전당대회에서 친노(친노무현)계의 좌장격인 문재인 의원이 박지원 의원을 꺾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날 문 대표는 총 득표율 45.30%로 박 의원(41.78%)을 3.52%차이로 따돌리고 신승을 거뒀다.

문재인 당선
소외된 비노

하지만 문 대표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문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내내 박 의원과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특히 선거 막판에는 박 의원이 경선 룰 변경 논란으로 전당대회 보이콧을 고려할 정도로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르기도 했다. 한 종편 토론회에 출연해서는 박 의원이 문 대표를 향해 ‘비열’하다고 했고, 문 대표는 ‘가장 저질의 토론’이라며 막말을 주고받았다.

심지어 이들은 야권진영에서 금기시 되는 색깔론까지 들먹이며 서로를 견제하기도 했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후를 걱정하는 인사들이 많았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 이후 비노진영의 분당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박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내가 당대표에 출마하겠다고 하니까 우리 당의 많은 분들이 절대 친노를 믿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출마하지 말고 신당을 창당하자고 내게 굉장히 권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사실상 반쪽짜리 당대표 "니들끼리 다 해라"
심상찮은 분당 조짐, 개혁드라이브에 힘?

선거 막판 경선 룰 변경 논란까지 겪은 만큼 비노계로서는 분당의 명분이 이미 충분하다. 반면 문 대표의 상황은 암울하다. 당권을 잡긴 했지만 양 진영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인 만큼 사실상 반쪽짜리 대표에 가깝다. 당연히 당내 개혁드라이브에도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표가 당권을 잡은 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크게 반등시키지 못한다면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노계는 물론이고 당 지지율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의 신당 참여 움직임이 본격화 될 수 있다.

한편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미 당 외곽에선 진보정당과 야권 신당들의 새판 짜기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 과정에서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왔던 문 대표가 당권을 쥐면서 진보정당 연대와 새정치연합의 대결은 필연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야권연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바 있다.

뭉치는 외곽
새정치에 도전장

문 대표는 “평소에 다른 정체성을 내세워 활동하는 정당들이 선거 때마다 연대하는 것은 정당정치에 맞지 않다”며 “특별한 정치상황 속에서 한두 번 할 수는 있겠지만 선거 때마다 논의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발하듯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4·29재보선에서 광주서을 지역에 새정치연합을 제외한 진보진영의 연대를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진보 재편 논의를 위해 조만간 정의당, 노동당,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 지도부는 공식 회동을 가질 계획이다. 이는 사실상 새정치연합에 대한 진보진영의 정식 도전장이다. 진보진영의 재편 논의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당장 두 달 앞으로 다가온 4·29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과 진보 연대세력의 정면승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진보 연대세력이 새정치연합과의 정면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야권 개편 논의는 봇물을 이루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사실 진보정당 간의 연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물밑에서 준비돼왔다. 지난해 통합진보당을 제외한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3당은 <위기의 진보정당,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야권통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진보정당들은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지 못하고 야권연대를 통해 겨우 명맥만을 유지해가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치러진 선거에선 야권연대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결국 새정치연합과의 연대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된 상황에서 진보정당 간의 통합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진보진영의 마지막의 승부수인 셈이다.

특히 기존 진보정당들에 더해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이하 국민모임)이 진보정당 연대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진보정당 연대는 더욱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대선후보를 지낸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참여하면서 화제가 된 국민모임은 출범 당시부터 빅텐트 진보정당 창당을 목표로 했다.
 

국민모임은 출범 직후부터 정의당·노동당·녹색당 등 기존 진보정당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새정치연합내 진보그룹, 노동정치세력, 시민사회 세력 등이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원탁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모임 김세균 공동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정의당과 별 차이점이 없는 신당을 만든 이유에 대해 “정의당은 새정치연합 내부의 진보파라든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진보인사들을 통합해낼 능력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신당 창당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모임의 역할과 목표가 신당 창당 그 자체보다도 진보진영의 빅텐트 정당을 만드는 것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여기에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들도 외곽에서 무섭게 세력을 불려나가면서 야권 지형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안 의원의 측근인 새정치추진위원회 윤석규 전 전략기획팀장이 주도하고 있는 ‘신당 추진을 위한 원탁회의’는 최근 명칭을 ‘90% 서민을 위한 풀뿌리국민정당 추진모임’(이하 풀뿌리국민정당)으로 정하고 구체적인 창당 준비를 하고 있다.

풀뿌리국민정당에는 새정치추진위원회 출신 인사 등 7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수도권과 호남·영남권 등에서 지역별 행사를 열고 광역단위 임시모임 등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오는 3월에는 1000여명 정도가 참여하는 전국 활동가 대회도 열 계획이다.

진보 빅텐트
돌풍 일으킬까?

