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⑦'친박 실세' 서병수 부산시장

"침체된 부산, 힘 있는 시장이 바꾼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일제히 민선6기의 임기를 시작했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쥔 서병수 부산시장은 친박 핵심 중 핵심으로 통하는 인사다. 야권단일후보였던 무소속 오거돈 후보의 돌풍을 잠재운 것도 서 시장의 ‘힘 있는 시장론’이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서 시장은 당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10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내 비주류였던 친박계를 대표해 최고위원을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사무총장으로서 박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계속 되는 인구감소로 활력을 잃어가던 부산 시민들에게 힘 있는 시장의 등장은 분명 희소식이다. 특히 지난 7·30재보선에서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했던 친박 핵심 이정현 의원의 예산폭탄 공약이 화제가 되면서 서 시장을 향한 부산 시민들의 기대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침체된 부산의 변화를 위해서는 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던 서 시장. 과연 그는 약속대로 부산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서 시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서 시장과의 일문일답.

- 부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3대 키워드로 ‘사람과 기술, 그리고 문화’를 제시하셨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입니까?
▲ 우선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인재’를 키우고 좋은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 것입니다. 또한, 부산이 강점을 갖고 있는 해양플랜트, ICT융ㆍ복합, 에너지, 방사선 의ㆍ과학, 수산식품 등 5대 미래전략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서 부산시가 20년, 30년을 먹고 살아갈 ‘기술’을 키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부산을 매력 있고 활력 넘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 사업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부산을 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 지난 7월1일 시장 취임식이 상당히 특별했다고 들었습니다.
▲ 저는 임기 첫 출발을 시민들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기사식당에서 택시기사님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 하고 부산진시장, 한진중공업, 지하철1호선(다대선) 공사현장 등을 방문해 시민들과 소통했습니다. 취임식은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모든 일과가 끝난 오후 6시30분부터 부산시청 야외 녹음광장에서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행사’로 개최했습니다. 특히 각계의 의견을 담은 ‘시민소리함’을 전달받을 때 부산시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고 혁신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서 시장께서는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힘 있는 시장’이십니다. 역시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의 경우는 지난 7ㆍ30재보선에서 예산폭탄 공약을 내세워 큰 호응을 얻었는데, 부산시민들도 예산폭탄을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 저는 박근혜정부를 만든 일등공신 중 한 명이라고 자부합니다. 현 정부와 돈독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습니다. 이런 네트워킹을 통해 부산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지역의 중요 현안을 국가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취임 한 달, 가속도 붙은 '혁신'
권위 벗어던진 취임식으로 화제


- 취임 이후 시정역량을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겠다며 ‘일자리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외부사람을 만날 때 차비가 필요하면 시장 판공비까지 갖다 쓰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취임 후 첫 정책회의에서 우리 직원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직접 중소기업 사장도 만나고, 외국기업 대표도 만나고,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 다른 지역에서 사업하는 사람을 만나서 아이디어를 얻고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무원들이 직접 그런 사람들을 만나야 일자리가 나오고 창의력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문제의 해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아울러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제가 가진 판공비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지원할 생각입니다. 시장 판공비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이런 곳에 판공비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만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신다는 뜻 같습니다. 그렇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지요?
▲ 저는 좋은 일자리를 최대한 많이 창출하는 것을 시정의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민간부분의 일자리 창출이 있어야 합니다. 그 핵심은 제조업 등 뿌리산업을 비롯해 금융, 관광, 마이스(전시컨벤션 등) 등 고부가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 청년인재들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아울러 대기업 및 글로벌기업을 부산에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산시는 ‘좋은기업유치단’을 구성하고 우수기업 유치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본격적인 기업유치 활동에 전념토록 할 예정입니다.

- 앞서 언급하신 시장 직속의 ‘좋은기업유치단’은 구체적으로 어떤 조직입니까?
▲ 우리 시는 그동안 기업유치를 위해 열심히 뛰어왔으나, 공무원 조직만으로는 기업투자 정보에 접근이 어렵고, 투자정보를 발굴했다고 해도 기업과 연결 네트워크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기업유치 업무추진 패러다임을 기존 관 중심에서 민관협력체계로 전환하고자 시장 직속으로 자문기구인 ‘좋은기업유치위원회’를 설치하게 됐습니다.

좋은기업유치위원회는 시장을 위원장으로 국내 및 외국계 기업 대표와 금융계, 학계, 법조계등 유치전문가 그룹 30여명으로 구성했으며 부산시 기업유치 정책 자문, 기업투자정보 제공, 유치 대상별 협상루트 발굴 및 기업 접촉 등 기업유치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계획입니다.

- 취임식에서 위대한 부산, 낙동강 시대를 열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입니까?
▲ 역사적으로 주요 대도시의 발전은 큰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서부산은 낙동강을 중심으로 김해평야, 낙동강하구, 가덕도 등 아름다운 강과 해안선을 끼고 있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지역은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발전이 억제되어 왔으나, 우리 시민들의 여망에 따라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됨으로써 현재 연구개발특구를 포함한 국제물류산업도시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서부산은 낙동강변의 생태공원과 낙동강 하구의 몰운대 등 천혜의 자연경관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시에서는 이러한 자산을 토대로 서부산 전체를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아우르기 위한 서부산 글로벌시티 조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 부산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우수한 항만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이 같은 항만 인프라를 향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이십니까?
▲ 부산은 우리나라 제1의 해양수산중심도시로 타 지자체에 비해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환태평양과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북극항로의 핵심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북극해 시대의 ‘새로운 국제물류 글로벌 허브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부산은 해양경제영토를 확장하고, 부산항을 북극해 개발의 전진기지로 개발하기 위해 작년부터 북극 전문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정부의 북극정책과 연계한 4개 분야 26개 과제로 구성된 ‘부산시 북극정책 세부추진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습니다. 안전한 부산시를 만들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습니까?
▲ 안전 문제는 평상시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홀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안전에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되기 때문에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부산에는 아직까지 대형 재난이나 대형 사고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우리 부산이 아직 완벽한 안전도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막을 수 있었던 인재를 막지 못해 우리 모두 원칙과 안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부산도 이번 기회에 지역특성을 반영한 재난대응 행동매뉴얼 점검과 민·관 협업 안전관리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선 통합적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특성을 반영해 안전조직을 전면 개편하겠습니다.

