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드리운 박지만의 '수상한 그림자'

조응천은 왜 박지만에 줄 섰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난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에 대해 검찰이 모두 허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민간인 신분인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이 청와대 문건을 지속적으로 전달받아왔다는 사실이다. 박 회장은 그동안 청와대 주변에서 어떤 일을 꾸몄던 것일까? 박 회장의 수상한 그림자를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박지만 EG회장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에 대해 수사해온 검찰이 지난 5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이 내린 결론은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이 ‘허위’라는 것이다. 검찰은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불리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나 청와대 비서진을 지칭하는 ‘십상시’의 실체는 없다고 결론 냈다. 또 검찰은 박지만 EG 회장에 대한 미행설도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지만 봐주기
검찰의 코미디

반면 검찰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박관천 경정과 공모해 정윤회 문건 등 청와대에서 생산·보관된 대통령기록물을 무단 유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경정을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공용서류은닉, 무고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조응천 전 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런데 검찰의 이번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선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박 경정이 조 전 비서관 등의 지시에 따라 민간인 신분인 박 회장에게 청와대 문건을 총 17건이나 넘긴 사실이다. 이 가운데 공무상비밀에 해당하는 문건은 모두 10건으로 여기에는 민간기업 3곳과 관련된 첩보문건 4건이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박 경정으로부터 지난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수시로 문건을 건네받거나 동향보고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민간인 신분인 박 회장이 현직 청와대 관계자들로부터 청와대 문건을 건네받아 보관해온 행위는 형법상 공용서류은닉죄에 해당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자신의 미행설을 지인으로부터 듣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해 사실을 확인했던 것도 수사결과 드러났다.


관리자가 관리대상에게 비선 보고
청와대 내부 사정 밝은데 왜?

취임 초부터 친인척 비리근절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던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동생인 박 회장에 대해 “청와대에 얼씬도 못 하게 하고 있다”고 말해왔지만 이번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 박 회장이 청와대 주변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특히 박 회장에게 문건을 건네라고 지시한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서 원래는 박 회장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어야 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런 조 전 비서관이 오히려 청와대 내부문건을 수차례 박 회장에게 보고 하는 등 비선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당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박 회장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문건들은 내용이 심상치 않은 것들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피보다 진한 물
박지만 완패

문건에는 무역업체 대표인 기업인 P씨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약점을 잡은 뒤 청탁에 불응 시 녹음파일을 이용해 협박한다는 내용, L씨가 공천 및 공사수주 알선 명목으로 다수의 관계자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거나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다는 내용, O씨가 부인 명의로 토지취득, 차명주식 취득 등 탈세의혹이 있고 공사수주 대가로 개발회사 회장에게 수억원을 건네거나 조세포탈로 수십억원을 추징당한 전력이 있다는 내용, 레저업체 모 대표가 다수의 여성과 사실혼 관계이고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과 동거하는 등 성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 모 호텔 회장이 환각제를 복용한 상태에서 집무실에서 여직원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이 밖에도 ‘정윤회를 만나려면 현금 7억원 정도 들고 가야 한다’ ‘중국인 재력가 S씨가 서향희 변호사와 친분을 과시하고 다닌다’ ‘누군가 서 변호사와 친분을 이용해 채용되려 한다’는 등 박지만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와 관련된 보고도 담겨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해당 문건의 신빙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그저 정보보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풍설을 부풀려 꾸며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박 회장에게 보고된 청와대 문건에는 민간기업 관련 첩보와 불륜 등 사생활 관련 내용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청와대에 의한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검찰은 박 회장이 유출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고 소극적으로 보고를 받기만 했다는 박 회장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박 회장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한편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보고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문고리 3인방을 견제하기 위해 박 회장을 끌어들여 자작극을 벌인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결국 박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청와대 내부의 권력암투에 개입한 것이 된다. 박 대통령이 물리적으로는 박 회장을 청와대에 얼씬도 못 하게 했었는지는 몰라도 사실 박 회장은 멀리서도 청와대에 ‘수상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박근혜정부는 동생들(박지만, 박근령)만 사고 안 치면 성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 대통령에 두 동생은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었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서는 박 대통령의 임기 동안 동생들이 해외라도 나가주면 좋겠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왔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두 동생에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무척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두 동생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박지만 라인’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박 회장에게 문건을 전달했던 조 전 비서관 역시 정치권에서는 박지만 라인으로 분류한다. 두 사람 모두 개인적인 친분관계는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조 전 비서관은 검사시절 박 회장을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한 인연이 있다.

어찌 보면 악연임에도 박 회장은 당시 조 전 비서관의 강직한 성품에 반해 이후에도 계속 인연을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박 회장과 육사 동기인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백기승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박지만 라인으로 분류되지만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불과 1년여 만에 박지만 라인으로 분류된 인사들은 대거 옷을 벗거나 한직으로 물러났다. 따라서 실제로 정윤회씨와 박 회장이 청와대 주변에서 권력암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박 회장은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한 측근에게 “피보다 진한 물도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인사 문제만 놓고 본다면 박 회장은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확실히 완패한 모양새다.

박지만 라인
정윤회 라인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사정에 밝은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수시로 정보를 넘기며 줄을 대려 했던 것만 봐도 박 회장이 그동안 청와대 안팎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대통령의 친인척이기 때문에 조 전 비서관이 그런 무모한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 동생들의 상황 인식 역시 박 대통령의 기대와는 매우 다르다. 박 대통령의 또 다른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박지만 회장이 국정개입을 했다고 해도) 개인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주변에서 걱정하는 것들을 대통령께 전달할 수도 있고 좋은 분이 있으면 천거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친누나가 대통령인데 ‘나는 사고 칠까 봐 아무 것도 안하고 내 사업만 할 거야’ 이런다면 오히려 그게 정상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생각 역시 박 이사장과 대동소이할 것이란 지적이다.

박지만 라인 수상한 퇴진 재조명
정말 청와대에 얼씬 못했을까?

일각에선 박 회장이 청와대와 거리를 두려 해도 박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가 박 회장의 국정개입을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서 변호사는 법조계에 들어오자마자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대학시절부터 성공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것으로 동기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었다. 그런 서 변호사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박 회장의 국정개입을 적극 부추겼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서 변호사는 박 회장과 결혼 후 각종 기업의 감사, 사외이사, 고문 등을 맡으면서 ‘박근혜 후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인물이다.


친인척 비리
결국 재발?

정치권에서는 심지어 ‘만사올통(모든 일이 올케를 통하면 이루어진다)’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였다. 일부 친박계에서도 박 회장보다 서 변호사가 더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했었다. 실제로 청와대에서 유출된 후 <세계일보>가 지난해 5월8일 입수한 총 128쪽 분량의 문건들에는 서 변호사와 관련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박 회장이 청와대 주변에 얼씬도 못 하게 했다고 자부하지만 결국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 박 회장이 대통령도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이라며 “역대 정부가 모두 친인척 비리로 레임덕을 겪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친인척 관리 방식을 크게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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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