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계 '문재인 고사 연합작전' 막전막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독주 막아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내년 2월 치러질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유력 당권주자 중 친노계의 문재인 의원이 단연 선두로 치고나가면서 계파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노계 내부에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문 의원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비노계가 가동시킨 ‘문재인 죽이기 플랜’은 무엇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관심이 벌써부터 내년 2월 치러질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의 승자는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쥐락펴락할 강력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차기 전당대회의 승패는 더 나아가 차기 대권경쟁과도 직결되어 있다. 새정치연합 내 모든 의원들의 시선이 차기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는 이유다. 때문에 벌써부터 지역 조직에서는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눈치 보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후문이다.

계파 해체 가능?
믿을 사람 없다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는 계파갈등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당 내에서 치러지는 일체의 선거에서 국회의원이나 당직자들의 특정 후보 지지를 금지하는 혁신안을 의결했지만 과연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유력 당권주자 중 친노계의 문재인 의원이 단연 선두로 치고나가면서 계파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문 의원이 당권을 잡고나면 비노계에 대한 공천학살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 의원이 계파해체 선언을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비노계에서 문 의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노계가 당권을 잡으면 기껏해야 (비노계에서)상징적인 인물을 몇 명 배려(공천)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선거인단 데이터 분실 '의도적 삭제?'
김부겸, 당선보단 영남표 분산 포석?

실제로 그동안의 사례를 살펴보면 계파해체 약속이 제대로 지켜졌던 적은 없었다. 가장 최근에도 안철수 세력과 민주당이 합당하면서 5:5정신을 약속했지만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안철수 의원 측 인사는 철저히 배제됐다. 때문에 비노계 내부에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문 의원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선 지난 15일 새정치연합 경선참여선거인단 시민명부 자료가 분실된 것이 비노계의 작전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분실된 자료는 무려 36만명 분이다. 시민선거인단은 지난 2012년 전당대회와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모집됐으며 친노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당 시민선거인단 명부가 사용된 선거에서 친노계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비노계에게는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명단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친노계에서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해당 명부를 폐기한 정황이 짙다며 검찰 수사까지 의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당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명부가 담긴 CD를 분실한 것 같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여전히 석연치가 않다. 아무리 당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당직자들이 정신이 없었다지만 무려 36만명 분의 개인정보가 담겨있는 경선참여인단 시민명부를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하고 분실했다는 사실은 쉽게 믿기지가 않는다.

문재인 막아라
뭉치는 비노


문 의원의 대항마로 거론되던 김부겸 전 의원의 당권 도전을 주변에서 부추긴 것도 비노의 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의원과 함께 새정치연합 당권주자 빅3로 평가되는 박지원, 정세균 의원은 호남 출신이다. 문 의원은 유일한 영남 출신으로 전당대회에서 영남의 몰표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이 문 의원을 이기기 위해서는 영남표의 분산이 필요하다. 김 전 의원은 내리 3선을 했던 자신의 텃밭인 군포를 떠나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며 대구에서 출마해 새누리당 후보와 접전을 벌였던 인물이다.

김 전 의원이 당권에 도전한다면 영남표는 크게 분산될 것이 자명했다. 김 전 의원이 출마해 영남표를 분산시키고 박-정 연대가 성사되는 것은 비노계 최상의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사실 김 전 의원은 출마한다고 해도 승리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김 전 의원의 출마를 종용한 것은 처음부터 문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비노계의 계략은 아니었는지 친노계는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김 전 의원은 당권 도전을 사실상 포기했다. 김 전 의원은 이른바 빅3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현재로선 빅3의 전당대회 불출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남에서 문 의원을 견제할 카드는 아직 남아있다. 문 의원의 영원한 앙숙이자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한 조경태 의원이다. 조 의원은 지난 18일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주변에선 당선 가능성이 낮다며 최고위원 도전을 권유했지만 조 의원은 당권 도전 고집을 끝까지 꺾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조 의원이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당권 도전을 고집한 것은 영남에서 문 의원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의원과 조 의원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다. 조 의원은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도 ‘문재인 저격수’를 자처하며 출마했었다.

