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추적> 박근혜정권 쥐락펴락 막후실세 실체

2인자 용납하지 않는 대통령…"진정한 넘버2는?"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정권의 '진정한 넘버2'는 누구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용인술로 유명하지만 이상하게도 정권 출범 직후부터 막후실세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박근혜 정권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박근혜 정권의 막후실세를 추적해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평소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용인술로 유명하다. 이 부분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무척 닮아 있다는 평가다. 박 전 대통령은 충성을 다했던 인물일지라도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거나, 자신의 입지에 도전하면 가차없이 숙청했다.

막후실세설
실체 있나?

지난 2007년 대선후보경선을 거치며 친박계 좌장이라고 불리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의원이 박 대통령과 멀어지게 된 것도 이 같은 용인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박근혜정권이 출범한 이후 막후실세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이 지난 6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만만회’라는 비선라인이 국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연이어 인사참사가 발생하자 이들을 박 대통령에 추천한 비선라인이 있다는 의혹 제기가 봇물을 이뤘다.

박근혜정권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여야 정치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봤다.

‘박근혜 정권의 진정한 2인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부분은 무척 민감한 이야기라며 난색을 표했다. 철저한 무기명 조사라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조금씩 입을 열었다. 무기명 설문조사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나는 좀 빼 달라”며 답변을 거부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일단 박근혜 정부의 공식적인 2인자는 정홍원 국무총리다. 국무총리는 대통령 유고 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다. 그러나 설문조사에서 정 총리를 2인자로 지목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정권의 2인자로 보기에는 존재감이 너무 미약하다는 평가였다.

설문조사에 응한 인사들은 “만약 안대희 국무총리 카드가 성사됐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정 총리는 존재감이 너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약속했던 ‘책임총리’ 공약이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당초 박 대통령은 총리에게 장관 후보 추천권을 보장해주겠다고 공약했었다.

설문조사에 응한 정치권 관계자들은 넘버2를 가늠하는 첫 번째 기준으로 대통령의 인사에 얼마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느냐를 꼽았다. 그러나 정 총리는 “장관후보는커녕 청와대 비서관 한 명 꽂아 줄 능력이 없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각종 인선 과정에서 정 총리에게 줄을 대야 한다는 말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넘버2 정홍원 "존재감 약해"
박지만, 정윤회 "소문 무성하지만…"


정치권의 한 인사는 “정 총리가 힘이 없는 게 아니라 인사권 행사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도 있다. 정 총리는 전형적인 정무형 인사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만약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좌충우돌한다면 박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됐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과 정 총리의 궁합이 참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인사들이 정 총리를 제치고 2인자로 꼽은 인물은 다름 아닌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인사들은 김 실장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줬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핵심 친박 인사의 선거캠프에 참여했었던 한 인사는 확인되지 않는 떠도는 이야기임을 전제한 후 “선거 승리 후 부시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측근인사들이 거론됐는데, 어느날 전혀 엉뚱한 사람이 부시장으로 임명됐다. 그런데 그 사람을 추천한 사람이 청와대 쪽 인사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고작 광역단체 부시장 자리를 신경 쓸 것 같지도 않고, 청와대 비서관들이 핵심 친박 광역단체장의 인사를 좌지우지 할 수도 없을 것 같아 입방아에 오른 배후인사가 김 실장이었다. 부시장 자리는 보통 시장의 최측근들이 차지하는 자리인데 그런 인사까지 좌지우지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김 실장의 파워가 세긴 세구나 하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실장을 박근혜정권의 2인자로 지목한 인사들은 “아무래도 박 대통령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인물이라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들과 비교해봐도 김 실장의 영향력이 비정상적으로 크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김 실장이 새누리당 원내대표단과의 만찬을 주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김 실장이 주재한 만찬에는 친박핵심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현 경제부총리) 등 원내대표단 10여명이 참석해 김 실장과 향후 정국 운영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은 이에 대해 “여당 원내지도부가 청와대에 가는 것은 대통령 초청에나 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비서실장 초청으로 식사자리가 있었다는 것도 어색하고, 대통령 주재에나 있을 법한 인사정책 난맥상에 대한 해법모색을 공개적으로 논의했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과거 논평에서 김 실장에 대해 “왕이 아니면서 왕보다 더한 권력을 지녔던 흥선대원군 이하응 이후 최대 권력자가 대한민국에 나타났다. 대한민국 정부 직제표에도 없는 ‘부통령’으로 불리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라며 김 실장에게 ‘기춘대원군’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새정치연합은 “기춘대원군이 사실상 자신의 직할체제,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대통령은 야구장과 행사장, 해외순방으로 돌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김기춘 2인자설’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박근혜정권에 2인자는 없다는 의견이었다. 이 같은 의견을 개진한 한 인사는 “김 실장이 정권의 2인자라고 하지만 결국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는 전달자에 불과하고,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뿐”이라며 “김 실장이 과연 박 대통령과 대립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킬 만한 힘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속칭 ‘찌라시(정보지)’에 단골손님처럼 오르내리는 박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회장,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로 박 대통령의 정치입문 초기 비서실장 역할을 맡았던 정윤회씨 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소수의견에 그쳤다.

특히 정윤회씨와 관련해서는 정치권에 소문은 많이 돌았지만 실제로 정씨를 만났다거나, 새누리당 내에서 간접적으로라도 정씨의 영향력을 느꼈다는 인사는 없었다. 다만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정씨가 추천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파다했던 것만큼은 맞다고 했다.

이미 오래전 정치권을 떠난 정씨가 아직도 막후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근거는 현재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정씨의 사람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정씨는 지난 1998년 박 대통령의 정치입문을 도우면서 이들 세 사람을 등용해 공식 참모진을 꾸렸다. 박 대통령은 이후 한 번도 참모진을 교체하지 않고 이들 세 사람을 청와대 요직에 기용했다. 정씨가 이들 세 사람을 통해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정씨는 자신에 대한 막후실세 의혹이 불거지자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과 접촉한 건 당선 후 대통령이 나에게 전화를 한 번 한 게 전부”라고 했는데 정치권 인사들은 대통령이 당선 후 전화를 해준 것만으로도 엄청난 친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증’한 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경환, 황우여 "실세는 맞지만…"
김기춘 압도적 득표 "진정한 넘버2?"


이외에도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교육부장관,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등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이들을 2인자로 지목한 사람은 없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의 한 보좌관은 “서청원 의원의 경우 만약 지난 전당대회에서 승리해 당 대표가 됐다면 단숨에 정권의 2인자로 급부상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극단적으로 말해 이빨 빠진 호랑이가 아니냐?”며 “당내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아마 이번 임기가 끝나면 정계를 은퇴하는 수순을 밟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나 황우여 장관도 정권의 실세이긴 하지만 2인자라고 보긴 힘들다는 평가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경우는 정권의 2인자라기보단 차기 대권 후보군으로서 박 대통령과 대립관계라고 판단해 설문 문항에서 제외시켰다.

기춘대원군
국정농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막후에서 박근혜정권을 움직이는 인물이 정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막후실세설이 끊이지 않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일이고 박 대통령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실제로 막후에서 ‘그림자 권력’이 움직이고 있다면 이는 곧 부정부패와 연결될 수 있고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