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동> 드러난 거짓말 총정리

궁지에 몰릴 때마다 거짓부렁으로 넘겼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정윤회 문건 파동’의 후폭풍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의혹의 당사자인 정윤회씨가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해 검찰조사까지 받았으나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일요시사>는 ‘정윤회 문건 파동’ 와중에 드러난 관련자들의 거짓말을 되짚어봤다. 그들의 거짓말을 좇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실에 다가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윤회씨가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로 군림해왔다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의 후폭풍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8일 <세계일보>가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문건을 공개하고 정씨를 비롯해 청와대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이른바 십상시가 정기적으로 만나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십상시
실체는?

하지만 검찰은 십상시로 지목된 인물들의 통화기록과 그들이 주로 모였다는 강남 J중식당의 CCTV, 카드결제 내역 등을 살펴본 결과 문건 자체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미 국정개입 의혹의 실체는 없다는 결론을 내부적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정씨가 검찰에 출두하며 한 말처럼 ‘누군가의 불장난’이었을 뿐일까? <일요시사>는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정윤회 문건 파동 와중에 드러난 관련자들의 거짓말을 되짚어봤다.

우선 사건의 당사자인 정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그만 둔 뒤 야인으로 살고 있고. 그 후로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비서관들과 한 번도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청와대 접촉 안 했다더니, 통화 시인
서면 보고 없었다더니, 보고 후 묵살


하지만 정씨가 이런 입장을 밝힌 뒤 이틀 만에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정씨와 이재만 비서관이 통화를 했었다는 사실을 폭로하자 정씨는 말을 바꿨다. 정씨는 자신을 음해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화를 했을 뿐이고 사적인 모임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씨가 정말 오래 전에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난 사람이라면 이렇게 쉽게 청와대 비서관들과 통화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정씨가 여전히 대통령 주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씨가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난 시점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정씨에 대해 2004년 이후 전혀 교류가 없었다고 주장해왔지만, 정작 정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 때 정치인 박근혜의 10년 비서실장을 그만둔 이래 7년간 야인으로 살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정씨의 주장을 비교해보면 두 사람의 정치적 결별 시점이 무려 3년이나 차이가 난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때문에 2007년 대선경선 당시 정씨가 ‘삼성동팀’을 만들어 물밑에서 박 대통령을 도왔었다는 루머가 새삼 재조명을 받기도 했다.

삼성동팀
새삼 재조명

박 대통령과 정씨가 만났다는 시점도 두 사람 간 다소 차이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98년 보궐선거 때 정씨가 돕겠다고 해서 그를 기용했다고 했고, 정씨는 지난 1997년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자신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지난 2004년 이후 정씨와 교류가 없었다고 했는데 정씨는 대선이 끝나고 박 대통령이 감사 전화를 걸어왔다고 주장했다. 정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무려 10년 전 자신의 곁을 떠난 전직 비서실장에게 대선이 끝난 후 고맙다고 전화를 한 것이 된다.

정치권 인사들은 이 또한 일반적인 정치인과 보좌진의 관계로 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은 이에 대해 “(대선 끝나고) 감사 전화 받은 사람이 몇 명 안 된다”며 “(정씨가) 그 안에 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이번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관천 경정은 검찰조사에서 ‘믿을만한 제보자’의 첩보를 바탕으로 문건을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경정의 통화내역 등을 확인해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유력한 제보자로 파악하고 조사했다.

그런데 박 전 청장은 당초 자신이 박 경정에게 이러한 내용을 제보해줬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박 경정에게 그런 제보를 한 적이 없다며 말을 바꿨다. 이외에도 박 경정은 자신의 상사인 조 전 비서관에게 박 전 청장이 ‘십상시’ 모임에도 참석했던 인물이라고 보고했지만 박 전 청장은 “그 모임에 참석한 적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검찰에 따르면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은 검찰조사에서 ‘박 전 청장이 비밀회동의 스폰서처럼 식사비를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박 전 청장이 이번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키맨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박 전 청장은 검찰 조사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박 전 청장은 조사 때마다 진술을 매번 바꾸면서 그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당초 ‘정윤회 동향 문건’과 구두보고만 받았다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실제로는 문건도 함께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 전 비서관은 검찰수사에서 “홍경식 민정수석이 ‘김 실장과 관련된 얘기니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해 직접 보고도 하고 보고서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조 전 비서관이 정윤회 문건을 직접 들고 대면보고를 했다는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이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찌라시 수준의 정보라서 묵살했다’는 청와대의 입장은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 서면보고까지 받았다면 문건의 내용으로 볼 때 당연히 후속조사가 이뤄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검찰조사에서 “김기춘 실장이 수고했다면서 자신은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진술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김 실장이 정씨의 국정개입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방관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승마 국가대표 선발 논란’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와 뒤이은 담당공무원의 교체에 정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한 진실공방도 치열하다. 지난해 이 같은 논란이 벌어졌을 때 청와대와 정부는 전혀 사실무근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지만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장관은 최근 언론을 통해 박 대통령이 당시 자신을 직접 불러 국·과장의 교체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대통령과 유 전 장관 중 한 사람은 반드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유 전 장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청와대 집무실로 유 전 장관을 불러 문체부 노 아무개 국장과 진 아무개 과장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교체를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교체된 두 사람은 승마선수인 정씨의 딸과 관련해 승마협회 비리 의혹 감사를 실시했던 인물들이다.

인사개입?
정당한 인사?

검찰의 거짓말도 눈에 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른바 십상시로 지목된 인물들의 통신기록을 최근 1년치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법상 통신사업자들은 통상적으로 최근 1년치의 기록만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1월부터 청와대에서 정씨의 동향보고 문건이 보고 돼 문제가 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이후로 서로 통화를 하거나 만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기록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고작 지난해 12월 한 달치 기록뿐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역시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아 청와대와 정부에 비상이 걸렸던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중간에 모임을 가질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검찰이 확보한 통신기록은 십상시의 무죄를 밝혀줄 결정적 증거라고 보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적인 소견이다.


비서실장 그만 둔 시점도 주장 달라
섣불리 사건 묻으려다 간 역풍 불 것


검찰 또한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그동안 여러 차례 통신기록이 이번 사건의 가장 객관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라며, 통신기록에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으니 문건의 신빙성도 떨어진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해왔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의도적인 언론플레이가 아니었냐는 의혹이다.

상황이 이쯤 되니 정윤회씨가 지난 8월 독도에서 열린 음악회에 참석했던 정황도 의심스럽다. 정씨는 해당 콘서트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 “임산이라는 사람이 옛날부터 알던 친구고, 자기가 행사 하는 데 가서 바람이나 쐬자고 해서 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정적 증거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 임산씨는 지난 2007년부터 호박가족의 대표로 활동해왔던 인물이고 해당 콘서트엔 매년 호박가족 회원들이 참여해왔다. 정씨는 이날 행사에 참석하면서 정윤기라는 가명을 썼는데 가명을 쓴 것도 모자라 정윤기라는 이름의 명함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람이나 쐬자는 취지로 음악회에 참석하면서 가명의 명함까지 준비한 것은 다소 이상해 보인다.

정윤회 문건 파동과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예상대로 문건 진위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신빙성 없음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사건이 진행되면서 드러난 수많은 거짓말로 청와대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바닥에 떨어졌다. 검찰이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해서 섣불리 문건을 허위로 단정하고 파문을 봉합하려고 하다가는 더 큰 국민적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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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