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으로 간 김군'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외톨이 왕따 ‘IS 전사’로 돌아올라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여행 중인 김모(17)군은 10일 터키 킬리스 지역에서 실종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김군의 컴퓨터와 이메일 등을 분석하고 부모, 터키에 동행한 홍모(45) 목사 등 주변인을 불러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외교부와 경찰 등 관계당국은 김군이 IS(이슬람 과격단체)에 가입하려고 자발적으로 터키로 간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김군의 납치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터키 주재 한국 대사관은 한국에서 입국한 김군이 시리아 접경 지역인 킬리스에서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았다. 김군이 실종된 터키 동남부 일대는 여행경보 지역이다. 시리아 국경으로부터 10㎞까지는 ‘적색 여행경보 지역’으로 외교부가 우리 국민의 출입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터키까지 어떻게?
 
김군는 지인 홍씨와 함께 지난 8일 터키에 입국했으며 10일 킬리스 소재 메르투르 호텔에서 아침식사 후 연락이 끊겼다. 이에 홍씨는 지난 12일 대사관에 실종 신고를 했다. 실종자 가족은 14일 경찰에 신고를 했으며, 16일 금천경찰서 강력팀 긴급통신수사를 실시했다.
 
김군은 지난해 3월부터 IS 관련 신문기사 등 65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즐겨찾기 목록에 등록해두었으며, 지난 1년간 총 3000회 검색 기록 중 <IS><터키><시리아><이슬람> 등을 주요 검색어로 517회 검색한 바 있다고 밝혔다.
 
바탕화면에는 ‘IS 깃발을 든 전사들’의 사진파일 4점이 저장되어 있었고, 삭제된 자료 복원을 통해 IS관련 사진을 추가로 확인했다. 또 터키에 도착한 뒤에는 9일과 10일 각각 터키 현지 전화번호로 통화한 사실도 공개됐다.
 

경찰은 김군이 터키에 도착한 후인 지난 9일과 10일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두 차례 현지 휴대전화번호인 ‘15689053********’로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첫번째 통화는 김군이 가지안텝프 호텔에 체크인 하기 전후인 9일 오전 8시2분께 이뤄졌다. 10일 두번째 전화통화는 김군이 오전 8시30분 신원 미상의 남자와 시리아 번호판을 단 택시를 타고 킬리스 호텔을 떠났다. 김군은 당시 이 택시를 타고 킬리스 동쪽으로 약 25분 거리인 베리시에 마을의 시리아 난민촌에 내렸다. 
 
터키 킬리스 지역서 실종 “납치 아니다”
경찰 IS 자발적 가담 판단…치밀 계획적
 
경찰은 김군이 9일 첫 통화를 통해 이튿날 오전 만남을 약속하고 10일 신원미상의 남자의 안내로 시리아 난민촌으로 이동하고서 재차 터키 전화번호 상의 인물로부터 지령을 받아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군이 통화한 번호는 트위터 대화명 ‘Afriki’가 알려 준 ‘하산’의 전화번화와 다른 번호로, 슈어스팟을 통해 알게 된 번호로 추정된다. 
 
한국과 터키 경찰은 이 전화번호의 수신자 신원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컴퓨터 분석 결과 김군은 지난해 10월 터키 현지인이 개설한 트위터 계정 ‘habdou****’과 수차례 IS 가입 방법 등에 대해 대화했다. 트위터 대화명이 ‘Afriki’인 이 계정의 인물은 김군에게 "이스탄불에 있는 하산이란 형제에게 연락하라"라며 그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경찰은 ‘Afriki’가 지난해 10월 15일 김군에게 “슈어스팟(surespot)에서 ‘ga***’를 찾으라. 그가 너를 도와줄 것이다”라는 대화 내용을 복원했다.
 
조력자 있었나?
 
