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제3지대 신당론' 실체 대해부

'구당 모임' 보면 '신당 그림'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는 새로 판을 짜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설’로만 떠돌던 ‘제3지대 신당’ 창당 가능성이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에서는 신당 관련 발언을 하는 것을 금기시해 왔지만 최근에는 당 중진들조차 신당 관련 발언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제3지대 신당론의 실체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내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비노(비노무현)계 중진 전·현직 의원들이 난데없이 세 규합에 나섰기 때문이다. 명분은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겠다는 것이지만 정작 당을 구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비노계가 물밑에서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구당구국 모임
신당 전초기지?

실제로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은 “강경파가 주류면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며 “노력하다 안 되면 신당 창당까지 고려해야”한다는 폭탄 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정 고문의 발언에 대해 현재 당 안팎에선 다양한 해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정 고문은 지난달 말 결성된 가칭 ‘구당구국(救黨救國)모임’의 좌장격 인물이라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구당구국모임은 친노(친노무현) 중심의 비대위로는 당이 새롭게 거듭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친노 패권주의 배격’을 목표로 결성됐다. 이 모임에는 현재 이부영, 정동영, 천정배, 추미애, 강창일, 이종걸 등 전·현직 중진의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당장 신당을 창당해도 원내 교섭단체를 이룰 수 있을 만한 멤버들이 모인 모임 인사의 발언이니 그 무게감은 클 수밖에 없다.

당권 빼앗기면 새정치와는 끝장
신당론 더 이상 '설' 아니라 '현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노력하다 안 되면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것은 결국 명분 쌓기다. 정말 당을 살리려는 생각이 있다면 정대철 고문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는데 현재 정 고문의 움직임은 그저 ‘관망’이다. 당이 잘되면 신당을 창당할 명분이 없지 않나? 당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다 마지막에 깃발 들고 나서겠다는 것”이라며 “또 강경파를 언급한 것은 사실상 다음 총선에서 친노를 쳐내겠다는 것인데 당내 절대다수인 친노진영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당 창당의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신당 창당론에 불을 지핀 것은 비대위원장 영입 파동의 주인공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다. 이 교수는 “제3섹터에 건전한 정당이 나오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침몰한다”며 신당이 뜨면 자신도 합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 구당구국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새정치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은 최근 재보선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대표를 찾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정 고문을 중심으로 비노계가 본격적인 세 규합에 나섰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마침 손 전 대표가 자리를 비워 두 사람의 만남은 불발됐지만 이후 전화통화에서 정 고문은 “현실정치에서 손 전 대표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며 정계 복귀를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손 전 대표는 정대철 고문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하는 중도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 인사다.

손학규 합류?
거대 신당 관측


여기에 안철수 의원의 수상한 움직임도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안 의원은 최근 박주선, 오제세 의원 등과 회동을 가지는 등 중도온건파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누가 봐도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는 움직임이다. 그런데 정작 비대위 참여 요구는 거절했다.

게다가 지난 15일에는 안 의원의 최측근인 송호창 의원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조직강화특위 위원직을 스스로 사퇴했다.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에서 사퇴한 자신이 얼마 지나지 않아 조강특위에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조강특위는 지역위원장을 선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차기 총선 공천과 대선까지 영향을 끼치는 조강특위 위원직을 사퇴하는 것은 안철수계가 당내 지분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라며 “(당을 떠날 것을 염두에 두고) 마치 주변을 정리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철수계는 합당 이후 두 번이나 선거를 치렀지만 당내 경선에서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윤장현 광주시장 외는 모두 전멸했다. 만약 이번 지역위원장 선정에서도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안 의원은 정치적 식물인간이 된다”며 “조강특위에 자신의 사람을 더 집어넣으려 애를 써도 모자랄 판에 기존에 포함되어 있던 측근마저 자진사퇴 시킨다는 것은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친노계의 비대위 장악 이후 비노 중도온건파진영 의원들의 움직임도 무척 활발해졌다. 중도온건파진영에선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나 ‘콩나물 모임’(콩나물국밥집 회동 모임) 등의 모임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비노진영 의원들 간의 만남도 부쩍 잦아진 모습이다. 지금 여의도 주변에선 누가 누구와 만났다더라 하는 말들로 시끌벅적하다.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연스러운 세 결집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뭔가 수상하다. 일각에선 비노계 전·현직 의원들이 비밀회동을 갖고 신당 창당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하지만 이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에는 뜻을 모았고 신당 창당도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신당 창당은 하나의 대안일 뿐 신당 창당 그 자체를 위해 모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창당 가능성은?
달라진 여론

