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 다른 김무성의 ‘일구이언 정치’ 속내

못 믿을 정치인의 말? ‘그때그때 달라요’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정치인의 말은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는 핵심요소다. 거짓말이 많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믿을 수 없는 말이 ‘정치인의 말’이다.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식의 거짓공약을 쏟아내고, 그에 현혹된 국민들은 가장 거짓말을 잘한 정치인을 찍는 것이 현실인 까닭이다. 대개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로 이어진다. 선거가 없는 시기에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바꿔야 할 정치풍토지만, 지도자급 정치인마저 동조하고 있다면 요원한 일이다. 그런데 집권당의 수장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거짓말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전직 미국 CIA 거짓말 탐지 조사관 3인이 펴낸 <거짓말의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통상 하루 10번 이상의 거짓말을 한다. 심리학자들도 “거짓말을 하는 편이 이롭다는 생각이 들면 누구나 거짓말을 하며, 난처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 쉽게 거짓말을 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누구나 거짓말의 유혹에 빠질 수 있고, 실제로 거짓말을 많이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인 거짓말
대부분 악의적

물론 거짓말에도 종류가 있어 모든 거짓말을 다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시한부 생명의 환자에게 하는 “괜찮아질 거예요”와 같은 거짓말은 ‘선의의 거짓말’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한 “젊어 보인다” 등의 ‘아부성 거짓말’도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거짓말을 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거짓말을 문제 삼기는 힘들다.

문제는 책임을 회피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남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해 하는 ‘악의적 거짓말’이다. 악의적 거짓말은 상당히 위험하다. 그 저변에 목적과 결과를 위해서라면 과정과 절차는 중요하지 않다는 잘못된 심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정치인의 거짓말은 악의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가장 믿을 수 없는 말은 정치인의 말’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나오는 요즈음, 특히 거짓말로 도마 위에 자주 오르내리는 정치인은 누가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우여곡절 끝에 집권당 대표에 선출된 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급부상한 김 대표는 과거에도 거짓말로 자주 구설에 올랐고, 현재까지도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대표의 거짓말 사례는 한 둘이 아니라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대표적인 사례를 모아 보면 다음과 같다.

<사례 1> 김 대표는 수개월간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었던 세월호특별법 논란과 관련해 지난 7월16일 여야 지도부 4자회동(김무성·이완구, 안철수·박영선)에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은 받을 수 없고, 대신 야당에 특검 추천권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담 이후 침묵을 이어간 그는 지난 8월13일 여야 원내대표 간 1차 협상안을 야당이 파기하며 국회파행을 수습하기 위한 ‘김무성 역할론’이 커지자 “세월호법 협상은 원내대표의 권한이다. 내가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야당 지도부의 전화도 피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주겠다며 유가족의 기대를 부풀려 놓고 말 바꾸기로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책임을 지기는커녕 야당 전화도 받지 않으면서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집권당의 대표이자 정치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사례 2> 그는 철도 부품 제조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지난 9월3일 부결된 이후 ‘방탄국회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바꿨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우리 스스로 법이 바뀌기 전이라도 실천하겠다. 방탄국회는 없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한 것이다.

과거부터 반복된 거짓말 구설
일단 내뱉고 여차하면 뒤집기?

김 대표가 호언장담 한 만큼 당론으로 가결을 결정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그는 체포동의안 부결 다음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으로써 국민적 비난이 비등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 비난을 달게 받겠다”는 사과로 슬쩍 넘어갔다.


<사례 3> 김 대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의 지난 7월15일 오찬회동 직후 이뤄진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의 교육부장관 내정과 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사퇴에 대해 당초 “몰랐다. 오찬 회동에서는 그런 얘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당 대표에게 내각 인선을 귀띔조차 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하루 만에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황 장관 내정에 대한 말이 있었다. 정 전 후보자 사퇴도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과의 대화는 어떤 경우에라도 보안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있었던 일도 없다고 했다”고 거짓말을 실토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지난 2011년 1월에도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여부 및 개헌 논의 여부가 화두로 떠오르자 잇달아 거짓말을 쏟아냈다. 우선 회동이 사실로 밝혀지자 기자회견을 통해 “참석자들끼리 말을 않기로 해 약속을 지킨 것인데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게 돼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개헌 논의가 있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또 다른 거짓말을 했다. 곧장 개헌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마저 드러나자 그는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그런(개헌)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난다. (회동 당시) 감기로 몸이 안 좋아서 화장실을 왔다 갔다 했고, 대통령이 평소 하던 이야기여서 기억을 못했다”고 말을 바꿨다.

