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으로 간 김군'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외톨이 왕따 ‘IS 전사’로 돌아올라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여행 중인 김모(17)군은 10일 터키 킬리스 지역에서 실종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김군의 컴퓨터와 이메일 등을 분석하고 부모, 터키에 동행한 홍모(45) 목사 등 주변인을 불러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외교부와 경찰 등 관계당국은 김군이 IS(이슬람 과격단체)에 가입하려고 자발적으로 터키로 간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김군의 납치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터키 주재 한국 대사관은 한국에서 입국한 김군이 시리아 접경 지역인 킬리스에서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았다. 김군이 실종된 터키 동남부 일대는 여행경보 지역이다. 시리아 국경으로부터 10㎞까지는 ‘적색 여행경보 지역’으로 외교부가 우리 국민의 출입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터키까지 어떻게?
 
김군는 지인 홍씨와 함께 지난 8일 터키에 입국했으며 10일 킬리스 소재 메르투르 호텔에서 아침식사 후 연락이 끊겼다. 이에 홍씨는 지난 12일 대사관에 실종 신고를 했다. 실종자 가족은 14일 경찰에 신고를 했으며, 16일 금천경찰서 강력팀 긴급통신수사를 실시했다.
 
김군은 지난해 3월부터 IS 관련 신문기사 등 65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즐겨찾기 목록에 등록해두었으며, 지난 1년간 총 3000회 검색 기록 중 <IS><터키><시리아><이슬람> 등을 주요 검색어로 517회 검색한 바 있다고 밝혔다.
 
바탕화면에는 ‘IS 깃발을 든 전사들’의 사진파일 4점이 저장되어 있었고, 삭제된 자료 복원을 통해 IS관련 사진을 추가로 확인했다. 또 터키에 도착한 뒤에는 9일과 10일 각각 터키 현지 전화번호로 통화한 사실도 공개됐다.
 

경찰은 김군이 터키에 도착한 후인 지난 9일과 10일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두 차례 현지 휴대전화번호인 ‘15689053********’로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첫번째 통화는 김군이 가지안텝프 호텔에 체크인 하기 전후인 9일 오전 8시2분께 이뤄졌다. 10일 두번째 전화통화는 김군이 오전 8시30분 신원 미상의 남자와 시리아 번호판을 단 택시를 타고 킬리스 호텔을 떠났다. 김군은 당시 이 택시를 타고 킬리스 동쪽으로 약 25분 거리인 베리시에 마을의 시리아 난민촌에 내렸다. 
 
터키 킬리스 지역서 실종 “납치 아니다”
경찰 IS 자발적 가담 판단…치밀 계획적
 
경찰은 김군이 9일 첫 통화를 통해 이튿날 오전 만남을 약속하고 10일 신원미상의 남자의 안내로 시리아 난민촌으로 이동하고서 재차 터키 전화번호 상의 인물로부터 지령을 받아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군이 통화한 번호는 트위터 대화명 ‘Afriki’가 알려 준 ‘하산’의 전화번화와 다른 번호로, 슈어스팟을 통해 알게 된 번호로 추정된다. 
 
한국과 터키 경찰은 이 전화번호의 수신자 신원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컴퓨터 분석 결과 김군은 지난해 10월 터키 현지인이 개설한 트위터 계정 ‘habdou****’과 수차례 IS 가입 방법 등에 대해 대화했다. 트위터 대화명이 ‘Afriki’인 이 계정의 인물은 김군에게 "이스탄불에 있는 하산이란 형제에게 연락하라"라며 그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경찰은 ‘Afriki’가 지난해 10월 15일 김군에게 “슈어스팟(surespot)에서 ‘ga***’를 찾으라. 그가 너를 도와줄 것이다”라는 대화 내용을 복원했다.
 
조력자 있었나?
 