김군은 또한 치밀하게 움직였다. 20일 외교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김군은 동행한 홍씨와 함께 8일 이스탄불에 도착했고, 저녁에 가지안테프로 도착해 투숙했다. 다음날 바로 차량을 통해 킬리스로 이동했다. 두 지역은 가깝고 차 말고는 교통수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킬리스에 도착해 호텔에서 묵은 뒤 실종 당일인 10일 오전 배낭 하나를 메고 호텔을 나선 모습이 CCTV에 잡혔다. 
 
호텔 맞은편에 있는 모스크 앞에서 수 분간 서성였는데 아침에 남성 한 명을 만났다. 그 남성은 김군에게 손짓하며 신호를 보냈고, 시리아 번호판을 단 검정 카니발 차량이 이들을 태우고 이동했다. 



이 차량은 택시인데, 시리아 번호판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터키까지 오가는 차량으로 이미 터키 경찰은 해당 운전사 조사까지 마쳤다. 시리아인이 운영하는 불법택시이며, 실종 당일 오전 모스크 주변으로 와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이들을 태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 난민촌 주변에서 하차했고, 그 뒤로 이들의 행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국경검문소를 통과한 기록도 없다”고 밝혔다.
 
외국어 능통했나?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영어, 터키 현지에서 사용하는 아랍어 등에 능통하지 못했다. 그런  김군이 지난 9일과 10일 터키 현지 전화번호로 각각 2분31초, 4분38초 동안 통화했다.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과 달리 외국어로 직접 짧지 않은 시간 대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  정도의 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상 외국어 실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고 지적했다.
 
김군을 태운 택시 운전사에 따르면, 김군과 남성 등 이들 2명은 베사리에 마을에 위치한 시리아 난민촌까지 25분간 탑승하면서 대화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증언했다. 이는 불필요한 정보 노출을 꺼려 대화를 의도적으로 안 했거나, 영어 등 아랍어 구사능력에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된다.
 
이에 따라 터키 번호로 통화했다는 사실은 어쩌면 한국어를 할 수 있는 누군가가 김군의 ‘조력자’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군과 화한 사람이 한국인이거나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인물일 가능성에 대해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동생만 통화 왜?
 
김군은 휴대전화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5일까지 총 1666번의 전화를 걸었는데 이 중 1657회를 동생에게 걸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직전까지 김군이 동생과 통화했다”고 말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봤을 때 김군은 동생과 하루에 22차례 정도 통화한 셈이다. 보통의 형제보다 더 각별한 관계로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접근부터 포섭·가입까지
수사발표에도 여전한 의문
 
이런 점으로 미뤄 동생은 사전에 김군의 IS가입 시도 등을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나아가 김군이 동생에게도 IS가입 등을 권유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생이 ‘패닉’ 상태이기도 하고 동생을 조사한다고 해서 김군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돼 조사하지 않았다”며 “우리 수사 영역은 김군이 해외에서 실종을 당했는지 등 피해부분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동생 등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666회 중 동생에게 전화를 건 횟수를 제외하면 김군은 2개월 반 동안 단 9차례만 동생 이외의 사람들과 연락했다. 지난 9일과 10일 터키 현지 전화로 건 국제전화 내역을 빼면 동생 이외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건 횟수는 단 7차례에 불과하다. 10일에 한 번 꼴로 동생 이외의 사람과 통화를 한 셈이다.
 
이같은 정황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검정고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또래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던 김군이 외로움에 방황하다 ‘IS가입’등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한다.
 
복수 대상은?
 
또한 그가 SNS에 남긴 글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 김군은 트위터에 “이제는 남자가 차별받는 시대”라며 “페미니스트가 싫어 IS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러한 심리가 김군이 IS를 옹호하는 동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김군의 행동은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극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나타나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김군은 인터넷을 통해 폭력성과 가부장적인 사고를 키워왔고, 그런 자신의 성향에 부합하는 곳으로 IS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발표 내용을 종합해보면 김군은 여성혐오적 성향과 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으로 IS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이유만으로 수천Km 거리에 있는 터키까지 자발적으로 건너가 테러조직에 가담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군이 테러조직과 이슬람교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실제 행동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김군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홈스쿨링을 통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등 사회부적응을 겪었다고 전해진다. 김군은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경부터 터키여행을 가고 싶다면서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맘을 잡고 검정고시 준비를 하겠다고 하여 지인을 통해 홍씨를 소개받아 함께 여행갔다. 김군 부모는 출국 전에 “아들이 하산이라는 사람과 채팅을 하고 IS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가담자 또 나올까?

