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개국공신’ 정두언 MB 정조준 내막

돌아온 ‘왕의 남자’ 옛 주군 목 노리나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꺼져가던 ‘정치 생명’이 되살아났다. 그를 2년 넘게 괴롭혔던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정 의원은 정치권 복귀 첫날 일성으로 이명박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명박정부 개국공신으로, 한 때 ‘왕의 남자’라고도 불렸던 정 의원이 정치권에 복귀하자마자 옛 주군을 정조준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두언 의원은 이명박정부를 만든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명박정부에서 그는 짧은 영예와 기나긴 치욕의 세월을 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린 후 변방으로 밀려나는 과정에서 모진 고초를 겪은 것이다.

시련 끝 복귀

정부 탄생의 주역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정부로부터 불법사찰, 세무조사 등 탄압을 받은 그의 시련은 박근혜정부에서도 계속됐다. 정 의원은 이명박정부 말기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2심에서 징역 10개월 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지난해 만기 출소했다.

그리고 2년여의 재판 끝에 지난달 21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정치권으로의 복귀에 성공했다. 구치소 수감생활 중 “나는 이명박정부에서 참으로 불행했다”라는 소감을 밝힌 그는, 정치권 복귀 첫날 “이명박정부는 실패한 정부”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등 이명박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정 의원은 지난달 2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야당의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아무 잘못이 없다면 국정조사가 아니라 그 이상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과 친이(친이명박)계 측에서 사자방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를 일축하고 있는 가운데, 한 때 원조 친이계로 ‘왕의 남자’로도 불렸던 정 의원이 옛 주군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그는 자원외교에 대해 “어이가 없다. 물건을 사러 가면서 ‘나 그거 사러간다’고 공표를 하고 가면 그 사람들이 얼마나 값을 올리겠나. 더군다나 ‘어마어마한 사람이 간다’ ‘우리가 성과를 꼭 내야 한다’고 팡파르를 울리면서 간 바보 같은 장사를 한 것”이라며 질타했다.

정두언, 저축은행 비리 혐의 ‘무죄’
벼랑 끝 회생 “MB정부 실패” 비판

이처럼 정 의원이 정치권 복귀 첫날 일성으로 옛 주군을 정조준한 이유를 놓고 크게 세 가지 분석이 나온다.

첫째, 정 의원이 이명박정부 초기 파워게임에서 밀려난 이후 겪었던 모진 고초에 대한 반격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와 대립각을 세웠던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차관, 나아가 자신을 내치고 이들의 손을 잡아준 이 전 대통령을 향한 한 맺힌 반격이라는 것.

한 여권 관계자는 “정 의원의 발언 자체도 틀린 말이 없지만, 이명박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면서도 이상득 계열에 밀려 정치적 탄압을 받은 정 의원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둘째, 정 의원이 지역(서울 서대문을) 유권자에게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비리에 연루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이명박정부와 선을 긋는다는 시각도 있다. 파기환송심 무죄 판결로 비리 이미지가 일정부분 해소되기는 했지만 정 의원이 비리에 연루된 잔상은 남아 있다. 이는 차기 총선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정 의원이 초고를 완성한 자서전에 이명박정부의 치부와 자신의 정치사를 어떻게 담았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내년 상반기 출간할 것으로 알려진 자서전은 과거 쇄신파를 이끌었던 그가 실패한 이명박정부와의 단절 선언을 통한 쇄신파 재규합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 높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과거 쇄신파를 주도했던 정 의원의 복귀는 19대 국회 들어 구심점을 잃고 뿔뿔이 흩어진 쇄신파를 다시 모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정 의원이 쇄신파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분석에 대해 본인도 “제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용기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며 “세상 밑바닥까지 가봤기 때문에 아쉽고 두려운 게 없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쇄신파 부활?

셋째, 수감생활로 그의 정치철학이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무죄 확정 이후 그는 취재진에게 “법으로는 무죄이지만 인생살이에서는 무죄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며 “앞으로 국민의 입장에서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반드시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돼 10달 동안 복역을 하기도 했지만, 이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는 자성의 뜻을 전한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영욕의 세월을 겪으며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진 정 의원이 정치적으로 성숙한 것 같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오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