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르는 '특수부 수사' 백태

그들은 왜 특수부 앞에 서면 작아지는 걸까?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정윤회 문건 파문'에 대한 수사 도중 자살한 최모 경위 사례 등 최근 검찰 특수부 수사를 받던 도중 자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자살자가 나올 때마다 검찰의 해명은 한결같다. "수사과정에서 강압행위는 없었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유사한 사례가 너무 많다. 죽음을 불렀던 '특수부 수사'를 되돌아봤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위법이나 강압수사는 없었지만 불미스러운 상황이 초래돼 안타깝다."

지난 13일 '정윤희 문건' 유출에 관여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이하 중앙지검) 특수2부의 수사를 받던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최모 경위가 자살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반응이다. 하지만 최 경위는 유서에서 "너무나 힘들고 견디지 못할 정도의 압박에 시달렸다"며 부당한 검찰 수사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부당한 수사?

지난 8월에는 광주지검 특수부에서 진행한 화물차 불법증차비리 수사 도중 김모 광주지방경찰청 경감이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자택에서 음독자살했다. 지난 7월에는 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납품업체 금품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던 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한강에 투신했다.

앞서 지난 6월에도 특수 1부에서는 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 간부 이모씨가 "사실을 얘기해도 검찰에선 더 큰 걸 자백하란다. 나 살자고 거짓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데…"라는 말을 유서에 남기고 차량에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월에는 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산학협력단 인건비 횡령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모 교수가 자살했다.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이 검찰로부터 제출받은 '검찰수사 중 자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12명이 검찰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직 대통령 등 지위고하 막론 '자살'
앵무새 검찰 "강압행위 없었다" 되풀이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11명, 2012년에는 10명, 2011년에는 14명, 2010년에는 9명이 목숨을 끊는 등 최근 5년 간 무려 56명이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자살했다. 이들 중 대다수는 특수부 수사를 받던 도중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했다.

범위를 넓혀 과거의 대표적 사례를 살펴보면 2011년 4월 김모 공무원(5급)은 공직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대구지검 특수부 수사를 받던 도중 "검찰 수사 중 폭행·폭언이 있었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했다. 한 달 뒤에는 전북 현대 축구선수 출신 정종관씨가 승부조작에 연루된 혐의로 창원지검 특수부 수사 대상에 올랐다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해 7월에는 30대 여성이 인지와 증지 불법거래에 대한 수사와 관련, 울산지검 특수부 출석을 앞두고 자택에서 목을 매 숨졌다.

특히 2009년 5월 발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도 당시 최고의 특수부 수사팀이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외에도 과거 사례를 더듬어보면 재벌 총수부터 서민들까지 가리지 않고 많은 인사들이 특수부 수사선상에 올랐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때문에 특수부 수사가 너무 거칠다는 지적은 과거부터 끊이지 않았으나 바뀐 것은 없었다.

실제로 특수부 검사들에게 대대로 전해지는 명언 중 "150% 수사하고 70% 기소하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80%는 과잉수사를 하라'는 뜻이 내포돼 있기도 하다.

'과잉수사'가 전통?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 중 자살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지만 검찰은 매번 '강압수사는 없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며 "피의사실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죄인 다루듯 강압적인 수사를 하거나 인격적으로 모욕감을 주는 발언과 태도로 수사를 하는 잘못된 수사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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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