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⑨'행정의 달인' 송하진 전북도지사

"전북 전체를 한옥마을처럼 발전시키겠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일제히 민선6기의 임기를 시작했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행정의 달인’이다. 지난 198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첫발을 디딘 송 지사는 이후 전북도청에서만 20년을 근무했다. 이후 행자부를 거쳐 민선 4·5기 전주시장을 역임한 송 지사는 그야말로 전북도를 훤히 꿰뚫고 있는 ‘행정통’으로 평가된다.

전주시장 재직 시절 송 지사의 활약은 대단했다. 전주 한옥마을은 송 지사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한옥마을은 지난 1977년부터 전통문화특구로 지정되어 있었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시쳇말로 파리만 날렸다. 그러다 송 지사가 전주시장 시절 한옥마을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했고, 지금은 연간 500만명이 방문하는 관광명소가 됐다. 이는 전주시 인구의 8배가 넘는 엄청난 수치다.

송 지사는 이러한 성공 스토리를 바탕으로 본선보다 어렵다는 새정치연합 경선에서 재선 현역의원인 유성엽 후보와 재정경제부장관과 3선 의원을 지낸 강봉균 후보까지 꺾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전북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역경제는 침체되고, 해마다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다른 후보들이 모두 정부 심판을 외칠 때 오직 전북을 살리겠다며 읍소했던 송 지사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전북 전체를 한옥마을처럼 변화시키겠다는 송 지사의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송 지사를 만나봤다. 다음은 송 지사와의 일문일답.

- 선거기간 123정책(관광객 1억명, 일자리·소득 2배, 인구 300만)으로 주목을 받으셨습니다. 하지만 인구 문제만 하더라도 통계청은 전북 인구가 조만간 150만 이하(※ 현재 전북 인구는 187만)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임기 내 실현하기에는 무리한 공약이라는 지적입니다. 


▲ ‘123공약’은 공약발표 당시 밝혔듯이 임기 4년 안에 실현하겠다는 공약이 아니라 전북의 꿈과 희망을 수치로 나타낸 상징적인 슬로건입니다. 이런 목표를 세우고 향후 4년 동안 강한 의지로 밀어 붙이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결코 실현이 불가능한 무리한 목표는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은 지역이 정체되어 있긴 하지만 새만금이 2030년 완공되면 76만명, 전북혁신도시가 완성되면 22만명의 인구유입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농업과 관광, 탄소산업 육성을 통해, 돈과 사람이 모이는 전라북도를 만들어간다면 떠나는 전북에서 돌아오는 전북, 살고 싶은 전북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그렇다면 일자리와 소득을 2배로 늘릴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입니까?

▲ 그동안 일자리정책은 제조업 중심 2차 산업 위주로 추진되어 왔으나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를 계속 늘리는 것은 자치단체로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MICE산업 활성화, 농산어촌의 관광 자원화사업을 통한 관광서비스 일자리 창출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농업, 관광활성화, 탄소전략산업 특화로 일자리 2만개를 늘리겠습니다. 또 창업 활성화로 신규 일자리도 만들겠습니다. 청년창업지원, 융복합형 신산업 발굴, 창업 R&D 지원, 강소기업 육성 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지역 인력들의 취업을 지원해 인력유출을 막고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습니다.

전주 한옥마을 개발한 행정의 전설
침체된 전북 살릴 구원투수로 등판

- 이외에도 임기 내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들엔 무엇이 있습니까?

▲ 저는 이외에도 도정의 3대 키워드인 농업과 관광, 탄소산업 육성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농업정책의 경우 사람이 찾는 농촌, 제값 받는 농업, 보람 찾는 농민. 즉, 농촌과 농업과 농민이 모두 즐거운 삼락농정(三樂農政)을 펼치겠습니다. 더 나아가 농업을 식품산업 등과 조화롭게 융합시켜 전북을 농생명 연구개발특구로 육성하겠습니다. 특히 그동안 등한시됐던 농업농촌, 생태자연, 전통문화를 융합해 전북의 대표적 관광자산으로 육성하겠습니다.


