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잘못 만나 몰락한 호남 기업들 막전막후

김·노 때 ‘웃고’ 이·박 때 ‘울고’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호남 기업들을 휘감고 있는 공기가 심상치 않다. 그 어느 때보다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호남 기업들은 그간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들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제 아래 숨통이 좀 트일 때까지 어깨 한번 제대로 펴지 못했다. 호남 기업은 이처럼 어렵게 성장해 왔다. 그런데 최근 잘나가는 호남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호남 기업의 씨가 마르고 있다.

   
▲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 임병석 C&그룹 회장,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우리나라 10대 그룹 중 호남 기업은 없다. 호남의 대표 기업 금호아시아나그룹이 17위에 랭크되어 있을 뿐이다. 50년대 1위 기업이던 삼양사는 30대 그룹으로 밀려난 지 오래고 60년∼90년대 사이 재계를 대표하던 기업인 율산그룹과 해태그룹, 나산그룹, 쌍방울그룹이 무너졌다.

고전하던 호남 기업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를 만나면서 어깨를 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C&그룹과 대주그룹이다.

C&그룹 자금난
대주 세무조사

임병석 C&그룹 회장의 고향은 전남 영광이다. C&그룹도 호남에 연고를 두고 성장해 왔다. 광주 석산고와 목포 해양대를 졸업한 임 회장은 항해사로 일하다가 30세 때인 1990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칠산해운을 설립했다.

사업 초기 임 회장은 선박과 화물 중개업으로 돈을 벌어 자기 배를 마련한 뒤 1995년 회사 이름을 쎄븐마운틴해운으로 바꾸고 해운업에 본격 진출했다. 2002년 법정관리 중이던 세양선박을 인수, 황해훼리, 필그림해운, 한리버랜드, KC라인, 진도, 우방, 생활경제TV 등을 잇달아 사들이며 C&그룹을 매출 2조원짜리 중경그룹으로 성장시켰다. 한때 계열사가 40개가 넘기도 했다.


전남 광양에서 태어난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도 임 회장과 같은 호남 출신이다. 광주공고를 나와 1981년 광주·전남을 기반으로 한 대주건설을 설립한 뒤 2008년 말 기준 2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주그룹으로 성장시켰다. 당시 연매출은 2조2000억원에 달했다.

허 회장은 두림제지, 대한화재, 대한조선, 광주일보, 동아상호저축은행 등을 잇달아 먹어치운 데 이어 뉴질랜드 대주하우징, 대주개발, 대한기초소재, 함평다이너스티, 광주방송 등을 설립했다.

2005년에는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인수전 참가만으로도 당시 대주그룹의 사세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임 회장과 허 회장은 공교롭게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몰락하기 시작했다. C&그룹은 2007년 무리한 인수합병(M&A) 후유증을 겪다가 이듬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그룹 전체가 자금난에 빠졌다. 직원들의 월급까지 밀릴 정도로 사정은 나빠졌다.

버티다 못한 임 회장은 주요 계열사 매각에 나섰지만 인수자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급기야 임 회장이 불법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다 결국 사기 및 배임 등의 혐의로 2010년 10월 구속되면서 C&그룹은 워크아웃, 법정관리를 거쳐 사실상 파산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영남 기업들은 잘 나가는데…
정권 따라 달라진 엇갈린 운명

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10년, 2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이에 서울고법은 징역 5년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임 회장은 지난 2013년 6월 재상고심에서 원심을 확정받았다.


허 회장 역시 2007년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500억원대 탈세 사실이 드러나면서 먹구름이 드리웠다. 국세청은 허 회장을 탈세 지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허 회장은 2005년부터 2년 동안 법인세 508억원을 포탈하도록 지시하고 회삿돈 1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2심에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주건설이 최종 부도 처리되는 등 사실상 그룹은 와해된 상태다.

임석 전 솔로몬금융그룹 회장도 김대중·노무현정부 때 급성장했다가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몰락했다. 전남 무안 출신의 임 전 회장은 이리공고를 졸업하고 1988년 허위학력 논란이 일었던 퍼시픽 웨스턴대학을 졸업했다. 그해 한맥기업이라는 광고대행사를 설립하고 100억원가량을 벌어들인 그는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1999년 솔로몬신용정보를 설립하고 2002년 사실상 폐업 상태였던 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금융업에 진출했다. 

부동산PF 대출 상품을 개발해 부동산 붐을 타고 큰 수익을 거둔 솔로몬금융그룹은 출범한지 불과 3년 만인 2005년 자산기준 저축은행업계 1위로 급부상했다. 이후 한마음, 나라, 한진 등 저축은행에 이어 2008년에는 KGI증권마저 인수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 탈바꿈했다.

임 전 회장은 '금융계 마당발'로 불릴 정도로 정재계 인사들과 두터운 인맥을 쌓았다. 이 때문에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사업이 크게 성장한 배경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임 전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외곽 조직으로 알려진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에서 조직국장을 지냈다. 1997년 대선 때는 새정치국민회의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도 몸담았다. 김대중정부 시절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의 핵심 측근인 김영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2003년 2월부터 1년여 동안 솔로몬저축은행 총괄회장을 맡기도 했다.

