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국회의원 특권 해부

밥값도 못하면서 200개의 특권 누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회의원에겐 200여개의 특권이 있다?" 밥값 못하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이 또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자유경제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은 세비를 받고 있으며, 크고 작은 200여개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세월호 정국에 가로막혀 무려 151일 간이나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던 국회가 이런 특권을 누릴 자격이나 있는 것일까?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둘러싼 대치정국이 이어지면서 지난 5월2일 이후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던 국회가 지난달 30일 드디어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국회는 이날 협상을 타결한 후 민생법안 등 90건의 안건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무려 151일 만이었다.

세비 인상 침묵

그런데 하필 같은날 식물국회란 비난을 받아왔던 국회의원들의 세비가 인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져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정부가 내년도 국회 세출 예산안에 국회사무처 인건비와 국회의원 세비를 공무원보수인상률(3.8%)을 적용해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후 일부 의원들은 ‘자신들이 생각해도 이 시점에 세비 인상은 너무 뻔뻔하다’며 세비 인상에 반대 입장을 내놨지만 대다수의 의원들은 여전히 침묵만을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세비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이미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1억3천만원, 미국은 1억9천만원, 독일은 1억4천만원으로 액수만 놓고 보자면 비슷한 수준이지만 경제수준을 놓고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세비는 1인당 GDP의 5배가 넘지만 선진국들의 세비는 2~3배 정도에 불과하다.

국회의원 세비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여야 합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인상폭이 조정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러나 현재 국회의 분위기로 봐서는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세비 인상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분위기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1억1304만원이었던 세비는 2011년 1억1969만원, 2012년 1억3796만원으로 2년 연속 인상된 바 있다. 이후 세비를 국민들 몰래 인상시킨 사실이 뒤늦게 발각돼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은 국회는 2013년과 2014년에는 세비를 인상하지 않았다. 세비가 3.8% 인상되면 국회의원 연봉은 524만원이나 인상돼 총 1억4320만원을 받게 된다. 올해는 특히 국회가 151일 간이나 공전한 데다 서민증세, 공무원연금 개혁 등 민감한 이슈와도 시기가 겹쳐 있어 세비 인상 소식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따가울 수밖에 없다.

한편 같은날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여의도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특권의 전당 국회,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제7차 정치실패 연속토론회를 개최하고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는 200여개의 특권이 있다는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권들은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들이었다.

공무원연금은 깎자더니 세비 인상?
권위 타파, 거꾸로 돌아간 국회 시계

우선 현재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는 1억3796만원이지만 국회의원 1명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돈을 모두 합하면 7억7백만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회기 동안 지급받는 특별활동비와 해외시찰 비용, 최대 9명의 보좌진의 임금 등을 모두 합해보니 나온 금액이다.

이중에는 간식비 600만원도 포함됐다. 무슨 간식비를 600만원이나 챙겨주느냐는 비판에 국회는 야근 때 나오는 야식비 명목으로 다른 정부부처에도 있는 지원항목일 뿐 특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한 명을 1년 동안 유지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7억7백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충격적이다. 국회는 개원 후 의석수를 꾸준히 늘려왔으며 지난 2012년 2월에도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의원 의석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린 바 있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은 여기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의석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좌직원도 선진국들에 비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스웨덴의 경우에는 보좌관 1명이 4명의 의원을 보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관련 지원도 혀를 내두르게 한다. 과거 권위주의 타파가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던 17대 국회 때는 국회의원들이 의전차량으로 경차를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나, 최근에는 마치 서로 짜기라도 한 듯 검은색 대형차량들만 즐비하다.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 듯하다.

차량 관련 지원을 보면 유류비로 매월 110만원, 차량유지비로 매월 35만8000원을 지원받는다. 유류비와 차량유비지로만 1년에 1749만6000원을 지원받는 것이다. 여기에 의원들이 급할 땐 택시를 타라며 연간 1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이와 비교해 유럽 국가들은 차량 관련 지원이 별도로 없는 경우가 많고,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 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자유경제원은 또 국회의원이 KTX나 항공기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지난 2006년 철도청이 공사가 되면서 이제는 돈을 주고 표를 구입해야 한다. 다만 출장비를 청구하면 전액 돌려받는 식이다.

국회의원들은 원래 비행기를 탈 때 1등석을 이용했으나 지난 2009년 이후에는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2등석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3등석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2등석 이용이 정치개혁이라고 보기엔 다소 아쉽다.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공무 출장 때는 가장 저렴한 표를 구입해야 비용을 돌려받는다.


미지근한 개혁의지

의원연금 역시 문제가 되고 있는 특권 중 하나다. 과거 국회의원들은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해도 만 65세가 넘으면 무조건 매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것이 과도한 특혜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19대 국회의원부터는 연금을 받지 못하게 했고, 수혜대상도 큰 폭으로 줄였다. 하지만 여전히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도 국회의원 연금으로 들어가는 세금이 연간 60억원이나 된다.

당초 국회의원 연금은 연금 대상자의 재산규모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지급해왔지만 올해부터는 평균 자산이 18억5000만원 이하인 사람만 수급 받도록 조정했다. 하지만 이는 서울시 가구당 평균 순자산 3억6600만원과 비교하면 5배나 많은 금액이다.

새정치 열풍을 타고 특권 내려놓기와 혁신을 외치던 국회의원들은 이번 국회에서 개혁안을 33건이나 발의했으나 가결된 것은 단 4건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스스로 혁신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된 후 국회는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사실 자유경제원 측의 주장과 대동소이한 내용이 많았다. 국회는 변명을 하기보단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