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치이고 저리 갈라진 ‘친노 현주소’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 “우리가 동지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서 친노(친 노무현)의 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어제의 ‘동지’였던 이들이 서로에게 조금씩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때 정치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친노’가 몰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친노의 비참한 현주소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25일 국회서 열린 ‘제5회 노무현 대통령 기념 학술심포지엄’서 토론자로 나선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친노계의 좌장격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을 객석 맨 앞줄에 앉혀두고 친노계를 신랄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친노, 기득권 집단?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이날 강 교수는 친노계로 분류되는 김현 의원의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 연루 사건 등을 언급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말했는데 지금 친노는 그 정신은 사라지고 권력을 누리는 기득권집단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또 대부분 강경파로 분류되는 친노계 의원들을 겨냥해 “나만 재선하면 된다는 생각에 운동권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노 전 대통령이 성공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모든 것을 버렸기 때문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가 끝난 후 문 의원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 동의한다”는 짤막한 답변만 남긴 채 쓸쓸히 퇴장했다. 몰락한 친노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다.


야권 정치인들에게 친노라는 간판은 한때 최고의 명예이자 정치적 프리미엄이었다. 친노는 정치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선거에 나선 야권 후보들은 앞 다퉈 노 전 대통령과 자신의 친분을 과시했다.

당 분란의 주범? 당 내부서도 성토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강경파 낙인

유권자들은 친노라는 간판만 보고도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기꺼이 내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친노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급속히 변하고 있다. 친노라는 정치적 프리미엄은 극복해야 할 정치적 핸디캡으로 변했다.

이를 방증하듯 요즘 언론서 친노하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수식어가 ‘강경파’다. 친노 강경파는 정치권서 명사처럼 굳어졌다. 강 교수의 지적처럼 친노가 운동권적 사고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정국을 거치면서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뿐만 아니라 야권 내에서조차 친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끓기 시작했다. 이처럼 친노세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게 부각되면서 친노계로 분류되던 의원들은 과연 친노라는 배지를 계속 달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7·30 재보선서 친노계로 분류되는 서갑원 전 의원이 야권의 텃밭인 호남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하는 이변이 연출되자 친노진영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들어 일부 의원들은 자신을 친노로 분류하는 언론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은 친노가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계파분류는 무 자르듯 명확하지가 않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노 전 대통령의 인기가 크게 오르자 스스로 친노라고 칭하고 다니던 인사들이 친노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해지자 이제 와서 친노의 명찰을 떼어 내려 한다는 것이다.


친노명찰 뗄까?
친노는 고민 중

이 대목에선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의 “현재 친노는 친노가 아니라 매노(賣盧)”라는 비판이 뼈있게 다가온다. 조 의원은 비노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노 전 대통령후보 정책보좌역,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한 원조친노다. 조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을 따라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뒤 지난 17대 총선에서 부산 사하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조 의원은 과거 <일요시사>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현재 친노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친노가 아니라 매노”라며 “노 전 대통령을 팔아서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조 의원은 또 “진정한 친노라면 노 전 대통령이 어려울 때 옆에 있어줘야 했다”며 “자기들이 유리하면 내세웠다가 불리하면 없다고 하는 것이 그 자체가 기회주의적인 작태”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친노색을 벗어 던지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노력을 ‘배신’이라고 평가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친노의 분화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친노계가 언젠가는 해야 할 홀로서기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언제까지 노 전 대통령의 인기와 정치적 자산에만 의지해 정치를 할 것인가? 계파주의를 청산하자며 친노 이미지를 청산하려는 사람들을 배신자로 낙인찍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친노 프레임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세력에는 한때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중심에 있다. 이들은 노무현정부 시절 각각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렸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안 지사는 2007년 대선에서 야권이 압도적인 표차로 패배하자 친노는 ‘폐족(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 전 지사도 최근 국회를 찾아 “중간층이 어떻게 생각하고 얼마만큼 합리적이며 구체적인 정책이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라며 선명성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친노 강경파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두 사람과 결을 같이 하는 당내 인사들은 친노라는 명찰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등 현대정치사를 좌지우지했던 계파들도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정계은퇴와 함께 자연스럽게 소멸됐다.

또 노무현이란 구심점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친노라는 계파가 유지된다면 내부의 분란은 어쩌면 당연하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도 벌써 5년이 지나면서 정치권에서는 친노의 역사적 소임이 끝났다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친노 꼬리표를 떼어내고 독자행보를 걷고자 하는 안 지사의 행보에 대해 ‘매우 영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반증하듯 문 의원이 주춤하는 사이 새정치연합 내에서 안 지사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은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작 원조친노는 변화를 꾀하며 친노색깔을 지워가는 동안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친노간판에 기대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려는 구태의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 프리미엄?
정치적 핸디캡!

이 같은 친노의 현주소와 맞물리면서 안 지사는 단숨에 '친노 분화론'의 주인공이 됐다. 문 의원을 중심으로 단단히 뭉쳐 있던 친노계가 문재인계와 안희정계로 나눠지고 있다는 것이 친노 분화론의 핵심이다. 친노인사들 사이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안희정 카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 대선에서 무려 48%의 지지를 얻은 문 의원을 무시하긴 어렵지만 NLL대화록 공개 사태부터 세월호 동조단식, 이상돈 교수 영입 파동까지 문 의원이 보여준 미숙한 정치력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게 된 당내 인사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 반작용으로 안 지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지난 대선에서 문 의원을 도왔던 이해찬 의원이 안 지사를 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의원은 세종시가 지역구로 안 지사와 같은 충청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구체적인 소문까지 떠돌면서 친노가 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줄을 잇게 된 것이다.

친노색 벗고 독자행보 가능할까?
적자생존 치열한 경쟁서 밀린 친노


충청권의 인구가 빠르게 증가해 각종 선거에서 충청권이 선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되면서 충청권에 정치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안 지사의 주가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또 이렇게 민감한 때에 안 지사와 이광재 전 지사는 우연히도 같은 날 국회를 찾아 더욱 정치권의 이목을 모으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친노계가 당내 최대 계파의 지위를 이미 잃었다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많다. 친노의 수장격인 문재인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친노가 최대 계파라는 말은 동의할 수 없다”며 “(당내 친노 의원이) 몇명 안 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내에서 범친노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80여명에 달하지만 문재인계로 분류할 수 있는 인사들은 전해철, 박남춘, 김현, 윤후덕, 노영민, 윤호중, 홍영표, 김광진, 정청래 등 1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외에 범친노계의 일체감은 이미 많이 엷어졌다는 분석이다.

범친노로 분류됐던 인사들 중 정세균계와 민평련 등은 이미 친노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까지 있다. 문 의원이 이끄는 친노계와 정세균 의원이 이끄는 정세균계는 차기 당권을 놓고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친노의 분화
"한판 붙자!"

또 문 의원의 핵심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언제까지나 문 의원의 곁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두 사람이 정권의 탄압을 받는 등 힘든 시기에도 끝까지 곁을 지켰지만, 문재인계 중 그런 절개를 가진 인물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금은 문 의원의 곁을 지키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도 과연 문 의원이 대권후보 자격이 있는 인물인지 헷갈려 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 들어온 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문 의원이 차기 대권에 도전한다고 해도 얼마나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문 의원마저 정치권서 밀려난다면 친노라는 정치적 계파는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란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적자생존(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이나 집단이 살아남음)의 법칙이 통용되는 정치 생태계서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고 노 전 대통령의 자산에만 의지해왔던 친노의 몰락은 어쩌면 당연하다”며 “친노가 부활하기 위해선 뼈를 깎는 쇄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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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