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한 주의 '국감스타'

파행·막말·부실국감 속 빛난 4인방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특별법 문제로 무려 151일 간이나 공전했던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2014년 정기 국정감사를 시작했다. 올해 국정감사는 7일부터 오는 27일까지 20일간 진행된다. 역대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에게 있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올해는 짧은 준비 기간 탓에 벌써부터 '부실국감' 논란이 빚어져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도 송곳 같은 질의로 눈길을 끈 의원들이 있다. <일요시사>가 한 주의 국감스타를 선정했다.

정미경 의원(새누리ㆍ국방위)
"새 수통 127만개 쌓아놓고 낡은 수통 보급"

군 당국이 새 수통을 구매해놓고도 장병들에게는 30~40년 된 낡은 수통을 보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8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10년간 수통 구매현황’에 따르면 군 당국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127만 1646개의 수통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127만여개의 수통을 구매하는 데 107억원을 들였지만, 군에서는 여전히 70년대에 생산된 수통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군의 병력이 63만여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 사람당 새 수통 2개 이상씩 나눠줄 수 있는 수량이다. 또한 군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0만개씩 수통을 구매해왔다. 올해에는 30만 8400개를 구입했다. 구매 비용도 예년 10억원에서 29억 2100만원으로 3배가량 늘렸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낡은 수통의 단면이 공개되는 등 지적사항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군 당국이 구매한 100만여개의 수통을 장병들에게 보급했다면 올해 추가 예산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 의원은 “예산을 받아서 수통을 구매했으면 장병에게 바로 전달을 했어야 한다”며 “무조건 예산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꼭 필요한 사업에 예산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병완 의원(새정치ㆍ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10개 중 8개 해킹에 '무방비'

지난달 3일 일어난 할리우드 스타들의 ‘아이클라우드(애플)’ 정보유출 사건으로 클라우드 보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부분의 클라우드 서비스 역시 기본적인 해킹공격에도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장병완 의원(광주 남구)이 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제출받아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위 클라우드 서비스 10개 중 8개인 80%가 지난달 할리우드 스타들이 당한 브루트 포스 공격에 대한 보안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루트 포스 공격(Brute Force 'Key-Search Attack')은 무차별 키 대입 공격으로 가장 원초적인 해킹 공격을 말한다.

장 의원은 국내의 대표적 통신사인 KT(uCloud)와 LG U+(U+ Box)의 클라우드 서비스마저도 가장 원시적 해킹 공격인 무차별 암호대입 공격, 일명 브루트 포스에 대한 보안조치(그림자 암호 확인)가 돼 있지 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앱(안드로이드 기준)에서는 KT를 비롯한 총 4개 서비스의 보안대비가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 의원은 “브루트 포스에 의한 클라우드 해킹은 사용자 인지도 어렵고 개인정보 대량 침해의 위험이 있다”며 “그럼에도 국내 80% 이상의 업체가 가장 기초적인 보안조치조차 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알파벳 6글자만으로 이루어진 패스워드 조합은 일반 듀얼 프로세서 PC의 경우 30초 내 해킹이 가능하다”며 “브루트 포스 공격에 대한 보안설정은 반드시 필요한데 이런 기본적인 보안도 국내 대기업들이 지키고 있지 않아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제도 등 클라우드 보안규정이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어 업계의 보안 수준을 강화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향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브루트 포스 공격 방어를 강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동원 의원(새정치ㆍ국토교통위)
"임대아파트 관리비 3년간 15% 인상"

최근 아파트 난방비리 문제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임대아파트의 관리비 부과와 사용이 투명한지에 대해 외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남원·순창)이 지난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대아파트 관리비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15%나 인상됐다.

주요 부분별 지출액을 살펴보면, 인건비로 4년간 약 1988억을 지출했다. 경비로는 4년간 약 8927억을 지출한 가운데 복리후생비 명목으로 약 407억, 여비교통비로 48억2000만원을 별도로 지출했다. 또 경비비로 987억원, 청소비로 389억원, 관리비 외 잡비로 22억원을 지출했다. 관리비 외 잡비는 2010년 1800만원에 불과했지만 2013년 8억9700만원으로 80배가량 늘어났다. 잡비 형식으로 중복 지출된 금액도 있다. 관리비 외 잡비 말고도 잡비 명목으로 12억9500만원이 추가로 지출됐다.

강동원 의원은 “서민층이 입주민으로 거주하는 임대아파트에서 관리비를 2011년부터 3년간 무려 15%나 인상시킨 것은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과도한 인상률”이라며 “관리비 인상률 산출기준은 어떻게 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주택관리공단 자체적인 견제감사시스템 이외에도 모회사인 LH와 외부 회계법인, 국토교통부 등이 정기적으로 감사를 하는 등 임대아파트 관리비 부과·지출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종진 의원(새누리ㆍ보건복지위)
"2년간 마약류 의약품 도난·분실 4배 가까이 증가"

최근 2년간 병·의원과 약국 등에서 마약류 의약품의 도난·분실 사고가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이종진 의원(대구 달성군)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난·분실된 마약류 의약품은 2012년 5467개에서 2013년 2만510개로 급증했고, 올해 8월 현재까지도 8215개가 도난·분실됐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는 ‘도난·분실 등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되 마약류 관리 전반에 대해 지도·점검을 실시해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하고, 관할 경찰서의 수사진행 사항 및 결과를 협조·요청해 추가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한다’고 했으나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도난·분실된 마약류 의약품 중 회수된 의약품은 전무했다.

이 의원은 “도난·분실된 마약류 의약품은 오·남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취급과 관리에 보다 철저할 필요가 있다”며 “식약처가 마약류 도난·분실 사고에 있어 검·경 등 수사기관과의 공조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도난·분실 마약류 의약품 회수 등 사후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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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