과거부터 반복된
무대의 상습 거짓말

<사례 4> 김 대표는 박근혜정부 출범을 전후해 불거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하 NLL대화록) 불법 입수 의혹에 대해서도 수차례 말을 바꿨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그는 2012년 12월14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서해북방한계선)을 포기하려 했다”며 NLL대화록을 낭독했다. 당시 연설에서 밝힌 주요 내용은 추후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NLL대화록 원문과 토씨까지 똑같았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해 6월26일 비공개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대선 당시 NLL대화록을 입수해 읽었다. 그걸 몇 페이지 읽다가 손이 떨려서 다 못 읽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5개월 뒤 검찰 조사에서는 “(대선) 당시 하루에도 수십 건의 보고서와 정보지가 들어왔다. ‘찌라시’ 형태로 NLL대화록 문건이 들어왔고, 그 내용이 정문헌 의원이 얘기한 것과 같아 연설에서 읽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찌라시에 의해 탄생된 찌라시정권”이라고 꼬집기도 했지만, 김 대표는 NLL대화록 불법 유출 혐의에 대해 지난 6월9일 새누리당 서상기·조원진·조명철·윤재옥 의원, 남재준 전 국정원장, 한기범 국정원 1차장, 권영세 주중대사 등과 함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대통령 위해 같은 사안 놓고 수차례 말 바꾸기도
상황 따라 바뀌는 거짓말…역사에선 거센 역풍

<사례 5> 김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 정권옹호 방송 의혹 등으로 논란이 됐던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 무마 압력 의혹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다. 그는 2012년 11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김 사장 해임안 처리를 앞두고 방문진에 ‘김재철 구하기’ 압력을 가했다는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폭로가 나오자 “평상시 방문진 김충일 이사와 통화를 자주 하지만 김 사장 관련 통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이사는 한 언론을 통해 “(해임안 처리 직전) 김무성 대표와 하금열 대통령실장이 전화를 걸어와 김 사장 관련 이야기를 나눈 것은 사실이다”라고 실토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가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났지만, 그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거듭 부인해 논란이 일었다.

<사례 6> 김 대표는 지역구인 부산에 해양수산부와 신공항을 유치하겠다는 공약과 관련해서도 말을 바꿨다. 지난 대선 당시 이를 강하게 주장했던 그는 지난해 4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재입성한 직후 “해수부 부산 설치는 (대선) 표심을 얻기 위해 주장했던 것”이라며 “다시 만들어진 해수부가 제대로 힘을 받기 위해서는 중앙부처가 있는 곳(세종시)에 있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신공항 유치와 관련해서는 지난 8월말 국토교통부가 “영남권 신공항 수요가 충분하다”는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신공항 설립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그는 “정치권이 나설 일이 아니다”라며 당에 ‘신공항 입단속령’까지 내리며 입장을 바꿨다.

거짓말의 역풍
실수보다 위험

19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의 자리에서 사실상 쫓겨났다. 그가 물러나게 된 결정된 이유는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하려다 들킨 것 때문이 아니라, 혐의에 대한 전면 부인 속 사건 은폐 시도에 관여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구한말 나라를 망국으로 몰고 간 중대한 이유 중 하나로 ‘거짓’을 꼽으며 “거짓이 협잡을 낳고 협잡이 불신을 낳고 불신에서 모든 불행이 생긴다. 죽는 한이 있어도 거짓말을 말라. 심지어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말라. 꿈에라도 거짓말을 했거든 깊이 뉘우쳐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정치인에게 실수보다 더 위험한 것은 거짓말이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교훈을 주는 사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이 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는 의미다. 김 대표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속칭 ‘구라 무대(무성대장)’란 정치권 일각의 비아냥에 대해 김 대표가 한 번 쯤은 되돌아볼 시점이 지금인 듯싶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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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