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대담> 박지원, 위기의 새정치민주연합 진단

"내가 새누리당 대표로 가겠다면 받아주겠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요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들에게는 ‘안녕하시냐’는 가벼운 인사조차 건네기가 민망하다. 당 내부의 자중지란이 이어지면서 당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까지 폭락했고, 박영선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는 한때 탈당설로까지 번지면서 당은 최대위기를 맞았다. <일요시사>도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오늘은 쓴소리를 좀 하러 왔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당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 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웠고, 당대표 격이었던 박영선 원내대표가 탈당을 언급하며 당무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온종일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이전투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안 그래도 시원치 않았던 국회는 아예 멈춰버렸다. 뭐 하나 잘한 것 없는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연이은 자살골로 손쉽게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녕 난파선이 돼버린 ‘제1야당’을 구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일반 국민들은 물론, 야권의 지지자들까지도 야권을 향해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는 이때에 새정치연합의 중진이자 유력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1시간여에 걸친 인터뷰 내내 박 전 원내대표의 어깨는 무거워 보였고,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은 박 전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박영선 원내대표의 탈당시사로 당이 한때 발칵 뒤집혔습니다. 평소 박 원내대표와 친분이 두터우신 것으로 아는데, 박 원내대표의 탈당시사부터 당무복귀까지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 잘 아시다시피 저와 박 원내대표는 국회 내에서 ‘박남매’로 불릴 정도로 긴밀한 사이입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년간이나 함께했고, 같이 청문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낙마시킨 사람이 8명이나 돼 ‘청문회 8관왕’이라고 불립니다. 이번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선 국민과 당원들께 죄송했습니다. 박 원내대표가 왜 평소 본인답지 않게 저렇게 소통 없이 중대한 결정을 했을까? 개인적인 원망도 했습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의 선당후사 정신만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세월호 협상을 마무리한 후 거취를 결정하기로 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 일단 분당의 위기는 넘겼지만 정치권에선 여전히 분당의 불씨가 남아 있다고 얘기합니다. 당내 강경파와 중도온건파는 같은 당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생각이 다릅니다.
▲ 우리 새정치연합은 동교동계, 친노계, 노동계, 시민사회계, 안철수 세력 등 다양한 세력이 통합되어 한 정당을 이루고 있습니다. 정당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 강경 및 중도온건 세력 간의 생각차이는 당연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당이 건강하다는 증거가 됩니다.

또 당 소속 의원들의 생각이 다양할수록 스펙트럼도 넓어지기 때문에 집권에도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역대 정계개편 및 신당창당은 선거가 임박해 일어났습니다. 아직 선거가 2년이나 남아 있는데 지금은 그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인재영입을 하기도 힘든 시기입니다. 총선 때나 대선 때는 공천이나 임명직을 바라고 사람들이 모이지만 아무런 선거도 없는 지금 신당을 창당한다고 해도 신당에 합류할 인사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 박 원내대표가 새정치연합에 완벽하게 복귀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박 원내대표가 ‘탈당하겠다’고 하자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이를 말리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출당시키자’고 했다고 합니다. 일단 복귀하긴 했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개인적으로는 박 원내대표가 더 이상 당에 남아 있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탈당한다는 사람이나, 출당시키자는 사람이나 똑같습니다. 감정을 앞세워 당을 파괴하려는 행동입니다. 박 원내대표는 이미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놨고 세월호법 협상결과에 따라 원내대표직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그 이상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제부터는 당의 모든 것이 정상화되는 일만 남았습니다. 박 원내대표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새정치연합의 일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새누리당 혁신행보, 우리 야당도 발상 전환해야"
"아직 선거 2년이나 남았는데 분당설 말도 안돼"

- 이번 사태를 촉발한 이상돈 비대위원장 카드에 대해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수혈도 혈액형이 같아야 한다”며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한광옥 위원장 등을 영입해 톡톡히 효과를 봤습니다. 새정치연합이 너무 폐쇄적인 것은 아닙니까?
▲ 이상돈 교수가 비대위원장이 아니고 비대위원 혹은 당대표 산하인 혁신위원장으로 오는 것은 좋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개혁과 혁신의 전문 변호사라고 하더라도 엊그제까지 새누리당을 변론하고 오늘부터 새정치연합을 변론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입니다. 정치인은 내 생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각이 중요합니다. 영입을 하더라도 혈액형은 같아야 합니다. 비대위원장은 단 하루를 하더라도 당의 대표고, 당의 얼굴입니다.

