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김무성 불안한 마이웨이 막전막후

안하무인 막가는 ‘무대 정치’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이른바 ‘무대(김무성 대장) 정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7월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한동안 정중동 행보를 보여 왔던 그가 침묵을 깨고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청와대, 정부가 불편해할 만한 발언들도 잇달아 쏟아내면서 김 대표의 독자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빨리 앞서 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공존하고 있다.

“여권의 강공모드가 국회파행의 장기화를 불러오고 대통령이 역점을 둔 경제활성화 및 규제완화 법안 등의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으로 청와대에서 이뤄진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한 발언이다. 평소 여당이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과 수평적 당·청관계를 강조한 김 대표의 소신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청-정’과 결 다른
김무성의 소신발언

하지만 박 대통령의 “여당이 앞장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 책임론 불식 및 경제활성화를 위한 민생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달라”는 주문에 대한 김 대표의 답이라는 점에서 현재권력에 대한 도전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김 대표가 주요 현안마다 청와대, 정부의 입장과 결을 달리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던 터여서 이러한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최근 정부의 담뱃값 인상 추진으로 불거진 ‘서민증세’ 논란에 대해 “복지가 좋은 나라들은 조세부담률이 높다”며 “복지혜택을 받으려면 결국은 증세를 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증세는 없다”고 수차례 강조한 정부의 입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이다.

박근혜정부 최고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현재는 어떤 증세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증세는 경기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앞서 같은 당 나성린 의원이 주도하는 ‘국가재정연구포럼’ 주최로 열린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 참석해서는 “기업들은 돈 벌 데가 없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커져서 투자를 안 하고 이익금을 쌓아 놓고 있다”며 “그런데 정부가 그것을 강제로 ‘투자 안 하면 과세한다’고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초이노믹스’의 핵심사항 중 하나인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을 비판한 것이다. 김 대표의 발언은 당·청이 충돌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침묵 깨고 각종 현안마다 제 목소리
청와대·정부 실세 겨냥 발언 쏟아내

그러나 그는 이틀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꼭 최 부총리의 안에 내가 반대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과연 그게 옳은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심각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기업인 투자욕구를 꺾으면 자본주의 사회는 무너진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친박계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최경환 경제팀의 핵심정책 중 하나인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정부와 각을 세우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부의 재정확장 방침과 관련, 국가채무비율 등 국가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최 부총리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최 부총리의 재정확장 불가피성에 대한 설명에 대해 김 대표가 국가채무비율 등을 문제 삼아 따졌는데, 최 부총리가 재반박하며 20여분간 설전이 오갔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은 평소 지론에 따른 “소신발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김 대표는 10여년 전부터 줄곧 재정건전성 유지를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강조해왔다. 사내유보금 과세 반대는 실효성은 작은 반면 기업 환경을 둘러싼 대외적 이미지 손상은 크다는 판단에서 나온 소신 발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김기춘에
거침없는 쓴소리

하지만 김 대표는 최 부총리뿐 아니라 청와대 최고 실세인 김기춘 비서실장을 향해서도 거침없는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 대표는 지난 4일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논란’에 대해 “그런 유언비어가 퍼진 것은 국회에서 답변을 잘못한 김기춘 실잘에게 책임이 있다”며 “박 대통령이 사고 당일 분 단위로 이렇게 움직였다고 밝혔으면 됐을 텐데, 그러지 않아 문제가 커진 것 아니냐. 대통령 비서실장이 열 번이라도 국회에 나와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김 실장 측은 ‘야당이 협상 용도로 나를 국회로 부른다’고 반발하는데, 이는 김 실장이 국민에게 무언가 숨기려 한다는 오해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며 “답답한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부·청와대 실세들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이들이 그를 견제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터여서 김 대표의 반격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민감한 개헌 논의와 관련해서도 “5년 단임제로 집권했던 역대 대통령 6명 중 4명이 자기 당에서 쫓겨났다”며 “5년은 유능한 대통령에겐 너무 짧고 무능한 대통령에겐 너무 길다. 미국 대통령보다 강한 제왕적 권력과 승자독식 게임구조, 총선·대선 주기 불일치도 문제다. 결국 개헌으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차기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지금이 적기다”고 개헌 의지를 밝혔다.

