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⑤'광주의 박원순' 윤장현 광주시장

'민주화 성지'에서 새정치 바람 일으킬까?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일제히 민선6기의 임기를 시작했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전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무명에 가까웠던 인물이다. 의사 출신으로 ‘아름다운 가게’ 전국 대표 등을 역임하며 광주 시민운동계에서는 잔뼈가 굵었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가 광주광역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윤 시장은 지난해 12월 당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에 깜짝 발탁되면서 정치에 입문하게 됐고, 이후 안철수 공동대표의 후광으로 광주시장에 당선됐다.
여러 가지 면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닮은꼴이다. 그래서 윤 시장에게는 ‘광주의 박원순’이라는 정치적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윤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 잡음 속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안철수계 광역단체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윤 시장이 앞으로 펼치는 시정은 안철수의 ‘새정치’를 가늠해보는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윤 시장은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새정치 바람을 일으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윤장현 신임 광주시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윤 시장과의 일문일답.

- 민선6기 시정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입니까?
▲ 저는 ‘먹고 사는 문제’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자리 창출 정책’을 시정 최우선 목표로 추진해 광주시를 넉넉한 경제도시로 만들겠습니다. 또 어느 한 사람도 버려지지 않는 따듯한 복지도시를 조성해 고용과 복지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우리 광주는 대한민국의 민주 성지, 인권·평화 도시로 큰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으나, 언제부터인지 이런 광주정신이 많이 퇴색된 것 같습니다. 광주정신을 바로 세워 자존감 있는 당당한 도시를 만들 계획입니다.

- 광주시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들은 무엇이 있습니까?
▲ 우선 기업, 노조, 지역사회 구성원을 총망라한 협력네트워크를 구성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독일 슈투트가르트 모형을 응용한 ‘광주형 일자리 창출모델’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의 허브역할을 하게 될 ‘사회적 경제 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해 광주를 한국의 사회적경제 모델도시로 육성하겠습니다.

또 대통령 공약사업인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구체화를 위한 자동차 전용 국가산업단지, 친환경 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 광주를 자동차밸리도시로 육성하고, 지역경제의 기초가 되는 유망 중소기업 100개를 선정해 집중 지원하겠습니다.

전남과 공동으로 광주-목포권 경제자유구역을 추진해 외국자본 유치에도 주력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자영업자, 중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서민경제안정을 위한 정책을 적극 펼치겠습니다.


- 윤 시장께선 의사이자 시민운동가였습니다. 광역시장직을 수행하기엔 행정경험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 현재는 정치경력이나 행정경력보다 시민을 섬기는 리더십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저는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리더로서 훈련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저는 부족한 행정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앞으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토론회를 활성화해 7천여명의 공직자와 함께 시민의 뜻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현명하게 일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공직자들이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토론을 장려하는 등 열린 리더십으로 조직을 잘 이끌어 가겠습니다.

"윤장현 당선, 안철수에 기회준 것"
윤장현과 안철수는 공동운명체

- 인수위 기간 중점적으로 준비한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 당선된 이후 한 달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 고견을 듣고 민생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준비위원회와 시청 공무원들을 통해 광주시정을 파악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4년 동안 펼칠 행정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일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먼저 민선6기 시정운영의 10대 기본원칙과 조직ㆍ인사·재정운용의 기본방향, 광주ㆍ전남 상생 추진과제를 선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광주권 KTX 운행방안,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 등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현안에 대해 현장답사와 심도 있는 토의를 거쳐 발전적 방안을 모색하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 지난 선거에서 전략공천 논란으로 잡음이 심각했습니다. 광주시민들이 전략공천 논란에도 불구하고 윤 시장을 선택해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광주시민들이 안철수 대표에게 기회를 다시 한 번 준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만.
▲ 광주시민들께서는 늘 위대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역사의 고비 때마다 광주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높은 역사의식과 변화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기득권 세력에 대한 실망이 시민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줬고, 결국 새 정치에 대한 간절한 염원으로 이어져 광주 시민들이 저를 선택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번 재보선 공천과정에서도 전략공천을 실시해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새정치연합의 공천 내홍을 어떻게 보셨는지요? 윤 시장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천정배 전 장관도 전략공천으로 탈락했습니다.
▲ 재보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중립을 지켜야 할 시장이 이에 대해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공천 문제와 관련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겠습니다.
 

