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2014국감 추태' 이모저모

"막말은 기본, 비키니사진 감상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막말, 국감 보이콧, 잘못된 자료인용, 국감장에서 졸기, 딴짓하기, 자리비우기….’ 올해 국정감사장에서도 어김없이 고질적인 병폐가 반복됐다. 여야는 지방선거와 재·보선을 거치며 앞다퉈 혁신을 약속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로 끝난 올해 국감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여야 모두 정책국감을 약속하며 야심차게 시작한 올해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온갖 추태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우선 매해 국감 때마다 지적되어 왔던 막말과 의원들의 고압적인 자세는 올해도 여전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장에선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과 정미경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진성준 의원을 비하하는 필담을 주고받은 것이 도마에 올랐다. 송 의원과 정 의원은 이날 ‘쟤는 뭐든지 삐딱’ ‘이상하게 거기 애들은 다 그래요’ 등의 쪽지를 주고받다 언론사 카메라에 딱 걸렸다.

혹시나?

새정치연합은 두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송 의원은 “개인적인 의견을 나눈 것은 사과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사과를 거부해 국방위 국감이 한때 파행되기도 했다. 송 의원은 결국 야당 의원들의 거듭된 사과요구에 심심한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마지못해 사과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은 새정치연합 은수미 의원의 인격모독 발언 논란으로 파행을 겪었다. 은 의원은 지난 8일 열린 국감에서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에 대해 ‘노동환경에 문외한’이라고 공세를 폈다. 권 의원은 이에 대해 인격모독이라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은 의원은 “그건 폄하가 아니다. 너무 솔직하게 말 한 것은 사과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청와대 직원들을 지칭하며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고,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은 정해방 금융통화위원에게 “한글도 모르냐”는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같은 당 강기정 의원은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가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에게 “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소리를 질러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연루돼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새정치연합 김현 의원은 외통위 국감에 참여해 “주재관들이 인사를 안 한다”며 까칠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감장에서 졸거나 딴짓을 하다 카메라에 포착된 의원들도 여럿 있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이른바 ‘비키니사진 감상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권 의원은 지난 8일 고용노동부 국감장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비키니를 입은 여성사진을 보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권 의원 측은 “휴대폰으로 환경노동위 관련기사를 검색하다 잘못 눌러서 사진이 뜬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은 국감 도중 손톱을 깎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됐다.

외교통상위원회 위원들은 해외 국감에 나가 단체로 딴짓을 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13일 중국을 방문한 외통위원들은 난데없이 뮤지컬을 관람했다. 뮤지컬을 관람한 의원은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새정치연합 김성곤, 심재권, 이해찬, 김현 의원 등이다.

지난 10일 한국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 선장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한·중간 긴급한 현안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정작 외통위 위원들은 느긋하게 뮤지컬을 관람한 것이었다. 명분은 중국문화 시찰이었다.

증인 불러다 놓고 잠든 의원님들
해외 나가 난데없이 뮤지컬 관람

특히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외통위는 국감 일정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체류하느라 매년 수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지만 정작 현지에 가서는 ‘한글 사용을 강화하라’는 등의 조잡한 수준의 지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다른 상임위는 매년 국감을 통해 수십 가지의 시정요구를 내놓는 반면, 외통위 해외국감의 시정요구 사항은 6~7가지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국감과는 별 관련도 없는 지역구 민원 문제를 제기하거나 정쟁성 질의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의원들도 있었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은 국토위 국감에서 이재영 LH 사장을 향해 “지역구 의원이 사장에게 해당 지역에 아파트를 검토해 보라고 하면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 사장이 바쁘면 밑에 있는 직원이 보고서라도 제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통쳤다.


같은 당 정용기 의원은 서울시 국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병역문제를 들고 나와 야당의 반발을 샀다. 서울시 국감과는 관련성이 별로 없는 이슈였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감장에서 이런 질문이 맞니, 안 맞니를 따지면 안 되고 시정해 주셔야 한다”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의원들의 묻지마 무더기 증인신청도 대표적인 국감 추태로 꼽힌다. 올해 국감증인과 참고인 규모는 역대 최고를 기록할 예정이다. 국회에 따르면 국감증인으로 벌써 224명 정도가 확정된 상태다. 그런데 대부분이 기업인이다. 증인과 참고인 면면만 본다면 국정감사인지 기업감사인지 헷갈릴 정도다.

게다가 정작 바쁜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불러놓곤 별다른 질문도 하지 않는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동철 산업통상자원위 위원장은 김명한 GS칼텍스 부사장과 윤장효 SK종합화학 전무를 불러놓고 고작 10분가량 질문한 것이 전부였다. 두 사람은 이날 증인석에 앉기까지 7시간가량을 기다렸다.

바쁜 증인들을 불러놓고 의자에 몸을 기대 졸고 있거나, 자신의 질의 순서가 끝나면 자리를 비우고 한참 동안이나 나타나지 않은 의원들도 부지기수였다.

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교문위에서는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이 장애학생 졸업생 취업 실태를 묻기 위해 서울맹인학교 강현진 교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그런데 질의 순서가 되자 안 의원은 갑자기 자신은 강 교장을 부른 적이 없다고 했다. 당황한 안 의원은 보좌관이 신청한 것 같다며 보좌관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결국 강 교장은 이날 증인석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대기하다 질문 한번 받지 못하고 돌아갔다.

역시나!

부실한 자료준비로 재탕, 삼탕 질문을 반복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올해 국감장에선 2년 전 제기됐던 연예인 홍보대사의 고액모델료 문제가 또 다시 나왔다. 해당 의원실은 그동안 이 문제가 개선이 되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다시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식으로 국감에서 3년 이상 반복 지적되는 사항은 해마다 크게 늘어 전체의 20%를 넘겼다고 한다.

여야가 불필요한 기싸움으로 국감을 파행시킨 경우도 수차례 있었다. 국감 첫날부터 환노위와 국방위, 정무위는 증인채택 문제로 여야가 기싸움을 하다 국감을 파행시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의 의원들은 성실하게 이번 국감을 준비했지만 일부 의원들의 국감 추태가 매년 반복 되면서 국회 전체의 신뢰도를 갉아먹고 있다”고 꼬집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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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