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군 수사 결과를 신뢰하지만, 재조사하도록 하겠다.”
이는 지난 13일,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군 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의에서 구타 의혹으로 식물인간이 된 구모 이병 사건수사과 관련해 나온 발언이다.
한 장관은 한술 더떠 헌병 수사기록, 담당 군의관과 춘천 일반병원 의사 등의 진술로 봤을 때 전혀 문제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재수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구 이병의 발언과 가족들의 요구가 있어 이 과정을 다시 한번 재수사하겠다는 게 군의 입장”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기존 조사가 특별히 문제가 없지만 구타에 의한 뇌출혈 가능성과 이와 별개로 각목 구타 가능성이 있어 재조사해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이날 발언은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첫 번째로 본인 휘하에 있는 수사기관의 수사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수사과정이나 방법,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 있어 한 치의 실수도 없었다고 판단한 셈이다.
두 번째는 유가족들의 구타 주장 목소리가 높아지자 ‘울며 겨자먹기’로 재조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것.
실제로 기존 수사에서 군은 구 이병의 뒤통수에서 발견된 상처에 대해 단순한 욕창이라고 판단한 병원 의사의 증언을 예로 들었지만, 구타에 의한 상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욕창은 일반적으로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 체중에 의해 혈관이 눌려진 부위가 괴사하는 병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릎이나 팔꿈치, 발 뒤꿈치 등 관절 부위에서 많이 발생하며, 구 이병의 경우처럼 뒤통수 쪽에는 여간해서 발병하지 않는다.
혈기왕성한 20대의 군인이 경계근무 중 갑자기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군 수사결과를 아마도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기적적으로 2년만에 의식을 되찾아 “선임병들로부터 구타를 당했다”는 당사자의 증언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이라면, 군 수사가 엉터리였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구 이병의 증언으로 군과 가족들의 진실공방이 한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는 가운데, 한 장관의 이번 “군 수사를 신뢰하지만 재수사하겠다”는 발언은 궤변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군 자체 수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재수사하겠다”는 말이 정황상 더 설득력이 높다.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하라’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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