이후 당 최고위원이 된 이후에는 틈만 나면 친노세력과 문 의원을 비판하며 날을 세워왔다. 김 전 의원에 비해 조 의원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한 조 의원의 저력과 그동안 영남에서 닦아놓은 조직력을 무시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비노계 의원들이 우후죽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것도 궁극적으로 문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차기 당권 경쟁은 필연적으로 ‘친노 대 비노’ ‘문재인 대 반문재인’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후보 개개인의 인지도나 지지율 등을 따져보면 현재 새정치연합 당권주자 중에서 문 의원과 대등하게 경쟁할 만한 후보는 사실상 없다. 이에 따라 문 의원을 제외한 다른 주자들끼리 교통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재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는 당 내에서 치러지는 일체의 선거에서 국회의원이 특정 후보 지지를 금지하는 혁신안을 의결했기 때문에 비노 유력인사들이 미리 출마선언을 한 후 사퇴하는 과정에서 다른 비노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는 편법적인 방식으로 문 의원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빅3 후보를 제외하고도 비노계에서 당권 도전이 유력시 되는 인사는 김영환, 박주선, 조경태, 김동철, 박영선, 추미애, 이인영 의원 등이 있다. 이중 박영선 의원은 최근 문 의원을 만나 전당대회 불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진흙탕 싸움
다음 선거 어쩌나

반면 친노계는 교통정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정세균 의원은 범친노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문 의원과의 단일화가 예상됐었다. 당권주자 빅3 중 2명이 힘을 합친다면 차기 전당대회는 해보나 마나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회동을 통해 교통정리를 시도했으나 불발된 상황이다. 두 사람의 입장차가 너무 컸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정 의원이 오히려 박지원 의원과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만약 정 의원과 박 의원이 연대한다면 당권 경쟁 과정에서 비노계는 이합집산을 하며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지만 문 의원 측은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별다른 이벤트가 없어 다소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비노계에서 분출되고 있는 분당론도 결과적으로는 문 의원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다. 새정치연합 내에서 분당 가능성을 처음 거론해 화제가 됐던 정대철 상임고문은 최근 “문 의원이 전대에 나오면 당 대표가 되는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정작 당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은 이 같은 발언을 하면서 “(문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며 또 한 번 분당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노계 우후죽순 전당대회 출마 선언
"대권후보가 당권 잡으면 당 망한다"

친노진영에선 이런 움직임이 협박정치의 일환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당 내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비노 중진들이 줄이어 전남 강진에서 칩거하고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찾아가는가 하면, 안철수·김한길 두 상임고문은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간곡한 요청에도 비대위 참여를 거절하고 외곽에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도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당대회 룰이 너무 일방적으로 문 의원에게 유리해지면) 전당대회 보이콧하고 신당창당에 더 신경을 써야 된다는 내부 의견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의원을 제외한 당권주자들이 끈질기게 주장해온 당권-대권 분리론도 비노계가 문 의원을 공략하는 주요 논리다. 박지원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론에 대해 “대권후보가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당권을 잡았을 때 다른 대권후보가 가만히 있겠는가? 여당에서도 집중 공격할 것”이라며 당권·대권 분리론을 거듭 주장했다.