- KTX 광주역 정차를 재검토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지역 내 반발이 거센데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지난 2006년 광주시는 KTX 정차역을 ‘광주송정역’으로 일원화하기로 결정했으나, 광주 북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KTX가 광주역에도 정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시에서는 지난 2013년 ‘KTX 일부편수 광주역 진입방안’을 최종안으로 국토부에 건의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시 KTX 광주역 진입을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광주역 진입이 실현되더라도 광주역 주변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근본적으로 재접근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국토부가 KTX 광주역 진입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하반기(10월 이후)까지는 다소 시간이 있습니다. 그동안 이용 시민들의 편의, 주변 공동화 우려 등 현실적 측면과 도시철도 2호선 등 대중교통과 연계하는 장기교통종합계획을 심도 있게 살펴볼 계획입니다.

-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이 무산됐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 계획이신지요? 정홍원 총리는 기념곡 지정을 반대하는 여론도 워낙 강해 자칫 잘못하면 국론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임을 위한 행진곡’은 30년 넘게 5ㆍ18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로 불려왔던 곡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해 정부가 새로운 기념곡 제작을 시도해 광주시 국회의원, 5ㆍ18단체, 시민단체 등이 강력한 저지운동을 벌인 바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국론분열 등을 이유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을 미루고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념곡 지정에 찬성하는 국민이 60%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내년 제35주년 기념식 이전에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중앙부처, 국회 등을 방문해 설득하면서 각계각층과 긴밀히 협조하는 등 모든 노력을 다 할 계획입니다.

- 내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복안은 무엇입니까? U대회가 적자대회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 유니버시아드대회는 순수한 세계대학생들의 화합과 교류의 스포츠제전인 만큼 적자, 흑자 논리를 떠나 저비용 고효율의 경제대회가 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입니다. U대회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체육 인프라 확충을 통한 시민 삶의 질 향상, 국제적 위상 제고, 시민의 자긍심 고취 등 무형자산 제고에도 힘을 쏟을 것입니다.

지난 2일에는 북한을 포함한 201개 국가에 공식 초청장을 보냄으로써 본격적인 대회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대회 전 종목을 대상으로 테스트 이벤트와 인천아시안게임 참여 등을 통해 실전능력을 배양해 나가겠습니다.

특히 광주U대회의 비전인 평화대회의 구현과 대회의 흥행을 위해 국제 종합스포츠대회 사상 최초로 남북단일팀구성을 반드시 실현해 한반도 평화분위기 조성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평화대회로 만들겠습니다.

재보선 전략공천 논란은 '노코멘트'
먹고 사는 문제부터 최우선 해결

- 최근 친인척을 비서관으로 내정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친인척이 비서관으로 근무하게 되면 공무원들의 눈치 보기와 줄서기가 불을 보듯 훤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 해당 비서관은 관련법 테두리 내에서 적법한 절차와 자격기준을 적용해 채용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시장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적임자로 결정했으며 비서관은 시장인 저와 임기를 같이 합니다. 일각에서 우려하시는 공무원들의 줄서기는 없을 것이며 공무원들이 시민만을 위해, 본연의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 전임 강운태 시장의 경우 재임기간 광주시가 검찰로부터 다섯 번이나 압수수색을 당했고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향후 깨끗한 광주시를 만들기 위해 추진할 정책은 무엇이 있습니까?
▲ 먼저, 비록 전임 시장시절 이루어진 일이지만 일부 공직자의 잘못으로 인해 시민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점에 대해 사과를 드립니다. 저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첫째, 입찰행정은 참가등록에서부터 현장 설명회, 입찰서 제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감찰, 직무교육을 강화하고 문제점에 대한 제도개선을 함께 추진하겠습니다.

둘째, 중요한 모든 행정의 정책결정은 시간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전문가, 관련단체, 시민들의 참여 속에 충분한 토론과 검토를 통해 투명하게 결정하고, 그 결과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시장이 스스로 모범이 되어 오로지 시민만 바라보고 시민의 뜻에 따라 시정을 추진할 것이며 공직자들도 따르도록 한다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행정의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무원 직무교육, 전문교육 등을 강화하겠습니다.