도내 모든 시·군에 한국문화를 가장 잘 간직하면서도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관광명소를 키워나갈 예정입니다. 전북 전체를 하나의 관광권처럼 묶어 국내외 모든 관광객들이 어디서든 즐기고 체험하고 머무를 수 있는 토탈 관광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또 탄소산업을 자동차, 조선ㆍ항공, 신재생에너지, 농기계 등 4대 분야로 확대하고 각각의 전략기지를 조성하겠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스포츠레저 및 실버산업에도 진출해 전라북도 전체를 대한민국의 탄소산업 중심지로 만들겠습니다.

- 이 같은 공약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로부터의 예산확보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송 지사께서는 중앙정치 경험이 없어 향후 예산확보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 정부의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으로 현실적으로 국가예산확보 여건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SOC분야, 산업, 농업분야에 대한 정부 지출한도액이 축소되어 새만금 관련 사업 등 전북도 관련 주요사업 예산이 부처단계에서 과소 반영됐습니다. 따라서 저는 주요예산 증액을 위한 발 빠른 대응을 이미 시작한 상태입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로 세종시를 찾아 기재부 장차관 · 예산실장과 국토부장관을 만나고 전북도의 비전과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또한 도내 국회의원과 이번에 당선된 도, 시군 단체장이 만나 ‘전북발전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앞으로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예산확보를 위해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국가예산을 확보하는 데는 중앙정치 경험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사안별로 치밀한 논리를 개발하고 중앙정치권과 함께 공조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중앙부처 근무시절 교부세과장 등을 지내며 직접 예산을 다뤘던 경험과 인맥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고 여야 정치권과도 긴밀히 공조해 나간다면 정치권 출신 광역단체장들과 비교해도 국가예산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전북의 주요현안 중 하나가 바로 새만금사업입니다. 그런데 새만금사업이 시작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한 실정입니다. 이를 타개할 대책은 무엇입니까?

▲ 새만금은 명실상부한 국가사업입니다. 새만금은 전북이 국가에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아닙니다. 국가가 주도해 국가사업으로 시작한 만큼 끝까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북에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됩니다. 새만금은 전북도민에게는 엄청난 꿈과 희망이 걸린 사업이지만 방조제 공사에만 19년이 소요되는 등 진행 속도가 너무 느린 상황입니다.

현재 새만금사업 추진 계획을 보면 1단계는 완료 시점이 2020년, 2단계는 2030년입니다. 따라서 사업 추진 속도를 좀 더 앞당길 수 있도록 정부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최근 거론되는 한·중경제협력단지 조성과 토지주택공사, 관광공사 등 공공기업 자금도 끌어와야 합니다. 기업이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항만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 투자해야 합니다.

-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북 14개 시·군 중 무려 7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있었습니다. 현재 새정치연합에서 무소속 시·군수들에 대해 입당을 제안하고 있지만 시큰둥한 반응이라 도정 추진과정에서 무소속 시·군수들과의 불협화음이 우려됩니다.

▲ 전라북도 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하면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시·군이 잘돼야 도가 발전한다는 원칙을 두고 도정추진 과정에서 도와 시·군의 수평적 협력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생각입니다. 도와 시·군간 현안 해결을 위해 ‘전북 시군 정책협의회’를 연중 최소 2회 이상 정례화해 운영할 방침입니다. 또 하나, 도에서는 시·군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한 감사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는 도정 방향에 부합한 컨설팅 감사와 정책감사로 전환하겠다는 뜻입니다.

8년간 전주시장을 해보니 도가 시군이나 민간부문에 대한 평가를 통제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평가보다는 컨설팅 위주로 도정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자치사무는 위법성에 한정한 감사를 실시하고 사후 비위 적발보다는 사전 예방적 점검에 중점을 둘 것입니다. 청렴활동 우수 시군에 대해서는 포상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 선거 기간 전주종합경기장 터를 쇼핑몰과 컨벤션센터, 호텔 등이 들어서는 복합시설로 개발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주변 중소상인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반발이 있었는데 중소상인을 구제할 대책은 무엇입니까?