그러나 또 다른 인사는 “모임 초기만 하더라도 신당 창당 논의는 매우 소수의견이었고 극단적인 의견으로 취급됐다. 그런데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가능한 일이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 7·30재보선에서 증명됐듯이 지금 당장 총선을 치른다면 70석도 건지기 힘들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그런데 당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공천되더라도 당선은 힘들고, 친노의 당 장악으로 공천마저 힘들다면 당에 남아 있을 이유는 무엇이냐 하는 근본적인 고민을 다들 조금씩은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비노계가 신당 창당을 고민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도와 중도우파까지 끌어들일 수 있도록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혀야 하는데 현재 친노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에선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도와 중도우파, 장년층과 중년층을 아우르지 않고는 영원히 야당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근원적인 위기의식이 신당 창당론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차기 총선 공천이다. 이미 당직 대부분을 친노 진영이 장악한 상황에서 당권마저 친노진영이 차지하고 나면 비노진영에 대한 공천학살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신당 창당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그 신호탄은 내년 전당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노가 당을 장악하면 그나마 비어 있는 지역위원장 자리도 사실상 친노강경파 일색인 현 비례대표의원들 몫으로 대거 나눠줄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연합의 미래 아무도 몰라
신당행 누구? 신당 리스트 예측


새정치연합 비례대표의원 중에는 벌써부터 지역 당협위원장직을 하나씩 꿰차고 지역활동을 시작한 의원들이 적지 않다. 현재 신당 창당 움직임은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빼앗기고 난 후를 대비하는 사전정지작업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권을 뺏기고 나면 곧 총선이 다가오는데 그때 가서 창당을 준비하면 늦다. 미리 창당을 위한 사전 작업을 마친 후 친노진영의 당권 장악을 계기로 바로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플랜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차기 총선을 생각한다면 지역 조직을 다져야 하고 그러려면 적어도 내년에는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분당한다고 해도 따라나설 의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비노진영이 하고자 하는 것은 ‘분당’이 아니라 ‘신당’이다. 기존 새정치 강경파가 아닌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 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기존 새정치 강경파는 따라나서고 싶어도 자리가 많지 않고, 현역 의원이 얼마나 따라오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목표는 차기 총선이다. 지금 상황이면 신당 후보들이 현역 의원과 붙어도 자신이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여의도 ‘신당 리스트’에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은 누구일까? 자천타천으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의 면면은 매우 화려하다. 구당구국모임으로 뭉친 정대철, 정동영, 천정배, 이부영, 추미애, 강창일, 이종걸, 주승용 등 원로 중진집단만 2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김한길, 안철수, 손학규 등 각 계파 수장과 이들을 따르는 송호창, 노웅래, 문병호 등 현역 의원들도 참여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당 리스트
화려한 면면