새누리당의 비대위원이었던 이 교수를 우리 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것은 우리 당의 60년 정통성과 정체성을 흔드는 일입니다. 우리 당원들의 자존심 문제도 있습니다. 다른 직을 맡을 수는 있겠지만 비대위원장만큼은 안됩니다. 제가 새누리당 대표로 간다면 새누리당 사람들은 과연 용납을 하겠습니까? 한광옥 위원장도 새누리당 가서 대표를 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 일각에선 이상돈 카드가 새정치연합의 외연을 넓힐 좋은 카드였는데 외부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 개혁에 나설 경우 기존 의원들이 기득권을 잃을 것을 두려워해 반대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앞서 설명 드린 그런 문제점들이 있었던 것이지 기득권을 잃을 것이 두려워 이상돈 교수 영입을 반대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제3지대에 건전한 정당이 나오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침몰한다”며 제3지대 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 그 주장은 그 분이 학자로서 하신 말씀인 것 같습니다. 제가 뭐라 평가하기는 곤란합니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정치에는 서생(書生)적 문제의식과 상인(商人)적 현실감각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양당제 체제하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양당제 체제하에서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양당제가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부르짖었는데 저는 진정한 국가개조를 위해서는 (제3지대 정당 창당보다는)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고 분권형 개헌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박 원내대표 측은 탈당을 시사하면서 당 내부의 박영선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고 반발했습니다. 그간 있었던 박 원내대표에 대한 당 내부의 비판이 ‘박영선 흔들기’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박 원내대표의 실책에 따른 당연한 비판이었다고 보십니까?
▲ 비판을 두려워하면 지도자가 아닙니다. 제가 원내대표를 두 번 해봤습니다.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의원들로부터 두들겨 맞는 재미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걸 잘 취합해서 오히려 여당 원내대표와 협상하면서 협상카드로 사용해야 합니다. 비판을 두려워하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지도자는 ‘결정’과 ‘책임’ 이 두 가지밖에 없다고 합니다. 모든 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을 해서 잘되면 공로를 당과 조직에 돌리고, 잘못됐을 때는 책임을 지면 됩니다.


책임을 지라는 것은 무조건 물러나라는 것이 아니라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잘못된 것은 고쳐나가면 된다는 뜻입니다. 이번 이상돈 파동도 박 원내대표가 결정한 일입니다. 이걸 문재인 의원도 동의했다 안 했다 진실게임을 벌여서 무얼 얻겠다는 겁니까? 그냥 책임지면 됩니다. 저는 문재인 의원도 이번에 굉장한 손해를 봤다고 봅니다. 자기가 이상돈 카드를 동의했다고 하면 되는데 자꾸 자기는 안 그랬다고 며칠간 변명을 하니까 둘 다 상처를 받았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지도자는 결정과 책임만 있으면 됩니다.

- 세월호특별법 대치정국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KBS>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0% 가까이가 장외투쟁에 반대를 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최근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으로 장외투쟁의 동력이 크게 상실됐습니다. 이쯤 되면 장외투쟁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 저는 먼저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감을 표시하고 싶습니다. 박 대통령께서는 유가족들과 만나서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눈물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내 책임이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이렇게 말씀하시고 5개월이 넘도록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청와대와의 조율과정에서 늘 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국무회의에서 세월호법은 끝난 것으로 정리를 해버리면 되겠습니까?

