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확인> 문희상 처남 위장취업 의혹 추적

국내서 야구감독하며 미국서 억대 연봉 받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취업청탁설로 논란이 됐던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처남 A씨가 미국 회사로부터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같은 기간 국내 모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근무했던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A씨는 국내 고교 야구부 감독으로 활동하며 어떻게 미국에 있는 회사로부터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처남 A씨가 미국에 있는 회사로부터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같은 기간 국내 모 고등학교 야구부의 감독으로 근무했던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겸직 가능?

앞서 <뉴스토마토>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A씨는 누나이자 문 위원장의 부인인 B씨가 자신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던 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가 제때 갚지 못해 건물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자 문 위원장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알려진 사실에 따르면 문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직후인 지난 2004년쯤 고등학교 후배인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을 통해 미국에 거주하던 A씨의 취업을 부탁했고, 조 회장은 다시 미국의 브릿지 웨어하우스 아이엔씨의 대표에게 A씨의 취업을 부탁했다.

조 회장의 부탁으로 해당 회사에 컨설턴트로 취업한 A씨는 실제로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미화로 74만7000달러를 지급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1억원 가량이다.


문 위원장 측은 처남의 취업청탁 의혹이 불거지자 취업을 청탁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처남이 회사에 상주하지는 않았지만 컨설턴트로 도움을 줬기 때문에 불법자금 수수가 아닌 정당한 대가”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A씨는 지난 2009년 국내 모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부임한 뒤 2012년까지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회사에서 억대 연봉을 받았던 기간 중 무려 절반 정도를 국내에서 고교 야구부 감독을 겸직하며 지냈던 것이다.

A씨가 국내에서 고교 야구부 감독으로 근무했던 사실이 밝혀진 만큼 문 위원장 측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 측 “야구감독하며 컨설턴트 가능”
법원에서도 묵살된 것 국민보고 믿으라니

한 야구계 관계자는 “매년 3월에는 고교야구 주말리그가 있고, 5월과 7월에는 전국고교야구대회, 10월에는 전국체전까지 쉴 틈이 없는 일정이다. 또 하계와 동계 방학 때는 전지훈련을 가는 경우가 많고, 특히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은 선수들이 한창 사춘기고 돌발행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야 한다”며 “컨설턴트가 어떤 일을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교 야구부 감독을 맡으면 가족들과도 함께 지낼 시간이 부족해진다. 현실적으로 다른 일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A씨가 해당 회사에 실제로 근무했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문 위원장이 단순히 취업청탁을 한 것이라면 사법처리를 하기 어렵지만, 제대로 근무를 하지도 않았으면서 A씨가 억대 연봉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제3자에 의한 뇌물공여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이미 한 보수시민단체는 문 위원장을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해 놓은 상태다. 혐의가 입증되면 문 위원장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문 위원장 측 관계자는 “형법 130조에 따르면 제3자 뇌물공여죄의 구성요건 첫 번째가 공직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문 위원장님은 대통령 비서실장을 그만 둔 뒤 민간인 신분이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앞으로 예상되는 공직을 갖고 공직자라고 소급해서 적용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따라서 고발은 자유지만 문 위원장님은 제3자 뇌물공여죄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문 위원장은 해당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16일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처남이 당시 미국에서 직업이 없이 놀고 있어 간접적으로 대한항공 측에 취업을 부탁했다”고 밝혔으나,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한 결과 A씨는 지난 1987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개인사업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위원장이 A씨에게 끼친 손해를 변제할 목적이 아니었다면 갑자기 A씨의 취업을 조 회장에게 청탁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의 건물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시기는 지난 2001년이었고, 문 위원장이 취업청탁을 했던 시기는 2004년이었다. 실제로 문 위원장 측 김성수 대변인에 따르면 지난 2003년 3월 A씨는 당초 문 위원장에게 취업이 아니라 대한항공 측에 납품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 위원장 측 관계자는 “A씨가 미국에서 종이박스인가 뭔가를 만들고 있었는데 위원장님한테 대한항공에 납품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부탁하기에 곧바로 거절하셨다고 들었다. 그런데 A씨와 친분이 있던 위원장님의 측근 한명이 대한항공에 A씨의 납품을 부탁한 것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에서는 아무리 종이박스라고해도 실적도 없는 회사를 마음대로 협력업체로 지정할 수는 없다고 거절했다. 대신 대한항공은 A씨의 취업을 제안했는데 이번에는 A씨가 거절을 했다. 위원장님은 나중에야 이 같은 사실을 보고만 받았고 그런 줄 알고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알고 보니 A씨가 그 후에 대한항공의 소개로 취업을 했었던 것이다. 문 위원장님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었고 송사과정에서야 알게 됐다. 문 위원장님은 자신이 직접 청탁을 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내 이름을 팔아 된 것 아니겠냐며 도의적인 차원에서 사과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측도 이번 사건에 대해 발뺌했다. 대한항공 측 관계자는 “조 회장이 해당 회사에 A씨의 취업을 부탁한 것은 맞지만 해당 회사와 대한항공은 아무런 관련이 없고, A씨가 출근하지도 않으면서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씨가 취업한 브릿지 웨어하우스의 주소지는 공교롭게도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한진로드 301’로 조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한진해운 국제터미널(TTI)과 주소가 같았다.

엇갈리는 진술

마지막으로 문 위원장 측 변호인은 “우선 컨설턴트의 개념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면서 “컨설턴트는 기업경영에 관한 기술상의 상담에 응하는 전문가로 상근을 할 필요가 없다. 국내에서 야구부 감독을 하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은 “A씨가 일했던 회사에서 ‘A씨를 피고용자가 아니라 컨설턴트로 대우하였기 때문에 피고용자처럼 출퇴근을 할 필요가 없었으며 가끔 전화를 하여 용역을 부탁하고 제공받은 사실이 있다’고 공증해줬다”며 “해당 회사에는 A씨 외에도 A씨와 같은 컨설턴트들이 몇 명 더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인의 이 같은 주장은 1심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해서도 “그렇기 때문에 항소를 하게 된 것”이라며 “2심에서는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과연 문희상 위원장의 처남 취업청탁 의혹의 진실은 무엇일까?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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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