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호남신당론 실체 전격해부

"우리가 친노 들러리나 서는 거수기인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호남민심이 심상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 돌풍이 호남을 휩쓸었고, 7월 재보선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까지 연출됐다. 급기야 정치권에서는 ‘호남신당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호남신당론의 실체는 무엇일까?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급기야 정치권에서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이 출현할 것이라는 이른바 ‘호남신당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호남신당론의 진앙지는 바로 비노(비노무현)계다. 최근 호남지역에서 경청투어를 진행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은 “당이 특정 계파에 의해 장악되면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호남의 여론”이라고 말했고, 광주 동구가 지역구인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도 “집권이 불가능한 사람들과 한 지붕에 살기보단 가능성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 다 작심한 듯 친노(친노무현)계를 겨냥해 분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쏟아낸 것이다.

친노 겨냥
분당 협박

비노계는 호남의 민심이 술렁이고 있는 이유로 친노 좌장인 문재인 의원의 당권 장악이 가시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호남은 새정치연합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지지기반이지만 친노와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다.

정치권에서는 친노와 호남의 관계에 대해 “남(새누리당)보다는 가깝지만 그렇다고 친자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북송금 특검을 밀어붙인 것이 친노와 호남의 사이가 멀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대북송금 특검으로 호남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어야만 했다.


친노진영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도 호남인들에겐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시 호남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호남의 뒤통수를 쳤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친노가 주축이 되어 만든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4년 총선에서는 탄핵역풍에 힘입어 어느 정도 선전했지만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집권여당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원내 9석에 불과하던 민주당에게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 자리를 빼앗기는 굴욕을 당했다. 이때 쌓인 앙금은 아직까지도 호남인들의 가슴 한켠에 남아있다.
 

올 7월에 치러진 전남 순천 재보선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지난 1988년 소선구제 도입 이후 최초로 호남에서 당선되는 진기록을 세웠는데, 공교롭게도 상대는 친노계로 분류되는 서갑원 전 의원이었다. 물론 서 전 의원이 당시 패배했던 것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들이 있겠지만 친노인사에 대한 호남인들의 반감도 분명히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친노가 내년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을 완전히 장악하려고 하니 호남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운 친노
당 장악 반대

그러나 문 의원 측은 호남신당론에 대해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인 자신을 견제하기 위한 비노진영의 실체 없는 협박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문 의원이 호남의 상황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 ‘친노가 당권을 잡으면 당이 깨진다’는 말은 비노주자들이 지어낸 말이 아니라 호남지역에서 실제로 거론되고 있는 이야기다. 지금 새정치연합 유력 대권주자가 모두 영남 출신인데 당권까지 친노가 가져가면 호남은 친노 거수기냐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호남의 민심을 전했다.

특히 지난 2002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10년 이상 호남이 중앙정치권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호남소외론’은 호남신당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서는 당 지도부가 호남의 여론과는 관계없이 특정인을 전략 공천해 낙하산식으로 내려 보내면서 호남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했다.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호남의 민심이반은 가속화됐지만 새정치연합은 흔들리는 호남민심을 효과적으로 수습하지 못했다.

비노 거물들 너도나도 호남으로
친노가 당권 잡으면 당 깨진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예산폭탄을 앞세우며 호남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호남 지지율은 어느새 새정치연합의 턱밑까지 치솟았다. 양당 간 지지율 격차가 10%p 정도밖에 나질 않는다. 역대 최저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라리 호남정치를 복원할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호남 전반에 퍼지고 있고 이는 곧 호남신당론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친노진영이 당권을 잡으면 호남 의원들이 차기 총선에서 물갈이 대상 1호에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도 호남 신당론의 주요한 원동력 중 하나다. 호남에는 유독 비노계 의원들이 많은데 친노진영이 당권을 잡으면 다가오는 2016년 총선에서 공천을 보장받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텃밭 공천만큼은 쇄신을 부르짖으며 혁신 공천 경쟁을 벌여왔다. 중진의원일수록 쇄신 압박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유독 호남 중진의원들이 차기 전당대회에 대거 출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친노계가 당권을 잡고 호남 의원들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킨다면 이들이 뭉쳐 호남신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호남신당론은 분명히 실체가 있다. 다만 시기와 규모가 문제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정치권에서는 이미 호남신당이 물밑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케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월 전남 강진이 지역구인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이 정당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정당법은 중앙당과 5개 이상의 시·도당으로 구성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중앙당과 1개 이상의 시·도당으로 구성하도록 완화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황 의원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기존 정당법의 경우 수도권과 특별·광역시에 반드시 시·도 당을 두도록 하고 있어 지방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결사체가 만들어지기 어려웠다”며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정당 설립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일부 지역만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정당의 설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개정안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해당 개정안이 호남 신당 창당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의원 12명 중 6명이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이다.

신당 준비 시작?
사전 정지작업

호남신당론과 맞물려 비노진영 거물인사들이 부쩍 호남에서의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의심스러운 정황들이다. 새정치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은 최근 전북에서 경청투어를 진행했고, 당권 도전설이 나도는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호남 개혁정치 복원이라는 의미심장한 목표를 내세우고 광주에서 ‘호남의 희망’이라는 정치연구소를 열었다.

박주선 의원도 최근 무려 한달 동안 전남 순천과 해남, 광주, 전북 전주 등을 돌며 순회 초청 강연회를 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정계 은퇴 뒤 난데없이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 은둔생활을 시작했고 비노그룹은 강진까지 찾아가 손 전 고문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던 기초의원과 지자체장들이 차일피일 복당을 늦추고 있는 것도 수상한 정황이다. 과거에는 호남에서 설사 무소속으로 당선됐더라도 복당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고, 복당하지 않으면 차기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도 없었다.

친노에 등 돌린 호남민심 "배신이야"
호남신당, 당장 교섭단체 구성도 가능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던 호남 지역 기초의원과 지자체장들이 벌써 반년 가까이 새정치연합으로의 복당을 미루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호남지역에서 약화된 새정치연합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들이 호남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복당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호남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우선 호남은 타 지역과는 달리 선거에서 새정치연합과 신당 간 1대1 구조를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만약 수도권에서 새정치연합과 신당이 격돌한다면 새누리당만 어부지리를 얻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이 출범할 경우에는 그런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호남에 걸려있는 의석수는 30석 정도인데 신당이 차기 총선에서 선전한다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을 충분히 넘길 수도 있다.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넘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원내 제3당 자리는 꿰찰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소한 제3당
마지막 카드

호남신당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적 명분이다. 호남신당 출범에 대한 타당한 정치적 명분을 마련하지 못하면 신당은 당내 계파싸움의 산물로만 인식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차기 총선에서 호남인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명분을 얻지 못하면 호남인들의 선택을 받는다 해도 호남을 중앙정치에서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호남신당이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존 새정치연합과 차별화되는 정체성과 정책이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대선 경쟁력을 갖춘 대권주자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비노진영에서는 이러한 조건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신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마땅히 구심점 역할을 한 인물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호남신당론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과연 정치권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호남신당론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정치권이 호남민심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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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