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후폭풍' 최대 수혜자 & 최대 피해자

가만히 앉아있다 '대박' 치고 '쪽박' 찼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정윤회 문건 파동이 서서히 정리되는 모양새다. 검찰은 이미 해당 문건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는 자체 결론을 내고 출구전략을 고심 중이다. 하지만 정윤회 문건 파동은 강력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단 몇 주간 지속된 이슈였지만 그 속에서 유력 정치인들의 명암은 크게 엇갈렸다. <일요시사>가 정윤회 문건 파동 속에서 울고 웃은 인물들을 살펴봤다.

정윤회 문건 파동의 표면적인 최대 수혜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다. 정윤회 파문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새정치연합은 선거에서 연전연패했고 내부 분란 등으로 정국 주도권을 새누리당에 완전히 빼앗긴 상황이었다.

심지어 당내 일각에선 분당론을 공공연히 언급하며 신당 창당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등판해 당을 추슬러야 하는 중책을 맡았던 문 위원장으로서는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영웅 문희상
새정치 탄력

그런데 마침 정윤회 파문이 불거지면서 이런 상황들은 한방에 모두 해소됐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폭락했고 새정치연합은 그 과정에서 반사이익을 누렸다. 당내 신당 창당 움직임도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흐지부지되는 양상이다. 어찌됐든 문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급한 불은 끄게 됐고, 결과적으로 위기에서 당을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만약 검찰이 해당 문건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수차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왔다는 논란을 겪은 만큼 문 위원장과 새정치연합은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위원장과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이번 파문이 잃을 것이 없는 장사라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도 뜻하지 않게 이번 파문의 수혜자가 됐다. 박 의원은 지난 6월 이른바 ‘만만회(이재만 비서관, 박지만 EG회장, 정윤회)’가 비선에서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논란을 빚었었다.

문희상, 졸지에 당 구한 영웅
이명박, 박근혜 X파일 열었나?


이 과정에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를 당했고, 검찰은 만만회로 지목한 세 사람이 청와대 인사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박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박 의원은 자칫하면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세 사람이 모두 검찰 수사를 받았기 때문에 박 의원은 명예훼손 혐의를 사실상 벗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문의 숨겨진 최대 수혜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이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윤회 파문이 불거지기 전까지 야권은 이른바 사자방(사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이명박정권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 등을 위해 야당의 협조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침 정윤회 파문이 터져 나왔다. 사자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는 떨어졌고, 궁지에 몰렸던 친이계 의원들은 청와대를 쇄신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죽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문건을 시중에 유출한 것이 친이계가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까지 들려온다.

이명박 건재
힘받는 친이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는 이른바 ‘박근혜 X파일’을 작성했었는데 당시 자료를 활용해 이번 파문을 일으킨 것 아니냐는 억측이다. 그만큼 시기가 절묘했다. 여야 지도부가 공무원연금 개편과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빅딜하기는 했지만 이미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앞으로 제대로 진행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친이계에서는 정윤회 문건 파동을 덮기 위한 수단으로 친박계가 자원외교 국정조사 카드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오히려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 내 개헌론자들도 정윤회 파문의 수혜자들로 손꼽힌다.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정윤회 파문을 계기로 개헌 주장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원인이라며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이 개헌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의 개헌 불가론에 막혀 개헌론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중국 방문 기간 개헌 봇물론을 언급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사과까지 하고 바짝 엎드리기도 했다.

