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골프 톱스타들 한국행 기피하는 이유

한국만 왔다하면 ‘악~악~악!’

세계적인 골프 스타들의 ‘한국 피하기’가 이어지고 있다. 상금이 적어서? 선수에 대한 대우가 부족해서? 아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형 사건·사고와 북한과의 관계에서 오는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이유다. 개중에는 한국 갤러리와의 불화로 발길을 끊은 것으로 보이는 선수들도 있다.

갤러리 문화와 국가 안전 이미지가 관건
‘전설’ 아놀드 파머가 겪은 ‘무주 악몽’

챔피언십 참가 취소, 북한 핵 때문에…
숙소 근처서 전차훈련, 발 묶인 선수들

날씨가 갑자기 나빠졌다. 아널드 파머는 파일럿에게 괜찮겠느냐고 물었는데 문제없다는 답을 들었다. 파머는 그래도 불안했다. 헬리콥터는 안개 속으로 비행을 시작했다.
파머는 비행전문가다. 비행기, 헬리콥터 조종면허가 있다. 그가 바짝 긴장해서 보니 헬기 전자장비 계기판 바늘이 난리였다. 조종사나 헬기 둘 중 하나는 정상이 아니었다. 얼마 후 헬기가 구름 밖으로 나왔을 때 엄청난 바위산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충돌까지 바로 몇 야드 차이에 불과했다. 헬기에 탄 사람들 모두 숨을 멈췄다. 파일럿이 기수를 돌려 겨우 충돌을 면할 수 있었다.

소음 스트레스 받고
스코어 카드‘깜빡’

아널드 파머가 자서전에 쓴 내용이다. 1989년 골프장 설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러 서울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산악지형의 골프장 부지에 다녀오던 길이었다고 한다. 아마 그가 설계한 무주골프장에서 생긴 일이었던 것 같다. 파머는 자신의 인생의 가장 위험한 순간 중 하나라고 썼다.
파머는 한해 전인 1988년에도 한국에 왔다. 소아마비 구제기금 명예회장의 자격으로 서울 패럴림픽을 지원하기 위해 뉴코리아골프장에서 조니 밀러, 레이먼드 플로이드, 헤일 어윈과 함께 스킨스게임도 벌였다. 그는 여행을 많이 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89년 헬기 사건 이후 한국에 왔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카리 웹도 한국에 잘 안 온다. 1996년 제일모직 로즈오픈 참석차 한국에 왔었다. 당시 웹은 22살에 LPGA 상금랭킹 1위인 젊고 매력적인 최고스타였다. 그를 가까이서 보려는 사람이 많았다. 당시 갤러리 문화가 좋지 않았다.
갤러리 사진과 소음에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그는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하지 않아 실격됐다. 사인을 실수로 잊어버렸다고 하는데 일부러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 선수들이 미디어에 진실을 다 말하지는 않는다.
웹은 한달 후 삼성월드챔피언십에 또 나왔다. 대회장은 경기도 포천의 일동레이크골프장이었다. 그 한달 동안 갤러리 문화는 좋아지지 않았다. 웹은 힘든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다른 악몽이 있었다. 숙소가 골프장과 매우 먼 워커힐호텔이었는데 전차부대가 훈련을 하는 바람에 차가 묶였다. 전쟁이 나는 것인지 두렵기도 했고,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고통스러웠다고 전해진다. 그 후 웹은 15년 동안 한국에 오지 않다가 2011년 하나외환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 당시 웹은 “일을 겪은 후 한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대회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에 오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잊었다.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가 미국 메이저대회 일정과 비슷해 올 수 없었고, 하나외환챔피언십은 스폰서와 관련 있는 일본 대회 일정 때문에 출전할 수 없었다. 다행히 올해는 일정이 2주가량 앞당겨져 오게 됐다”라고 답했다. 줄여서 얘기하면 ‘이젠 아무 감정이 없다’는 얘기다. 이 말대로라면 그 이후엔 한국 대회에 왔어야 한다. 그러나 오지 않았다. 아마도 앙금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웹이 한국에 온 2011년은 LPGA투어 대회가 확 줄어든 암흑기 같은 해였다. 좋아하는 대회 싫어하는 대회 골라 나올 형편이 아니었다. 사정이 나아지자 다시 ‘악몽의 한국’에 발길을 끊은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랭킹 1위 스테이시 루이스도 지난해 하나외환챔피언십에 불참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왔는데 이후 2년 연속 불참이다. 하나외환챔피언십은 LPGA 선수들이 나오고 싶어 하는 대회다. 한류 때문에 서양에도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고 다른 아시아 대회에 비해 잘 조직된 대회다.
선수에 대한 대우가 좋고 상금이 200만달러로 많은 편이며 인천공항 바로 옆인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려 이동시간도 짧다. 그러나 루이스는 중국, 말레이시아 등의 대회에 참가하면서도 한국에는 안 온다.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루이스는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2009년부터 차례로 37등, 12등, 50등, 33등을 했다. 69명이 나오던 대회이니 중하위권이었다. 성적이 계속 나빠 오지 않는다가 첫째다.
둘째는 갤러리 에티켓이다. 성질 있는 루이스가 한국 대회에서 갤러리와 갈등을 겪었을 수 있다.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겪어 다시 나오지 않기로 다짐했는지도 모른다. 이 두 번째가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니면 두 가지 다이거나.


선수들 플레이 두고
실시간 내기하는 팬들

루이스는 화끈한 선수다. 코스가 어렵거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피해 다니는 스타일은 아닌 듯하다. 지난해 중국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일부러 그 대회에 다시 나간 인파이팅이 있는 선수다.
한국을 외면하는 골프스타들이 더러 있다. 아널드 파머처럼 안전에 위협을 느낀 경우가 있다. 세월호 사고 등의 대형 사건에서 보듯 아직도 한국에서는 안전불감증이 남아 있는 듯하다. 골프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 바로 잡아야 한다.
북한 핵을 두려워하는 선수도 있다. 알바로 키로스 등이 북핵 때문에 예정되어 있던 발렌타인챔피언십 참가를 취소하기도 했다. 더 큰 이유는 갤러리 에티켓 문제다. 카리 웹 뿐 아니라 세르히오 가르시아, 리 웨스트우드, 안니카 소렌스탐, 어니 엘스 등 여러 선수가 한국 대회에 참가했다가 갤러리에 실망을 했다.
최나연은 “어떤 선수가 벙커에 빠졌는데 한국 팬들이 파세이브를 하느냐 못하느냐를 두고 내기를 하더라.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선수였지만 대충 분위기를 짐작하는 것 같더라. 아주 창피했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세계랭킹 1위다. 현재 여성선수 중 최고로 잘 치는 선수다. 그냥 1등도 아니다. 척추에 철심을 박고 최고가 된 스포츠 선수는 루이스 말고는 없다. 가끔 성질을 내긴 하지만 허리 핸디캡을 이겨낸 그의 투철한 의지를 보는 것 같아 나빠 보이지 않는다.
하나외환챔피언십에 세계랭킹 10위 중 빠진 선수는 루이스와 웹뿐이다. 이런 선수가 한국에 오지 않는 것은 한국 팬들의 손해다. 명연주자들 사이에서 어떤 나라의 관객의 에티켓이 안 좋다고 소문이 나면 그 나라가 블랙리스트에 오른다고 한다. 뛰어난 아티스트가 한국을 외면하면 국내 음악팬의 손해이고 세계적 명화가 한국에 전시를 하지 않으면 미술 애호가의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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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