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후폭풍' 최대 수혜자 & 최대 피해자

가만히 앉아있다 '대박' 치고 '쪽박' 찼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정윤회 문건 파동이 서서히 정리되는 모양새다. 검찰은 이미 해당 문건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는 자체 결론을 내고 출구전략을 고심 중이다. 하지만 정윤회 문건 파동은 강력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단 몇 주간 지속된 이슈였지만 그 속에서 유력 정치인들의 명암은 크게 엇갈렸다. <일요시사>가 정윤회 문건 파동 속에서 울고 웃은 인물들을 살펴봤다.

정윤회 문건 파동의 표면적인 최대 수혜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다. 정윤회 파문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새정치연합은 선거에서 연전연패했고 내부 분란 등으로 정국 주도권을 새누리당에 완전히 빼앗긴 상황이었다.

심지어 당내 일각에선 분당론을 공공연히 언급하며 신당 창당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등판해 당을 추슬러야 하는 중책을 맡았던 문 위원장으로서는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영웅 문희상
새정치 탄력

그런데 마침 정윤회 파문이 불거지면서 이런 상황들은 한방에 모두 해소됐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폭락했고 새정치연합은 그 과정에서 반사이익을 누렸다. 당내 신당 창당 움직임도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흐지부지되는 양상이다. 어찌됐든 문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급한 불은 끄게 됐고, 결과적으로 위기에서 당을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만약 검찰이 해당 문건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수차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왔다는 논란을 겪은 만큼 문 위원장과 새정치연합은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위원장과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이번 파문이 잃을 것이 없는 장사라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도 뜻하지 않게 이번 파문의 수혜자가 됐다. 박 의원은 지난 6월 이른바 ‘만만회(이재만 비서관, 박지만 EG회장, 정윤회)’가 비선에서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논란을 빚었었다.

문희상, 졸지에 당 구한 영웅
이명박, 박근혜 X파일 열었나?


이 과정에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를 당했고, 검찰은 만만회로 지목한 세 사람이 청와대 인사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박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박 의원은 자칫하면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세 사람이 모두 검찰 수사를 받았기 때문에 박 의원은 명예훼손 혐의를 사실상 벗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문의 숨겨진 최대 수혜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이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윤회 파문이 불거지기 전까지 야권은 이른바 사자방(사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이명박정권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 등을 위해 야당의 협조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침 정윤회 파문이 터져 나왔다. 사자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는 떨어졌고, 궁지에 몰렸던 친이계 의원들은 청와대를 쇄신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죽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문건을 시중에 유출한 것이 친이계가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까지 들려온다.

이명박 건재
힘받는 친이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는 이른바 ‘박근혜 X파일’을 작성했었는데 당시 자료를 활용해 이번 파문을 일으킨 것 아니냐는 억측이다. 그만큼 시기가 절묘했다. 여야 지도부가 공무원연금 개편과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빅딜하기는 했지만 이미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앞으로 제대로 진행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친이계에서는 정윤회 문건 파동을 덮기 위한 수단으로 친박계가 자원외교 국정조사 카드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오히려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 내 개헌론자들도 정윤회 파문의 수혜자들로 손꼽힌다.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정윤회 파문을 계기로 개헌 주장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원인이라며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이 개헌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의 개헌 불가론에 막혀 개헌론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중국 방문 기간 개헌 봇물론을 언급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사과까지 하고 바짝 엎드리기도 했다.

