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휘감은 '반기문 대권음모론' 막전막후

"대권 줄게 우리(?) 꼭두각시 해다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반기문 UN사무총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세력이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누가 뭐래도 반기문 총장이다. 한 여론조사전문기관에서 장외주자인 반 총장을 포함해 여론조사를 실시해봤더니 반 총장이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의 등장에 따라 대권지형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여야 모두 반 총장의 등장이 차기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계산해보느라 바쁜 모습이다. 반 총장의 깜짝 등장 이면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난데없이 정치권 이슈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한 여론조사전문기관에서 장외주자인 반 총장을 후보로 넣어 여론조사를 실시해봤더니 반 총장이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지난 27일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도 반 총장의 거취 문제가 주요쟁점으로 논의됐을 정도다.

출마할까?
옹립할까?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김성곤 의원은 윤병세 외교부장관에게 “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 (중략) 장관께서는 반 총장이 퇴임 이후에 어떤 역할을 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자 이를 미리 견제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외교현안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질문이었지만 대다수 언론들은 이날 김 의원의 질문과 윤 장관의 답변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이처럼 국내 정치권과 언론들은 반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정작 반 총장은 차기 대권에 관심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준 외통위 위원장이 해외 국정감사 도중 반 총장을 만나 차기 대권도전 여부를 물었더니 “몸을 정치 반, 외교 반에 걸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는 것이다.

반기문 대세론 띄우는 세력은 누구?
친박계 모여 노골적인 반기문 띄우기


사실 반 총장 영입설은 지난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한 차례 불거진 적이 있으나 반 총장의 완곡한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반 총장이 대권 출마거부 의사를 분명히 전달한 만큼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반기문 대세론’은 정치권에서 더욱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 친박 주류 의원들이 세미나를 열고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세미나의 주제는 ‘2017년 차기 대선 지지도 판세’였고 부제는 ‘반기문 사무총장 출마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변수를 중심으로’였다. 반 총장이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친박 주류 의원들이 반 총장의 출마 가능성을 놓고 공개 세미나까지 연 것이다. 내용은 노골적인 ‘반기문 띄우기’였다.

발제를 맡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여론조사를 보면 반 총장을 제외하면 사실 정권 연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운을 띄우자 국회 외통위원장을 지낸 안홍준 의원은 “당내 인사로 정권 창출이 어렵다면 대안으로 반 총장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열풍
언제까지?

정치권 인사들은 반 총장이 현재는 대선 불출마 입장이 확고하지만 대선이 치러지는 3년 뒤의 정치적 상황이나 국민 여론 등에 따라 결심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반 총장이 갑자기 대세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무서운 ‘대권 경쟁력’ 때문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반 총장은 지역과 연령을 넘나들며 폭넓은 지지를 얻은 것이 눈에 띈다. 양극인 호남과 영남에서 모두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20대와 60대 지지율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여야의 차기 대선 후보들이 특정 지역과 특정 세대 쏠림 현상을 보이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게다가 반 총장이 대선 캐스팅보드로 불리는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도 큰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정치권에 불어 닥친 개헌론과 대입해보면 반 총장의 경쟁률은 더 높아진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혁신하기 위해 최근 정치권에선 이원집정부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외교와 국방 같은 외치의 경우는 대통령이, 나머지 내치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담당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렇게 된다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외교부장관 등을 거친 반 총장이 가장 적임자일 수 있다.

이미 전례도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쿠르트 발트하임은 1972년부터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뒤 1986년 본국으로 돌아가 대통령이 됐다. 오스트리아는 이원집정부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다.

물론 정치권 일각에선 반 총장의 높은 지지율이 거품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은 국제무대에서는 베테랑이고 훌륭한 분이지만 정치는 정치 나름대로의 싸움을 하는 방법이 있고 생존하는 방법이 있다”며 반 총장이 막상 정치권에 입문해 본격적인 검증을 받게 되면 안철수 의원의 사례처럼 반짝 인기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높은 인지도와 지역과 연령을 넘나드는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반 총장을 보며 여야 모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 총장의 깜짝 등장과 관련해 정치권에선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 반 총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친박 교감설’이다. 아직 다음 대선이 3년 넘게 남아 있지만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선 마땅한 차기주자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내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은 모두 비박계(비박근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나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정몽준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친박계는 여전히 새누리당 내 최대계파지만 마땅한 차기 대권주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차기주자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비박계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래권력으로 힘이 쏠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핵심친박이 아닌 범친박 진영에선 벌써부터 계파 갈아타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었다. 그러니 유력 차기 대권주자를 하루빨리 내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만약 친박진영이 와해되고 나면 박 대통령은 당에 대한 장악력을 상실하게 되고 이는 곧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친박계가 비박계를 견제하기 위해 반 총장을 차기 대선후보로 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특정 후보를 옹립하려했던 실제 사례도 이미 있었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는 친박계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김황식 전 총리를 대항마로 내세우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얼마 후 김 전 총리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친박계 인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당시 김 전 총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정부 성공을 위해서 소위 친박계 인사들이 저를 많이 돕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하게 지금은 친박 진영이나 반 총장 모두 사전교감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양측의 교감이 오고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친박 교감설
양측은 부인

