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국회 속’ 일 안하는 국회의원 집중해부

문만 열어놓고 개점휴업 "국민 위해 일하는 거 맞아?"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회를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각종 민생법안들이 여야 정쟁에 가로막혀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지금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인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 낸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일 안하는 국회를 집중해부해봤다.


지난 7월 아산정책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한민국 주요기관 11곳 중 국회가 신뢰도 꼴찌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여론조사에서 신뢰도 꼴찌를 차지했던 국회는 신뢰도가 0.46점이나 더 떨어져 10점 만점에 2.85점을 얻는데 그쳤다.

졸속 국회
신뢰도 꼴찌

하지만 최근 국회의 행태를 보면 신뢰도를 2.85점이나 준 것도 후한 점수를 준 것이라는 평가다. 국회는 지난 5월2일 76건의 법안을 처리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당시 법안 통과도 4월 임시국회 기간 내내 정쟁만 거듭하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마지막날 법안을 졸속으로 무더기 처리한 것이었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무려 3개월 동안이나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인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꼬집은 이유다.

각종 민생법안, 정쟁에 올 스톱
국회, 이유 있는 신뢰도 '꼴찌'


특히 여야의 정쟁 탓에 지금 계류되어 있는 법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더욱 분노가 치민다. 현재 국회에는 복지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송파세모녀 방지법,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김영란법,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주택법과 크루즈산업육성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법안만 통과되면 민생에 큰 도움이 될 텐데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어) 가슴이 시커멓게 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한림대학교 김인영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역설적인 특권을 가지고 있는데, 아무리 긴 여야 간 정쟁으로 인하여 어떠한 법안을 만들어내지 못해도 처벌이나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점으로, 이것이야말로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진정한 특권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를 ‘입법 독재시대’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통계로 본 국회의 민낯은 더욱 실망스럽다. 여야는 올해 들어 매달 빠짐없이 국회를 열었다. 얼핏 보면 국회가 매우 바쁘게 일한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 3월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이 발표한 ‘2월 임시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의 회의 현황 조사·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 달간 각 상임위의 총 회의시간은 평균 7시간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제대로 된 법안심사가 가능했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특히 한 달간 단 1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상임위도 3곳이나 됐다. 상임위에서 게으름을 피웠던 국회의원들은 본회의 출석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다.

역시 법률소비자연맹이 발표한 19대 국회의원 2차연도(2013년 6월 1일~2014년 5월 31일) 의정활동 종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의 출석률은 높지만 끝까지 머물러 있는 재석률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에서 본회의 출석률은 유권자들에게 곧장 공개가 되지만 재석률까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유권자들은 적다는 점을 노린 얌체 출석체크다. 

특히 국회 대정부질문의 출석률은 낮기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전반기 국회부의장이었던 박병석 의원은 지난 해 4월 대정부질문을 속개하면서 이례적으로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출석상황을 체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재석 중인 의원은 전체 300명 가운데 고작 59명뿐이었다. 박 의원의 출석체크는 그동안 각종 국회일정에 저조한 출석률을 보이던 의원들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었다.

국회에 난립하고 있는 비상설 특별위원회도 일 안하는 국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2년 8월에 만들어졌었던 ‘남북관계발전특위’는 5개월 동안이나 유지됐지만 특위 첫날 20분가량 회의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활동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운영비 600만원가량을 꼬박꼬박 챙겼다. 19대 국회 들어 운영된 비상설특위는 국회쇄신특위, 남북관계발전특위, 학교폭력대책특위, 지방재정특위, 태안유류피해대책특위,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특위, 아동여성대상 성폭력대책특위, 국무총리실 산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등 모두 8개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19대 국회 개원 초에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지키겠다며 원구성이 지연되자 세비를 반납하기도 하더니, 올해에는 국회가 3개월 가까이 공전되고 있지만 세비를 꼬박꼬박 타가면서도 부끄러움도 모르는 눈치”라며 “선거 때마다 혁신하겠다고 부르짖는 국회가 과연 스스로 혁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19대 국회는 지난 2013년도 예산심사 과정에서도 불명예스런 진기록을 세웠다. 예산안 처리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진행된 것이다. 당시 국회는 여론의 난타를 당했으나 올해 예산안도 해를 넘겨 늑장처리하고 말았다.

