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치이고 저리 갈라진 ‘친노 현주소’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 “우리가 동지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서 친노(친 노무현)의 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어제의 ‘동지’였던 이들이 서로에게 조금씩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때 정치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친노’가 몰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친노의 비참한 현주소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25일 국회서 열린 ‘제5회 노무현 대통령 기념 학술심포지엄’서 토론자로 나선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친노계의 좌장격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을 객석 맨 앞줄에 앉혀두고 친노계를 신랄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친노, 기득권 집단?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이날 강 교수는 친노계로 분류되는 김현 의원의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 연루 사건 등을 언급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말했는데 지금 친노는 그 정신은 사라지고 권력을 누리는 기득권집단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또 대부분 강경파로 분류되는 친노계 의원들을 겨냥해 “나만 재선하면 된다는 생각에 운동권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노 전 대통령이 성공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모든 것을 버렸기 때문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가 끝난 후 문 의원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 동의한다”는 짤막한 답변만 남긴 채 쓸쓸히 퇴장했다. 몰락한 친노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다.


야권 정치인들에게 친노라는 간판은 한때 최고의 명예이자 정치적 프리미엄이었다. 친노는 정치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선거에 나선 야권 후보들은 앞 다퉈 노 전 대통령과 자신의 친분을 과시했다.

당 분란의 주범? 당 내부서도 성토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강경파 낙인

유권자들은 친노라는 간판만 보고도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기꺼이 내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친노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급속히 변하고 있다. 친노라는 정치적 프리미엄은 극복해야 할 정치적 핸디캡으로 변했다.

이를 방증하듯 요즘 언론서 친노하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수식어가 ‘강경파’다. 친노 강경파는 정치권서 명사처럼 굳어졌다. 강 교수의 지적처럼 친노가 운동권적 사고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정국을 거치면서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뿐만 아니라 야권 내에서조차 친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끓기 시작했다. 이처럼 친노세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게 부각되면서 친노계로 분류되던 의원들은 과연 친노라는 배지를 계속 달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7·30 재보선서 친노계로 분류되는 서갑원 전 의원이 야권의 텃밭인 호남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하는 이변이 연출되자 친노진영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들어 일부 의원들은 자신을 친노로 분류하는 언론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은 친노가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계파분류는 무 자르듯 명확하지가 않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노 전 대통령의 인기가 크게 오르자 스스로 친노라고 칭하고 다니던 인사들이 친노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해지자 이제 와서 친노의 명찰을 떼어 내려 한다는 것이다.


친노명찰 뗄까?
친노는 고민 중

이 대목에선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의 “현재 친노는 친노가 아니라 매노(賣盧)”라는 비판이 뼈있게 다가온다. 조 의원은 비노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노 전 대통령후보 정책보좌역,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한 원조친노다. 조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을 따라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뒤 지난 17대 총선에서 부산 사하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조 의원은 과거 <일요시사>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현재 친노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친노가 아니라 매노”라며 “노 전 대통령을 팔아서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조 의원은 또 “진정한 친노라면 노 전 대통령이 어려울 때 옆에 있어줘야 했다”며 “자기들이 유리하면 내세웠다가 불리하면 없다고 하는 것이 그 자체가 기회주의적인 작태”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친노색을 벗어 던지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노력을 ‘배신’이라고 평가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친노의 분화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친노계가 언젠가는 해야 할 홀로서기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언제까지 노 전 대통령의 인기와 정치적 자산에만 의지해 정치를 할 것인가? 계파주의를 청산하자며 친노 이미지를 청산하려는 사람들을 배신자로 낙인찍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친노 프레임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세력에는 한때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중심에 있다. 이들은 노무현정부 시절 각각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렸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안 지사는 2007년 대선에서 야권이 압도적인 표차로 패배하자 친노는 ‘폐족(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 전 지사도 최근 국회를 찾아 “중간층이 어떻게 생각하고 얼마만큼 합리적이며 구체적인 정책이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라며 선명성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친노 강경파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두 사람과 결을 같이 하는 당내 인사들은 친노라는 명찰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등 현대정치사를 좌지우지했던 계파들도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정계은퇴와 함께 자연스럽게 소멸됐다.

또 노무현이란 구심점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친노라는 계파가 유지된다면 내부의 분란은 어쩌면 당연하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도 벌써 5년이 지나면서 정치권에서는 친노의 역사적 소임이 끝났다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친노 꼬리표를 떼어내고 독자행보를 걷고자 하는 안 지사의 행보에 대해 ‘매우 영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반증하듯 문 의원이 주춤하는 사이 새정치연합 내에서 안 지사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은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작 원조친노는 변화를 꾀하며 친노색깔을 지워가는 동안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친노간판에 기대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려는 구태의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 프리미엄?
정치적 핸디캡!