우리 새정치연합의 정체성은 다수의 잘 사는 사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어려운 약자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대중정당이기 때문에 집권이 목표지만 우리 당 지지도가 10%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누군가는 그 세월호 유가족들의 손을 잡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도 그들을 버려야 하겠습니까? 세월호 유족, 새정치연합에 국민들이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세월호법 투쟁에 피로를 느끼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손을 놓아버리면 그 가족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 그렇다면 장외투쟁을 언제까지 지속할 생각이십니까?
▲ 저는 세월호특별법은 제정해야 하지만 장외투쟁은 당장이라도 접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장소는 국회라고 했습니다. 제가 18대 국회 때도 ‘주국야광’하자고 했습니다. 낮에는 국회에서 싸우고 밤에는 광화문에서 싸우자는 뜻입니다. 국회를 버리면 우리 야당에게 무조건 손해입니다. 국회에 등원해야 합니다. 국정감사도, 예산심의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선거 때 “나를 당선시켜주면 장외투쟁 잘 하겠습니다” 하고 당선된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야당은 야당다워야 하고, 할 말은 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회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합니다.

"박영선 원망도 했지만 선당후사 정신 높이 평가"
"비판여론 알지만 세월호 유가족 손 놓을 순 없어"

- 정의화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직권으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 정의화 의장은 평의원 때부터 줄기차게 호남을 옹호해주고 야당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던 인물입니다. 심지어 정 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모위원장까지 맡은 전력이 있습니다. 19대 국회 하반기에 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의장으로서 어찌 고민이 없겠습니까?

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지 정 의장이 국회법을 무시하고 직권 상정하리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아직도 날짜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여야 대표가 합의를 해야 하고 저는 합의가 되리라고 봅니다. 정 의장은 여야가 합의하라고 압력을 가하기 위해 그런 결정을 한 것 같습니다. 저는 정 의장님을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 야당에는 ‘호기’가 될 수 있는 정부의 세금 인상안에 대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잇따른 세제 인상안 발표로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데 새정치연합이 이 문제를 집중 공략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저도 그러한 문제에 대해서 SNS에 올렸더니 가장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국민들은 우리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빨리 세월호법 통과시키고 국회에서 일해라, 경제 좀 살려줘라 합니다. 세월호 정국을 틈타서 정부가 사실상 증세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서민 돈 걷어다가 부자들 도와주는 것입니다.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부자 감세만 철회해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우리 당은 현재 경제전문가인 김진표, 이용섭 이 두 분이 안 계시기 때문에(※ 지난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직 사퇴) 정부의 경제정책을 효과적으로 비판도 못하고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두 의원의 공백이 너무나 큽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두 분이 비록 원외에 있지만 당직을 맡게 해서 이런 것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담뱃값 인상은 증세가 아니라고 했지만 얼마나 웃긴 이야기입니까? 하루에 담배 1갑을 피는 흡연자가 내는 1년 세금이 9억짜리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내는 1년 재산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런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보수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고 혁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혁신이 더 시급한 새정치연합은 정작 별다른 혁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처럼 ‘정치쇼’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자신의 대권 경쟁자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보수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보고 김무성 대표가 정말 훌륭하다고 느꼈습니다. 새누리당이 부러웠습니다. 우리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처럼 인물을 키우려 하지 않고 경쟁자를 자꾸 없애려고 합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누가 뭐라 하더라도 수도권의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였습니다.

원래 수원 영통에 출마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팔달로 보내서 낙선하게 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 지금도 현역 정치인 중에 가장 많은 사람을 몰고 다니는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을 4개월 실패했다고 해서 버려야 되겠습니까? 모두 다 링 위에 올라와서 경쟁하고 협력하고 투쟁하면서 당원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국민으로부터 검증받아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합니다. 새누리당은 이렇게 장을 깔아주는데 우리는 장을 걷어 버리는 것을 보고 큰 실망을 했습니다. 우리도 그런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차기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 대표가 되신다면 당을 혁신시킬 복안은 무엇입니까?
▲ 아직 출사표도 안 던졌습니다. 지금 당이 어려운 시기에 제가 벌써부터 당권 관련 이야기를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다만 당의 중진으로서 자중지란을 겪었던 당을 잘 수습하고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들을 잘 실천해서 당을 혁신시키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mi737@ilyosisa.co.kr>

 


<박지원 전 원내대표 프로필>

▲ 동서양행 뉴욕지사 지사장
▲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 제14, 18, 19대 국회의원
▲ 제2대 문화관광부장관
▲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 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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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