- 부산은 동서 지역 간 빈부격차가 큰 편입니다. 부산의 균형 발전을 위해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계십니까?
▲ 저는 동서 지역 간의 불균형 해소 없이는 부산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서부산을 사람 살기에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부산의 미래를 위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부산 낙후 문제는 획기적인 대책 없이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서부산 낙후 문제는 개별적인 프로젝트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일자리정책, 산업정책, 문화정책, 교육정책, 도시계획, 교통정책, 하천정비 등을 동시에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 세부계획은 무엇입니까?
▲ 저는 서부산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낙동강 주변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서부산의 가장 큰 보물은 바로 낙동강입니다. 부산인구의 1/3에 달하는 시민들이 낙동강 주변에 살고 있지만, 남북으로 도로가 가로질러 단절되어 있습니다. 낙동강과 주민들을 연결 시킬 수가 있다면, 서부산은 거대한 ‘강변 공원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사상의 공단지역을 낙동강과 연결하고 센텀시티처럼 첨단산업, 쇼핑, 문화,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가진 복합단지로 변모시킨다면 부산에서 지금까지 즐기지 못하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탄생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서부산권은 산업과 주거, 쇼핑과 문화, 교육과 연구기능이 골고루 갖춰진 도시로 신공항, 신항만의 배후도시일 뿐 아니라 동남권의 실질적인 중심도시 기능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일자리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려
부산 바꿀 '안전시장' '혁신시장'

- ‘TNT2030 공약’(인재 육성과 기술 혁신을 위해 매년 1조원씩, 4년간 4조원을 투자해 2030년대 부산을 한국 최고의 인재·기술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흥미롭습니다.
▲ 부산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경제ㆍ산업의 중심지로 전국에서 사람이 모여드는 활기 넘치는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기업과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질적 성장은 멈추고 도시의 미래발전 원동력을 상실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부산시장이 되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해왔고 그 결과 TNT2030 공약을 제시하게 되었습니다. TNT2030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실제 사례 도시로는 독일의 드레스덴과 미국의 RTP(Research Triangle Park)가 있습니다.
 

독일의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 완전 폐허가 된 도시였으나,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독일에서도 최고의 경쟁력 있는 도시로 재도약 했습니다. 미국 북캐롤라이나주의 RTP(Research Triangle Park)는 1950년대 담배, 면방직 등에 의존하여 1인당 소득이 미국 51개주에서 50위에 머무르던 가장 낙후한 도시였으나 정부주도하에 대학을 육성하고, 연구기능을 강화해 이제는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혁신 클러스터로 발돋움했습니다. 물론, 현재 부산의 여건이 단기간 내에 세계적인 혁신사례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부산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부산이 동북아의 해양중심지로 거듭 나기 위한 비전을 말씀해주십시오.
▲ 부산은 환태평양과 유라시아를 잇는 국제적 관문도시로, 대한민국이 세계로 나가는 출발점이면서 동시에 세계가 대한민국으로 들어오는 도착점입니다. 따라서 민선 6기 부산시는 5대 도시목표 중 ‘해양수도 건설’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기존 부산시 해양수산 정책들의 성공적인 이행 및 새로운 미래비전으로 제시된 민선6기 공약들을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신해양산업을 육성하고 북극항로 개척 등 부산항을 글로벌 전진기지로 육성하기 위한 극지정책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겠습니다. 부산해양특별구역 지정을 통해 원도심권 재생은 물론 신해양산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항만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켜 미래지향적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창출해 나가겠습니다. 이외에도 수산업의 미래 산업화 및 기반시설 선진화를 통해 국제수산물류 중심도시로의 위상을 재정립해 나갈 계획입니다.


- 4년 뒤 부산시민들에게 어떤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으십니까?
▲ 거창한 구호나 비전이 우리를 먹고살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어떤 훌륭한 미래 비전이나 청사진도 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의 삶과 미래의 비전이 균형을 이루는 부산이 되어야 합니다.

부산이 잘사는 것이 아니라 부산 시민이 잘살아야 합니다. 부산 시민이 잘살게 하기 위해서는 부산의 체질을 바꾸어야 합니다. 부산의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부산의 체질을 튼튼하게 해야 합니다. 저는 부산의 체질을 바꿔 우리 부산이 국제적 도시로 발돋움 하는 토대를 닦은 시장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합니다.

- 마지막으로 부산시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앞으로 임기 4년 동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일자리 시장, 각계각층 그늘진 곳을 밝혀주는 따뜻한 시장, 각종 사고와 재난에서 시민을 지키는 안전 시장, 미래를 튼튼히 준비하는 미래 시장, 시정의 혁신을 책임지는 혁신 시장이 되겠습니다. 부산시민들께서도 적극 동참해주시고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mi737@ilyosisa.co.kr>


<서병수 부산시장 프로필>

▲ 우진서비스(현 부일여객) 대표이사
▲ 동부산대학 금융경영과 겸임교수
▲ 부산시 해운대구 구청장
▲ 제16,17,18,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
▲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
▲ 한나라당 최고위원
▲ 새누리당 사무총장
▲ 제36대 부산광역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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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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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