임 전 회장은 이명박정부로 정권이 바뀐 뒤에도 살아남았다. 그 배경으로 정권 실세가 지목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이름이 주로 오르내렸다. 임 전 회장은 '소금회' 멤버로 활동했다. 소금회는 소망교회 금융인 선교회의 줄임말로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말 대선에서 당선되기 전까지 참여했던 모임이다. 이 전 의원도 소금회 멤버다.

순조롭게 질주하다
외풍 맞고 산산조각

2011년 2월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이후 2차 영업정지 대상을 발표할 때 "솔로몬저축은행이 다음 타깃일 것"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문제없이 넘겼다.

솔로몬금융그룹이 쓰러진 것은 이명박정부 말기인 2012년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은 2012년 5월 영업이 정지됐고 이듬해 3월 파산신청을 내고 파산했다. 계열사 아이엠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메리츠종금증권에 인수됐고 경기솔로몬저축은행은 투자회사 애스크로 넘어가는 증 솔로몬금융그룹은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임 전 회장은 솔로몬저축은행 본점 인테리어 공사비를 부풀려 비자금 121억원을 조성하고 대주주 대출을 금지한 상호저축은행법을 어기고 1120여억원의 부실 대출을 지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저축은행 사태의 주범 부산저축은행도 '부산'이라는 사명과는 다르게 호남 기업으로 분류된다. 박연호 전 부산저축은행 회장과 김영 전 부산저축은행 부회장, 김민영 전 부산·부산2저축은행 대표, 오지열 전 중앙부산저축은행장 등 주요주주와 임원들이 광주일고 출신이다.

조금만 밉보여도
모가지 날아간다


2011년 당시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이 지난 1980년 이후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는 모두 120개. 이 가운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인 1998년부터 2002년 사이 설립된 SPC는 85개(3조1861억원)에 달한다. 특히 85개 가운데 무려 68개(2조4731억원)가 부실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초 살던 집이 경매에 나오는 굴욕을 당한 바 있는 백종헌 회장의 프라임그룹은 법정관리 중이다. 백 회장은 광주 출신이다. 프라임그룹은 강변 테크노마트 개발 성공 이후 동아건설 등을 인수하며 외형을 키우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침체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주력 계열사인 프라임개발과 삼안이 2011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백 회장이 동아건설 등 계열사와 보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기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까지 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호남 기업들은 현 정부 들어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팬택도 호남 기업이다. 창업주 박병엽 전 부회장은 전북 정읍 출생으로 대표적 호남 기업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인 금호타이어의 사외이사를 맡은 적도 있다.

맥슨전자 영업사원 출신의 박 전 회장은 지난 1991년 직원 6명과 자본금 4000만원으로 팬택을 설립했다. 1997년 LG정보통신(현 LG전자)으로부터 OEM 휴대전화 공급 계약을 체결해 휴대폰 사업에 발을 들였고, 1998년에는 모토로라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착실하게 성장하던 팬택이 질주하기 시작한 때는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이다. 2001년 현대전자 계열사 현대큐리텔을 인수한 데 이어 2005년에는 'SKY 시리즈'를 출시해온 SK텔레콤의 자회사 SK텔레텍을 집어 삼키는 등 '샐러리맨 신화'를 써왔다. 2006년 팬택의 매출은 3조원을 돌파했다.

C&·대주 이미 공중분해
로케트·팬택 존폐 기로

하지만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따른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2006년 12월 1차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박 전 회장은 자신의 지분까지 내놓고 부채 보증을 서면서 재기를 노렸고 팬택은 4개월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지난해 2월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간 데 이어 같은 해 8월 법정관리에 돌입, 현재 새 주인을 찾고 있다.


69년 역사를 자랑하는 광주지역 토종기업인 로케트전기는 존폐 기로에 서 있다. 1946년 설립된 로케트전기는 건전지 전문업체로 호남전기를 전신으로 한다. '로케트 배터리'로 알려진 세방전지와는 별개의 회사다. 뿌리는 같지만 1978년 호남전기그룹 몰락 당시 호남전기는 광주일보 산하 기업으로 넘어가 로케트전기로 개명했고 진해전지는 세방그룹으로 분리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로케트전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에너자이저' '듀라셀' 등 외국브랜드에 밀리면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1998년 37%에 이르던 국내 시장 점유율은 현재 10% 이하로 내려갔다.

로케트전기는 2013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상에서 상장폐지 사유인 '의견거절'을 받고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같은 해 11월 무상감자, 출자전환에 의한 신주발생, 유상증자, 인수합병 추진계획 등이 포함된 최종 회생계획안을 냈으나 법원은 회생절차 폐지를 통보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강동민 의원에 따르면 호남지역에 사업장을 둔 기업 10곳 가운데 4곳이 지난 2013년 한 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도 못 내는
기업들 수두룩

강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법인세 납부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호남지역 기업 4만9182곳 가운데 41.4%인 2만383곳의 총부담세액은 '0원'으로 결손법인이었다. 2012년 1만8748곳 보다 8.7%(1635곳)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 결손법인 비율은 전남이 41.5%, 광주가 40.9%, 전북이 42.9%였다. 반면 대구는 1만6918개 기업 중 39.4%(6659개)가 결손법인이었다.

강 의원은 "현 정부 들어 지역간 불균형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며 "호남 기업들은 수도권에 비해 소득이 현저히 적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경영난에 세금조차 못 내는 기업들이 많다”며 “도산 위기에 몰린 호남 기업을 구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