-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습니다. 안전한 광주시를 만들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습니까?
▲ 광주시는 현재 각종 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재난취약시설 안전점검, 생활주변 안전위해요소 해소를 위한 안전모니터봉사단 운영, 재난대응 민관협력체계 구축, 찾아가는 녹색재난안전교실 운영, 유관기관 합동 대 시민 안전문화운동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불시의 재난발생 시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풍수해, 지진, 산불, 지하철 대형화재 등 29개 유형별 재난대응 행동매뉴얼을 일제히 재정비했고, 매뉴얼 점검 도상훈련을 실시해 미비사항을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내적으로는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면서 대외적으로 광주의 국제적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서 2015년에 UN ISDR 가입 및 WHO 국제안전도시 공인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ㆍ장기적으로 안전교육 체험센터 설립 등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광주시민들에게 한 말씀 남겨주시지요.
▲ 제가 광주시장이 되고자 한 것은 개인적인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광주의 미래를 위해, 당당한 광주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150만 시민들의 뜻에 결코 어긋나지 않게 바르게 시정을 펼치고 정직한 변화를 추구할 것을 다짐하겠습니다. 시민들과 끊임없이 만나 소통하고 논의를 거치는 수평적 리더십으로 늘 시민들과 함께하는, 시민 눈높이에 있는 시장이 될 것입니다.

문제의 해답을 책상 앞 컴퓨터가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찾을 것입니다. 이러한 ‘더불어 사는 광주’를 만드는 데는 150만 광주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꼭 필요합니다. 시민 여러분께서 주체적인 의식을 가지고 건설적 대안, 건강한 비판을 주시는 데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윤장현 광주시장 프로필>