새누리당에서는 친박계에 속하지 않은 인사들 사이에서도 반 총장 영입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40%를 넘어서는데 새누리당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은 좀처럼 10% 초반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개인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이라며 “물론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고 경선을 통해 후보가 확정되고 나면 지지율이 크게 오르긴 하겠지만 (만약 반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준다면) 반기문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두고 굳이 도박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 내에 전반적으로 반 총장의 옹립을 반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최근엔 전혀 새로운 주장도 제기된다. 반기문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쪽이 오히려 김무성 대표 쪽이라는 주장이다. 김 대표가 방중 기간 일반적인 이원집정부제가 아닌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언급했는데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는 총리의 권한이 대통령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원집정제 개헌하고 총리 노린다?
반기문에 가려지는 여권주자 존재감


따라서 김 대표가 대통령이 아닌 이원집정부제하에서의 강력한 총리를 원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누가 봐도 차기 대권 행보를 걷고 있는 김 대표가 여러 차례 대권에 불출마할 뜻을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 영입 파동의 주인공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이와 관련해 “외교 대통령으로 반 총장을 영입하고 그밖에 고만고만한 당내 보스들이 총리, 부총리를 번갈아 하면 된다, 이런 생각을 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고 본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여당 내에서, 제가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상당수 사람들이 이대로 가서는 다음번 선거에 단독적으로 대통령 당선이 불가능한 게 아니냐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반기문 대세론을 물밑에서 띄우는 것이 야권이라는 주장도 있다. 반기문 대세론을 띄움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는 여권 대권주자들의 존재감을 더욱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대권 의지 있나?
불출마 가능성도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은 정말로 대권에 대한 욕심이 없는 인물”이라며 “반기문 대세론만 띄워놓고 정작 반 총장이 대권에 출마하지 않으면 야권 주자들이 더 유리해진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반 총장은 노무현정권에서 외교부장관을 지낸 참여정부 인사인데 대권에 나서더라도 섣불리 새누리당 후보로 나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기문 대세론을 띄운다 해도 불리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과연 물밑에서 반기문 대세론을 띄우고 있는 세력의 실체는 무엇일까? 장외주자인 반 총장은 현실정치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반 총장이 아무리 대권출마 가능성에 대해 손사래를 친다 하더라도 당분간 대한민국 정치권은 반 총장의 행보에 주목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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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4월부터 설설 끓던 ‘이재명 연임론’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연임으로 잠재적 합의를 본 듯하다. 당의 앞날이 오직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재명 몰빵’을 외친 채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현안을 띄우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그만큼 구설에 오르기도 하는 요즘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여의도에서는 ‘어대이(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하지만 정작 본인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당 대표직을 사임했지만, 연임 여부에 관해서는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모냐 도냐 민주당 의원은 저마다 이 대표 연임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거대 야당을 맡을 적임자로 이 대표가 제격일뿐더러 민주당 내 마땅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해 “당연하다”며 “지난 총선서 국민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줌으로써(이 대표가) 리더십의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정권 교체에 있는데(이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등을 뺏겨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이 대표를 두고 “윤석열정부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적임자”라며 연임에 힘을 실었다. 장 최고위원은 라디오를 통해 “본인 개인적으로는 힘드시겠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국민이 바라는 건 물러터진 민주당이 아니라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께서 연임을 결단 내리고 출마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고민을 정리하시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안을 손질하면서 이 대표의 연임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제4차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민주당 당헌 25조2항에 따르면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1년 전 직을 사퇴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하는 규정을 신설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가 진행됐으며 참여자 501명 중 422명인 84.23%가 찬성했다. 반대는 15.77%로 79명이었다. 개정되기 전 당헌을 따를 경우 이 대표는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해도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2026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신설 조항이 개정되면서 같은 해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도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당대회 앞두고 멍석 깔았다 당헌·당규 이어 러닝메이트도 국민의힘이 “이재명을 위한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서 민주당 강득구 수석사무부총장은 “비상 상황이 생길 때(개정을)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때 수정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셀프 개정’했다는 오해를 받을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대표나 최고위원이 우리 당의 유력 대선후보인데 정해진 일정이 아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 대선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할지 고민이 있었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차원서 절박한 마음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 속에서 2기 지도부에 함께할 의원들도 자천타천 거론된다. 새로운 수석 최고위원이자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는 4선인 같은 당 김민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이 대표와 긴밀히 소통해 온 인물이다. 선수가 높아 캠프의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크다. 이 밖에도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전현희·이언주·민형배·한준호·강선우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원외에서는 전봉주 전 의원과 김지호 상근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도 각종 현안을 띄우며 부지런히 발을 맞췄다. 최근에는 주4일제와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여론 주도권 쥐기에 나섰다. 지난 총선 때 공약으로 내건 ‘25만원 지원금’에 이은 민생 이슈로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주 4일제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거꾸로 가는 노동 시계를 바로 잡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의 “근로 다양성을 고려해서 주 52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적하는 동시에 맞대응할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욕이 지나쳤나? 