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허와 실

‘눈 가리고 아웅’ 안전한 나라 만들기 구상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한 박근혜정부의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기본방향이 공개됐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가 재난·안전 관리체계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지 5개월 만에 밑그림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간 나왔던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이를 뒷받침할 안전예산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안전혁신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혁신의 기본 토대임에도 불구하고 수개월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무조정실이 지난 23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기본방향 및 향후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총리 소속으로 신설될 국가안전처가 재난대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재난과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본부장을 맡는다는 것이 골자다.

안전혁신 플랜 윤곽

이외에도 다양한 세부 추진계획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신설되는 국가안전처에 재난안전 정책 총괄·조정 기능을 부여해 부처별로 분산 관리되고 있는 안전관리 기능 간 연계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또 중앙·지방 간 연계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거점별 안전관리체계 수립을 검토하기로 했다.

재난 현장 일선 지휘권도 명확하게 하기로 했다. 육상은 소방, 해상은 해경에 인력·장비 동원권과 현장 지휘권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신속한 상황 전파를 위해 소방, 경찰 등에 접수되는 긴급신고 전화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대부분 기존에 나왔던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데다가 내용 자체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아 5개월 만에 정부가 내놓은 계획 치고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컨트롤타워가 총리가 되는 경우인 대형재난의 기준이 모호하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이라는 애매한 기준으로는 사고 초기 지휘체계 혼선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객관적 기준이 없다면 세월호 참사 초기와 같은 엉망진창 초동대처가 또 다시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대형사고 발생 시 육상은 소방, 해양은 해경’이 담당한다고 명시한 부분은 박 대통령이 지난 5월 눈물의 대국민담화에서 ‘해경 해체’를 선언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국가안전처’로 신설되면 해경을 해양안전본부(가칭)로 바꿔 나갈 것”이라며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처리가 늦어지면서 현재까지 해경 조직이 남아 있는 것이지 해경이 향후에도 존재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에서도 해경 해체에 반발하는 기류가 강해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해경 해체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기본방향 공개
대형재난 시 국무총리가 컨트롤타워
외형상 안전예산 증가…실효성은 의문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뒷받침할 기둥인 안전예산에 대해서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안전예산은 올해 12조4000억원보다 2조2000억원(17.9%) 증가한 14조6000억원이다. 이는 내년 예산 전체 총지출 증가율(5.7%)보다 3배 높은 수준이며, 분야별 증가율 중에서도 가장 높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외형상 정부가 안전혁신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안전예산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직접적 안전예산과는 거리가 먼 예산이 다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예로 SOC시설 예산으로 선형불량 위험도로 및 노후철도시설 개선에 7000억원을 증액한 것을 직접적 안전예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경찰과 해경을 내년에 4500명 증원하는 예산은 편성된 데 반해 사실상 유일한 재난대응 조직인 소방공무원은 ‘지방사무’를 이유로 예산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심지어 박 대통령이 해체하겠다고 선언한 해경을 109명 증원하는 예산을 짜면서도 소방공무원 증원을 위한 예산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외에도 ▲4대악 근절·사회적 약자 예방·단속 지원 확대(271억원) ▲풍수해·농업재해보험 등 안전보험 지원(498억원) ▲해양안전체험관·선원종합비상훈련장 신축(48억원) ▲안전투자펀드 조성(500억원) 등도 실제 안전과는 거리가 있는 사실상 ‘무늬만 안전예산’이다.


물론 재난전문인력 양성 및 교육비 증액, 응급상황 발생 시 전문의가 5분 안에 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닥터헬기 1대 증원, 악천후에도 익수자 구조가 가능한 연안 구조정 4척 도입 등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직접적 안전예산이 전혀 없지는 않다.

포장만 안전?

한 전문가는 “5개월 만에 내놓은 정부의 ‘안전한 나라 만들기 구상’은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며 “눈 가리고 아웅식의 이러한 대책으로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은 국민 앞에 보여주기 위한 포장만 그럴듯한 보고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기능할 수 있는 지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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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