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DN 입법로비 파장

피같은 국민세금으로 불법 입법로비?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전KDN이 국회의원 4명에게 입법로비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자사에 불리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자, 불리한 내용을 바꾸기 위해 관련 의원들에게 조직적으로 후원금을 납부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로비를 받은 한 의원은 한전KDN이 요구한대로 수정법률안을 발의했고 본회의까지 통과됐다. 로비대상으로 지목된 의원들은 “대가성 없는 후원금”이라며 경찰 수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들의 검은 커넥션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 분위기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18일 한전KDN이 직원 568명을 동원해 새정치민주연합 J·K의원, 새누리당 H·Y의원에게 특정한 대가를 바라고 995만~1816만원의 후원금을 기부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김모 전 한전KDN 사장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을 동원해 이른바 ‘쪼개기 후원금’을 기부한 것이 덜미가 잡힌 것이다.

대가성 쪼개기 후원금

경찰에 따르면 J의원이 2012년 11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사업에 상호출자제한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자 타격을 입게 될 한전KDN은 J의원을 포함한 여야 의원 4명을 대상으로 계획적 로비를 벌였다.

매출 절반(2000억원 가량)이 한전에서 나오는 한전KDN은 김 전 사장 지시로 즉각 ‘소프트웨어사업대처팀’이라는 대응팀을 만들어 J의원 등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납부하는 등 로비전을 펼쳤다. J의원은 법안을 대표발의했고, 나머지 세 의원은 한전KDN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응팀은 수시로 J의원실을 방문해 법안 개정 내용 중 ‘제한기업 중 공공기관은 제외한다’는 조문을 삽입한 법률수정안을 전달하며 법안을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이와 함께 그해 말 한전KDN 직원 491명이 10만원씩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J의원에게는 1816만원을 내고 나머지 세 의원들에게는 995만~1430만원의 후원금을 입금했다.
 


이들은 이런 후원내역을 파일로 정리해 의원실에 전달하며 후원금을 냈다는 사실을 직접 알리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2월 J의원은 사업참여제한대상에서 공공기관을 빼는 내용의 수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이에 한전KDN은 지난해 6월 J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책 300권(900만원 상당)을 일괄 구입했고, ‘공공기관 제외’ 조문을 삽입한 개정법률안이 소위원회를 통과한 이후에는 기부금을 내지 않았던 직원 77명에게 지시해 J의원 후원계좌로 536만원을 추가 기부하도록 했다. 그리고 해당 법안은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 의원 4명 대가 불법자금 정황 포착
직원 동원 쪼개기…연말정산서 돌려받기도

이와 관련해 J의원은 해당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입법로비를 받은 사실이 없고 받을 이유도 없다”며 “명백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수정) 법안을 발의한 것은 중소기업 보호라는 법의 취지와 달리, 공공기관이 공공부문 발주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됨으로써 민영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라며 “법안 발의 후 약 한달 뒤 법안심사소관위원회가 바뀌어(산업통상자원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로비를 받을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출판기념회 당시 한전KDN 측이 책을 대량 구매한 것에 대해서는 “산업화 과정에서 희생된 여성노동자들을 인터뷰해서 쓴 책이라 당시 초청장에 ‘이 책을 사주시면 책값은 모두 후원금으로 해서 사회적 기업에 기부하겠다’고 썼다”며 “실제 들어온 돈 전액을 사회적 기업에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은 검찰에 이어 경찰까지 소속 의원을 상대로 한 입법로비 수사에 나선 데다 올해만 벌써 네번 째 수사기관의 칼날이 야당을 겨눈 셈이어서 ‘정권 차원의 입법부 흔들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미 지난 8월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의 입법로비 의혹을 비롯해 치과의사협회, 물리치료사 협회의 비리 수사에 줄줄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이날 한전 KDN으로부터 입법로비를 받은 의혹 대상자로 J의원 이름까지 거론되자 폭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의 잇단 압박이 현재 야당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4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사업) 비리’ 국정조사와 누리과정 등 복지 예산 확보 경쟁에서 야당의 힘을 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중립을 지켜야 할 수사기관들이 노골적인 야당 탄압에 나선 것은 의도적인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4월 첩보를 입수한 후 한전KDN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관련자로부터 범행 사실에 대한 자백도 받아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세금으로 입법로비

문제는 의원들에게 흘러들어간 돈이 사실상 국민세금이라는 점이다. 1인당 10만원씩 낸 정치후원금을 한전KDN 직원들은 연말정산을 통해 사실상 전액을 다시 돌려받았다. 결국 정치후원금 제도를 악용해 국민세금으로 의원들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고, 한전KDN은 회사 돈 한 푼 안 들이고 입법로비를 성공시킨 셈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공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자 직원을 시켜 의원에게 조직적으로 입법로비를 하고, 이런 로비가 실제로 통한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특히 쪼개기 후원금으로 사실상 국민세금으로 입법로비를 한 것은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고 있어서는 안 될 범죄”라고 말했다.

 

<carpediem@ilys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전KDN, 조직적 운영비리도 심각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한전 KDN의 운영비리에 대해 6개월간 수사에 나선 끝에 2012년 1월~2014년 5월까지 본사 임직원 358명이 출장을 가지 않고 허위서류를 만들어 출장비 11억2000여만원을 수령, 개인이 사용하거나 상납한 것을 밝혀냈다.

대표적인 예로 김모 전 사장은 지인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놓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참석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1년간 2000만원을 지급했고, 김모 전 본부장은 관련업체 대표로부터 한전KDN 사업수주를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1100만원을 수수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 전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 42명을 업무상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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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