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①사생결단 박근혜 '골드문 플랜'

"추석민심 잡아야 정국주도권도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한 국회의 파행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 기간 정부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다면 향후 국정운영과정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추석민심을 잡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이른바 ‘골드문(Gold Moon) 플랜’은 무엇일까?

추석 여론은 민심의 바로미터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추석민심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한 국회의 공전이 길어지면서 여야 모두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세월호 정국을 벗어날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선물 무엇?
민심 움직일까?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세월호 정국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야 간 대립이 길어진다면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추석민심을 잡기 위해 어떠한 선물 보따리를 준비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민생행보를 강화하며 꽉 막힌 세월호 정국의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전통시장과 수해지역 등을 잇달아 방문하는 민생행보로 세월호특별법 통과에만 매달리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산적한 주요 현안을 내팽개치고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무책임한 태도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야권을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그동안의 장외투쟁에서 항상 빈손으로 국회에 복귀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제 풀에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민생행보 강화, 야권 따돌리기?
사정태풍, 세월호 이슈 잠재울까?


새누리당 내부에선 “이번 기회에 툭하면 장외로 나가는 야당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한다”는 강경론도 힘을 얻고 있다. 여권이 이 같은 강공을 펼칠 수 있는 이유는 현재 여론이 여권에 좀 더 유리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KBS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이 장외투쟁을 중단하고 국회에 등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게다가 ‘세월호특별법 논란이 길어지며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는 정부여당의 논리는 중소상공인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새정치연합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추석연휴를 맞이해 민생행보의 일환으로 직접 봉사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추석연휴에도 유일한 공식일정으로 양로원 방문을 택한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 서울시립고덕양로원을 찾아 노년층 유권자들을 만나 민심을 청취하고 가족 없이 쓸쓸하고 외로운 한가위를 보내는 노인들을 위로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봉사활동은 논란의 여지가 적고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

엇갈린 전망
박근혜의 선택은?


반대로 박 대통령이 추석을 맞아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야권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조차 박 대통령이 대화에 나서길 요구하는 상황에서 침묵이 너무 길어지면 박 대통령이 정치실종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장외투쟁에 침묵으로 일관하다 추석을 앞두고는 여야 대표와 3자회담을 실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의 3자회담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대화제의를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당내에서 박 대통령이 유족과 만나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어 박 대통령이 추석을 전후해 세월호 유족과 직접 만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이 당장 수사권, 기소권 보장을 유족들에게 약속하진 못하더라도 대통령이 유족과 직접 대화에 나선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꽉 막힌 정국을 돌파할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지율이다. 추석민심이 정부여당 책임론에 쏠린다면 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겠지만,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오름세를 지속한다면 야권이 더 이상 장외투쟁을 지속할 명분이 없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민생법안 조속처리를 촉구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최근엔 보수진영의 SNS를 활용한 여론전이 빛을 발하고 있다. 과거 진보진영의 놀이터로 불렸던 SNS에서 보수진영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이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이른바 폐쇄형 SNS인 카카오톡을 이용해 보수진영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최근 ‘유언비어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결국 SNS여론전에서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여론 변화와 관계없이 국회 공전이 길어질수록 박 대통령의 부담도 커지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여당의 양보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당 몫의 특검 2명을 유가족이 추천한 후보군에서 뽑거나, 추천권 자체를 야당과 유족에 넘기되 조사 범위를 한정하는 방식 등 다양한 중재안이 논의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과 직접 대화에 나서기 어렵다면 방송출연 등을 통해 터닝 포인트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박 대통령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혀왔던 불통 논란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불통 논란을 피하기 위해 추석 전후로 기자회견을 개최하거나 가벼운 대담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것도 괜찮은 정국돌파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추석연휴에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된 KBS의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시낭송과 합창 등을 했다. 방송에서 보여준 이 전 대통령 부부의 모습은 광우병 쇠고기 촛불 파동 이후 크게 훼손된 이미지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최대의 승부수는 역시 ‘정책’이라는 분석이다. 올해에도 박근혜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실패한다면 민심이반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추석경기를 띄우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추석민심을 크게 좌우할 물가안정과 관련해서는 이미 과일·채소·생선 등 추석 성수품을 중심으로 관리에 나선 상태다. 이와 동시에 정부여당이 추석을 맞아 국민들의 이목을 끌만한 새로운 대형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대형정책 있을까?
경제 살아날까?

현재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각종 정책을 추진하며 경제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효과가 미비하다는 평가다. 최 부총리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나고 있지만 이 효과는 수도권 지역에만 국한되고 있어 문제다.