고심하는 문
해결책 안보여

상황이 이쯤 되자 문 의원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가 점차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전당대회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당 쇄신은 물 건너가고 대권 또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 의원이 당권 도전을 철회할 경우 친노계에서 문 의원을 대신할 인물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더욱 고심이 깊다. 친노 역시 당권을 비노에게 넘겨준다면 내후년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도 위태롭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친노 대 비노 구도로 굳어져 이미 지역 조직에서부터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그나마 약간 상승한 지지율을 다시 까먹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내년 전당대회는 큰 이변 없이 문 의원의 승리로 끝날 수 있을까? 아니면 비노계의 문재인 고사 연합작전이 효과를 발휘할까? 정치권의 이목이 벌써 내년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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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4월부터 설설 끓던 ‘이재명 연임론’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연임으로 잠재적 합의를 본 듯하다. 당의 앞날이 오직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재명 몰빵’을 외친 채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현안을 띄우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그만큼 구설에 오르기도 하는 요즘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여의도에서는 ‘어대이(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하지만 정작 본인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당 대표직을 사임했지만, 연임 여부에 관해서는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모냐 도냐 민주당 의원은 저마다 이 대표 연임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거대 야당을 맡을 적임자로 이 대표가 제격일뿐더러 민주당 내 마땅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해 “당연하다”며 “지난 총선서 국민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줌으로써(이 대표가) 리더십의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정권 교체에 있는데(이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등을 뺏겨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이 대표를 두고 “윤석열정부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적임자”라며 연임에 힘을 실었다. 장 최고위원은 라디오를 통해 “본인 개인적으로는 힘드시겠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국민이 바라는 건 물러터진 민주당이 아니라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께서 연임을 결단 내리고 출마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고민을 정리하시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안을 손질하면서 이 대표의 연임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제4차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민주당 당헌 25조2항에 따르면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1년 전 직을 사퇴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하는 규정을 신설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가 진행됐으며 참여자 501명 중 422명인 84.23%가 찬성했다. 반대는 15.77%로 79명이었다. 개정되기 전 당헌을 따를 경우 이 대표는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해도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2026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신설 조항이 개정되면서 같은 해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도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당대회 앞두고 멍석 깔았다 당헌·당규 이어 러닝메이트도 국민의힘이 “이재명을 위한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서 민주당 강득구 수석사무부총장은 “비상 상황이 생길 때(개정을)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때 수정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셀프 개정’했다는 오해를 받을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대표나 최고위원이 우리 당의 유력 대선후보인데 정해진 일정이 아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 대선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할지 고민이 있었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차원서 절박한 마음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 속에서 2기 지도부에 함께할 의원들도 자천타천 거론된다. 새로운 수석 최고위원이자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는 4선인 같은 당 김민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이 대표와 긴밀히 소통해 온 인물이다. 선수가 높아 캠프의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크다. 이 밖에도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전현희·이언주·민형배·한준호·강선우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원외에서는 전봉주 전 의원과 김지호 상근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도 각종 현안을 띄우며 부지런히 발을 맞췄다. 최근에는 주4일제와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여론 주도권 쥐기에 나섰다. 지난 총선 때 공약으로 내건 ‘25만원 지원금’에 이은 민생 이슈로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주 4일제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거꾸로 가는 노동 시계를 바로 잡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의 “근로 다양성을 고려해서 주 52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적하는 동시에 맞대응할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욕이 지나쳤나? 이날 이 대표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인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겠다고도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행돼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비 절감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이런 점을 꼬집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지난 1월 민생토론회서 단통법 폐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벌써 반년 동안 변한 게 없다”며 “단통법 폐지에 대해 정부여당도 말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우리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저감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새롭게 최고위원회의에 합류하게 된 강민구 최고위원은 “아버님이 지난주 소천하셨다. 