안 의원의 또 다른 측근들이 만든 네트워크 조직 ‘새울림’의 행보도 눈에 띈다.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던 이계안 전 의원이 서울지부 대표를 맡고 있는 새울림은 아직까진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사실상의 신당 창당 준비 조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현재 새울림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 중 몇몇은 아직까지 새정치연합의 당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어 당 내부에서는 새울림의 행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새울림에는 벌써 100여명에 달하는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고 전국 조직화와 함께 앞으로 김부겸 전 의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오거돈 전 장관, 박영선 의원들을 강연 형식으로 초청해 스킨십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풀뿌리국민정당과 새울림은 모두 안 의원의 측근들이 만든 신당 준비 조직이지만 창당 시점이나 안 의원의 참여 여부 등을 놓고 이견차가 생겨 현재 따로 신당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념적 스펙트럼이나 양 조직 인사들 간 친분이 상당해 향후 얼마든지 연대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새정치 빼고 뭉치는 진보진영 "한판 붙어보자"
4월 재보선 지면 차기총선 제1야당 입지 흔들


이들은 국민모임이 주도하고 있는 진보진영 연대와는 다소 이념적으로 거리가 있지만 새정치연합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국민모임 김세균 공동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새정치연합을 “사라져야 할 정당”이라고 표현했고, 새울림에 참여하고 있는 강연재 전 부대변인은 문재인 대표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문 의원에 ‘환멸’을 느낀다”는 수위 높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이라는 가장 큰 공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서로 뭉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기존 진보3당(정의당, 녹색당, 노동당)에 국민모임이 참여하고, 새정치연합 내 비노계와 진보세력, 안철수 측 국민정당과 새울림까지 참여하는 진보 빅텐트 정당이 출범하게 되면 내년 총선에선 제 1야당 자리를 놓고 새정치연합과 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야권은 완벽하게 재구성되게 된다.