자취를 감춘 김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가 사용했던 SNS 트위터 계정을 따르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IS에 가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도 있어 제2, 제3의 김군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오후 김군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잉하는 팔로어 수는 400명에 이르렀다. 김군의 트위터 계정은 전날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단순 호기심이나 취재를 위해 김군 계정을 팔로잉한 이들도 있지만, 김군이 트위터로 IS 가입 의사를 밝힌 것처럼 ‘IS에 가입하고 싶다’는 이들도 있었다. 
 
김군을 팔로잉한 한 트위터리언(@no×××)은 “나는 IS에 가입하고 싶다. 하지만 방법을 모르겠다”는 글을 아랍어로 남겼다. 또 다른 트위터리언(@sk×××)은 아랍어로 “안녕하세요, 당신을 만나서 기쁩니다” 등의 트윗을 김군에게 보냈다.
 
IS는 현재 이메일, SNS 등을 활용해 세계 각국의 젊은 세대들을 포섭하고 있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나 은둔형 외톨이들을 꾀어 모험심을 부치기거나 금전적 보상, 여자친구 소개등 다양한 방법으로 떡밥을 던진다. 현재 외국인 IS대원은 82개국 1만5000명에 달한다. 터키가 IS 가담 핵심 경로로 확인된 만큼 국내에서 터키로 출국할 경우 철저한 당국의 감시, 이슬람 과격세력의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 등 도 테러방지 관련법을 재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무슨 처벌 받나?
 
김군이 IS에 가담했다고 가정할 때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도 관심사이다. 일단 시리아로 입국했다면, 입국금지 국가를 입국한 데에 여권법 위반을 적용할 수 있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외에 특별히 규정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 다만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처벌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유엔은 IS 사태와 관련, ‘외국인 테러 전투원’ 결의안을 최근 채택했다. 외국인 테러 전투원은 다른 나라 국적을 지닌 자가 테러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걸 의미한다. 결의안은 유엔 회원국 모두에게 구속력을 지니며, 각 국가는 외국인 테러 전투원 방지 대책을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만 테러 단체 가담 자체가 처벌 대상인지는 또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기존 사례가 없어 정부도 만에 하나 김군이 IS에 가입했을 가능성에 대비, 관련법을 검토 중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IS, 도대체 뭐길래?
 
이슬람국가(Islamic State)는 국가가 아닌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괴격파 테러리스트의 단체다. 주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 세력을 총칭하는 표현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에 따라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 또는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ISIS)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의 목표는 이슬람 율법으로 다스려지는 제정일치 국가인 이슬람 국가 건설이다. 
 
‘IS’는 테러조직의 대명사인 알카에다가 운영 자금을 기부받는 형식으로 운영되는 것과는 달리 IS터진 지역이 유전지대라 원유 밀수로 막대한 자금을 벌어들여 자급자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IS가 우리에게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은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한국인 김선일씨 참수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다.
 
또한 지난해 12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부설 도하센터의 한 연구원이 ‘한국인 IS 전사’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진 속 동양인이 한국인이 맞는지 즉각 확인 작업을 벌였지만 ‘사실 여부를 파악해보려고 시도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슬람권이라고 모두 IS를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시아파인 이란은 수니파인 IS와 대립하고 있으며, IS를 제압하기 위해서라면 오랜 앙숙인 미국과도 협력할 뜻이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한 레바논의 헤즈볼라 민병대(시아파)도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IS와 맞서고 있으며, 시리아 이라크 정부 및 터키나 시리아 온건 반군도 IS와 대립하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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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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