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이상 징후 해부

2월 전대 후 야권 춘추전국시대 열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제1야당이 무너지고 야권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 레이스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작 정치권의 관심은 딴 곳에 가있는 듯하다. 이른바 야권 재개편론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의원이 탈당한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새정치연합의 창업주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이 신당 추진을 위한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정말 야권 춘추전국시대는 열리게 될까?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20년 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와 상황이 똑같다. 당시 성수대교가 무너지기 전에 언론사들이 성수대교를 포함한 한강교량의 문제점을 집중보도했는데 당국은 늘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렇게 안이하게 대처하다 결국 사고가 났다. 지금도 언론에선 우리 당이 깨질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당 지도부만 무사태평이다.”

안이한 대처
야권 핵분열?

지난 6일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동영 전 의원의 탈당설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그 분은 구당하겠다는 것이므로 나갈 리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불과 5일 뒤 탈당을 선언하고 진보진영의 신당추진모임인 ‘국민모임’에 합류한다.

이에 대해 한 정치부 기자는 “당시 기자들은 이미 정 전 의원이 탈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시점인데 문 위원장이 그런 발언을 해 애써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서 그런 것인지 정보가 느린 것인지 궁금했다”며 “어찌됐든 당 안팎으로 분당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당 지도부가 너무 둔감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그런 당 지도부의 태도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언론에선 매일 같이 새정치연합의 분당설과 야권 신당 창당설을 보도하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그럴 리가 없다”는 한결같은 반응만 내놓고 있는 것이다.

전대는 흥행실패, 그 이후가 더 궁금
심상치 않은 새정치연합 내부 분위기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느긋한 대응과는 달리 정치권에서는 이미 새정치연합을 둘러싼 각종 분당 시나리오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당권 주자인 박지원 의원조차 공공연히 분당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 의원은 지난 20일 전북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의원이 당권과 대권을 다 갖겠다는 것은 꿩 먹고 알 먹고 국물까지 다 잡수시겠다는 것”이라며 “문 의원이 당권과 대권을 다 차지하면 정세균, 김두관, 김부겸, 박영선, 박원순, 손학규, 안철수, 조경태, 천정배 이런 분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냐? 문 의원이 대표가 되면 당은 초토화가 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분당 후 반기문 UN사무총장과 함께 하자는 사람도 있었다”며 당 안팎에서 적극적인 분당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공생할까?
공멸할까?