법안심사는 졸속, 해외출장은 속전속결
대형사고, 이슈 멀어지면 '나 몰라라'

특히 지난 2013년도 예산처리 과정에서는 이른바 ‘쪽지 예산’이 기승을 부려 논란이 됐으며, 졸속으로 예산 심사를 마친 후에는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 중남미 3국과 아프리카 3국을 방문해 해외 예산시스템을 연구하겠다며 곧바로 집단 외유를 떠나 국민들을 분노케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일부 예결위원들은 외유일정을 취소하거나 중도에 귀국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피워야 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의원 해외출장의 적폐가 그대로 드러난 보고서도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발표한 ‘국회 의회외교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외유성 논란을 일으켜 온 국회의원 해외출장 중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 출장 일정도 느슨했다.

또 해외출장을 다녀온 후에는 보고서 제출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부실한 보고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해외 출장 중 관광 일정이 다소 포함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로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올해 국회 하한기인 8월을 맞아 해외출장에 나선 의원은 30여명이나 된다. 외유논란이 끊이질 않자 일각에서는 아예 출장 심사제를 도입해 불필요한 해외출장을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입법 독재시대
브레이크가 없다

박 대통령의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인지 자문해봐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만한 사례는 또 있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의 관심이 안전에 쏠려 있는 가운데 과거 대형사고 때마다 제출됐던 법안들은 대부분 폐기되거나 여전히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이 집중 될 때는 재발방지를 외쳤던 국회의원들이 정작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에는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매번 대형참사가 반복되고 있는 간접원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일례로 지난 2011년 발생했던 우면산 산사태 관련 법안들은 6건 중 무려 4건이 자동 폐기됐고, 2건은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왜 국회를 향한 여론의 질책이 갈수록 따가워 지는지 이제는 의원들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며 “부디 국회가 ‘무능국회’ ‘빈손국회’ ‘식물국회’의 오명을 벗어던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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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4월부터 설설 끓던 ‘이재명 연임론’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연임으로 잠재적 합의를 본 듯하다. 당의 앞날이 오직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재명 몰빵’을 외친 채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현안을 띄우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그만큼 구설에 오르기도 하는 요즘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여의도에서는 ‘어대이(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하지만 정작 본인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당 대표직을 사임했지만, 연임 여부에 관해서는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모냐 도냐 민주당 의원은 저마다 이 대표 연임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거대 야당을 맡을 적임자로 이 대표가 제격일뿐더러 민주당 내 마땅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해 “당연하다”며 “지난 총선서 국민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줌으로써(이 대표가) 리더십의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정권 교체에 있는데(이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등을 뺏겨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이 대표를 두고 “윤석열정부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적임자”라며 연임에 힘을 실었다. 장 최고위원은 라디오를 통해 “본인 개인적으로는 힘드시겠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국민이 바라는 건 물러터진 민주당이 아니라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께서 연임을 결단 내리고 출마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고민을 정리하시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안을 손질하면서 이 대표의 연임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제4차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민주당 당헌 25조2항에 따르면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1년 전 직을 사퇴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하는 규정을 신설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가 진행됐으며 참여자 501명 중 422명인 84.23%가 찬성했다. 반대는 15.77%로 79명이었다. 개정되기 전 당헌을 따를 경우 이 대표는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해도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2026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신설 조항이 개정되면서 같은 해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도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당대회 앞두고 멍석 깔았다 당헌·당규 이어 러닝메이트도 국민의힘이 “이재명을 위한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서 민주당 강득구 수석사무부총장은 “비상 상황이 생길 때(개정을)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때 수정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셀프 개정’했다는 오해를 받을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대표나 최고위원이 우리 당의 유력 대선후보인데 정해진 일정이 아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 대선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할지 고민이 있었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차원서 절박한 마음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 속에서 2기 지도부에 함께할 의원들도 자천타천 거론된다. 새로운 수석 최고위원이자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는 4선인 같은 당 김민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이 대표와 긴밀히 소통해 온 인물이다. 선수가 높아 캠프의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크다. 이 밖에도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전현희·이언주·민형배·한준호·강선우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원외에서는 전봉주 전 의원과 김지호 상근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도 각종 현안을 띄우며 부지런히 발을 맞췄다. 최근에는 주4일제와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여론 주도권 쥐기에 나섰다. 지난 총선 때 공약으로 내건 ‘25만원 지원금’에 이은 민생 이슈로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주 4일제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거꾸로 가는 노동 시계를 바로 잡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의 “근로 다양성을 고려해서 주 52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적하는 동시에 맞대응할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욕이 지나쳤나? 