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키맨’ 사라진 로비스트 실체

‘대어’ 놓치고 ‘피라미’만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정부가 방위사업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사상최대규모의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과 감사원 방산비리특별감사단을 동시에 꾸리고 방위사업비리의 뿌리를 뽑기 위한 대대적 활동에 나선 것이다.

한 사안에 대한 수사와 감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정부의 방위사업비리 척결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방위사업비리 수사 및 감사의 키를 쥔 거물급 로비스트들은 이미 해외로 도피하는 등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방산비리 수사·감사는 변죽만 울리다 끝날 가능성이 크다.

“방위·군납비리는 안보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히 척결해서 그 뿌리를 뽑겠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0월29일 국회 시정연설 발언이다.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검찰, 군검찰,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7곳의 사정기관에서 105명이 참여하는 사상최대규모 정부 합동수사단이 출범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에서도 감사원, 검찰청, 국방부, 국세청, 관세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의 정예인력 33명이 참여하는 방산비리특별감사단을 설치하고 본격적 활동에 착수했다.

수사·감사 동시 진행

이처럼 한 사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대규모 수사와 감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만, 방위사업비리 척결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방위사업계의 ‘큰손’인 거물급 무기 로비스트들은 이미 해외로 도피하는 등 종적을 감췄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사업비리 합수단 측 관계자는 “정부가 대규모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방산업계에 미리 알려지며 국내에서 활동했던 거물급 로비스트들이 활동을 멈추고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군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 특별지시에 따라 합수단에 참여는 하지만 방위사업비리를 군 내부의 만연한 적폐로 보는 것에는 불쾌해 하는 분위기여서 제대로 된 협조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가장 유능한 군검찰관과 수사관 등 전문요원을 파견해서 합수단 수사를 적극 지원하라고 했다”면서도 “방위산업 발전에 많은 이들의 헌신이 있었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이번 방위사업비리 수사·감사가 ‘대어’들은 못 잡고 ‘피라미’들만 잡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커지고 있다. 방위사업비리의 진짜 몸통은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해외 무기 도입과정 비리지만, 키를 쥔 거물급 로비스트의 행방이 묘연한 까닭이다.

사상최대 방산비리수사 착수
이미 자취 감춘 거물급 로비스트
변죽만 울리다 싱겁게 마무리?

이번 수사·감사의 직접적 계기가 된 통영함 건조 과정 비리(1590억원 투입)는 전체 방위사업비리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일례로 8조원가량이 투입되는 F-35A 전투기 도입에도 거물급 로비스트가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무기 로비스트들은 거래가격의 1~5%를 커미션으로 챙긴다. 8조원짜리 사업이면 최소 커미션인 1%만 잡아도 800억원가량의의 뒷돈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러한 규모의 커미션을 감안하면 로비스트의 로비 과정에서 막대한 로비자금이 투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F-35A 선정에는 의문점이 많다. 명목상 이유는 스텔스 기능이 우수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스텔스 기술을 이전받지 못하고, 엔진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면밀한 조사 없이 덜컥 이 기종을 결정한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합수단 측은 해외 무기 도입에 관련된 검은머리 외국인, 군 출신 거물급 로비스트들의 정확한 현황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해 사정당국 관계자는 “방위사업의 특성상 무기 중개상들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각종 무기의 실제 거래 대금을 확인하면서 방위사업 관계자들의 자금 거래 상황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전 예고

김기동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장은 지난 1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등 해외에 근거지를 둔 무기 로비스트들이 합수단 출범 이후 종적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서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률에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끈질기게 수사하면 장애를 극복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장기전을 예고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방산비리 직격탄’ 방사청 청렴도 최하위로 추락

각종 방위사업비리가 불거지면서 방위사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의 청렴도가 최하위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지난 3일 64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 발표에 따르면 방사청은 정원 2000명 미만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측정한 청렴도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중앙행정기관 중 정원 2000명 이상인 Ⅰ유형에서는 통계청이 10점 만점에 8.02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국세청이 6.71점으로 최하점을 받았다.

정원이 2000명 미만인 중앙행정기관 Ⅱ유형에서는 새만금개발청이 8.27점으로 최고점을 기록했고, 방사청이 6.93점으로 최하점을 받았다.

특히 방사청은 지난해에 비해 청렴도가 0.79점 하락해 중앙행정기관 Ⅰ·Ⅱ유형을 통틀어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방사청이 각종 조사 부문에서 골고루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최근 불거진 방산비리도 감점 요소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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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