따라서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이 체감할 만한 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추석을 기점으로 정부여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추진해온 국민행복주택 사업,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무상보육 및 교육 확대 등의 복지정책은 선심성 정책이라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박 대통령이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사정으로 꽉 막힌 정국을 돌파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 이후 밝힌 국가개조 구상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은 소위 관피아 척결이다. 관피아 척결을 위해 시작된 사정 태풍은 어느새 국회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현역 국회의원 5명이 소환조사를 받았고 이 중 3명이 구속 수감됐다. 현재 직간접적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현역 의원은 20명이 넘는다.

유족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려 있어
군·검 인적쇄신카드도 만지작만지작


사정 칼날을 앞세운 정부의 정면 돌파는 점점 힘을 발휘하고 있다. 만약 검찰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게 된다면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야권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된다.

또 장외투쟁에 몰두하고 있는 야권은 사정 칼날 앞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폐 청산에 올인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결국은 꽉 막힌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물타기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들려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추석을 전후해 청와대발 인적 쇄신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추석연휴는 박 대통령이 모처럼 자신의 생각을 조용히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사정 칼날
정국 돌파용?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수사 과정에서 여러 허점을 노출했던 검찰과 최근 윤 일병 사태로 집중포화를 맞은 군 인사들이 인적쇄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인적쇄신카드를 섣불리 꺼낼 경우 정부여당이 또 다시 인사청문회 늪에 빠질 가능성도 있어 박 대통령이 인적쇄신카드를 정국돌파용으로 쉽게 사용하진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추석을 기점으로 꽉 막힌 정국을 돌파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향후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추석을 전후해 야권도 장외투쟁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만큼 추석은 세월호 정국을 돌파할 절호의 기회”라고 조언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대통령 추석선물은?
대통령 선물 선정되면 '대박'


추석을 맞아 지인들에게 돌릴 선물을 준비하느라 고심하는 것은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민정서에 반하는 고가의 선물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명색이 대통령이 보내는 선물인데 너무 값어치가 없어보여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 측은 심사숙고 끝에 명절선물을 선택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추석을 앞두고 사회 각계 주요 인사들과 독거노인 등 사회적 배려계층 등에게 국산 농산품인 횡성 육포와 밀양 대추, 가평 잣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올 추석선물은 지난해와 비교해 찹쌀이 빠지고 대추가 들어갔을 뿐 구성에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육포와 잣은 박 대통령이 과거 정치인 시절부터 측근과 지지자들에게 여러 차례 선물할 정도로 선호하는 품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3가지 우리 농산물로 명절의 풍성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며 “우리 농축산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역대 대통령도 명절 때면 지인과 국민들에게 선물을 보냈다. 단골메뉴는 지역특산품이다. 우리 농어민과 축산인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봉황이 새겨진 인삼’ 선물을 주로 했지만 세월이 흐르며 역대 대통령의 선물은 우리 농축산물 등 대중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치 입문 초기부터 부친이 고향에서 올려 보내는 거제도산 멸치를 명절선물로 선택했다. 야당시절에는 한해 3000상자, 여당 대표가 된 이후엔 5000상자씩 추석선물로 보냈다고 한다.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의 고향에서 기른 멸치’라는 그럴듯한 수식어가 붙어서 거제도산 멸치는 소위 ‘대통령 멸치’로 불리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한때 대단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이 특정지역 생산물만을 줄기차게 명절선물로 보내는 것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부정적인 견해도 없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신토불이 농산물 선물
대통령 선물 선정 물밑로비전도 치열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과 한과, 녹차를 자주 선택했다. 김 전 대통령이 보낸 ‘김’ 선물의 경우에는 고향 전남 신안에서 만든 특산물이었지만 녹차와 한과 등은 특정지역의 생산물을 고집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특이하게 선물을 받는 대상이나 구체적 인원을 철저히 대외비에 부쳤다. 선물을 받은 사람들을 공개할 경우 받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게 될 서운함을 고려한 탓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추석선물과 관련해 가장 큰 곤욕을 치른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자칫 명절선물이 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아무에게도 추석선물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명절 때마다 안부인사와 함께 선물로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 한국의 전통문화인데 대통령이 이런 문화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감을 표시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또 명절특수를 기대했던 관련업계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선택이 자칫 공무원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쳐 서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고심 끝에 2006년 추석 때는 명절선물을 보냈지만, 컨테이너나 임시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집중호우 피해자와 소년소녀가장에게 차와 다기세트를 선물해 보수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경북 포항이 고향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역화합을 위해 전국 8도 특산물을 고루 담아 보냈다.

한편 대통령의 선물로 선정되기 위한 물밑 로비전도 뜨겁다. 대통령의 선물목록에 한 번 올라가면 최고의 품질이란 소문이 퍼져 매출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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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