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관련자 '보은성 인사' 의혹

"그 입 다물라!" 입막음용 대가로 무더기 영전?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국군 사이버사령부(이하 사이버사)의 대선개입 혐의와 관련한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주요 관련자들이 무더기로 '영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군 정치개입'에 관련된 인사들을 해임·면직 등 징계조치하지 않고 오히려 진급시키거나 공기업 수장으로 자리를 이동시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군의 상식 밖 인사 조치에 이들의 입을 막기 위한 '보은성 인사' 아니냐는 의혹이 뜨겁게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국회 국방위·정보위 소속)이 최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사이버사령부 인사명령'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의 주요 관련자들이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줄줄이 진급하거나 공기업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특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 대선개입 관련자
상식 밖 영전 '특혜'

김 의원이 지난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는 인사 10여명은 국방부 조사본부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진급하거나 공기업 수장으로 '영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대선 당시 청와대 국방비서관(2010년 12월~2013년 1월)을 역임했던 윤영범 전 비서관은 지난해 1월 청와대에서 나온 뒤 곧바로 한국철도공사 코레일테크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직무와 무관한 인사 조치에 '낙하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전 비서관의 후임 국방비서관으로 임명된 연제욱 전 국방비서관(현 교육사 부사령관)의 거듭된 영전은 더욱 의구심을 자아낸다. 연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당시 사이버사 사령관(2011년 11월~2012년 11월)을 맡았던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의 핵심인사다.


참여정부 말기 대령으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으로 파견되었던 그는 정권이 바뀐 후 이명박정부의 '노무현 색깔 지우기' 행보 속 세 차례나 장성 진급에 실패했다. 이럴 경우 통상 대령으로 군생활을 마치게 된다.

국기문란 관련자에 대한 상식 밖 인사조치
사이버사 대선개입 관련자 '진급 특혜' 지적

하지만 그는 김관진 국방부장관(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취임한 이후인 2011년 10월 임기제(통상1년) 준장으로 진급하면서 사이버사 사령관으로 임명됐다. 당시 군 안팎에서는 김 장관이 연 전 비서관을 각별히 챙긴 것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두 사람은 모두 독일 육사에 유학한 인연이 있다.

연 전 비서관은 사이버사 사령관 퇴임을 앞두고 임기제 준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소장으로 다시 한 번 진급한 후 국방부의 요직이자, 사이버사를 관리·감독하는 정책기획관을 거쳐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영전하는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의 사이버사 대선개입 수사가 7개월째에 접어든 지난 4월 교육사 부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기기는 했지만, 경질이라기보다는 본인 의사에 따른 인사이동이라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 전 비서관의 후임 국방비서관으로 임명된 장혁 국방비서관도 국방부 정책기획관 시절(2013년 4월~2014년 4월) 소장으로 진급한 뒤 청와대로 영전하는 유사한 코스를 밟았다.

핵심인사
처벌전무


이처럼 연 전 비서관이 사이버사 사령관을 맡은 후 정권을 달리하면서도 승승장구한 것은 사이버사의 정치개입으로 이득을 본 박근혜정부가 보답 차원에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이와 관련, 사이버사 고위 간부를 지낸 A씨는 "사이버사가 청와대, 국가정보원과 수시로 교류하면서 인터넷 정치댓글작업 전반을 공유했다"며 "사이버사 심리전단장, 사령관, 국방장관, 청와대 및 국정원으로 이어지는 보고체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이버사의 정치개입을 연 전 비서관, 김 장관은 물론 청와대와 국정원도 알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 장관도 최장수 국방장관(2010년 12월~2014년 6월)을 지낸 후 곧바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박근혜정부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연 전 비서관의 후임으로 사이버사를 맡았던 옥도경 전 사이버사 사령관은 현재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정책연수 중이다. 또 다른 사이버사 대선개입 핵심인사인 이모 전 심리전단장은 지난해 12월 '정년퇴직'했다. 사이버사 대선개입 핵심인사로 꼽히는 이들 중 군에서 불이익을 받은 인사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이외에도 사이버사의 핵심부서인 3·1센터장을 지냈던 신인섭 대령은 지난해 10월 준장으로 진급한 후 확대·신설되는 사이버사 부사령관에 내정됐다. 사이버사 대선개입 핵심부서인 심리전단 운영대장(2010년 1월~2013년 12월)을 맡았던 군무원 박모씨는 지난 1월 3급으로 진급한 뒤 심리전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명박근혜정권 관통한 승승장구
군 사이버사 정치개입 지속되나?