▲ 전주종합경기장 터를 컨벤션센터 등 MICE산업 인프라 시설로 활용해야하는 것은 전주시뿐만 아니라 전라북도 전체를 위해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전주 중심부인 종합경기장 주변 도시재생사업은 신·구시가지의 균형발전을 이끌 수 있는 계기이자 컨벤션센터와 호텔 등 복합 시설을 갖춰 새만금 배후도시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주변 중소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주시와 함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사업이 내실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문제로 최근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어느덧 도지사 취임 두 달 차에 접어들어 전북에서도 본격적인 인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송 지사께서 추구하는 인사의 원칙은 무엇입니까?

▲ “금비부위보 옥개불위견 용지이발묵 불급와력완(金非不爲寶 玉豈不爲堅 用之以發墨 不及瓦礫頑)  ‘금이 어찌 보물이 아니고 옥이 어찌 단단하지 않으랴만 먹을 가는 데는 기와조각만 못하네’라는 시구가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라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않으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사람을 쓰는 일은 옛날부터 매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민선6기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는 적재적소에 알맞은 사람을 쓰는 것이 도정 발전의 첫 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 전면적인 인사보다는 정책과 업무의 일관성과 조직의 안정성을 충분히 고려해 일 중심으로 인력을 배치할 계획입니다. 민선6기 3대 핵심과제인 농업과 관광 그리고 탄소산업분야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개편하고, 이에 적정한 인력을 조정 배치하는 데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 하지만 도의회에서는 송 지사의 초기 인사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습니다.


▲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써야 합니다. 내 사람이라도 쓸 만한 사람은 쓰겠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공을 세웠다고 맞지도 않는 자리에 앉히는 것은 잘못이지만 쓸 만한 사람을 쓴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전북권 공항 반드시 필요, 관철 위해 노력
국가가 시작한 새만금, 국가가 책임져야

- 송 지사의 대표적인 업적인 전주 한옥마을이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습니까?

▲ 좁은 지역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다보니 방문객들에게 상업적으로 비쳐진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옥마을의 전통적, 감성적 정취를 유지하기 위해 곧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 그동안 침체됐던 전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강력한 개혁을 원하는 도민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송 지사께서 너무 유연하게 도정을 이끌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 조직 구성원이 수동적으로 일을 해서는 살아 있는 조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제 평소 소신입니다. 달리는 말에 무조건 고삐를 죄고 채찍질을 가한다고 해서 잘 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때론 강한 드라이브도 필요하지만 정확히 방향을 제시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일을 할 때 능률도 배가되는 것입니다.

바닷물이 겉으로는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속의 유속은 얼마나 빠른지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직 조직이 채 정비되기 전이라 그렇게 보이실지 모르지만 내부적으로는 차질 없이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송 지사께서는 후보 시절 올해 새만금 종합개발계획 변경 시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명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셨습니다. 하지만 전임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전북도의회 마지막 인사말에서 김제공항 부지를 공식화해 전·현직 도지사 간 의견이 상충됩니다.

▲ 전북권 공항은 전북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인프라입니다. 전북권 공항은 김제공항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대안으로 추진되던 군산공항마저 미군과의 협의가 성사되지 않아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이후 거론되는 부지로는 새만금신공항부지와 김제공항부지, 김제화포지구 등 3곳이 있는데 주민들의 의사와 항공수요 등의 여건을 잘 파악해 추진하겠습니다. 일단은 혼선을 빚고 있는 국제공항을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16∼’20)에 반영시키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현재 개발청에서 공항을 포함한 새만금광역기반시설설치 용역이 실시 중입니다.

- 끝으로 전북도민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은?

▲ 현재 전라북도는 열악한 재정자립도, 침체된 지역경제, 심각한 인구유출 등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도민 여러분께서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화이부동(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의(義)를 굽혀 좇지는 아니한다)한 새 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리더십을 바라며 저를 선택해 주셨다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도민 여러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전북발전의 희망에 불씨를 당기는 민선6기를 만들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변함없는 성원과 적극적인 도정참여 부탁드립니다.

 

<mi737@ilyosisa.co.kr>

 

<송하진 전북지사 프로필>


▲ 전라북도 경제통상국 국장
▲ 행정자치부 교부세과 과장
▲ 전라북도의회 사무처장
▲ 제36,37대 전라북도 전주시 시장
▲ 제34대 전라북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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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