위에서 언급된 김무성 대표도 이번 파문의 수혜자로 볼 수 있다. 개헌론 파동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게 사실상 완패했던 김 대표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다시 당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게 됐다. 김무성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새누리당은 친이계가 득세하며 빠르게 당을 장악해나가고 있었지만 친박계의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이번 파문으로 당 내에서 친박계의 견제는 크게 줄어들었고 김 대표가 주창해온 개헌론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이번 파문으로 집권 2년 차 만에 레임덕 우려까지 하게 된 박 대통령은 앞으로 김 대표와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게 됐다. 김 대표로서는 차기 대권을 위한 정지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정윤회 문건 파동을 계기로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했지만 그동안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어 왔던 당 내 일부 인사들도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현재 정부여당 내에서는 정윤회 문건 파동을 계기로 대규모 개각으로 국정쇄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개각은 물론이고 청와대 내부도 조만간 상당한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그동안 당내에서 소외됐던 인물들이 대규모 인사변동 과정에서 한 자리씩 꿰차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파동 과정에서 수혜자도 있었지만 피해자들도 있다. 물론 최대피해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런 와중에 의외의 유탄을 맞게 된 피해자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유력 대권주자지만 오랫동안 당을 떠나있었던 김 위원장은 당내 세력이 없다는 것이 최대 약점으로 꼽혀왔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최근 박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는 발언들을 이어가며 친박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정윤회 문건 파동이 불거진 직후 김 위원장이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에서 특강을 하면서 사단이 났다. 서강대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특강에서 박 대통령을 강하게 두둔하다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특강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두고 학생들과 설전을 벌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후 해당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친박계와 전략적 동맹을 맺으려던 김 위원장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내년 5월 원내대표 선거를 준비하고 있던 친박계 후보군들도 비상등이 켜졌다. 이번 이슈가 친박계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가 끝나고 나면 금방 잊혀질 이슈라 내년 원내대표선거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미 당내에서 친이계의 목소리는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역전시킬 마땅한 방법도 없어 친박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탄 맞은 김문수
친박 동맹 차질


박지만 EG회장을 비롯한 대통령의 친인척들도 유탄을 맞게 됐다. 박 회장이 실제로 국정운영에 개입해왔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 파문을 계기로 박 회장은 청와대와 완전히 멀어지게 됐다. 일각에선 박 회장이 박 대통령의 임기 동안 해외에 머물게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여론의 집중 감시를 받게 된 박 회장은 당분간 모든 활동에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에 유출된 청와대 내부 감찰 문건 중 상당수가 서 변호사에 대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다른 대통령 친인척들도 이번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게 됐다. 청와대의 대통령 친인척 감시가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부 친인척들은 자신들은 그동안 박 대통령과 아무런 관련도 없이 살아온 사람들인데 이번 사건으로 괜한 오해를 받게 됐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목소리 커진 친이, 궁지 몰린 친박
대통령 친인척 권력에서 멀어져


검찰과 경찰 조직도 피해자로 분류할 수 있다. 검찰은 이미 해당 문건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는 자체 결론을 내고 출구전략을 고심 중이다. 하지만 마땅한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박 대통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는 더욱 추락하게 됐다. 


경찰 역시 이번 문건 파동으로 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최모 경위가 자살을 선택하면서 일선 경찰들의 사기는 떨어질 때로 떨어졌다. 최 경위가 유서를 통해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경찰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경찰들이 이에 공감했고 경찰 조직 내부에서 최 경위에 대한 동정론도 일고 있다. 실제로 동료 경찰관들은 최 경위 유가족들을 위한 모금운동에도 나섰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도 난데없이 유탄을 맞았다. 이번에 공개된 청와대 문건 원본에 ‘이정현은 근본도 없는 놈이 VIP(박 대통령) 한 명만 믿고 설친다며 VIP 눈 밖에 나면 한 칼에 날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개헌론 봇물
레임덕 우려

실제로 이 의원은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잇따라 맡아 일하다가 지난 6월 물러났다. 지난 7·30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복귀하긴 했지만 출마 당시만 해도 당선 가능성이 낮다며 이 의원이 권력 중심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었다.

이 의원은 해당 문건이 찌라시에 불과하다면서도 “어떤 자리에서 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기분은 영 거시기하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정윤회 문건 파동이 지속되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수혜자와 피해자가 나오게 될까? 정치권은 이번 파문의 추이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십상시 비밀회동 중식당 유명세
"얼마나 맛있기에 정윤회가 단골일까?"

정윤회 문건 파동 와중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수혜를 입게 된 곳이 있다.

바로 정윤회씨를 비롯한 십상시가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강남의 한 중식당이다. 이 중식당은 언론 보도 직후 기자들이 몰리면서 단골들의 발길이 끊기는 등 다소 영업에 지장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손님들이 몰려들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얼마나 맛있기에 정윤회씨가 자주 찾아왔는지 궁금해서 왔다”고 말했다. 저녁 코스요리가 5만원에서 11만원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요즘 해당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면 일주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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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