세월호 정국에서 장외투쟁 반대 연판장을 돌리는 등 친노 강경파에 맞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왔던 조경태, 황주홍 등 소신파 의원들도 빼놓을 수 없는 인사다. 당내에서 중도온건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민집모와 콩나물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도 입길에 오르내린다. 이상돈 교수를 중심으로 한 학자집단의 참여도 점쳐진다. 지금까지 거론된 드림팀이 완성된다면 차기 총선에서 단숨에 50석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허황된 꿈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제3지대 신당론이 유력하게 거론될 만큼 새정치연합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는데 당 지도부의 대응은 너무 느슨한 것 같다”며 “설마라는 생각으로 당의 혁신을 계속 미루면 제3지대 신당의 출범은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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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4월부터 설설 끓던 ‘이재명 연임론’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연임으로 잠재적 합의를 본 듯하다. 당의 앞날이 오직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재명 몰빵’을 외친 채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현안을 띄우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그만큼 구설에 오르기도 하는 요즘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여의도에서는 ‘어대이(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하지만 정작 본인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당 대표직을 사임했지만, 연임 여부에 관해서는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모냐 도냐 민주당 의원은 저마다 이 대표 연임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거대 야당을 맡을 적임자로 이 대표가 제격일뿐더러 민주당 내 마땅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해 “당연하다”며 “지난 총선서 국민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줌으로써(이 대표가) 리더십의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정권 교체에 있는데(이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등을 뺏겨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이 대표를 두고 “윤석열정부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적임자”라며 연임에 힘을 실었다. 장 최고위원은 라디오를 통해 “본인 개인적으로는 힘드시겠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국민이 바라는 건 물러터진 민주당이 아니라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께서 연임을 결단 내리고 출마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고민을 정리하시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안을 손질하면서 이 대표의 연임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제4차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민주당 당헌 25조2항에 따르면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1년 전 직을 사퇴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하는 규정을 신설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가 진행됐으며 참여자 501명 중 422명인 84.23%가 찬성했다. 반대는 15.77%로 79명이었다. 개정되기 전 당헌을 따를 경우 이 대표는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해도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2026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신설 조항이 개정되면서 같은 해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도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당대회 앞두고 멍석 깔았다 당헌·당규 이어 러닝메이트도 국민의힘이 “이재명을 위한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서 민주당 강득구 수석사무부총장은 “비상 상황이 생길 때(개정을)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때 수정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셀프 개정’했다는 오해를 받을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대표나 최고위원이 우리 당의 유력 대선후보인데 정해진 일정이 아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 대선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할지 고민이 있었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차원서 절박한 마음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 속에서 2기 지도부에 함께할 의원들도 자천타천 거론된다. 새로운 수석 최고위원이자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는 4선인 같은 당 김민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이 대표와 긴밀히 소통해 온 인물이다. 선수가 높아 캠프의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크다. 이 밖에도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전현희·이언주·민형배·한준호·강선우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원외에서는 전봉주 전 의원과 김지호 상근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도 각종 현안을 띄우며 부지런히 발을 맞췄다. 최근에는 주4일제와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여론 주도권 쥐기에 나섰다. 지난 총선 때 공약으로 내건 ‘25만원 지원금’에 이은 민생 이슈로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주 4일제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거꾸로 가는 노동 시계를 바로 잡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의 “근로 다양성을 고려해서 주 52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적하는 동시에 맞대응할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욕이 지나쳤나? 이날 이 대표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인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겠다고도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행돼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비 절감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이런 점을 꼬집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지난 1월 민생토론회서 단통법 폐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벌써 반년 동안 변한 게 없다”며 “단통법 폐지에 대해 정부여당도 말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우리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저감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새롭게 최고위원회의에 합류하게 된 강민구 최고위원은 “아버님이 지난주 소천하셨다. 아버님은 평생 이발사를 하며 자식을 무척이나 아껴주신 큰 기둥이었다”며 “소천 소식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당원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라며 “국민의힘이 영남당이 된 지금 민주당의 동진 전략이 계속돼야 한다.