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새정치' 추락 속사정

"친노 부활 위한 시나리오대로 착착?"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추락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7·30재보선 참패로 궁지에 몰린 새정치연합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정당 지지도는 오히려 더 폭락했다. 무려 130석을 가진 제1야당 새정치연합이 추락하고 있는 속사정은 무엇일까?

새정치연합은 무려 130석을 가진 명실상부한 국회 제1야당이다. 역대 진보야당 중 의석수로만 따지면 최대다. 그러나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이슈를 주도하는 힘은 과거 소수 야당 시절보다 오히려 못하다는 평가다.

쇼라도 해야

세월호 하나로 지방선거와 재보선을 치렀다는 비판이 대표적인 예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6·4지방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 후보들이 어느 정도 선전했으나, 석달 뒤 치러진 7·30재보선에서는 여지없이 참패했다. 더 이상 정권심판과 같은 상투적이고 추상적인 구호로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비판이 팽배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세월호 사태에 얽매여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재보선을 지켜보면서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이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보수여당인 새누리당은 반바지 입고 춤추면서 분위기를 띄우는데 진보야당이 정권심판만 외치면서 유권자들을 피곤하게 했다. 정치쇼라고 욕하지만 지금 새정치연합은 쇼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전략의 부재는 각 정당의 싱크탱크의 차이에서 온다고 지적한다. 새누리당이 운영하고 있는 여의도연구소는 우리나라 최고 정치연구소로 평가된다. 야권 정치인들조차 자신들이 생산한 데이터보다 여의도연구소가 만든 데이터를 더 신뢰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야권 인사로 분류되는 조국 서울대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새정치연합의) 민주정책연구원이 여의도연구소보다 훨씬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여의도연구소는 공채를 통해 인원을 선발하고 당권이 바뀌어도 정책의 안정성이 유지되지만 민주정책연구원은 내가 아는 바로는 당권이 바뀌면 멤버들이 계속 바뀐다.

구성원 자체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못해 제대로 된 정책개발이 힘들다”고 꼬집기도 했다. 당의 정책과 전략을 결정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싱크탱크를 당 대표의 측근 챙기기용 낙하산 투하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은 과거부터 여러 차례 반복됐지만 좀처럼 개선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략이 없는 정당의 위기는 어쩌면 당연하다.

새정치연합이 재보선 참패 이후 부르짖던 개혁도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당명에까지 박아 넣은 ‘새정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 의원 전부가 참여해 발의한 세비삭감 법안은 현재까지 방치 중이다.

뚜렷한 리더 없이 '사공 많은 배'
전략도 없고, 개혁 의지도 없어


김한길 전 대표는 올해 초 불법의 온상으로 지목된 출판기념회를 금지하고 비용과 수익 신고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말뿐이었다. 또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정치자금법 등 부패 관련 사안으로 단 한 번이라도 유죄를 받으면 공직선거 후보로 공천하지 않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소속 의원이나 단체장의 귀책사유로 치르게 되는 재선거에는 공천을 하지 않는 방안 등이 논의됐으나 관철되지 못했다.

이외에도 새정치연합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수많은 정치쇄신안들은 말잔치로 끝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여당에게 도덕성마저 밀린다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그런데 최근 검찰의 수사에 대해 새누리당이 ‘반성’을 말할 때 새정치연합은 방탄국회를 소집하려 하고 ‘야당탄압’을 외쳤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라며 일갈했다.

고질적인 병폐인 계파갈등도 새정치연합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새정치연합은 계파갈등 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왔다. 그만큼 새정치연합 내부의 계파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재보선 참패 후 사실상 전권을 쥐게 된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것도 역시 계파갈등 청산이었다. 박 위원장은 당을 혁신하고 재건할 비상대책위원회의 명칭을 ‘국민공감혁신위원회’로 정하고 본격적인 혁신 작업에 착수하면서 재차 “계파갈등을 초월하지 못한다면 새정치연합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내부에서조차 계파갈등 청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무리하게 계파 청산을 시도할 경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매번 계파갈등을 해소하자고 했지만 당 대표나 비상대책위원장이 손을 댈수록 문제는 더욱 꼬여갔다. 사실 모든 계파가 만족할 만한 방법을 찾아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차라리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예를 들었다. “사실 계파가 없는 정당은 없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계파가 있어도 서열정리가 확실해 탈이 없다. 일례로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얼마나 서로 부딪쳤나?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서 의원이 패배를 인정하고 김 대표를 적극 돕고 있다. 친박계도 조용하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다르다. 누가 당대표가 되든 당권을 잡지 못한 계파에서 자꾸 딴죽을 건다. 리더가 확실치 않고 각 계파수장들이 수평적 구조에서 당을 운영하는 모양새다. 더 민주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좀처럼 화력을 모으기가 힘든 구조다”라고 지적했다.

미지근 정당

세월호 사태가 대표적이다. 박영선 위원장은 투쟁정당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며 새누리당과 세월호특별법을 합의했지만 당내 강경파가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박 위원장을 흔들었다. 결국 갈팡질팡하다 사실상 전권을 쥐게 된 박 위원장이 재협상을 하고 재협상안마저 거부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그래도 현재 당대표격인 박 위원장이 결정했으면 믿고 따라줘야 하는데 가만히 두질 않는다. 새정치연합에선 누가 당대표가 되든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당대표가 돼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이다 보니 개혁안도 미지근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가 다시 당권을 잡기 전까진 새정치연합이 정상화되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도 있다.

새정치연합의 위기가 결국 친노 부활을 위한 시나리오의 일부분이란 음모론까지도 나온다.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이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수 있을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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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