이 같은 친노의 현주소와 맞물리면서 안 지사는 단숨에 '친노 분화론'의 주인공이 됐다. 문 의원을 중심으로 단단히 뭉쳐 있던 친노계가 문재인계와 안희정계로 나눠지고 있다는 것이 친노 분화론의 핵심이다. 친노인사들 사이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안희정 카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 대선에서 무려 48%의 지지를 얻은 문 의원을 무시하긴 어렵지만 NLL대화록 공개 사태부터 세월호 동조단식, 이상돈 교수 영입 파동까지 문 의원이 보여준 미숙한 정치력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게 된 당내 인사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 반작용으로 안 지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지난 대선에서 문 의원을 도왔던 이해찬 의원이 안 지사를 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의원은 세종시가 지역구로 안 지사와 같은 충청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구체적인 소문까지 떠돌면서 친노가 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줄을 잇게 된 것이다.

친노색 벗고 독자행보 가능할까?
적자생존 치열한 경쟁서 밀린 친노


충청권의 인구가 빠르게 증가해 각종 선거에서 충청권이 선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되면서 충청권에 정치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안 지사의 주가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또 이렇게 민감한 때에 안 지사와 이광재 전 지사는 우연히도 같은 날 국회를 찾아 더욱 정치권의 이목을 모으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친노계가 당내 최대 계파의 지위를 이미 잃었다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많다. 친노의 수장격인 문재인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친노가 최대 계파라는 말은 동의할 수 없다”며 “(당내 친노 의원이) 몇명 안 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내에서 범친노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80여명에 달하지만 문재인계로 분류할 수 있는 인사들은 전해철, 박남춘, 김현, 윤후덕, 노영민, 윤호중, 홍영표, 김광진, 정청래 등 1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외에 범친노계의 일체감은 이미 많이 엷어졌다는 분석이다.

범친노로 분류됐던 인사들 중 정세균계와 민평련 등은 이미 친노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까지 있다. 문 의원이 이끄는 친노계와 정세균 의원이 이끄는 정세균계는 차기 당권을 놓고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친노의 분화
"한판 붙자!"