아버님은 평생 이발사를 하며 자식을 무척이나 아껴주신 큰 기둥이었다”며 “소천 소식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당원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라며 “국민의힘이 영남당이 된 지금 민주당의 동진 전략이 계속돼야 한다.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이 대표가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에게 충성 경쟁을 하기 위한 ‘낯 뜨거운 찬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잠시 조선노동당 얘기인 줄 착각했다”며 “우상화가 시작됐나요?”라고 비꼬았다. 새로운미래 최성 수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재명 1인 절대권을 지닌 친정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리는 장면”이라며 “이재명이 민주당의 아버지면 ‘법카 횡령’으로 재판을 받는 김혜경 여사는 머지 않아 ‘민주당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의 아버지’ 논란이 불거지자 강 의원은 SNS를 통해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설명했지만 비판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의 연임은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질서정연하게 이끌겠지만, 앞으로 민주당이 하는 모든 행동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으로 비춰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이 꾸리고 있는 지도 체제 목적은 뚜렷하다.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구해내는 게 당의 목표가 되다 보니 자꾸 무리수가 생긴다”며 “옆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이 눈치를 못 채겠나. 그래도 크게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우니 ‘민주당이 모든 걸 쟁취하겠다’는 여론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색안경 언제쯤 벗나 민주당이 11개 상임위를 선점하고 각종 법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의회 독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던 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상식에도 맞지 않고 국회법에도 맞지 않고 관례에도 맞지 않는 상임위 배분안”이라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질주하는 민주당의 모든 행동이 기승전 이 대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 지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여권의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차지하고 강경파 의원을 위원장으로 앉힌 것 역시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방어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대북송금 특검법’ ‘수사기관 무고죄’ 등도 모두 이 대표 방탄을 위한 맞춤형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인 방송 4법을 국회 상임위원회(과방위)서 단독으로 처리한 것 또한 이 대표가 언론을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기 위한 절차라고 맹비난했다. 방송 4법은 지난 21대 국회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 중 하나다. 기존 방송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더해 22대 국회서 재발의한 것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애완견’으로 비난하면서 언론을 사실상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고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며 “국회는 이 대표의 방탄 로펌이 아니며 공영방송이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가 자신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 관련 보도를 한 일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한 게 논란이 되자 일부러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안 의원은 “날치기로 통과시킨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진 대부분을 친민주당·친민주노총 성향 단체들이 추천하겠다는 개악법”이라며 “‘이재명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뻔하다. 방탄 언론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강조했다. 말 한마디도 ‘방탄’ 직결 “연임은 당이 쥘 양날의 검”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여의도 동탁이 등장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재명 1극 체제’는 우리로서 전혀 나쁘지 않다. 동탁 체제가 아무리 공고해 본들 그건 20% 남짓한 극성 좌파들 집단의 지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버이 수령 체제’로 치닫는 민주당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며 “민주사회서 최종 승리는 결국 다자 경쟁구도서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이 그걸 증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면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이 줄어든다”며 “민주당을 이끌 새로운 인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은 민주당 내에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이 대표를 추대하는 분위기로 몰려 선뜻 목소리를 못 내고 있을 뿐”이라며 “결국 국민의 피로감만 쌓이는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민주당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이재명이라는 대선후보의 입장서 보면 너무 많은(당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선택 아닐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 최고위원은 ‘리스크를 떠안고 갈 우려가 너무 크다’ ‘목표를 대권에 잡아야지 당권에 둬서는 안 된다’ 등의 이유로 이낙연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당권을 갖고 갔다. 그리고 리스크를 다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며 “그게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서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리스크 확성기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어떤 집단이 일극체제로 굴러가는 건 누군가의 뛰어난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꽁꽁 묶여 있다. 거대한 무리서 혼자 톡 튀어나온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타깃이 되기 딱 좋은 위치”라고 우려를 표했다. 모든 시선이 이 대표에게 쏠려 있으니 국민의힘이 작은 오점 하나까지 꼬투리를 잡아 늘어질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 한 명만 쓰러뜨리면 끝나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후보군이 제법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면서도 “전당대회뿐만이 아니라 대선에 등장할 잠룡도 많은데 민주당은 ‘오직 이재명’만 외치면서 다음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기서 변화구가? 5선인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8월 전당대회 변수로 떠올랐다. 잔뼈가 굵은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국회의장 선거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의원을 꺾었다. 이인영 의원도 우 의원과 같은 GT계(김근태계) 사람”이라며 “우원식 의원을 의장으로 만들었으니 이 의원의 출마는 ‘못 먹어도 고’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다만 “이 대표 추대론으로 분위기가 맞춰지고 있어 이 의원의 도전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