개헌은 박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집권하면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올 초 신년사에서 입장을 바꿔 “개헌 논의는 블랙홀”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처럼 김 대표가 정부·청와대 실세들에 대한 비판은 물론 박 대통령이 일축했던 개헌론까지 꺼내든 것은 기존 당·청 관계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개헌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시점이 당·청 갈등의 도화선에 불이 붙는 때”라며 “김 대표가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면 그렇지 않아도 껄끄러운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관계가 폭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권력과
일전 불사?

그러나 김 대표는 현재권력과의 일전도 불사할 태세다. 정부의 대북관계 관리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쓴소리를 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안게임은) 북한의 많은 엘리트체육인들과 응원단이 와서 교류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몇 년 만에 한 번 오는 긴장완화의 좋은 기회”라며 “이걸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정부당국이 참 무능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틀 전 통일부 관계자가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한다면 환영하겠지만 먼저 참가를 요청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정부의 방침에 북한도 “남한이 당치도 않은 시비를 걸면서 심술을 부리고 못되게 놀아댄 결과 우리 응원단의 경기대회 참가는 성사될 수 없게 됐다”며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청와대·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한편 당내 조직정비 및 세 불리기에도 착수했다. 지난 17일부터는 2주 동안 전국 98개 원외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당무감사에 착수하며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 대비한 본격적인 조직정비에 나섰다.

박 대통령 일축한 개헌 논의도 재점화
국민 향한 일부 발언, 구설 오르기도


이와 함께 지난 18일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보수혁신위원회도 발족시켰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새누리당의 보수혁신 청사진을 만들 혁신위원 1차 인선에서 김 위원장을 필두로 대부분 비박계 출신으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위원으로 선임된 김영우 대변인, 조해진·김용태·황영철·강석훈·민병주·민현주·서용교·하태경 의원, 안형환 전 의원 등은 대부분 김 대표와 가까운 옛 친이(친이명박)계 출신 비박계다. 위원들 중 확실한 친박계 인사는 강석훈 의원 정도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지역과 계파를 배려하지 않았고 개혁모임의 주축멤버를 다 넣었다”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정부·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 대표가 자신의 사람들로 새누리당의 미래를 그려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나아가 차기 대권을 향한 행보가 시작된 것이라는 설익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부 발언들
구설 휘말려

한편 김 대표가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일부 발언들이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 소속 김장실 의원이 주최한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방안’ 포럼 행사에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했다가 박승한 씨름협회장의 “의원들이 입씨름 대신 실제로 씨름대회를 한번 하라”는 뼈 있는 농담에 정색하며 “우리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씨름인 여러분한테 조롱거리가 되는 것에 대해 참 기가 막힌다. 아무리 그렇지만 우리 면전에서 우리를 그렇게 조롱한다는 게 과연 여러분 기분이 좋으신지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기 바란다”고 불쾌한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 논란을 야기했다. 공당의 대표가 파행 운영되고 있는 국회를 향한 국민의 농담 섞인 질책에 과민 반응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앞서 지난 1일에도 김 대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상인들이 “정치인들이 명절 때만 시장을 방문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때가 돼서 왔지, 시도 때도 없이 와야 하느냐. 이렇게 왜곡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되받아쳐 물의를 빚기도 했다. 선거기간에는 시장을 돌며 도와달라고 읍소하더니 선거가 끝나고 나니 180도 돌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것.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지금 당 최고 실세라는 데 이견은 없다”면서도 “김 대표가 진짜 차기 대권까지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행보는 다소 빠른 감이 있다. 또 말을 함부로 내뱉는 것도 향후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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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