이미 구체적인 분당 움직임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새정치연합의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의원은 이미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 추진모임인 국민모임에 합류한 상태다. 국민모임에는 정 전 의원뿐만 아니라 최규식·김성호·임종인 전 민주당 의원과 유원일 전 창조한국당 의원, 최순영 전 민노당 의원도 합류하기로 했다.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장관을 지낸 중진 의원인 천정배 전 의원도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모임은 정의당과의 연대 가능성까지 타진하고 있어 외곽에서의 신당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새정치연합의 창업주인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이 신당 추진을 위한 원탁회의를 개최해 화제가 됐다. 가칭 ‘신당 추진을 위한 원탁회의’(이하 원탁회의)는 이날 향후 신당 창당 여부와 정치적 노선 등을 폭넓게 논의 했다. 원탁회의에는 윤석규 전 새정치추진위 전략기획팀장과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강동호·지재식 전 기획위원, 정기남 전 새정치추진위 공보팀장, 강연재 전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안 의원은 측근들의 돌출행동일 뿐이라며 원탁회의와 거리를 뒀지만 최근까지도 안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강연재 전 부대변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원탁회의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분당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이미 정동영 전 의원이 참여했었던 ‘구당구국 모임’과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중도 성향 의원들은 야권 재편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도 최근 여러 차례 “중도 신당을 통해 지지층을 중도·보수까지 확장해야 한다”며 중도 신당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당장 다가오는 4월 재보선은 야권 재개편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치러지게 되는 4월 재보선은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중원, 광주 서구을 등 3곳에서 치러진다. 기존에 통진당 의원들이 지역구를 갖고 있었던 만큼 모두 야권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이겨도 본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4월 재보선은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어 치르게 되는 첫 선거다. 2·8전당대회 이후 재보선을 준비할 시간도 비교적 충분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책임론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새 당 대표로서는 단 한 곳만 빼앗겨도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고 만약 두 곳 이상 빼앗긴다면 조기 퇴진론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까지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전패하기라도 한다면 지금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안 된다며 당 안팎의 분당 움직임에 힘이 실리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4월 재보선의 판세는 결코 새정치연합에 유리하지 않다. 서울 관악을과 경기 성남중원은 물론이고 호남 텃밭인 광주 서구을 선거조차 장담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현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서울 관악을에 출마시키고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각각 경기 성남중원과 광주 서구을에 출마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거물급 인사들이라 이들의 출마가 성사된다면 아무리 야권 강세지역이라고 해도 새정치연합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동영 전 의원의 참여로 힘을 받고 있는 국민모임도 4월 재보선에 후보를 낼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표 분열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모임에서 거론되고 있는 출마 예상자들도 만만치가 않다. 당사자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치권에서는 서울 관악을 조국 서울대 법대교수, 성남 중원구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광주 서구을 천정배 전 의원 등의 출마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을 비판하며 신당 창당을 추진한 국민모임인 만큼 새정치연합과 후보를 단일화할 명분도 마땅치 않고, 선거에 임박해 단일화에 성공한다고 해도 오히려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정윤회 문건 파동과 담뱃세 인상 논란 등으로 연일 하락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반사이익은커녕 오히려 새누리당보다 지지율이 더 떨어져 선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 19일 발표된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새누리당은 39.3%로 전주대비 1.5%p 하락했지만 새정치연합은 21.2%로 전주대비 2.4%p 하락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015년 1월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우후죽순 신당
최후의 승자는?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이 재보선 목표에 대해 이례적으로 “3곳에서 전부 승리하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때문에 일각에선 재보선 결과에 따라 5~6월에도 분당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른바 ‘6월 분당설’도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결정타는 내년 4월에 치러지게 될 20대 총선이다. 현재 친노(친노무현)계의 좌장격인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당직 인선과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난다면 새정치연합 내 분당 움직임은 본격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만약 새정치연합이 총선에서 참패하기라도 한다면 분당을 막기 위한 백약이 무효할 것이란 분석이다.

안철수계 외곽서 중도 진보정당 추진
4월 재보선 이후 야권 핵분열 할까?

또 문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호남 3선 이상 중진들이 물갈이될 것이라는 ‘호남 3선 물갈이론’이 제기돼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계기로 호남신당이 창당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비록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번 전당대회에는 박주선, 김동철 등 호남권 비노계 인사들이 대거 출마해 눈길을 끌기도 했었다.

따라서 문 의원이 당권을 잡은 후 내년 총선에서 이들을 물갈이 하면 결국 이들이 당을 뛰쳐나와 호남신당을 만들 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만큼 이들로서는 당이 자신을 내친다면 굳이 당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정서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박주선 의원의 경우는 이미 지난 19대 총선에서 공천 탈락하자 탈당한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던 전력이 있다.


이처럼 야권 내에서는 ‘국민모임’과 ‘안철수계 신당’을 비롯해 ‘비노계 중도 신당’, ‘호남 신당’ 등의 출현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연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단 안철수계 신당은 국민모임의 노선이 지나치게 진보적이라며 국민모임과는 연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를 전후로 야권이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야권 춘추전국시대
이제 곧 열린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는 친노와 비노계의 생각이 이렇게 다른데 더 이상 함께 있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자성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어차피 현재 지지율로는 다음 총선 때 수도권은 물론이고 텃밭까지 뺏길 수 있다. 서로 자기 말만 옳다고 악을 쓰고 있으니 각자 신당을 만들어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을 둘러싸고 분당 이상 징후가 계속 포착되고 있는데 당 지도부는 제1야당 프리미엄만 믿고 있는 듯 하다”며 “새정치연합의 혁신이 계속 늦춰진다면 언젠간 야권 지지자들도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