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박근혜 김무성 죽이기 막전막후

MB가 그랬듯 지금 싹 못 자르면 당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김무성 대표가 선을 넘었다. 이제 청와대에서도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한 청와대와 친박계의 시선이 싸늘하다. 친박계 인사들끼리 모인 자리에선 김 대표를 어떤 식으로든 손 봐야 한다는 과격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한때 친박계의 좌장이었고, 지난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랬던 그가 청와대에 완전히 찍힌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죽이기' 플랜을 준비 중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론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개헌론 발언 이후 한동안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던 청와대는 지난 21일 작심한 듯 김 대표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 부글부글
치고 빠진 김무성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희는 당 대표 되시는 분이 (개헌론을) 실수로 언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자가 노트북을 펴놓고 말하는 것을 받아치는데 그런 상황에서 개헌 언급을 했다. 그건 기사화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이 실수가 아니라 계산된 것이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날은 김 대표가 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이한 날이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이런 작심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 의중이 깊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미 올해 초와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개헌 논의가 ‘블랙홀’이라며 불가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밀명 내린 자객 움직이나?
친박 결집 중 '김무성 흔들기' 시작

김 대표는 개헌론 발언 이전에도 청와대와 사사건건 각을 세워왔다. 당 대표가 되자마자 ‘청와대에도 할 말을 하는 힘 있는 여당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 박 대통령의 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공개적인 자리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하고, 청와대의 공무원 연금 개혁안 연내처리 방침에 대해서는 “개혁을 하는 게 중요하지 그 시기가 중요하냐”며 청와대와의 미묘한 온도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김 대표가 박근혜정권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차기 대권을 향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재보선을 통해 원내로 입성한 직후부터 ‘근현대사역사모임’ 등의 공부모임을 만들어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김 대표는 단순한 공부모임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당시 청와대 인사들은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물이 벌써 사조직을 만드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최근에는 하필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기간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고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이에 대한 뒷말도 무성한 상황이다.

벌써 대권 준비?
조기레임덕 우려

친박계 인사들은 “김 대표가 당권을 잡은 이후 이른바 친무계(친김무성)의 전횡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조직강화특위) 현장에 가보면 김무성 대표를 지지했던 분들이 공공연하게 ‘저 자리가 내 자리다’고 이야기한다. 억울하면 (당 대표) 선거할 때 이기지 그랬냐고 한다”며 친무계의 전횡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당 중심에서 밀려났던 친이계는 김 대표와 손을 잡고 승승장구 중이다.

그런 김 대표를 바라보는 친박계의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정권을 잡은 건 우리(친박계)인데 왜 뒷방으로 물러났던 친이계가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곧 ‘김무성 죽이기’ 플랜을 가동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떠돌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당내에서 계속 세력을 키우도록 방치한다면 차기 총선을 앞두고 범친박계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당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이 떨어지면 박 대통령은 정권 중반부터 레임덕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청와대가 김 대표를 견제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의 인사는 “지금이 아니면 청와대가 김 대표를 견제할 수 없다”며 개헌론 논란을 계기로 김 대표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망설이다 정권의 임기가 중반을 넘어서게 되면 김 대표를 견제하려 해도 제대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김 대표를 견제해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들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당내 친박계 인사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친박계 인사들은 벌써부터 ‘김무성 흔들기’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에게 패한 후 조용한 행보를 이어오던 서청원 최고위원도 최근들어 김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본격적으로 당무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가 서 최고위원을 구심점으로 뭉치고 있는 모양새다.
 

서 최고위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칫 당내 갈등으로 비칠 수 있어 그간 말을 자제해왔지만 앞으로는 그러면 안 되겠다”고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누가 봐도 김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서 최고위원은 “지도부를 말씀하시는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홍문종 의원은 김 대표를 향해 아예 직격탄을 날렸다. 홍 의원은 조직강화특위와 관련해 “(김 대표가) 당 대표를 처음 맡아 당 운영체제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모욕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홍 의원은 당내에선 이미 ‘김무성 저격수’로 불리고 있을 정도다.