김군은 또한 치밀하게 움직였다. 20일 외교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김군은 동행한 홍씨와 함께 8일 이스탄불에 도착했고, 저녁에 가지안테프로 도착해 투숙했다. 다음날 바로 차량을 통해 킬리스로 이동했다. 두 지역은 가깝고 차 말고는 교통수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킬리스에 도착해 호텔에서 묵은 뒤 실종 당일인 10일 오전 배낭 하나를 메고 호텔을 나선 모습이 CCTV에 잡혔다. 
 
호텔 맞은편에 있는 모스크 앞에서 수 분간 서성였는데 아침에 남성 한 명을 만났다. 그 남성은 김군에게 손짓하며 신호를 보냈고, 시리아 번호판을 단 검정 카니발 차량이 이들을 태우고 이동했다. 



이 차량은 택시인데, 시리아 번호판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터키까지 오가는 차량으로 이미 터키 경찰은 해당 운전사 조사까지 마쳤다. 시리아인이 운영하는 불법택시이며, 실종 당일 오전 모스크 주변으로 와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이들을 태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 난민촌 주변에서 하차했고, 그 뒤로 이들의 행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국경검문소를 통과한 기록도 없다”고 밝혔다.
 
외국어 능통했나?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영어, 터키 현지에서 사용하는 아랍어 등에 능통하지 못했다. 그런  김군이 지난 9일과 10일 터키 현지 전화번호로 각각 2분31초, 4분38초 동안 통화했다.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과 달리 외국어로 직접 짧지 않은 시간 대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  정도의 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상 외국어 실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고 지적했다.
 
김군을 태운 택시 운전사에 따르면, 김군과 남성 등 이들 2명은 베사리에 마을에 위치한 시리아 난민촌까지 25분간 탑승하면서 대화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증언했다. 이는 불필요한 정보 노출을 꺼려 대화를 의도적으로 안 했거나, 영어 등 아랍어 구사능력에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된다.
 
이에 따라 터키 번호로 통화했다는 사실은 어쩌면 한국어를 할 수 있는 누군가가 김군의 ‘조력자’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군과 화한 사람이 한국인이거나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인물일 가능성에 대해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동생만 통화 왜?
 
김군은 휴대전화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5일까지 총 1666번의 전화를 걸었는데 이 중 1657회를 동생에게 걸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직전까지 김군이 동생과 통화했다”고 말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봤을 때 김군은 동생과 하루에 22차례 정도 통화한 셈이다. 보통의 형제보다 더 각별한 관계로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접근부터 포섭·가입까지
수사발표에도 여전한 의문
 
이런 점으로 미뤄 동생은 사전에 김군의 IS가입 시도 등을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나아가 김군이 동생에게도 IS가입 등을 권유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생이 ‘패닉’ 상태이기도 하고 동생을 조사한다고 해서 김군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돼 조사하지 않았다”며 “우리 수사 영역은 김군이 해외에서 실종을 당했는지 등 피해부분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동생 등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666회 중 동생에게 전화를 건 횟수를 제외하면 김군은 2개월 반 동안 단 9차례만 동생 이외의 사람들과 연락했다. 지난 9일과 10일 터키 현지 전화로 건 국제전화 내역을 빼면 동생 이외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건 횟수는 단 7차례에 불과하다. 10일에 한 번 꼴로 동생 이외의 사람과 통화를 한 셈이다.
 
이같은 정황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검정고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또래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던 김군이 외로움에 방황하다 ‘IS가입’등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한다.
 
복수 대상은?
 
또한 그가 SNS에 남긴 글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 김군은 트위터에 “이제는 남자가 차별받는 시대”라며 “페미니스트가 싫어 IS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러한 심리가 김군이 IS를 옹호하는 동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김군의 행동은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극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나타나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김군은 인터넷을 통해 폭력성과 가부장적인 사고를 키워왔고, 그런 자신의 성향에 부합하는 곳으로 IS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발표 내용을 종합해보면 김군은 여성혐오적 성향과 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으로 IS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이유만으로 수천Km 거리에 있는 터키까지 자발적으로 건너가 테러조직에 가담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군이 테러조직과 이슬람교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실제 행동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김군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홈스쿨링을 통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등 사회부적응을 겪었다고 전해진다. 김군은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경부터 터키여행을 가고 싶다면서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맘을 잡고 검정고시 준비를 하겠다고 하여 지인을 통해 홍씨를 소개받아 함께 여행갔다. 김군 부모는 출국 전에 “아들이 하산이라는 사람과 채팅을 하고 IS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가담자 또 나올까?