위에서 언급된 김무성 대표도 이번 파문의 수혜자로 볼 수 있다. 개헌론 파동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게 사실상 완패했던 김 대표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다시 당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게 됐다. 김무성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새누리당은 친이계가 득세하며 빠르게 당을 장악해나가고 있었지만 친박계의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이번 파문으로 당 내에서 친박계의 견제는 크게 줄어들었고 김 대표가 주창해온 개헌론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이번 파문으로 집권 2년 차 만에 레임덕 우려까지 하게 된 박 대통령은 앞으로 김 대표와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게 됐다. 김 대표로서는 차기 대권을 위한 정지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정윤회 문건 파동을 계기로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했지만 그동안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어 왔던 당 내 일부 인사들도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현재 정부여당 내에서는 정윤회 문건 파동을 계기로 대규모 개각으로 국정쇄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개각은 물론이고 청와대 내부도 조만간 상당한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그동안 당내에서 소외됐던 인물들이 대규모 인사변동 과정에서 한 자리씩 꿰차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파동 과정에서 수혜자도 있었지만 피해자들도 있다. 물론 최대피해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런 와중에 의외의 유탄을 맞게 된 피해자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유력 대권주자지만 오랫동안 당을 떠나있었던 김 위원장은 당내 세력이 없다는 것이 최대 약점으로 꼽혀왔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최근 박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는 발언들을 이어가며 친박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정윤회 문건 파동이 불거진 직후 김 위원장이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에서 특강을 하면서 사단이 났다. 서강대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특강에서 박 대통령을 강하게 두둔하다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특강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두고 학생들과 설전을 벌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후 해당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친박계와 전략적 동맹을 맺으려던 김 위원장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내년 5월 원내대표 선거를 준비하고 있던 친박계 후보군들도 비상등이 켜졌다. 이번 이슈가 친박계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가 끝나고 나면 금방 잊혀질 이슈라 내년 원내대표선거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미 당내에서 친이계의 목소리는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역전시킬 마땅한 방법도 없어 친박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탄 맞은 김문수
친박 동맹 차질


박지만 EG회장을 비롯한 대통령의 친인척들도 유탄을 맞게 됐다. 박 회장이 실제로 국정운영에 개입해왔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 파문을 계기로 박 회장은 청와대와 완전히 멀어지게 됐다. 일각에선 박 회장이 박 대통령의 임기 동안 해외에 머물게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여론의 집중 감시를 받게 된 박 회장은 당분간 모든 활동에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에 유출된 청와대 내부 감찰 문건 중 상당수가 서 변호사에 대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다른 대통령 친인척들도 이번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게 됐다. 청와대의 대통령 친인척 감시가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부 친인척들은 자신들은 그동안 박 대통령과 아무런 관련도 없이 살아온 사람들인데 이번 사건으로 괜한 오해를 받게 됐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목소리 커진 친이, 궁지 몰린 친박
대통령 친인척 권력에서 멀어져


검찰과 경찰 조직도 피해자로 분류할 수 있다. 검찰은 이미 해당 문건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는 자체 결론을 내고 출구전략을 고심 중이다. 하지만 마땅한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박 대통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는 더욱 추락하게 됐다. 


경찰 역시 이번 문건 파동으로 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최모 경위가 자살을 선택하면서 일선 경찰들의 사기는 떨어질 때로 떨어졌다. 최 경위가 유서를 통해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경찰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경찰들이 이에 공감했고 경찰 조직 내부에서 최 경위에 대한 동정론도 일고 있다. 실제로 동료 경찰관들은 최 경위 유가족들을 위한 모금운동에도 나섰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도 난데없이 유탄을 맞았다. 이번에 공개된 청와대 문건 원본에 ‘이정현은 근본도 없는 놈이 VIP(박 대통령) 한 명만 믿고 설친다며 VIP 눈 밖에 나면 한 칼에 날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개헌론 봇물
레임덕 우려

실제로 이 의원은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잇따라 맡아 일하다가 지난 6월 물러났다. 지난 7·30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복귀하긴 했지만 출마 당시만 해도 당선 가능성이 낮다며 이 의원이 권력 중심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었다.

이 의원은 해당 문건이 찌라시에 불과하다면서도 “어떤 자리에서 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기분은 영 거시기하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정윤회 문건 파동이 지속되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수혜자와 피해자가 나오게 될까? 정치권은 이번 파문의 추이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십상시 비밀회동 중식당 유명세
"얼마나 맛있기에 정윤회가 단골일까?"

정윤회 문건 파동 와중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수혜를 입게 된 곳이 있다.

바로 정윤회씨를 비롯한 십상시가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강남의 한 중식당이다. 이 중식당은 언론 보도 직후 기자들이 몰리면서 단골들의 발길이 끊기는 등 다소 영업에 지장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손님들이 몰려들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얼마나 맛있기에 정윤회씨가 자주 찾아왔는지 궁금해서 왔다”고 말했다. 저녁 코스요리가 5만원에서 11만원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요즘 해당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면 일주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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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