이날 이 대표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인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겠다고도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행돼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비 절감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이런 점을 꼬집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지난 1월 민생토론회서 단통법 폐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벌써 반년 동안 변한 게 없다”며 “단통법 폐지에 대해 정부여당도 말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우리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저감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새롭게 최고위원회의에 합류하게 된 강민구 최고위원은 “아버님이 지난주 소천하셨다. 아버님은 평생 이발사를 하며 자식을 무척이나 아껴주신 큰 기둥이었다”며 “소천 소식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당원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라며 “국민의힘이 영남당이 된 지금 민주당의 동진 전략이 계속돼야 한다.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이 대표가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에게 충성 경쟁을 하기 위한 ‘낯 뜨거운 찬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잠시 조선노동당 얘기인 줄 착각했다”며 “우상화가 시작됐나요?”라고 비꼬았다. 새로운미래 최성 수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재명 1인 절대권을 지닌 친정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리는 장면”이라며 “이재명이 민주당의 아버지면 ‘법카 횡령’으로 재판을 받는 김혜경 여사는 머지 않아 ‘민주당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의 아버지’ 논란이 불거지자 강 의원은 SNS를 통해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설명했지만 비판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의 연임은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질서정연하게 이끌겠지만, 앞으로 민주당이 하는 모든 행동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으로 비춰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이 꾸리고 있는 지도 체제 목적은 뚜렷하다.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구해내는 게 당의 목표가 되다 보니 자꾸 무리수가 생긴다”며 “옆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이 눈치를 못 채겠나. 그래도 크게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우니 ‘민주당이 모든 걸 쟁취하겠다’는 여론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색안경 언제쯤 벗나 민주당이 11개 상임위를 선점하고 각종 법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의회 독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던 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상식에도 맞지 않고 국회법에도 맞지 않고 관례에도 맞지 않는 상임위 배분안”이라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질주하는 민주당의 모든 행동이 기승전 이 대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 지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여권의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차지하고 강경파 의원을 위원장으로 앉힌 것 역시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방어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대북송금 특검법’ ‘수사기관 무고죄’ 등도 모두 이 대표 방탄을 위한 맞춤형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인 방송 4법을 국회 상임위원회(과방위)서 단독으로 처리한 것 또한 이 대표가 언론을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기 위한 절차라고 맹비난했다. 방송 4법은 지난 21대 국회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 중 하나다. 기존 방송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더해 22대 국회서 재발의한 것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애완견’으로 비난하면서 언론을 사실상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고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며 “국회는 이 대표의 방탄 로펌이 아니며 공영방송이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가 자신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 관련 보도를 한 일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한 게 논란이 되자 일부러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안 의원은 “날치기로 통과시킨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진 대부분을 친민주당·친민주노총 성향 단체들이 추천하겠다는 개악법”이라며 “‘이재명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뻔하다. 방탄 언론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강조했다. 말 한마디도 ‘방탄’ 직결 “연임은 당이 쥘 양날의 검”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여의도 동탁이 등장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재명 1극 체제’는 우리로서 전혀 나쁘지 않다. 동탁 체제가 아무리 공고해 본들 그건 20% 남짓한 극성 좌파들 집단의 지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버이 수령 체제’로 치닫는 민주당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며 “민주사회서 최종 승리는 결국 다자 경쟁구도서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이 그걸 증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면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이 줄어든다”며 “민주당을 이끌 새로운 인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은 민주당 내에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이 대표를 추대하는 분위기로 몰려 선뜻 목소리를 못 내고 있을 뿐”이라며 “결국 국민의 피로감만 쌓이는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민주당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이재명이라는 대선후보의 입장서 보면 너무 많은(당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선택 아닐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 최고위원은 ‘리스크를 떠안고 갈 우려가 너무 크다’ ‘목표를 대권에 잡아야지 당권에 둬서는 안 된다’ 등의 이유로 이낙연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당권을 갖고 갔다. 그리고 리스크를 다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며 “그게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서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리스크 확성기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어떤 집단이 일극체제로 굴러가는 건 누군가의 뛰어난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꽁꽁 묶여 있다. 거대한 무리서 혼자 톡 튀어나온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타깃이 되기 딱 좋은 위치”라고 우려를 표했다. 모든 시선이 이 대표에게 쏠려 있으니 국민의힘이 작은 오점 하나까지 꼬투리를 잡아 늘어질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 한 명만 쓰러뜨리면 끝나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후보군이 제법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면서도 “전당대회뿐만이 아니라 대선에 등장할 잠룡도 많은데 민주당은 ‘오직 이재명’만 외치면서 다음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기서 변화구가? 5선인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8월 전당대회 변수로 떠올랐다. 잔뼈가 굵은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국회의장 선거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의원을 꺾었다. 이인영 의원도 우 의원과 같은 GT계(김근태계) 사람”이라며 “우원식 의원을 의장으로 만들었으니 이 의원의 출마는 ‘못 먹어도 고’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다만 “이 대표 추대론으로 분위기가 맞춰지고 있어 이 의원의 도전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