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기획> 삼복더위 정계거물들의 여름나기 비법 공개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휴가는 떠나야 맛이지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드디어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됐다. 일반인들처럼 정치인들도 여름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휴가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정치거물들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난 후엔 중대결심을 발표하거나 정국운영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곤 했다. <일요시사>가 정치거물들의 여름나기를 살펴봤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1996년 수해로 인해 휴가를 취소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의 ‘청남대 사랑’은 특히 유별나 휴가가 아니더라도 정국이 꼬일 때마다 청남대로 향했다. 한때는 ‘청남대 구상’이란 정치용어가 유행했을 정도였다.

세월호 정국
휴가 올스톱

드디어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됐다. 정치인은 그 어떤 직업보다도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름휴가는 복잡한 정치권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지친 심신을 추스르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또 김 전 대통령의 사례처럼 정치인들에게 여름휴가란 특별한 의미를 갖기도 한다. 그렇다면 6월 지방선거부터 7·30재보선까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6~7월을 보낸 정치거물들은 올 여름 휴가계획을 어떻게 세웠을까?

역대 대통령 단골 휴양지는 어디?
휴가 때도 국정서 절대 눈 못 떼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여름휴가를 반납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당초 7월28일부터 8월1일까지 5일간 여름휴가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세월호 참사를 고려해 청와대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크게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박 대통령이 외부로 휴가를 떠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개진됐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경남 거제의 저도에서 1박2일간 머물렀지만 과거 국회의원 시절에는 주로 자택에서 머물며 여름휴가를 보냈다.

한편 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6월 지방선거에 이어 곧바로 7·30재보선이 치러진데다 세월호 사태까지 겹치면서 거물급 정치인들의 휴가 계획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공동대표 측 관계자는 “대표님께서는 대표 취임 이후 휴가는커녕 국회에서 숙직하다시피 하고 있다”며 “작년 여름에는 국정원 대선개입과 관련해 천막당사에서 여름을 보냈고 올해도 선거일정을 챙기느라 휴가는 계획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 공동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과의 합당 이후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낸 안 대표이기에 이제는 좀 쉬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혹 휴가 계획이 잡히더라도 집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의 평소 취미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술과 담배를 일절 하지 않는 안 대표는 바둑이 취미인데, 바둑을 두기 전에 두 서너 시간 공부를 할 정도로 승부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고 한다.


안 대표는 이밖에도 한 언론인터뷰에서 “영화를 좋아해서 화제가 된 영화는 대부분 보는 편으로 DVD 등을 통해 집에서도 본다”며 “아이가 어릴 때는 ‘마리오 카트’처럼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게임도 즐겨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신임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역시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휴가계획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지방선거와 재보선 출마를 잇달아 고사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경우는 이번에야말로 휴가다운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는 그야말로 워커홀릭이었다. 365일 중 출근한 날이 360일에 이를 정도였다. “공직자에게 휴가가 필요한가?”라며 보좌진들에게 난감한 질문을 한 일화는 유명하다.
다만 그의 휴가는 민생탐방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지사 시절 쉬는 날이면 택시기사로 나서 경기 지역 31개 시·군의 도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취미였던 그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은 휴가기간 취미인 등산을 할 계획이다. 단 휴가를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한다. 문 후보는 바둑, 등산, 스킨스쿠버 등의 취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정치에 입문한 후에는 제대로 즐긴 적이 거의 없다.

역대 대통령들의 각양각색 휴가 스타일도 눈길을 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 여름휴가지로 즐겨 찾은 곳은 강원도 화진포의 별장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여가로 주로 낚시를 즐겼다.

각양각색 취미, 결국 민생탐방
그럼 올해는 휴가 갈 수 있을까?

반면 외향적인 성격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청남대에서 가족 및 경호실 직원 등과 축구를 즐겼고, 싱글에 가까운 골프실력을 자랑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 기간 청남대에서 골프삼매경에 빠졌다. ‘서민대통령’을 표방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남대에서 조깅을 즐겼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는 청남대에서 산책이나 서예로 여가를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은 해마다 광복절 축사와 하반기 국정운영 기조를 청남대에서 정리하기도 했다.

휴가는커녕
국회서 숙직

이명박 전 대통령은 주로 군시설에서 휴가를 즐겼다. 이 전 대통령은 진해의 해군휴양소에서 부인 김윤옥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냈다. 이 전 대통령은 휴가기간 국정구상을 하거나 테니스와 낚시, 독서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e북(전자책)을 이용해 독서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름휴가와 가장 인연이 없었던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지난 2003년에는 여름휴가를 떠났지만 2004년에는 탄핵사태로, 2006년에는 수해로,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로 예정된 휴가를 취소하고 청와대에 머무른 바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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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