특히 박 심리전단장의 경우에는 심리전 성과 달성, 국정원과 정보사 등 유관기관 정보공유 활성화 공적으로 2010년 11월 국방부장관상 표창, 지난해 2월에는 국정과제 추진 및 숨은 유공자로 선정돼 대통령상 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 대선 당시 사이버사 정보운영대 정보과장을 역임하며 문재인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글 350건을 게시한 군무원 정모씨도 지난 1월 4급으로 진급해 심리전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울러 사이버사 대선개입 수사의 핵심부서 국방부 검찰단 보통검찰부장을 역임했던 이모씨는 지난 3월 청와대 경호실 법무관으로 영전했다.

이와 같은 인사조치는 사이버사 대선개입과 수사 관련자들에게 ‘보은성 인사’로 특혜를 주는 한편, 사이버사의 정치개입을 지속할 의도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상식 밖 조치 불구
군 당국은 '침묵'

이에 대해 김광진 의원은 "국방부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관련자에 대해 진급과 정년을 보장해주는 행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상식 밖의 일로 국방부의 납득할 만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공식적인 해명, 11개월째 끌고 있는 사이버사 대선개입 수사결과 발표 등 어느 것도 내놓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국민들의 군에 대한 불신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 수사 진행상황
축소·은폐, 거짓말…시간끌기로 정치적 파장 최소화?

국군 사이버사령부(이하 사이버사)는 사이버 전쟁을 전담하기 위해 지난 2010년 1월1일 설립된 국방부 직할 사령부다. 예하에는 연구개발을 하는 31단, 사이버전을 담당하는 510단, 대북심리전을 담당하는 530단(일명 심리전단),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590단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예하부대 중 인터넷 정치 댓글 작업과 국내정치 및 대선개입을 했던 조직은 심리전단이다. 이 사실은 지난해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사이버사가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적, 즉 정부·여당에 비판적 인식을 가진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작을 했다는 사실이 야당 의원들에 의해 공개된 것이다.

당시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군 사이버사 요원들이 대선기간 댓글 작업을 했다" "국정원으로부터 예산을 받고 있다"는 등의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다. 이에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대선개입은 있을 수 없고, 북한이 대한민국 정부의 실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대응하는 활동을 한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당시 사이버사를 이끌던 옥도경 사령관도 "사이버사는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고 한 적도 없다"며 강하게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곧바로 사이버사 요원들이 인터넷에 정치적 성향의 글을 올리거나 SNS에 리트윗한 사실이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했다.


군 당국, '사실무근→개인적 일탈→조직적 개입' 말바꾸기
김관진, 사이버사 활동 보고받고도 형사처벌 대상서 제외

특히 새누리당의 댓글 알바단(일명 십자군 알바단)의 리더 격인 윤정훈 목사의 글을 리트윗한 사실과 국정원의 예산을 받으며 그들과 회의를 가진 사실도 드러났다. '사이버사-새누리당-국정원'이 정치와 관련한 편향적 인터넷 댓글 작업을 공유한 정황까지 드러난 것이다.

이에 일부 요원의 '개인적 일탈'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던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국방부 조사본부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서는 말을 바꿔 편향적 정치 댓글 지시자로 이모 심리전단장을 지목하며 "더 이상의 윗선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KBS'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이버사의 조직적인 정치개입이 있었다고 결론짓고, 형사처벌 대상 19명을 확정했다"고 단독보도 했다. 형사처벌 대상에는 연제욱·옥도경 전직 사령관을 비롯해 현 심리전단장인 3급 군무원 박모씨, 심리전단 예하 2·3대 대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는 당시 국방장관을 맡으며 대북 심리전 성과를 보고받았지만, 정치개입 활동에 대한 보고는 받지 않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KBS' 보도가 사실일 경우 군 당국이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불법적 정치개입에 이어 축소·은폐, 거짓말을 반복하다 뒤늦게 사이버사의 불법행위를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제외된 점과 수사를 지나치게 오래 끌었다는 점 등을 놓고 군 당국이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처벌 대상자를 축소하거나 속도조절을 한 것 아니냐는 또 다른 의혹도 제기된다.

특히 현재까지도 국방부 조사본부는 공식적인 결과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야권관계자는 "군 당국의 축소·은폐, 거짓말을 이용한 시간끌기로 사이버사의 대선개입 사건이 잊혀가고 있다"며 "사이버사 심리전단의 규모를 감안하면 국정원의 대선개입보다 군의 대선개입 규모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이 빈약한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경우 특검, 국정조사 등 추가적인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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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