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각종 비리 의혹으로 낙마한 김명수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를 대신해 긴급 투입된 황우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8월7일로 잡혔다. '낙마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청와대는 5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당대표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한 '거물급 정치인' 황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교육부 수장으로서의 기본적 자질·능력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시작해 청문회 낙마 단골메뉴인 군복무 특혜·위장전입·세금탈루 의혹 등 각종 비리 의혹도 제기하고 있어 무난한 청문회 통과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돌려막기를 넘어 틀어막기를 한 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김명수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 지명철회와 함께 새 후보자로 새누리당 황우여 전 대표를 지명한 것에 대한 한 야권 당직자의 평가다. 잇단 '인사 참사'에 청와대 비서진을 장·차관으로, 장·차관은 청와대 비서진으로 돌려막기를 하다 안 되니 손발을 맞췄던 집권여당 지도부까지 내각으로 끌어온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황 후보자에 앞서 새누리당 최경환 전 원내대표도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로 입각해 집권여당 서열 1·2위를 지낸 당 최고위층 인사들이 모두 입각한 셈이 됐다. 이는 청와대가 집권여당을 발아래에 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틀어막기 인사
특히 야권 일각에서는 황 후보자도 제대로 한 번 털어보면 앞서 낙마하거나 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문제의 국무위원들만큼 만만찮은 비리 의혹이 불거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장 야권에서는 청문회 낙마 단골 사유로 꼽히는 군 복무 중 특혜·위장전입·세금탈루 의혹 등과 함께 고액 정치후원금 대가성 의혹 등 각종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현미경 검증을 예고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황 후보자가 해군장교로 군복무 중이던 1972~1973년 2년간 서울대 법과대학원 박사과정 4학기를 이수하는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 기간 황 후보자가 서울과 포항 2곳에서 근무했다는 점을 들어 위수지역을 이탈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 측은 "1972년 서울대 법과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 이듬해 상반기까지 3학기를 이수했고 마지막 4학기는 등록만 하고 다니지는 않았다"며 "평일에 수업을 받지 않고 주말에 과제물만 제출해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위수지 이탈 의혹에 대해서는 "장교들은 BOQ(독신간부 숙소)에서 생활하는데 주말에는 집에 갔다 올 수 있다"며 "주말을 이용해 과제물을 제출했으니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앞서 낙마한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이 군복무 중 대학원에 다닌 것이 문제됐다가 '상관의 승인을 받은 것'이라는 거짓 해명까지 문제돼 논란이 일었던 것을 감안하면 황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배 의원은 또 황 후보자가 새누리당 대표를 맡고 있던 2012~2013년 해운회사 관계자로부터 고액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대가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배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황 후보자는 새누리당 대표 시절 한국도선사협회의 한 임원으로부터 2014년 4월과 지난해 6월 500만원씩 후원금을 받았다. 또 하역 업체인 영진공사 임원도 지난해 6월 500만원을 후원했다.
특히 인천지검에서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의 해운비리 연루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는 업체 중 한 곳인 A회사의 임원도 지난해 6월 500만원을 후원했고, 다른 해운업체 사원도 비슷한 시기 500만원을 후원했다. 500만원은 개인이 낼 수 있는 최대 후원금이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 측은 "후보자가 어려서부터 인천에서 살아와 지역 선후배 자제와 친척들이 개인적으로 후원한 것"이라며 "투명하게 공개된 정치자금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군복무 특혜·위장전입·세금탈루 의혹 제기
후보로써 기본적 자질·능력도 부적격?
이외에도 황 후보자는 위장전입·세금탈루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새정치연합 유인태 의원에 따르면 황 후보자는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1992년 3월 가족들과 함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빌라로 이사를 한 후 한 달 만에 본인만 강남구 신사동의 한 주택으로 전입했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 측은 당시 황 후보자의 장녀와 차녀가 각각 중학교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자녀의 근거리 학교 배정을 위해 위장전입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BS>는 지난 23일 보도를 통해 황 후보자가 건물 임대소득을 축소 신고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황 후보자 소유의 2층짜리 건물에서 매달 750만원의 임대 수익이 발생하지만 대학원생인 딸에게 100만원을 건물 관리인 명목으로 주면서 경비 처리를 하고 나머지만 신고해 세금을 적게 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딸에게 준 돈은 2000만원 가량으로, 이 액수만큼 세금은 줄었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 측은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혜택을 좀 봤던 것 같다"며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발견을 하고 혹시 오해를 살 소지가 있어 670여만원의 세금을 납부했다"고 뒤늦은 세금납부를 시인했다.
이처럼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장관으로서의 기본적 자질·능력에 대해서도 '부적격'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황 후보자는 지명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교육계에 몸담고 교사나 교수 노릇을 하지는 않았지만, 교육계에 관심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국회에 들어와서 13~14년을 교육위원으로 있으며 교육 문제만 접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교육을 한시에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라기보다는 정치전문가에 가까운 그의 과거 이력을 살펴보면 백년지대계라는 국가의 교육을 책임질 수장으로 자질과 능력이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로 황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이하 사학법 개정) 논란이 일었을 때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와 함께 사학법개정안 저지를 이끌었다. 학교 이사회에 '개방형 이사'를 포함시키고, 이사장 직계존비속을 학교장에 임명할 수 없게 만들어 사학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사학법 개정을 강하게 반대해 결국 뜻을 관철시킨 것이다.
또 지난해에는 '교학사 교과서'가 오류, 극우 교과서 논란에 휩싸이며 채택률이 1%도 채 되지 않자 "어떻게 채택률이 1%밖에 안 되고 그것마저도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채택한 학교마다 찾아다니며 철회하게 만드느냐"며 진보진영을 비난한 바 있다. 오류투성이인 잘못된 교과서와 관련한 논란을 보수와 진보 이념갈등으로 해석한 것이다.
특히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전국을 사실상 싹쓸이한 상황에서 그의 인식과 철학은 진보교육감들과의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일례로 황 후보자는 역사교과서만큼은 검정 교과서에서 벗어나 국정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하지만 진보교육감들은 다양한 시각을 가진 역사교과서를 없애고, 국가가 정한 특정 역사관을 강제하려는 국정교과서로의 재전환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진보교육감과 충돌?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장관은 교육과 관련한 정치적인 논란이 있을 때 중립을 지키며 각종 외압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황 후보자는 보수적 색채가 뚜렷한 인사"라며 "그가 장관이 돼 자신의 소신대로 밀고 나갈 경우 진보교육감과의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리사학, 친일적 성향의 교학사 교과서 옹호자를 교육부의 수장에 임명하는 것은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망치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carpediem@ilyosisa.co.kr>