자취를 감춘 김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가 사용했던 SNS 트위터 계정을 따르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IS에 가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도 있어 제2, 제3의 김군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오후 김군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잉하는 팔로어 수는 400명에 이르렀다. 김군의 트위터 계정은 전날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단순 호기심이나 취재를 위해 김군 계정을 팔로잉한 이들도 있지만, 김군이 트위터로 IS 가입 의사를 밝힌 것처럼 ‘IS에 가입하고 싶다’는 이들도 있었다. 
 
김군을 팔로잉한 한 트위터리언(@no×××)은 “나는 IS에 가입하고 싶다. 하지만 방법을 모르겠다”는 글을 아랍어로 남겼다. 또 다른 트위터리언(@sk×××)은 아랍어로 “안녕하세요, 당신을 만나서 기쁩니다” 등의 트윗을 김군에게 보냈다.
 
IS는 현재 이메일, SNS 등을 활용해 세계 각국의 젊은 세대들을 포섭하고 있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나 은둔형 외톨이들을 꾀어 모험심을 부치기거나 금전적 보상, 여자친구 소개등 다양한 방법으로 떡밥을 던진다. 현재 외국인 IS대원은 82개국 1만5000명에 달한다. 터키가 IS 가담 핵심 경로로 확인된 만큼 국내에서 터키로 출국할 경우 철저한 당국의 감시, 이슬람 과격세력의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 등 도 테러방지 관련법을 재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무슨 처벌 받나?
 
김군이 IS에 가담했다고 가정할 때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도 관심사이다. 일단 시리아로 입국했다면, 입국금지 국가를 입국한 데에 여권법 위반을 적용할 수 있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외에 특별히 규정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 다만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처벌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유엔은 IS 사태와 관련, ‘외국인 테러 전투원’ 결의안을 최근 채택했다. 외국인 테러 전투원은 다른 나라 국적을 지닌 자가 테러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걸 의미한다. 결의안은 유엔 회원국 모두에게 구속력을 지니며, 각 국가는 외국인 테러 전투원 방지 대책을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만 테러 단체 가담 자체가 처벌 대상인지는 또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기존 사례가 없어 정부도 만에 하나 김군이 IS에 가입했을 가능성에 대비, 관련법을 검토 중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IS, 도대체 뭐길래?
 
이슬람국가(Islamic State)는 국가가 아닌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괴격파 테러리스트의 단체다. 주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 세력을 총칭하는 표현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에 따라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 또는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ISIS)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의 목표는 이슬람 율법으로 다스려지는 제정일치 국가인 이슬람 국가 건설이다. 
 
‘IS’는 테러조직의 대명사인 알카에다가 운영 자금을 기부받는 형식으로 운영되는 것과는 달리 IS터진 지역이 유전지대라 원유 밀수로 막대한 자금을 벌어들여 자급자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IS가 우리에게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은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한국인 김선일씨 참수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다.
 
또한 지난해 12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부설 도하센터의 한 연구원이 ‘한국인 IS 전사’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진 속 동양인이 한국인이 맞는지 즉각 확인 작업을 벌였지만 ‘사실 여부를 파악해보려고 시도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슬람권이라고 모두 IS를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시아파인 이란은 수니파인 IS와 대립하고 있으며, IS를 제압하기 위해서라면 오랜 앙숙인 미국과도 협력할 뜻이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한 레바논의 헤즈볼라 민병대(시아파)도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IS와 맞서고 있으며, 시리아 이라크 정부 및 터키나 시리아 온건 반군도 IS와 대립하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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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