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SM5 공포의 급후진 왜?

잘 가다 굉음 내더니 ‘통제 불능’

[일요시사=경제팀] 이창근 기자 = 영화 <트랜스포터> 차량추격 신에 등장하는 '아우디'는 관객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고속주행 때는 물론 차량 충돌과 총격으로 인해 차체가 손상된 상태에서도 운전자의 뜻대로 완벽히 조정되는 장면이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만약, 영화 속에 등장하는 차량이 르노삼성의 'SM5'였다면 전혀 다른 장면이 연출될 수 있었다.

대구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종혁(32세)씨는 1년 전 르노삼성의 SM5를 구입하면서 자동차가 제 멋대로 움직이는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대구 달성군 인근 도로에서 시속 20km로 저속운행 중이던 SM5가 덜컹하는 소리를 내면서 직진하던 차량이 돌연 후진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씨가 운행한 SM5는 출고 한 지 1년 남짓 밖에 안됐고, 운행거리도 2만4000km에 불과한 터라 충격이 더 컸다.

"직진하던 차가 도로 위에서 갑자기 후진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때 뒤따라오는 차가 있었다면 대형사고가 났을 겁니다. 우리 얘들하고 같이 탔으면 어찌됐을지 생각만으로도 온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대형사고 날 뻔

통제를 벗어난 차량을 더 이상 운행할 수 없었던 이씨는 견인차를 불러서 자동차 정비소로 이동했다. 정비소에서 자동차 보닛을 열자 엔진이 주저앉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참을 들여다 본 정비소 엔지니어는 "르노삼성 차량연구소에서 진단해봐야 할 사안"이라 했고, 3일 뒤 실제로 연구소 측에서 사람이 나왔다.

차량을 분해해본 결과 엔진을 지지하고 있는 '엔진미미 고정스크루'라는 부품의 파손이 발견됐다. 지지하던 스크루가 파손되면서 엔진이 내려앉고 이어 바퀴 쪽 구동장치를 건드린 것이 갑작스런 후진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소 직원은 "정밀조사를 위해 부품을 연구소로 가져갈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씨는 이를 수용했다.


"보상절차를 진행하려면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는 말에 부품회수 요청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르노삼성 측은 마땅한 해명이나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원인을 파악한 후 수리나 보상범위를 결정하자더니 이씨의 허락도 없이 사고차량도 수리해 놓았다.

이 같은 정황을 모른 채 연구소의 분석결과를 기다리던 이씨는 답답한 마음에 본사 고객지원센터에 연락했다가 기분이 상했다. 담당자와 연락조차 닿지 않았던 것이다. 보상절차에 대한 부분은 황당 그 자체였다. 차량을 판매한 대구영업소에서는 '본사에서 지시가 내려와야 처리를 할 수 있다'고 하고, 정작 본사에 전화를 걸어보면 '해당영업소가 전권을 가지고 처리할 사안이어서 본사 담당자를 연결할 사안이 아니다'는 식으로 소위 '핑퐁'을 당한 것이다.

출고 1년 차량 갑자기 후진 '아찔한 상황'
엔진 내려앉아…제멋대로 수리하고 "됐냐"

르노삼성의 처사에 화가 난 이씨는 자신이 겪은 일을 온라인 카페와 블로그 등 각종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했다. 네이버에 직접 카페도 만들었다. 본사 측 고객대응팀에서 '보상은 절차에 따라 하는 것이고, 고객님이 겪은 일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자유이므로 알아서 하라'고 했던 말을 직접 실천해 옮긴 것이다. 그랬더니 이씨와 같은 사고를 겪었다는 사람이 세 사람 더 나타났다. 그 중 두 사람은 당시의 사진까지 보내 왔다.

2011년과 2012년, 그리고 이씨의 2014년 사례까지 3건의 증거가 나타난 것이다. 이 3건이라는 숫자는 의미가 있다. GM이 시동스위치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3건 발생했을 때 이미 판매한 차량 3천만대를 리콜 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행 중에 자동차 엔진이 내려앉는 결함은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사안이라는 게 이씨의 시각이다.

이씨의 게시물이 온라인상에서 파장을 일으키자 르노삼성은 이에 즉각 대응했다.

'회사 측의 권리침해'라는 명분을 앞세워 네이버와 다음, 보배드림에 올라간 이씨의 게시물을 내리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씨에게도 '경우에 따라서는 사실을 게시하더라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압박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르노삼성의 조치는 카페와 아고라에 글을 올렸던 네티즌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불러왔고, 며칠 만에 복구됐다.


"까놓고 얼마 원하십니까?"
항의하니 블랙컨슈머 취급

르노삼성은 이씨를 찾아가 협상을 시도하기도 했다. 합의를 통해 여기저기에 외치고 다니는 이씨의 행동을 무마하려 한 것이다. 이씨는 사고 차량을 르노삼성 측에서 중고차 가격으로 인수해 가길 원했다. 마땅한 원인규명도 없는 상태에서 언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차를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회사 측에서 수용하지 않았다. 내부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신 르노삼성이 내놓은 제안은 차량에 대한 감가상각에 대한 20만∼30만원 정도의 보상. '본사에서 직접 내려와 합의를 하는 것은 당신이 처음'이라는 립 서비스는 덤으로 추가됐다.

이씨는 '처음 있는 일' 운운하는 본사 담당자의 태도에 맘이 상했다. 원인규명에 대한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연 회사측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담당자 입에서 "까놓고 얼마를 원하십니까?"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이씨가 "르노삼성은 문제를 제기하는 고객들을 하나같이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블랙컨슈머' 취급을 하는 것 같다"고 언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까놓고 얼마'라는 발언에 더욱 기분이 상한 이씨는 '중고차 인수 안 해줘도 되고, 보상도 안 받겠다. 대신 다른 SM5 차량에서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언론을 통해 보장하라'고 주문을 바꿨다.

사고 원인된 부품이 어떤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어떤 공정을 거치며, 어떻게 심사되어 차량에 장착되는 지 밝히고, 향후에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언론을 통해 약속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측은 '특수한 사례로 언론에 공식사과를 하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도 이씨가 여타 언론사와 접촉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했다.

온라인 올리자 대응

<일요시사>가 이 사건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자 르노삼성 측은 마지못해 "해당 부품이 파손된 원인은 작업자의 작업과실로 파악됐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부품의 결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씨의 경우와 같이 차량 운행 중에 엔진이 내려앉은 사례가 더 있느냐에 대한 부분은 즉답을 피했다.

이씨 사례와 동일한 경우는 없고, 유사한 사례는 나름 고객 대응을 하고 있다는 식이다. 동일 케이스가 얼마나 더 발생해야 리콜을 검토할 수 있는지, 파손된 부품의 검사보고서를 공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아예 입을 닫았다. 르노삼성에게는 원인규명과 예방조치를 요구하는 고객이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 모두가 그저 '블랙컨슈머'로 보이는 모양이다.

 

<manchoic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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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