▲ 중앙안과 원장
▲ 광주시민연대 대표
▲ 아름다운가게 전국대표
▲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장
▲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 광주광역시 시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4월부터 설설 끓던 ‘이재명 연임론’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연임으로 잠재적 합의를 본 듯하다. 당의 앞날이 오직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재명 몰빵’을 외친 채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현안을 띄우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그만큼 구설에 오르기도 하는 요즘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여의도에서는 ‘어대이(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하지만 정작 본인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당 대표직을 사임했지만, 연임 여부에 관해서는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모냐 도냐 민주당 의원은 저마다 이 대표 연임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거대 야당을 맡을 적임자로 이 대표가 제격일뿐더러 민주당 내 마땅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해 “당연하다”며 “지난 총선서 국민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줌으로써(이 대표가) 리더십의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정권 교체에 있는데(이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등을 뺏겨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이 대표를 두고 “윤석열정부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적임자”라며 연임에 힘을 실었다. 장 최고위원은 라디오를 통해 “본인 개인적으로는 힘드시겠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국민이 바라는 건 물러터진 민주당이 아니라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께서 연임을 결단 내리고 출마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고민을 정리하시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안을 손질하면서 이 대표의 연임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제4차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민주당 당헌 25조2항에 따르면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1년 전 직을 사퇴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하는 규정을 신설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가 진행됐으며 참여자 501명 중 422명인 84.23%가 찬성했다. 반대는 15.77%로 79명이었다. 개정되기 전 당헌을 따를 경우 이 대표는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해도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2026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신설 조항이 개정되면서 같은 해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도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당대회 앞두고 멍석 깔았다 당헌·당규 이어 러닝메이트도 국민의힘이 “이재명을 위한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서 민주당 강득구 수석사무부총장은 “비상 상황이 생길 때(개정을)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때 수정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셀프 개정’했다는 오해를 받을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대표나 최고위원이 우리 당의 유력 대선후보인데 정해진 일정이 아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 대선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할지 고민이 있었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차원서 절박한 마음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 속에서 2기 지도부에 함께할 의원들도 자천타천 거론된다. 새로운 수석 최고위원이자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는 4선인 같은 당 김민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이 대표와 긴밀히 소통해 온 인물이다. 선수가 높아 캠프의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크다. 이 밖에도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전현희·이언주·민형배·한준호·강선우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원외에서는 전봉주 전 의원과 김지호 상근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도 각종 현안을 띄우며 부지런히 발을 맞췄다. 최근에는 주4일제와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여론 주도권 쥐기에 나섰다. 지난 총선 때 공약으로 내건 ‘25만원 지원금’에 이은 민생 이슈로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주 4일제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거꾸로 가는 노동 시계를 바로 잡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의 “근로 다양성을 고려해서 주 52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적하는 동시에 맞대응할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욕이 지나쳤나? 이날 이 대표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인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겠다고도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행돼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비 절감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이런 점을 꼬집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지난 1월 민생토론회서 단통법 폐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벌써 반년 동안 변한 게 없다”며 “단통법 폐지에 대해 정부여당도 말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우리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저감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새롭게 최고위원회의에 합류하게 된 강민구 최고위원은 “아버님이 지난주 소천하셨다. 아버님은 평생 이발사를 하며 자식을 무척이나 아껴주신 큰 기둥이었다”며 “소천 소식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당원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라며 “국민의힘이 영남당이 된 지금 민주당의 동진 전략이 계속돼야 한다.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이 대표가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에게 충성 경쟁을 하기 위한 ‘낯 뜨거운 찬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잠시 조선노동당 얘기인 줄 착각했다”며 “우상화가 시작됐나요?”라고 비꼬았다. 새로운미래 최성 수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재명 1인 절대권을 지닌 친정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리는 장면”이라며 “이재명이 민주당의 아버지면 ‘법카 횡령’으로 재판을 받는 김혜경 여사는 머지 않아 ‘민주당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의 아버지’ 논란이 불거지자 강 의원은 SNS를 통해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설명했지만 비판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의 연임은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질서정연하게 이끌겠지만, 앞으로 민주당이 하는 모든 행동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으로 비춰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이 꾸리고 있는 지도 체제 목적은 뚜렷하다.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구해내는 게 당의 목표가 되다 보니 자꾸 무리수가 생긴다”며 “옆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이 눈치를 못 채겠나. 그래도 크게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우니 ‘민주당이 모든 걸 쟁취하겠다’는 여론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색안경 언제쯤 벗나 민주당이 11개 상임위를 선점하고 각종 법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의회 독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던 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상식에도 맞지 않고 국회법에도 맞지 않고 관례에도 맞지 않는 상임위 배분안”이라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질주하는 민주당의 모든 행동이 기승전 이 대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 지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여권의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차지하고 강경파 의원을 위원장으로 앉힌 것 역시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방어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대북송금 특검법’ ‘수사기관 무고죄’ 등도 모두 이 대표 방탄을 위한 맞춤형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인 방송 4법을 국회 상임위원회(과방위)서 단독으로 처리한 것 또한 이 대표가 언론을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기 위한 절차라고 맹비난했다. 방송 4법은 지난 21대 국회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 중 하나다. 기존 방송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더해 22대 국회서 재발의한 것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애완견’으로 비난하면서 언론을 사실상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고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며 “국회는 이 대표의 방탄 로펌이 아니며 공영방송이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가 자신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 관련 보도를 한 일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한 게 논란이 되자 일부러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안 의원은 “날치기로 통과시킨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진 대부분을 친민주당·친민주노총 성향 단체들이 추천하겠다는 개악법”이라며 “‘이재명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뻔하다. 방탄 언론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강조했다. 말 한마디도 ‘방탄’ 직결 “연임은 당이 쥘 양날의 검”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여의도 동탁이 등장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재명 1극 체제’는 우리로서 전혀 나쁘지 않다. 동탁 체제가 아무리 공고해 본들 그건 20% 남짓한 극성 좌파들 집단의 지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버이 수령 체제’로 치닫는 민주당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며 “민주사회서 최종 승리는 결국 다자 경쟁구도서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이 그걸 증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면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이 줄어든다”며 “민주당을 이끌 새로운 인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은 민주당 내에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이 대표를 추대하는 분위기로 몰려 선뜻 목소리를 못 내고 있을 뿐”이라며 “결국 국민의 피로감만 쌓이는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민주당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이재명이라는 대선후보의 입장서 보면 너무 많은(당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선택 아닐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 최고위원은 ‘리스크를 떠안고 갈 우려가 너무 크다’ ‘목표를 대권에 잡아야지 당권에 둬서는 안 된다’ 등의 이유로 이낙연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당권을 갖고 갔다. 그리고 리스크를 다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며 “그게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서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리스크 확성기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어떤 집단이 일극체제로 굴러가는 건 누군가의 뛰어난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꽁꽁 묶여 있다. 거대한 무리서 혼자 톡 튀어나온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타깃이 되기 딱 좋은 위치”라고 우려를 표했다. 모든 시선이 이 대표에게 쏠려 있으니 국민의힘이 작은 오점 하나까지 꼬투리를 잡아 늘어질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 한 명만 쓰러뜨리면 끝나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후보군이 제법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면서도 “전당대회뿐만이 아니라 대선에 등장할 잠룡도 많은데 민주당은 ‘오직 이재명’만 외치면서 다음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기서 변화구가? 5선인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8월 전당대회 변수로 떠올랐다. 잔뼈가 굵은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국회의장 선거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의원을 꺾었다. 이인영 의원도 우 의원과 같은 GT계(김근태계) 사람”이라며 “우원식 의원을 의장으로 만들었으니 이 의원의 출마는 ‘못 먹어도 고’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다만 “이 대표 추대론으로 분위기가 맞춰지고 있어 이 의원의 도전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