또 문 의원의 핵심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언제까지나 문 의원의 곁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두 사람이 정권의 탄압을 받는 등 힘든 시기에도 끝까지 곁을 지켰지만, 문재인계 중 그런 절개를 가진 인물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금은 문 의원의 곁을 지키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도 과연 문 의원이 대권후보 자격이 있는 인물인지 헷갈려 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 들어온 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문 의원이 차기 대권에 도전한다고 해도 얼마나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문 의원마저 정치권서 밀려난다면 친노라는 정치적 계파는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란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적자생존(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이나 집단이 살아남음)의 법칙이 통용되는 정치 생태계서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고 노 전 대통령의 자산에만 의지해왔던 친노의 몰락은 어쩌면 당연하다”며 “친노가 부활하기 위해선 뼈를 깎는 쇄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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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4월부터 설설 끓던 ‘이재명 연임론’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연임으로 잠재적 합의를 본 듯하다. 당의 앞날이 오직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재명 몰빵’을 외친 채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현안을 띄우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그만큼 구설에 오르기도 하는 요즘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여의도에서는 ‘어대이(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하지만 정작 본인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당 대표직을 사임했지만, 연임 여부에 관해서는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모냐 도냐 민주당 의원은 저마다 이 대표 연임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거대 야당을 맡을 적임자로 이 대표가 제격일뿐더러 민주당 내 마땅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해 “당연하다”며 “지난 총선서 국민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줌으로써(이 대표가) 리더십의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정권 교체에 있는데(이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등을 뺏겨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이 대표를 두고 “윤석열정부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적임자”라며 연임에 힘을 실었다. 장 최고위원은 라디오를 통해 “본인 개인적으로는 힘드시겠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국민이 바라는 건 물러터진 민주당이 아니라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께서 연임을 결단 내리고 출마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고민을 정리하시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안을 손질하면서 이 대표의 연임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제4차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민주당 당헌 25조2항에 따르면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1년 전 직을 사퇴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하는 규정을 신설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가 진행됐으며 참여자 501명 중 422명인 84.23%가 찬성했다. 반대는 15.77%로 79명이었다. 개정되기 전 당헌을 따를 경우 이 대표는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해도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2026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신설 조항이 개정되면서 같은 해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도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당대회 앞두고 멍석 깔았다 당헌·당규 이어 러닝메이트도 국민의힘이 “이재명을 위한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서 민주당 강득구 수석사무부총장은 “비상 상황이 생길 때(개정을)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때 수정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셀프 개정’했다는 오해를 받을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대표나 최고위원이 우리 당의 유력 대선후보인데 정해진 일정이 아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 대선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할지 고민이 있었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차원서 절박한 마음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 속에서 2기 지도부에 함께할 의원들도 자천타천 거론된다. 새로운 수석 최고위원이자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는 4선인 같은 당 김민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이 대표와 긴밀히 소통해 온 인물이다. 선수가 높아 캠프의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크다. 이 밖에도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전현희·이언주·민형배·한준호·강선우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원외에서는 전봉주 전 의원과 김지호 상근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도 각종 현안을 띄우며 부지런히 발을 맞췄다. 최근에는 주4일제와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여론 주도권 쥐기에 나섰다. 지난 총선 때 공약으로 내건 ‘25만원 지원금’에 이은 민생 이슈로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주 4일제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거꾸로 가는 노동 시계를 바로 잡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의 “근로 다양성을 고려해서 주 52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적하는 동시에 맞대응할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욕이 지나쳤나? 이날 이 대표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인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겠다고도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행돼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비 절감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이런 점을 꼬집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지난 1월 민생토론회서 단통법 폐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벌써 반년 동안 변한 게 없다”며 “단통법 폐지에 대해 정부여당도 말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우리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저감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새롭게 최고위원회의에 합류하게 된 강민구 최고위원은 “아버님이 지난주 소천하셨다. 아버님은 평생 이발사를 하며 자식을 무척이나 아껴주신 큰 기둥이었다”며 “소천 소식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당원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라며 “국민의힘이 영남당이 된 지금 민주당의 동진 전략이 계속돼야 한다.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이 대표가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에게 충성 경쟁을 하기 위한 ‘낯 뜨거운 찬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잠시 조선노동당 얘기인 줄 착각했다”며 “우상화가 시작됐나요?”라고 비꼬았다. 새로운미래 최성 수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재명 1인 절대권을 지닌 친정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리는 장면”이라며 “이재명이 민주당의 아버지면 ‘법카 횡령’으로 재판을 받는 김혜경 여사는 머지 않아 ‘민주당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의 아버지’ 논란이 불거지자 강 의원은 SNS를 통해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설명했지만 비판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의 연임은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질서정연하게 이끌겠지만, 앞으로 민주당이 하는 모든 행동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으로 비춰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이 꾸리고 있는 지도 체제 목적은 뚜렷하다.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구해내는 게 당의 목표가 되다 보니 자꾸 무리수가 생긴다”며 “옆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이 눈치를 못 채겠나. 그래도 크게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우니 ‘민주당이 모든 걸 쟁취하겠다’는 여론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색안경 언제쯤 벗나 민주당이 11개 상임위를 선점하고 각종 법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의회 독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던 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상식에도 맞지 않고 국회법에도 맞지 않고 관례에도 맞지 않는 상임위 배분안”이라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질주하는 민주당의 모든 행동이 기승전 이 대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 지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여권의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차지하고 강경파 의원을 위원장으로 앉힌 것 역시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방어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대북송금 특검법’ ‘수사기관 무고죄’ 등도 모두 이 대표 방탄을 위한 맞춤형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인 방송 4법을 국회 상임위원회(과방위)서 단독으로 처리한 것 또한 이 대표가 언론을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기 위한 절차라고 맹비난했다. 방송 4법은 지난 21대 국회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 중 하나다. 기존 방송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더해 22대 국회서 재발의한 것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애완견’으로 비난하면서 언론을 사실상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고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며 “국회는 이 대표의 방탄 로펌이 아니며 공영방송이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가 자신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 관련 보도를 한 일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한 게 논란이 되자 일부러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안 의원은 “날치기로 통과시킨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진 대부분을 친민주당·친민주노총 성향 단체들이 추천하겠다는 개악법”이라며 “‘이재명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뻔하다. 방탄 언론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강조했다. 말 한마디도 ‘방탄’ 직결 “연임은 당이 쥘 양날의 검”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여의도 동탁이 등장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재명 1극 체제’는 우리로서 전혀 나쁘지 않다. 동탁 체제가 아무리 공고해 본들 그건 20% 남짓한 극성 좌파들 집단의 지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버이 수령 체제’로 치닫는 민주당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며 “민주사회서 최종 승리는 결국 다자 경쟁구도서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이 그걸 증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면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이 줄어든다”며 “민주당을 이끌 새로운 인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은 민주당 내에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이 대표를 추대하는 분위기로 몰려 선뜻 목소리를 못 내고 있을 뿐”이라며 “결국 국민의 피로감만 쌓이는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민주당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이재명이라는 대선후보의 입장서 보면 너무 많은(당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선택 아닐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 최고위원은 ‘리스크를 떠안고 갈 우려가 너무 크다’ ‘목표를 대권에 잡아야지 당권에 둬서는 안 된다’ 등의 이유로 이낙연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당권을 갖고 갔다. 그리고 리스크를 다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며 “그게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서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리스크 확성기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어떤 집단이 일극체제로 굴러가는 건 누군가의 뛰어난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꽁꽁 묶여 있다. 거대한 무리서 혼자 톡 튀어나온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타깃이 되기 딱 좋은 위치”라고 우려를 표했다. 모든 시선이 이 대표에게 쏠려 있으니 국민의힘이 작은 오점 하나까지 꼬투리를 잡아 늘어질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 한 명만 쓰러뜨리면 끝나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후보군이 제법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면서도 “전당대회뿐만이 아니라 대선에 등장할 잠룡도 많은데 민주당은 ‘오직 이재명’만 외치면서 다음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기서 변화구가? 5선인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8월 전당대회 변수로 떠올랐다. 잔뼈가 굵은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국회의장 선거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의원을 꺾었다. 이인영 의원도 우 의원과 같은 GT계(김근태계) 사람”이라며 “우원식 의원을 의장으로 만들었으니 이 의원의 출마는 ‘못 먹어도 고’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다만 “이 대표 추대론으로 분위기가 맞춰지고 있어 이 의원의 도전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