야권의 재구성
곧 빅뱅 온다


물론 이들이 세력화에 결국 실패하고 새정치연합에 흡수될 가능성도 크다. 오는 4월 재보선에서 진보 빅텐트 정당과 새정치연합이 이전투구를 벌이다 정작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총 3석 중 2석 이상 차지하는 결과가 나오면 신당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외곽 신당보다는 새정치연합과의 연대에 무게중심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어찌됐든 외곽에 흩어져 있는 세력이 하나로 뭉치게 되면 새정치연합과 연대를 하더라도 좀 더 당당하게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이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세를 불린 후 내년 총선을 앞두고 통합을 주장하면서 공천 지분을 요구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진보진영은 선거 때마다 그런 움직임을 보여왔다. 새정치연합은 외곽의 움직임에 신경 쓰기보단 자체적으로 개혁하고 좋은 정책들을 내놓으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8전당대회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 되고 있는 야권 재구성 움직임 속에서 새정치연합은 제1야당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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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4월부터 설설 끓던 ‘이재명 연임론’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연임으로 잠재적 합의를 본 듯하다. 당의 앞날이 오직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재명 몰빵’을 외친 채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현안을 띄우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그만큼 구설에 오르기도 하는 요즘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여의도에서는 ‘어대이(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하지만 정작 본인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당 대표직을 사임했지만, 연임 여부에 관해서는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모냐 도냐 민주당 의원은 저마다 이 대표 연임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거대 야당을 맡을 적임자로 이 대표가 제격일뿐더러 민주당 내 마땅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해 “당연하다”며 “지난 총선서 국민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줌으로써(이 대표가) 리더십의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정권 교체에 있는데(이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등을 뺏겨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이 대표를 두고 “윤석열정부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적임자”라며 연임에 힘을 실었다. 장 최고위원은 라디오를 통해 “본인 개인적으로는 힘드시겠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국민이 바라는 건 물러터진 민주당이 아니라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께서 연임을 결단 내리고 출마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고민을 정리하시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안을 손질하면서 이 대표의 연임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제4차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민주당 당헌 25조2항에 따르면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1년 전 직을 사퇴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하는 규정을 신설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가 진행됐으며 참여자 501명 중 422명인 84.23%가 찬성했다. 반대는 15.77%로 79명이었다. 개정되기 전 당헌을 따를 경우 이 대표는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해도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2026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신설 조항이 개정되면서 같은 해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도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당대회 앞두고 멍석 깔았다 당헌·당규 이어 러닝메이트도 국민의힘이 “이재명을 위한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서 민주당 강득구 수석사무부총장은 “비상 상황이 생길 때(개정을)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때 수정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셀프 개정’했다는 오해를 받을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대표나 최고위원이 우리 당의 유력 대선후보인데 정해진 일정이 아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 대선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할지 고민이 있었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차원서 절박한 마음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 속에서 2기 지도부에 함께할 의원들도 자천타천 거론된다. 새로운 수석 최고위원이자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는 4선인 같은 당 김민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이 대표와 긴밀히 소통해 온 인물이다. 선수가 높아 캠프의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크다. 이 밖에도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전현희·이언주·민형배·한준호·강선우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원외에서는 전봉주 전 의원과 김지호 상근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도 각종 현안을 띄우며 부지런히 발을 맞췄다. 최근에는 주4일제와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여론 주도권 쥐기에 나섰다. 지난 총선 때 공약으로 내건 ‘25만원 지원금’에 이은 민생 이슈로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주 4일제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거꾸로 가는 노동 시계를 바로 잡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의 “근로 다양성을 고려해서 주 52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적하는 동시에 맞대응할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욕이 지나쳤나? 이날 이 대표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인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겠다고도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행돼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비 절감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이런 점을 꼬집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지난 1월 민생토론회서 단통법 폐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벌써 반년 동안 변한 게 없다”며 “단통법 폐지에 대해 정부여당도 말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우리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저감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새롭게 최고위원회의에 합류하게 된 강민구 최고위원은 “아버님이 지난주 소천하셨다. 아버님은 평생 이발사를 하며 자식을 무척이나 아껴주신 큰 기둥이었다”며 “소천 소식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당원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라며 “국민의힘이 영남당이 된 지금 민주당의 동진 전략이 계속돼야 한다.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이 대표가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에게 충성 경쟁을 하기 위한 ‘낯 뜨거운 찬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잠시 조선노동당 얘기인 줄 착각했다”며 “우상화가 시작됐나요?”라고 비꼬았다. 새로운미래 최성 수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재명 1인 절대권을 지닌 친정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리는 장면”이라며 “이재명이 민주당의 아버지면 ‘법카 횡령’으로 재판을 받는 김혜경 여사는 머지 않아 ‘민주당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의 아버지’ 논란이 불거지자 강 의원은 SNS를 통해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설명했지만 비판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의 연임은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질서정연하게 이끌겠지만, 앞으로 민주당이 하는 모든 행동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으로 비춰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이 꾸리고 있는 지도 체제 목적은 뚜렷하다.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구해내는 게 당의 목표가 되다 보니 자꾸 무리수가 생긴다”며 “옆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이 눈치를 못 채겠나. 그래도 크게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우니 ‘민주당이 모든 걸 쟁취하겠다’는 여론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색안경 언제쯤 벗나 민주당이 11개 상임위를 선점하고 각종 법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의회 독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던 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상식에도 맞지 않고 국회법에도 맞지 않고 관례에도 맞지 않는 상임위 배분안”이라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질주하는 민주당의 모든 행동이 기승전 이 대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 지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여권의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차지하고 강경파 의원을 위원장으로 앉힌 것 역시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방어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대북송금 특검법’ ‘수사기관 무고죄’ 등도 모두 이 대표 방탄을 위한 맞춤형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인 방송 4법을 국회 상임위원회(과방위)서 단독으로 처리한 것 또한 이 대표가 언론을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기 위한 절차라고 맹비난했다. 방송 4법은 지난 21대 국회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 중 하나다. 기존 방송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더해 22대 국회서 재발의한 것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애완견’으로 비난하면서 언론을 사실상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고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며 “국회는 이 대표의 방탄 로펌이 아니며 공영방송이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가 자신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 관련 보도를 한 일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한 게 논란이 되자 일부러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안 의원은 “날치기로 통과시킨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진 대부분을 친민주당·친민주노총 성향 단체들이 추천하겠다는 개악법”이라며 “‘이재명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뻔하다. 방탄 언론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강조했다. 말 한마디도 ‘방탄’ 직결 “연임은 당이 쥘 양날의 검”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여의도 동탁이 등장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재명 1극 체제’는 우리로서 전혀 나쁘지 않다. 동탁 체제가 아무리 공고해 본들 그건 20% 남짓한 극성 좌파들 집단의 지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버이 수령 체제’로 치닫는 민주당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며 “민주사회서 최종 승리는 결국 다자 경쟁구도서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이 그걸 증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면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이 줄어든다”며 “민주당을 이끌 새로운 인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은 민주당 내에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이 대표를 추대하는 분위기로 몰려 선뜻 목소리를 못 내고 있을 뿐”이라며 “결국 국민의 피로감만 쌓이는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민주당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이재명이라는 대선후보의 입장서 보면 너무 많은(당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선택 아닐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 최고위원은 ‘리스크를 떠안고 갈 우려가 너무 크다’ ‘목표를 대권에 잡아야지 당권에 둬서는 안 된다’ 등의 이유로 이낙연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당권을 갖고 갔다. 그리고 리스크를 다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며 “그게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서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리스크 확성기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어떤 집단이 일극체제로 굴러가는 건 누군가의 뛰어난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꽁꽁 묶여 있다. 거대한 무리서 혼자 톡 튀어나온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타깃이 되기 딱 좋은 위치”라고 우려를 표했다. 모든 시선이 이 대표에게 쏠려 있으니 국민의힘이 작은 오점 하나까지 꼬투리를 잡아 늘어질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 한 명만 쓰러뜨리면 끝나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후보군이 제법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면서도 “전당대회뿐만이 아니라 대선에 등장할 잠룡도 많은데 민주당은 ‘오직 이재명’만 외치면서 다음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기서 변화구가? 5선인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8월 전당대회 변수로 떠올랐다. 잔뼈가 굵은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국회의장 선거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의원을 꺾었다. 이인영 의원도 우 의원과 같은 GT계(김근태계) 사람”이라며 “우원식 의원을 의장으로 만들었으니 이 의원의 출마는 ‘못 먹어도 고’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다만 “이 대표 추대론으로 분위기가 맞춰지고 있어 이 의원의 도전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