이날 이 대표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인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겠다고도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행돼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비 절감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이런 점을 꼬집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지난 1월 민생토론회서 단통법 폐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벌써 반년 동안 변한 게 없다”며 “단통법 폐지에 대해 정부여당도 말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우리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저감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새롭게 최고위원회의에 합류하게 된 강민구 최고위원은 “아버님이 지난주 소천하셨다. 아버님은 평생 이발사를 하며 자식을 무척이나 아껴주신 큰 기둥이었다”며 “소천 소식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당원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라며 “국민의힘이 영남당이 된 지금 민주당의 동진 전략이 계속돼야 한다.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이 대표가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에게 충성 경쟁을 하기 위한 ‘낯 뜨거운 찬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잠시 조선노동당 얘기인 줄 착각했다”며 “우상화가 시작됐나요?”라고 비꼬았다. 새로운미래 최성 수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재명 1인 절대권을 지닌 친정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리는 장면”이라며 “이재명이 민주당의 아버지면 ‘법카 횡령’으로 재판을 받는 김혜경 여사는 머지 않아 ‘민주당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의 아버지’ 논란이 불거지자 강 의원은 SNS를 통해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설명했지만 비판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의 연임은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질서정연하게 이끌겠지만, 앞으로 민주당이 하는 모든 행동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으로 비춰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이 꾸리고 있는 지도 체제 목적은 뚜렷하다.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구해내는 게 당의 목표가 되다 보니 자꾸 무리수가 생긴다”며 “옆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이 눈치를 못 채겠나. 그래도 크게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우니 ‘민주당이 모든 걸 쟁취하겠다’는 여론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색안경 언제쯤 벗나 민주당이 11개 상임위를 선점하고 각종 법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의회 독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던 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상식에도 맞지 않고 국회법에도 맞지 않고 관례에도 맞지 않는 상임위 배분안”이라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질주하는 민주당의 모든 행동이 기승전 이 대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 지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여권의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차지하고 강경파 의원을 위원장으로 앉힌 것 역시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방어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대북송금 특검법’ ‘수사기관 무고죄’ 등도 모두 이 대표 방탄을 위한 맞춤형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인 방송 4법을 국회 상임위원회(과방위)서 단독으로 처리한 것 또한 이 대표가 언론을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기 위한 절차라고 맹비난했다. 방송 4법은 지난 21대 국회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 중 하나다. 기존 방송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더해 22대 국회서 재발의한 것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애완견’으로 비난하면서 언론을 사실상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고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며 “국회는 이 대표의 방탄 로펌이 아니며 공영방송이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가 자신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 관련 보도를 한 일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한 게 논란이 되자 일부러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안 의원은 “날치기로 통과시킨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진 대부분을 친민주당·친민주노총 성향 단체들이 추천하겠다는 개악법”이라며 “‘이재명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뻔하다. 방탄 언론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강조했다. 말 한마디도 ‘방탄’ 직결 “연임은 당이 쥘 양날의 검”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여의도 동탁이 등장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재명 1극 체제’는 우리로서 전혀 나쁘지 않다. 동탁 체제가 아무리 공고해 본들 그건 20% 남짓한 극성 좌파들 집단의 지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버이 수령 체제’로 치닫는 민주당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며 “민주사회서 최종 승리는 결국 다자 경쟁구도서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이 그걸 증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면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이 줄어든다”며 “민주당을 이끌 새로운 인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은 민주당 내에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이 대표를 추대하는 분위기로 몰려 선뜻 목소리를 못 내고 있을 뿐”이라며 “결국 국민의 피로감만 쌓이는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민주당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이재명이라는 대선후보의 입장서 보면 너무 많은(당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선택 아닐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 최고위원은 ‘리스크를 떠안고 갈 우려가 너무 크다’ ‘목표를 대권에 잡아야지 당권에 둬서는 안 된다’ 등의 이유로 이낙연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당권을 갖고 갔다. 그리고 리스크를 다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며 “그게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서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리스크 확성기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어떤 집단이 일극체제로 굴러가는 건 누군가의 뛰어난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꽁꽁 묶여 있다. 거대한 무리서 혼자 톡 튀어나온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타깃이 되기 딱 좋은 위치”라고 우려를 표했다. 모든 시선이 이 대표에게 쏠려 있으니 국민의힘이 작은 오점 하나까지 꼬투리를 잡아 늘어질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 한 명만 쓰러뜨리면 끝나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후보군이 제법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면서도 “전당대회뿐만이 아니라 대선에 등장할 잠룡도 많은데 민주당은 ‘오직 이재명’만 외치면서 다음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기서 변화구가? 5선인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8월 전당대회 변수로 떠올랐다. 잔뼈가 굵은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국회의장 선거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의원을 꺾었다. 이인영 의원도 우 의원과 같은 GT계(김근태계) 사람”이라며 “우원식 의원을 의장으로 만들었으니 이 의원의 출마는 ‘못 먹어도 고’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다만 “이 대표 추대론으로 분위기가 맞춰지고 있어 이 의원의 도전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