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이 대표가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에게 충성 경쟁을 하기 위한 ‘낯 뜨거운 찬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잠시 조선노동당 얘기인 줄 착각했다”며 “우상화가 시작됐나요?”라고 비꼬았다. 새로운미래 최성 수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재명 1인 절대권을 지닌 친정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리는 장면”이라며 “이재명이 민주당의 아버지면 ‘법카 횡령’으로 재판을 받는 김혜경 여사는 머지 않아 ‘민주당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의 아버지’ 논란이 불거지자 강 의원은 SNS를 통해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설명했지만 비판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의 연임은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질서정연하게 이끌겠지만, 앞으로 민주당이 하는 모든 행동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으로 비춰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이 꾸리고 있는 지도 체제 목적은 뚜렷하다.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구해내는 게 당의 목표가 되다 보니 자꾸 무리수가 생긴다”며 “옆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이 눈치를 못 채겠나. 그래도 크게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우니 ‘민주당이 모든 걸 쟁취하겠다’는 여론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색안경 언제쯤 벗나 민주당이 11개 상임위를 선점하고 각종 법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의회 독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던 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상식에도 맞지 않고 국회법에도 맞지 않고 관례에도 맞지 않는 상임위 배분안”이라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질주하는 민주당의 모든 행동이 기승전 이 대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 지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여권의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차지하고 강경파 의원을 위원장으로 앉힌 것 역시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방어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대북송금 특검법’ ‘수사기관 무고죄’ 등도 모두 이 대표 방탄을 위한 맞춤형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인 방송 4법을 국회 상임위원회(과방위)서 단독으로 처리한 것 또한 이 대표가 언론을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기 위한 절차라고 맹비난했다. 방송 4법은 지난 21대 국회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 중 하나다. 기존 방송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더해 22대 국회서 재발의한 것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애완견’으로 비난하면서 언론을 사실상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고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며 “국회는 이 대표의 방탄 로펌이 아니며 공영방송이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가 자신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 관련 보도를 한 일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한 게 논란이 되자 일부러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안 의원은 “날치기로 통과시킨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진 대부분을 친민주당·친민주노총 성향 단체들이 추천하겠다는 개악법”이라며 “‘이재명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뻔하다. 방탄 언론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강조했다. 말 한마디도 ‘방탄’ 직결 “연임은 당이 쥘 양날의 검”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여의도 동탁이 등장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재명 1극 체제’는 우리로서 전혀 나쁘지 않다. 동탁 체제가 아무리 공고해 본들 그건 20% 남짓한 극성 좌파들 집단의 지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버이 수령 체제’로 치닫는 민주당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며 “민주사회서 최종 승리는 결국 다자 경쟁구도서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이 그걸 증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면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이 줄어든다”며 “민주당을 이끌 새로운 인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은 민주당 내에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이 대표를 추대하는 분위기로 몰려 선뜻 목소리를 못 내고 있을 뿐”이라며 “결국 국민의 피로감만 쌓이는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민주당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이재명이라는 대선후보의 입장서 보면 너무 많은(당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선택 아닐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 최고위원은 ‘리스크를 떠안고 갈 우려가 너무 크다’ ‘목표를 대권에 잡아야지 당권에 둬서는 안 된다’ 등의 이유로 이낙연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당권을 갖고 갔다. 그리고 리스크를 다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며 “그게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서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리스크 확성기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어떤 집단이 일극체제로 굴러가는 건 누군가의 뛰어난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꽁꽁 묶여 있다. 거대한 무리서 혼자 톡 튀어나온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타깃이 되기 딱 좋은 위치”라고 우려를 표했다. 모든 시선이 이 대표에게 쏠려 있으니 국민의힘이 작은 오점 하나까지 꼬투리를 잡아 늘어질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 한 명만 쓰러뜨리면 끝나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후보군이 제법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면서도 “전당대회뿐만이 아니라 대선에 등장할 잠룡도 많은데 민주당은 ‘오직 이재명’만 외치면서 다음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기서 변화구가? 5선인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8월 전당대회 변수로 떠올랐다. 잔뼈가 굵은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국회의장 선거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의원을 꺾었다. 이인영 의원도 우 의원과 같은 GT계(김근태계) 사람”이라며 “우원식 의원을 의장으로 만들었으니 이 의원의 출마는 ‘못 먹어도 고’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다만 “이 대표 추대론으로 분위기가 맞춰지고 있어 이 의원의 도전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