특히 친박계는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 선정을 놓고는 김 대표와 전면전도 불사할 기세다. 현재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 자리는 지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와 총·대선 등을 거치면서 친박 인사들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현재 친무계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새누리당 조강특위가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경우 친박 출신의 수도권 원외당협위원장들은 속절없이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민감한 문제다.

“이젠 손 봐야”
시작된 견제

친박계는 당내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확실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당내에서 개헌 논의가 불거질 때마다 그동안은 무대응으로 일관했지만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번 개헌 논란이 불거진 이후 당내 의원들에게 개헌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이 여러 쟁점들을 놓고 친박계와 친무계 간의 전선을 확실히 형성함으로써 친무계로 갈아타려는 인사들을 감시하고 이탈을 막겠다는 다목적 포석인 셈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김 대표가 당권을 장악했다고 해도 새누리당은 여전히 친박이 최대 계파다. 친박이 김 대표가 하는 일마다 딴지를 걸면서 흔들어 대기 시작하면 김 대표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무성계 전횡 성토, 극에 달한 불만
피할 수 없는 싸움, 이미 시작됐다

국가 최고권력인 박 대통령이 사정기관과 정보기관을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있나? 특히 정치를 오래해온 사람이라면 먼지가 쌓여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정기관을 동원한다면 김 대표 한 명 끌어내리는 건 일도 아니다. 게다가 김 대표는 이미 딸의 수원대 교수채용 특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미 전례도 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다 청와대에 밉보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난데없이 혼외아들 의혹이 터져 나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사건에 청와대 행정관과 국정원 정보관 등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개인정보 불법 유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정기관과 정보기관을 움직이는 것은 불법사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함부로 꺼내들기 부담스러운 카드지만 가장 효과가 확실한 카드이기도 하다”며 “김 대표를 날릴 자객이 이미 행동을 개시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정기관 움직일까?
선 이미 넘었다

청와대가 김 대표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려져도 기업들은 몸을 사리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김 대표의 정치자금 통로가 막혀버릴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가 100억대 자산을 자랑하는 자산가이긴 하지만 정치자금 통로가 막히고 나면 당장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지난 1996년 TRS(주파수 공용통신)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다른 차기 대권 후보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각을 세우려는 김 대표의 행보는 자신을 차기주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계속 삐뚤게 나가겠다는 일종의 무력시위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 대표의 개헌론 발언 직후 반기문 UN사무총장을 포함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여론조사가 발표돼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난데없이 장외주자인 반 총장을 포함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을 두고 ‘친박계의 작품’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가 정권 재창출을 위한 필승 카드로 반 총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대통령과 싸울 생각이 없다고 하는데 먼저 싸움을 걸어온 것은 분명 김 대표다. 이제 와서 싸울 생각이 없다고 하면 박 대통령을 약 올리는 격”이라며 “박 대통령이 이기든 김 대표가 이기든 피할 수 없는 싸움은 이미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김무성 관계는?
흐렸다 맑았다 ‘애증의 20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본격적인 인연은 지난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박 대통령은 김 대표를 당 사무총장으로 기용했고, 이때부터 김 대표는 ‘친박 핵심’이 됐다. 하지만 당시에도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돈과 사람을 쓰는 방식이 달라 종종 부딪쳤다. 그러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문제가 불거졌다. 박근혜 캠프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김 대표는 경선 패배 이후 2008년 총선에서 공천조차 받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 대표는 국회로 돌아왔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전 같지 않았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의견 차이로 정면충돌 직전까지 갔고, 김 대표가 친이계의 지원을 받아 원내대표가 되면서 아예 서로 등을 돌렸다.

다시 손을 잡은 건 2012년 대선 때였다. 대선 캠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박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김 대표는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두 사람은 다시 소원해졌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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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